[김정일 급사 10대 긴급기획]⑤울고 웃는 국내 인사들

너의 불행은 나의 행복? 여기저기서 ‘엉엉’ ‘킥킥’ ‘헐헐’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김정일 사망’ 여파에 한반도가 술렁이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소식은 단숨에 모든 이슈들을 다 덮어버린 양상이다. 때문에 온갖 악재로 궁지에 몰렸던 인사들은 새어나오는 웃음소리를 참느라 무척 애쓰는 모양새다. 반면 야심차게 이슈몰이를 준비하던 인사들은 곡소리가 나오게 생겼다. ‘김정일 사망’이라는 블랙홀에 울고 웃는 국내 인사들을 조명해봤다.

MB 켜켜이 쌓인 악재들 김정일 사망 쓰나미에 웃음꽃
2006 안보이슈 뼈아픈 기억 재연될까 박근혜 ‘전전긍긍’

천운(?)도 이런 천운은 없다. 게다가 타이밍까지 절묘했다. 이명박 대통령을 두고 하는 말이다. 친인척 비리가 터지고 악재가 겹치며 궁지에 몰린 이 대통령은 ‘김정일 사망’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소식으로 켜켜이 쌓인 악재들이 한꺼번에 묻혀버리면서다.

최근 정국을 강타한 ‘디도스 파문’에 검찰의 칼끝은 이제 청와대까지 겨눈 상태다. 청와대 행정관 박모씨가 디도스 관련 금품거래 의혹으로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으면서다.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의 심적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MB 활짝 웃고
박근혜 침울하고

이 대통령의 임기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BBK 논란도 재점화 됐다. 이 사건이 다시금 미국법정에 오른 것. BBK의 주가 조작에 동원했던 옵셔널캐피털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고등법원에 김경준, 에리카 김, 그리고 다스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실도 이 대통령에겐 괴로운 사안이다. 

게다가 눈만 뜨면 벌어지는 친인척‧측근 비리 문제도 골머리를 앓는 대상이다. 이미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은진수?김두우?신재민 등 핵심인사들이 권력형 비리로 줄줄이 검찰에 구속되며 이 대통령 얼굴에 먹칠을 했다.
 
여기에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이 이 대통령의 손윗동서 황태섭씨를 고문으로 위촉해 수억원을 지급한 사실이 밝혀졌다. 말이 ‘고문’이지 사실상 ‘로비’다. 앞서 이 대통령 처사촌 김재홍씨도 퇴출저지 로비명목으로 유 회장으로부터 4억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 대통령이 더욱 곤혹스러운 것은 형님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보좌관 박씨가 구속된 것이다. 박 보좌관은 이국철 SLS그룹 회장과 유(동천) 회장으로부터 7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하지만 보좌관이 받은 금품이 거액이라는 점과 의원실 다른 직원 4명을 통해 돈세탁한 정황이 포착되며 ‘금품의 종착지’가 이 의원이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때문에 검찰수사의 칼끝이 대통령의 친형까지 겨눌 공산이 크다.

내용으로 보면 하나같이 정국을 뒤흔들 ‘핵폭탄급’ 사안들이다. 하지만 어쩐지 잠잠하다.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에 묻혀 모두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여서다.

게다가 포스트 김정일 체제의 불확실성은 한반도 정세를 술렁이게 만들며 안보이슈를 부각시켰다. 레임덕에 걸린 이 대통령은 안보를 내세우며 다시 정국을 장악할 수 있는 ‘천재일우’인 셈이다. 김 위원장 사망 여파의 최대 수혜자가 이 대통령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최태원 함박웃음
현정은 조문 승부수

반면 김 위원장 사망 소식에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은 곡소리를 토해내고 싶은 심경이다. 그간 한나라당은 ‘FTA 날치기’ ‘디도스 파문’ 등으로 궁지에 몰렸었다. 게다가 쇄신파 김성식‧태근 의원 등이 탈당하며 당내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당을 구하기 위해 조기 등판한 박 위원장은 지난 19일 “재창당을 뛰어 넘겠다”면서 대대적인 쇄신을 예고하며 정치권 전면에 등장했다. 하지만 동시에 터진 김 위원장의 사망소식에 존재감이 묻혀버렸다. ‘박근혜 체제’의 출범과 함께 강력한 쇄신을 추진해야 할 박 위원장은 초반부터 동력을 상실한 셈이다.


게다가 박 위원장은 대북안보 시험대에 오른 상태다. 박 위원장은 안보이슈에 뼈 아픈 기억이 있다. 지난 2006년 북한의 핵실험으로 조성된 안보정국 속에서 당시 이명박 후보에게 지지율 역전을 당했기 때문이다.

당시 보수 진영에서 군대 경험이 없는 여성 정치인이 과연 위기 상황에서 관리능력을 제대로 보여줄지 의문을 제기했고, 박 위원장에게는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또 다시 안보이슈 부각으로 박 위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정국 주도권을 내주며 활동공간이 좁아지게 생겼다.

재계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소를 감추며 표정관리를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최 회장은 SK계열사들이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2800억 가운데 500억여원을 빼돌려 총수 개인의 투자금으로 사용하는 데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의 조사를 통해 일단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자금 횡령을 주도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최 회장이 이를 지시했거나 보고받았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

특히 SK그룹 오너가 검찰에 소환되자 SK그룹 관련 주가는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오너 일가의 검찰 소환 소식은 연일 언론에 도배되며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지만 김 위원장 사망 여파로 묻히며 일단 한숨 돌린 분위기다. 

검찰 소환 최태원 ‘활짝’ 대화창구 사라진 현정은 ‘침울’
섹스 비디오 유출 파문으로 언론 장악한 A양 한숨 돌려

반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어느 때보다 고민이 깊어진 모양새다. 그간 현 회장은 세 차례에 걸쳐 김 위원장과 만나 독대했고, 그때마다 대북사업의 중요한 물꼬를 텄다.

지난 2005년과 2007년 백두산과 내금강 비로봉 관광을 잇달아 성사시켰고, 2009년엔 금강산 관광 재개와 이산가족 상봉 등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후 얼어붙은 남북관계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고 중단된 현대 측의 대북사업도 제자리걸음인 상태다.

현 회장은 주초에 방북길에 오른다. 현대그룹은 공식적으로 “이번 방북은 김 위원장의 조문을 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 회장 개인으로나 그룹 모두 이번 조문으로 3년가량 중단돼 온 대북사업이 전환점을 맞게 되기를 바라는 기대감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현재로선 현대그룹의 이러한 희망이 이번 방북 조문에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지금껏 현 회장의 대화 창구이던 김 위원장이 고인이 된 마당에 누구와 교섭할지조차 불확실한 상태여서다.

때문에 이번 방북에서 조문 외에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회의론이 퍼지며 현 회장을 침울하게 만들고 있다.

연예계는 사생활이 담긴 동영상이 유출돼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방송인 A양이 마음의 짐을 덜 수 있게 됐다. 그간 A양은 전 남자친구이자 스폰서라 주장하는 B씨가 블로그를 통해 A양의 동영상과 사진을 유출하며 세간에 충격을 던졌다.

특히 B씨는 A양에 대한 충격적인 폭로도 서슴지 않아 A양을 궁지로 몰았다. B씨는 “A양이 살던 서울 금호동의 한 아파트에서 그녀의 어머니, 오빠, 고문변호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알지 못하는 남자들에게 폭행당하고, 옷이 벗겨져 소지품을 모두 뺏겼다”며 “전 남자친구 S씨도 납치당해 감금당하고 벌거벗겨 사진 찍혔었다. 남자로서 굉장히 수치스러운 일을 당했다”고 털어놓은 것.

그는 또 “내 돈을 물같이 사용했다. 다이아가 박힌 시계와 온갖 명품 옷들을 샀다. 청구서를 다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숨은 A양 웃고
홍학표도 천운

이에 대해 A양은 허위사실유포와 명예훼손혐의로 B씨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B씨 역시 A양을 맞고소 했다. B씨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따른 형사고소와 동시에 집단폭행에 따른 위자료 및 피해보상으로 5억원을 요구하는 민사소송도 함께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A양은 현재 휴대폰 번호뿐만 아니라 홈페이지 계정까지 삭제하고 자취를 감춘 상태다. 이 같은 충격적인 사태에 연일 언론은 물 만난 물고기 마냥 A양 소식으로 도배했다. 하지만 이제 더욱 폭발력이 큰 김 위원장의 소식이 언론을 장식하며 A양 소식도 잠잠해진 모양새다.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90년대 청춘스타 홍학표와 가수 송대관의 부인 C씨가 마카오에서 도박을 벌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홍학표는 지난 2009년 4월 마카오 호텔에서 5000여만원을 가지고 바카라 게임을 한 혐의다. 또 C씨는 같은 해 1월부터 4월 사이 10억원을 가지고 상습적으로 바카라 게임을 한 혐의다.

홍학표와 C씨는 지난 1월 각각 벌금 20만원과 1000만원의 약식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혐의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며 정식재판을 청구, 재판 중이다. 이 같은 소식 역시 같은 날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에 묻히며 수혜(?)를 톡톡히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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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