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새로운 패러다임 ‘토크 콘서트’

‘청춘콘서트’ <나꼼수> 돌풍에 은근슬쩍 끼는 ‘드림토크’

[일요시사=이주현 기자]정치권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나꼼수(나는 꼼수다)>와 ‘청춘콘서트’에서 시작된 ‘토크 콘서트’의 열풍이 심상치 않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한 주요 원인 중, 이 같은 방법을 통한 젊은층 끌어안기 전략이 주요했다는 분석이 나옴에 따라 내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해 유사 프로그램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권의 새로운 패러다임 현상을 살펴봤다.

<나꼼수>, <뉴욕타임스>에 실리며 전 세계적인 돌풍 
소통 강조하며 방송 진입하는 여당, ‘야당 따라하기’


‘토크 콘서트’ 돌풍의 뿌리는 지난해 5월부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전국을 돌며 진행한 ‘청춘콘서트’다. 안 원장은 이 콘서트를 통해 젊은층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외연을 확대해 대선주자급으로 발돋움했다.

뿌리가 ‘청춘콘서트’라면 메가톤급 파장을 몰고온 것은 <나꼼수>다. 나꼼수는 전 세계 팟캐스트 다운로드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해냈고 10·26 재보선에서 각종 비리를 폭로하며 선거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 1일에는 <뉴욕타임스>에 실리는 등 세계적인 열풍을 몰고 왔다.
 
전 세계 다운로드 1위

‘지도자를 풍자한 토크쇼, 젊은이들의 분노를 대변하다’는 제목으로 소개된 이 기사는 온라인 국제면 1면 톱기사에서 4면까지 이어진 장문의 기사로 <나꼼수> 열풍을 자세히 소개했다.
 
<뉴욕타임스>는 <나꼼수>가 한 회당 200만명 이상이 다운받는 등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라디오 쇼라고 소개하며 김어준 총수, 정봉주 전 국회의원, 주진우 기자, 김용민 시사평론가 등 4명의 출연자가 ‘각하 헌정 방송’의 기치를 내걸고 있다고 전했다

. 또 기성정치권, 특히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된 각종 폭로와 풍자를 하고 있으며 기성정치에서 소외된 젊은이들의 분노가 <나꼼수>를 통해 분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김 총수가 <나꼼수>팀을 모든 정당이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만들었다고 평가하며  최근 <나꼼수>와 관련한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슈를 자세히 소개했다. 나경원 전 서울시장 후보의 피부클리닉 의혹을 제기했으며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의혹도 불거졌다고 했다.

또한 젊은층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으며 중요 정치현안에 대해 직설적이며 ‘편파적’인 해설로 신세대 감성과 완벽히 코드를 일치시켰다고 소개했다.

또한 이러한 <나꼼수> 열풍에는 한국 젊은이들의 정치적 자각과 실업·물가·이명박 대통령 등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다고 했다.

야권 성향을 가지고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나꼼수>와 청춘춘서트에 대항한 여권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지난 5일 청춘콘서트와 유사한 방식으로 전국을 돌며 콘서트를 벌이는 ‘드림토크’를 시작했다.

안 원장이 20·30대의 ‘멘토’로 불리는 것처럼 산악인 엄홍길 등 강연자들을 ‘드림멘토’라고 칭하고 ‘청춘의 꿈, 지금 만나러 갑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도 달았다.
 
홍정욱·정두언·황영철·진수희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오피니언 리더’란 이름으로 매주 한 명씩 참석해 젊은층과의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지만 ‘야당 따라하기’라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청춘콘서트 열풍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강연자들의 재능기부, 대학생들의 자원봉사 등 ‘자발성’을 당 산하 여의도연구소가 주최하는 드림토크에서 찾아보기는 어렵다. 나꼼수 4인방이 가지고 있는 신선함과 파급력,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실제 홍준표 대표가 <나꼼수>와 청춘콘서트에 대항해 지난달 12일 방송한 <라디오 스타>는 관심 부족으로 2회 방송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에 반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자신의 자서전 <운명> 북콘서트를 개최하며 많은 호응을 얻고 있고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도 지난 6월부터 시작한 <유시민의 따뜻한 라디오>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해찬 전 총리가 지난달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이해찬의 정석 정치>도 꾸준히 팟캐스트 순위를 높여가고 있는 중이다.

‘야권 따라하기’ 눈총

선거에 패배하자 부랴부랴 ‘민심을 반영하겠다’ ‘젊은층과 소통하겠다’고 호들갑을 떠는 한나라당이다.

트위터를 강화하고 드림토크를 열었지만 주진우 기자를 고발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멘토였던 소설가 공지영씨를 수사하라고 촉구한 점은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더 이상 정치인들의 홍보와 정책 발표만으로는 20~40대의 민심을 잡기 힘들다는 것은 이번 선거로 확실히 증명되었다.
 
이들의 민심은 자발적 참여에 의해 이뤄진다. 자발적인 토크쇼 참여, 인터넷 방송 청취, SNS 이용 등이 그 중심에 있다. 정치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한 토크 콘서트의 열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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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