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와 삼각 커넥션 풀스토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0.23 10:22:20
  • 호수 11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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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변호로 수사 덮었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풍문으로만 돌았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불법 수임이 사실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 전 수석이 변호사 시절 검찰이 수사 중이던 사건 3건에 대해 변호사 선임계를 내지 않고 ‘몰래 변론’을 했고, 수십억원의 돈을 받았다.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지만,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질지는 의문이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은 채 검찰 관계자와의 업무상 인연과 친분을 활용해 무혐의 처분 등을 약속하고 의뢰인들에게 10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우 전 수석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드러나는
전관예우

경찰은 가천대 길병원 수사과정서 우 전 수석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처음으로 인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우 전 수석이 수임한 사건들 가운데 변호사협회에 수임 신고를 하지 않거나 수사기관에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은 사건들을 선별해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비정상적인 변론 활동으로 파악된 3건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먼저 우 전 수석은 2013년 인천지검 특수부가 수사하고 있던 가천대 길병원 횡령사건 수사를 3개월 내에 종결해 주겠다는 조건으로 병원 쪽으로부터 3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자신과 친분이 두터운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당시 인천지검장)을 찾아갔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인천지검은 가천대 길병원이 연구중심병원에 선정되기 위해 보건복지부 간부에게 뇌물을 제공한 사실 등을 비롯해 길병원 재단 비리를 수사 중이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 기소의견 송치
전관예우 내세워 선임계 없이 변론

길병원은 2013년 말 인천지검 지휘부와 담당 수사팀이 교체되는 등 수사가 장기화되자 인천지검장이었던 최 전 수석과 근무연이 있는 우 전 수석에게 접촉했다. 당시 길병원은 “수사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이 상태서 마무리 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우 전 수석은 “3개월 내에 끝내주겠다”며 착수금 1억원·성공보수 2억원을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실제로 길병원 수사는 3개월 후 종결됐다. 우 전 수석은 수사가 종결되자 성공보수로 2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변호인 선임계를 내거나 사건 수임 사실을 변호사협회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우 전 수석이 2013년 현대그룹 비자금 수사에도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 전 수석이 검찰 관계자를 통해 수사 진행을 파악해 무혐의 처분 등을 조건으로 수임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돈 받고 
최재경 만나

검찰은 현대그룹 회장의 그림자 실세 ISMG코리아 A 대표의 횡령 사건을 수사했다. 우 전 수석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가 A 대표의 수사에 착수한 2013년 하반기에 사건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수사의 핵심은 A 대표가 현대종합연수원 신축 과정서 건설업체 H사를 통해 함께 비자금 52억원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밝히는 것이었다. H사 대표 박모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친척이다. 


H사는 현대 측에 보낸 공문에서 A 대표를 ‘현대그룹 사장’이라고 지칭한 적이 있다. ‘A 대표가 현대그룹의 그림자 실세’라는 일각의 주장의 진위를 가릴 주요 업체기도 했다. 

하지만 수사팀은 H사를 압수수색하지 않았다. 당시 박씨는 A 대표가 세운 현대저축은행 대출 모집 위탁 업체 S사의 2대 주주였고, 박씨의 아들이 운영하는 컨설팅 업체가 현대증권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는 등 현대그룹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온 점을 감안하면 H사가 수사를 피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2014년 1월 검찰은 A 대표를 가족 회사서 101억 원을 빼돌린 혐의(횡령)만 적용해 기소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사건이 법원으로 넘어간 뒤엔 A 대표 측이 2014년 5월 9일 2차 공판서 “피해 업체에 횡령액을 변제했다”고 주장하자 검찰이 이를 입증할 자료를 요청했다. 그 직후 우 전 수석이 검찰 관계자들을 찾아 “기소 단계서 (서울중앙지검)수뇌부와 얘기가 다 돼있었다. 자료 요청을 철회하고 항소를 포기해 달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게 여러 법조인의 증언이다.

검찰 수사팀은 우 전 수석이 선임된 지 2개월이 지나지 않아 현대그룹 관계자를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경찰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수사를 무혐의 처분해주는 대가로 착수금 2억5000만원과 성공보수 4억원 등 총 6억5000만원을 받았다. 

맡은 사건
모두 무혐의

이밖에 우 전 수석은 4대강 입찰 담합 사건 수사를 받던 K 설계업체의 검찰 수사도 무마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 4대강 입찰담합 사건 수사 당시 한 설계업체로부터 압수수색 없이 수사가 내사 종결되는 조건으로 수임계약을 체결해 1억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 8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서 수사하던 ‘4대강 입찰담합’ 사건에 연루된 설계업체 K 설계업체로부터 압수수색 없이 수사가 내사단계서 종결되도록 하는 대가로 착수금 5000만원·성공보수 5000만원 등 총 1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우 전 수석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은 현재 직권남용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고 수감 중인 우 전 수석을 구치소서 3차례 조사했다. 

우 전 수석은 “최 전 검사장을 한 차례 만났을 뿐이고 현대그룹 건과 관련해 로펌 회의에 한 두 차례 참석한 것밖에 없다”고 진술했다.  K 설계업체에 관련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뢰인들은 사건 무마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현대그룹 사건 의뢰인은 “이미 대형 로펌 등 다수의 변호인이 선임돼있어 법률자문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다”며 “피의자의 검찰 인맥을 활용하기 위해 선임계약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비정상적 변론으로 수십억 수수
청탁 주고받았나…부실수사 논란


K 설계업체는 “우 전 수석이 현직서 근무할 때 알고 지낸 선후배와의 친분을 이용해 중앙지검 고위직이나 검찰 수사팀을 통해 수사내용을 확인하고 내사종결해주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경찰의 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우 전 수석이 검찰 수사 대가로 10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정작 우 전 수석이 누구에게 어떤 청탁을 했는지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찰이 확인한 청탁 정황은 길병원 사건과 관련해, 우 전 수석이 인천지검장이었던 최 전 수석을 한 차례 만났다는 사실 뿐이다. 

경찰 관계자는 “우 전 수석의 중앙지검 출입내역과 금융거래 내역, 최 전 지검장 휴대폰을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서 4차례 기각해 청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은 “증거도 없고, 진술도 딱 떨어지는 게 없어 소명부족을 이유로 반려했다”고 해명했다.

최 전 검사장은 “우 전 수석을 만나 사건 관련 설명만 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변호사 시절 청탁 목적으로 금품을 받아 유죄가 확정된 홍만표 전 검사장, 최유정 전 부장판사 사건과 판례를 분석하고, 법률 전문가 자문까지 구해 내린 결론”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특히 우 전 수석이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서 정상적 변론활동을 하지 않고 청탁만을 목적으로 수임료를 받은 점을 문제삼고 있다.

중간에 싹둑
검찰도 도마에 

그러나 홍 전 검사장이 상습도박 혐의로 수사 받던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3억원을 받고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와 면담한 건(변호사법 위반)에 대해 지난해 2심 법원은 “면담한 사실만으로 청탁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며 1심과 달리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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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 전 총리는 이미 내란죄 공범으로 지목돼 수사 대상에 올랐다. 그래서 살길을 열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다. 과연 그 절실함은 ‘방탄’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일,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설은 지난해 9월부터 거론됐다. 한 전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등 야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면서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그 당시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건재했다. 따라서 모두가 차기 대선이 오는 2027년에 진행될 것이라고 여기던 시점이었다. 윤 어게인 대타 역할?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헌법재판소서 파면돼 정계서 사라졌다. 차기 대선은 오는 6월3일로 앞당겨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란 절대 강적을 이길 방법을 놓고,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에선 다양한 논의가 일어났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는 그 다양한 논의 중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롯돼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서 퍼졌던 ‘윤 어게인’이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달 8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주요 보직 임명 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이 처장이 내란 공모 혐의 피의자란 사실도 큰 문제였다. 한 전 총리와 이 처장은 이미 지난해 12월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 2월엔 소환 조사까지 받았다. 이 처장을 지명했던 시점은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였기 때문에 “한 전 총리가 추후 진행될지도 모르는 국민의힘 정당해산심판 방어에 협조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도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란 거대한 사건의 공범 의혹을 받는 사람들끼리 상부상조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의심이었다. 이는 곧 “윤 어게인의 구체적 구현일 수도 있다”는 흐름으로 연결됐다. 윤 어게인의 본질은 윤 전 대통령의 복귀 추진이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을 지냈고, 파면됐다. 헌법·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다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친윤(친 윤석열)계 진영 일각서도 이를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의 정신과 노선을 계승한다는 취지를 본질로 삼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 대신 출마하는 것”이란 해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한 전 총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윤 전 대통령을 총리로 지명할 수도 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년 중임제인 헌법 규정 때문에 지난 2008년엔 3선을 위한 출마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통합 러시아 대표가 대신 출마해 당선됐고, 푸틴 대통령은 총리로서 실권을 휘둘렀다. 메드베데프 대표는 푸틴 대통령의 첫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내는 등 정치 경력이 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 메드베데프 대표조차 대통령 재임 당시 바지사장·허수아비로 통했다. 따라서 한 전 총리가 설령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 전 총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정치 기반은 국민의힘 내 친윤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실적 구도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처럼 총리로서 국정을 주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까지 나온 것이다. 푸틴·메드베데프처럼… ‘윤 총리’ 임명 관측도 이 같은 조롱 섞인 관측에 굴하지 않고, 한 전 총리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만 75세의 나이에 강한 정치적 집념을 보이는 이유로는 ‘내란 혐의 피의자’라는 현실적인 상황이 언급된다. 김 전 장관은 수사기관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계엄법 규정대로 한 전 총리를 거쳐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한 전 총리도 비상계엄 실행에 참여한 것이 된다. 물론 한 전 총리는 이를 일관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아니더라도,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심의 소집 협조·참여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 건의 회피의 다수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내란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제는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사람도 없다. 이렇게 되면, 한 전 총리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수사기관에 줄곧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 재판을 거쳐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 전 총리로선 생존을 위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 후보의 집권을 막거나, 자신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 대선에 출마해 이 후보의 경쟁자를 자처함으로써, 향후 진행될 가능성이 큰 수사에 대해 “대선 경쟁자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민의힘에도 큰 여파를 남겼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수시로 대표·비상대책위원장을 교체하면서 집요하게 당 장악에 집착했다. 지난 2022년 7월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공개됐고, 윤 전 대통령은 여기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일컬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지칭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거나 반발하는 것을 ‘내부 총질’로 인식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당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했다. 대통령이 당 장악에 집착하면, 내부서 차기 주자를 키우기 어렵다. 국민의힘의 인물난은 전직 대통령들의 지나친 당 장악 집착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면서 외부인을 대선후보로 옹립하는 기조가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됐다. 국민의힘이 한 전 총리에게 강한 시선을 두는 이유 중 하나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반면교사를 거론할 수 있다. 권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중진들은 겉으로는 윤 전 대통령에게 전혀 반기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감정이 있다. 사실은 당권 경쟁?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2022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한다”는 취지의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제시했다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일각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어 부위원장직서 해임됐고, 당 대표 출마마저 저지당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이 주도하던 혁신위원회와의 갈등 끝에 사퇴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게 대표직 유지를 조건으로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김 의원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 대한 격노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날 윤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자 “뭐하는 거야, 이게 지금”이라고 말하는 등 순간적으로 반발 심리를 드러냈다. 이렇듯 국민의힘 주요 중진과 경선 출마자 중 상당수는 윤 전 대통령과 상당한 갈등 끝에 손해를 본 기억이 있다. 이들이 윤 전 대통령 같은 강성이 대통령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원할 가능성은 적다. 이번 대선서 범 국민의힘 계열 대선후보들은 이 후보와의 승부서 이길 가능성이 적으므로, 경선은 사실상 당권 경쟁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대권후보들도 당권에 강한 아쉬움이 있다. 당 대표에 취임했다가 당내 주류들과의 갈등 끝에 힘없이 물러났던 경험이 있고, 당으로부터 등을 떠밀려 출마했던 선거서 패배해 치욕을 겪은 적이 있다. 이들이 다시 당권주자로 등장하는 것을 중진들이 원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따라서 당 대표를 다시 세운다고 하더라도, 의원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나갈 사람을 선호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평생 관료로 살았고, 국민의힘·민주당 정권서 모두 총리를 지냈던 한 전 총리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카드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헌법재판소가 위헌이 아니라고 인정했다지만, 한 전 총리는 “여당 대표와 정기적으로 회동하면서 책임총리의 권한을 행사한다”는 과도 정부체제를 발표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들은 적도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한 전 총리가 이래도 따르고, 저래도 따를 것”이라고 인식했을 여지가 있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에게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수사 피해 대선 출마? 자당 대선후보와 외부 대선후보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자당 대선후보에 대한 적대감으로부터 비롯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의 단일화도 노 전 대통령에게 적대적인 당시 새천년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후보 단일화 협의회(이하 후단협)를 구성해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한 후 진행됐던 것이었다. 이 갈등은 노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으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직계 의원들과 함께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그러자 새천년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협조해 노 전 대통령을 탄핵했다. 이 같은 연유로 당시의 후단협은 지금도 안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런데도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외부 정치 원로에게 단일화 지원을 요청했단 것은 당내 대권주자들과의 불신·갈등을 외부로 드러내는 것과 다름없다. 약점이 있는 사람은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다. 한 전 총리는 현재 내란중요임무종사자란 의심을 받고 있다. 형법 제87조 제2호에 따르면, 내란중요임무종사자는 최대한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5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혐의가 적용돼 수사를 받고 있어서 국민의힘의 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 지원을 매개로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은 하나가 될 수 있다. “정치 보복”과 “야당 탄압”이란 구호로 함께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점이 있다고 해서 아무 목소리도 못낼 것이란 기대는 섣부른 것일 수도 있다. 한 전 총리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사람은 한 전 총리의 부인 최아영 여사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해 12월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최 여사는 화가이자 미술계의 큰손”이라며, “무속에 너무 심취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여사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무속의 지배를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인 무속·해몽 일화 정치 공세 가능성도 최 여사에 대해선 한 전 총리의 인사청문회서도 같은 논란이 제기됐던 적이 있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최 여사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어느 여성이 강남에 있는 유명 점집을 함께 드나드는 사이란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 전 총리는 “공직 생활 동안 명리학에 대한 배우자의 관심이 공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일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최 여사가 무속에 관심을 가진단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공개적으로 거론됐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는 지난 2014년 8월 <조선일보> 연재 칼럼 <조용헌 살롱>서 최 여사의 해몽 과정을 언급했다. 칼럼에 따르면, 최 여사는 한 전 총리가 무역협회장이 되기 전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가 자신의 침실로 들어오는 꿈을 꿨다.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이 되기 전엔 헬리콥터 조종사가 권총으로 부부를 쏘는 꿈을 꿨다. 부총리가 되기 전엔 스프링 콩콩을 타고 뛰는 꿈을 꿨다. 현재 소유 중인 주택을 사들이기 전엔 집이 물에 잠겨 물바다가 되는 꿈도 꿨다. 최 여사는 특이한 꿈을 꾸면 ‘영험한 해몽가’로 알려졌던 고 임훈씨와 해몽 상담을 했다고 전해진다. 최태민씨 일가가 박근혜 전 대통령 일가에 접근한 연결고리 중 하나가 해몽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심상치 않은 대목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아울러 역사적으로 해몽은 야심을 동반한단 측면서 의미심장하다. 신라 원성왕과 조선 태조 이성계 등 권좌에 오른 사람의 설화 중엔 꿈과 해몽이 곁들여진 사례가 많다. 최 여사가 정기적으로 해몽가를 방문했단 것이 사실이라면, 야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 대목이 사실이라면, 두 전직 대통령의 전례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국민의힘이 세 번째 배신을 당할 가능성으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은 임기 내내 주변인의 구설수로부터 야당의 공세가 시작돼 파면됐단 공통점이 있다. 대선서 낙선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정당들로부터 파상 공세를 당해 체면을 구기거나 끊임없이 이어질 정치 공세의 소재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한 전 총리까지 포함한 빅텐트를 친다고 해서, 밝은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후보는 시종일관 강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7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명백한 중범죄자를 봐주는 것이 정치적으로 바람직한지는 국민 판단에 따를 일”이라고 말했다. 압도적 의석 이재명 경고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던 이 후보가 윤 전 대통령 등 비상계엄 관련 사안에 대해선 이를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 후보가 집권한다면, 압도적 의석을 가진 여당과 그 여당을 일극 체제로 지배하는 대통령을 배경으로 진행될 각종 수사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이 후보는 한 전 총리에 대해서도 “내란 주요 종사자들과 부화뇌동자들이 여전히 정부의 중요 직책을 갖고 남아있는 것 같다”며 “내란 세력이 끊임없이 귀환을 노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의 발언이기 때문에 의미심장하다.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의 ‘몸부림’은 이를 막는 방패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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