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면죄부’ 회장님의 컴백 플랜

사고치고 당당히 퇴진…수습하고 조용히 복귀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회장님들이 사고(?)를 치고 흔히 내놓는 카드는 경영 퇴진이다. 기자들을 불러놓고 모든 자리를 내려놓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는 모습은 ‘기시감’이 들 정도다. 이들은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났을까.

2016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가 있었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가 마카오 도박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것이다. 당시 재판에 거물급 법조인이 연루되면서 게이트로 확대됐다. 정 전 대표는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횡령 혐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대법원까지 끌고갔지만 했지만 징역 3년6개월 형이 확정됐다.

퇴진 카드
진정성 의문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지난해 12월2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대표의 상고심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정 전 대표의 100억원대 횡령 혐의 등을 유죄로 봤다. 다만, 김수천(58·사법연수원 17기) 인천지법 부장판사에게 준 뇌물공여 혐의는 직무 관련 대가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정 전 대표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김 부장판사에게 재판 청탁 명목 등으로 1억5600여만원의 뇌물을 준 혐의(뇌물공여)로 기소됐다.


검찰은 정 전 대표가 네이처리퍼블릭의 ‘수딩젤’ 가짜 화장품 제조·유통 사범을 엄중히 처벌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5000만원 상당의 SUV차량 레인지로버와 현금 등을 건넨 것으로 파악했다. 

정 전 대표는 2015년 1∼2월 회계 장부를 조작해 네이처리퍼블릭 법인자금 17억9200만원과 관계사인 SK월드 법인자금 90억원 등 약 108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았다.

정 전 대표의 형이 확정되는 순간 ‘정운호의 화장품 신화’가 깨졌다. 정 전 대표는 남대문 좌판에서 화장품을 판매하면서 화장품 사업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2003년 자연주의 화장품을 표방한 ‘더페이스샵’ 브랜드를 론칭했다. 시장에서 더페이스샵은 돌풍을 일으켰다. 더페이스샵이 시장에 진입한지 2년만에 연매출 1500억원을 기록했다. 2009년 정 전 대표는 더페이스샵을 LG생활건강에 넘겼다. 

구체적인 매각 대금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 전 대표는 당시 거래로 2000억원 이상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 전 대표는 한동안 쉬다가 2010년 네이처리퍼블릭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화장품업계에 복귀해 성공가도를 달렸다.

앞에선 대국민 사과
뒤로는 지배력 강화

현재 논란 이후 대표직을 내려놨던 정 전 대표는 구속수감 상태라 경영 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가족들을 통해 옥중경영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 전 대표의 부인 정숙진 씨는 현재 네이처리퍼블릭 이사회의장직을 맡고 있다. 


세계프라임개발과 에프에스비앤피의 사내이사도 겸직하고 있다. 정 전 대표 자신도 계열사 임원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정 전 대표가 임원직에 이름을 올려놓은 곳은 네이처리퍼블릭 계열사 세계프라임개발, 에스케이월드, 네이처리퍼블릭온라인판매, 쿠지코스메틱, BEIJING NATURE INTERNATIONAL TRADE 등 5곳이다. 

출소 후 언제든지 회사로의 복귀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김준기 DB그룹(옛 동부그룹) 전 회장도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이후 회장직을 내려놨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말 미국으로 떠난 이후 현재까지 귀국하지 않고 있다. 
 

김 전 회장의 출국 약 2달 뒤인 지난해 9월11일 그의 비서로 근무한 30대 초반 여성 A씨가 같은 해 2월부터 7월까지 김 전 회장으로부터 상습적인 추행을 당했다는 취지로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고조됐다.

당시 A씨는 고소장과 신체 접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경찰에 제출했다. 김 전 회장 측은 A씨가 제기한 성추행 의혹과 관련, 신체 접촉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강제추행은 아니라며 A씨가 동영상을 빌미로 거액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사건이 대중에 알려진 이후인 지난해 9월21일 회장직서 물러났다. 경찰은 김 전 회장을 상대로 추행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소환을 요구했지만 김 전 회장 측에서 3차례에 걸친 소환에 불응하자 체포 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 5월 김 전 회장을 기소 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5월 중순 김 전 회장 사건을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이는 김 전 회장에 대한 수사가 일시적으로 중단 됐음을 뜻한다. 경찰은 김 전 회장이 미국서 장기간 체류 생활을 이어가고 있어 조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감옥서 
옥중경영

현재 그의 소재조차 파악이 되지 않는 만큼 복귀는 요원한 상황이다. 다만 그룹 내 지분율을 살펴보면 영향력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김 전 회장이 복귀를 염두에 두고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의 복귀가 갖는 국민 정서상의 문제를 차치하고 서라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현재 김 전 회장의 혐의 수사와 관련해 기소중지 상태다. 기소중지는 피의자 소재 불명 등으로 인해 수사를 종결하기 어려울 경우 사유가 없어질 때까지 수사를 중지하는 넓은 의미의 불기소 처분을 말한다. 


다만 사유가 해소될 경우 수사는 재개되기 때문에 김 전 회장의 신변이 확보되면 다시 수사를 받아야 한다.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진 상황서 경찰 조사를 감수하고 모습을 드러낼지 여부에 회의적인 시각이 따르는 이유다. 

그럼에도 재계에선 김 전 회장의 지분율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복귀를 위한 밑그림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존재하고 있어 향후 상황에 눈길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갑질논란으로 회장직을 내려놨던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도 복귀에 대한 말이 나오고 있는 인사 가운데 한 명이다.

정 전 회장은 가맹점을 상대로 갑질을 하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 전 회장은 2005년 1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가맹점 치즈 유통단계에 동생이 운영하는 회사를 끼워넣어 57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 기소됐다. 
 

이른바 ‘치즈통행세’에 항의하며 탈퇴한 가맹점주들이 협동조합 형태 회사를 설립해 매장을 열자 인근에 보복성으로 직영점을 내 영업을 방해한 혐의도 받았다.

또 가맹점주들로부터 받은 광고비 중 5억700만원을 ‘우수 가맹점 포상 비용’ 등 광고비와 무관한 용도로 사용하고, 친·인척 및 측근의 허위 급여로 29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하지만 정 전 회장이 징역형을 선고받고 집행유예로 풀려나면서 복귀에 대한 말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선일)는 지난 1월23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200시간을 명령했다.

함께 기소된 정 전 회장의 동생에게는 무죄를, MP그룹 법인에는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동생 정씨로 하여금 부당이익을 취하게 해 치즈 가격을 부풀렸다고 보기 어렵고, 공급 가격이 정상 형성됐다”며 “(탈퇴 가맹점주에 대한) 위법한 보복행위 증거도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정 전 회장은 지난해 9월 치즈 통행세 갑질논란이 불거지면서 회장직을 내려놨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회장 복귀가 가능한 상황이다. 정 전 회장의 MP그룹 지분율은 16.78%로 주요 주주 가운데 지분이 가장 많다.

특수관계자의 지분을 합치면 48.92%로 오른다. 소액주주의 비중이 31.1%란 점을 감안하면 회사의 지배력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윤재승 대웅제약 전 대표이사 역시 역설 논란이 불거지자 회장 퇴진 행보를 했다. 윤 회장은 지난 8월27일 윤 회장과 직원간 대화 녹음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한 언론을 통해 공개돼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가족에 주고
다시 찾아가

녹취록에는 윤 전 회장은 직원에게 “나 정말 정신병자랑 일하는 것 같아서” “이XX야. 변명만 하려고해. 너XX처럼 아무나 뽑아서 그래” 등의 욕설 섞인 말을 하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공분을 샀다.

윤 전 회장은 논란이 불거진 당일 관련 사실을 인정하고 경영서 물러났다. 
 

윤 전 회장은 이날 대웅제약 보도자료를 통해 “저로 인해 상처받은 분들과 회사발전을 위해 고생하는 임직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28일 모든 직위를 사임하고 회사를 떠난다”고 전했다. 

이어 “자숙의 시간을 갖고 제 자신을 바꿔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계에선 윤 전 회장의 부재가 길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회장직에 오르기까지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기 때문이다.

윤 전 회장은 대웅제약 창업주인 윤영환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이다. 1984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검사로 재직한 법조인 출신이기도 하다. 1997∼2009년까지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이후 형인 윤재훈씨에게 대표 자리를 내줬다가 2012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다시 복귀했다. 2014년 9월 대표이사 회장으로 승진했다. 대웅제약의 수장자리를 두고 형제가 치열한 경쟁을 펼친 셈이다.

이런 연혁 탓에 윤 전 회장이 조기 복귀를 점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룹 내 윤 전 회장의 지분율이 높아 물리적으로인 복귀는 어렵지 않다. 윤 전 회장은 대웅제약의 지주사인 대웅의 지분 11.61%를 확보해 최대주주 신분이다. 다만 국민 정서 상 복귀 시기가 적절한 지 여부에는 물음표가 찍히는 상황이다.

갑질로 고개 숙이고
성추행으로 망신살

구설에 오르면서 천호식품 회장직을 내려놨던 김지안 전 천호식품 대표와 김영식 전 회장 역시 복귀에 대한 가능성이 엿보인다. 천호식품은 창업주 김영식 전 회장이 2016년 인터넷에 촛불집회 비난 글을 게재하면서 입길에 올랐다. 

이후 가짜 홍삼 파문까지 불거지면서 실적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김 회장 부자가 경영 복귀에 말이 나오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실적악화 때문이다. 현재 천호식품의 지분율을 살펴보면 사모펀드인 카무르파트너스가 지분율 49.5%로 최대주주 신분이다.

여기에 김 전 회장과 김 전 대표가 각각 20.7%, 8.5%로 결코 지분이 적지 않다. 카무르파트너스 입장에선 실적 악화로 자금 회수가 어렵다는 판단이 설 경우 김 전 회장 부자가 지분을 인수해 경영 전면에 나서는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

반면 회사 복귀 후 뒷말이 나오는 수장들도 있다. 횡령 등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박정빈 신원 부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뒷말이 나왔다. 구속 수감됐던 박 부회장이 9월 25일로 예정된 형기를 마치지 않고 가석방된 이후 이뤄진 복귀라 논란이 거셌다. 
 

박 부회장은 박성철 회장의 차남으로 유력 승계 후보자다. 하지만 2015년 11월27일 75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대법원까지 항소심을 진행한 결과 형이 다소 완화된 2년6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재판 등으로 오너리스크가 부각되던 시기 신원의 경영상황은 악화됐다. 2015년은 영업이익 142억원, 당기순이익 93억원을 기록했다. 이듬해에는 영업이익 139억800만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감소했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49억5000만원으로 적자전환 했다. 지난해 실적 역시 부진했다. 영업이익 12억5000만원, 당기순손실 83억9000만원을 기록하면서 하락세를 이어갔다.

잠잠해지니
슬그머니∼

신원 측은 회사 의사결정이 어렵기 때문에 이뤄진 복귀였다는 입장이었다. 신원 관계자는 “박 부회장이 무급으로 경영에 참여한다”며 “오랫동안 부회장이 부재한 탓에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있었다. 남북경협 등 하루빨리 해결할 현안이 있어 부회장이 생각보다 일찍 복귀했다”고 답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을 이끄는 오너 일가들이 물의를 일으킨 경우 ‘경영 퇴진 카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에 대한 지배력이 확고한 상황에서의 경영 퇴진은 진정한 퇴진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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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