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불려가는’ 사장님 각양각색 사연

앉아만 있어도 따끔따끔 ‘바늘방석’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올해의 국정감사가 지난 10일부터 시작됐다. 증인 채택을 두고 눈길이 쏠리고 있는 상황. 재계도 마찬가지다. 증인석에 모습을 드러낼 기업인들에게 벌써부터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 국감서 증인으로 불려갈 ‘후보들’을 확인했다.
 

2018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지난 10일, 문화체육관광부를 시작으로 이달 31일까지의 일정이다. 여야는 증인신청을 놓고 이미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올해에도 국회상임위원회에선 주요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망신주기
누가 가나?

재계서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국감 기간 동안 자사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수장이 증인석에 설 경우 잠재적인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다.

각 상임위에서는 증인 채택을 두고 여야간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정무위원회에선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해 윤호영 카카오뱅크 은행장과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이 증인 으로 채택됐다. 

이들을 대상으로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절차와 관련한 특혜 의혹에 대한 검증이 예상된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금융권 채용비리,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과정 특혜 의혹 등을 국감서 주요 의제로 다룰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금융지주사와 인터넷은행 대표 등 관련 인물들을 증인과 참고인 명단에 포함했다”고 전했다.

한국GM 부사장도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한국GM은 법인 분리 및 철수 의혹과 관련해 올해 논란이 일었던 업체다. 

이와 관련해 이번 국정감사에 임한택 금속노조 한국GM지부 지부장도 참고인으로 채택되면서 격론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 외에도 박상신 대림건설 대표와 임병용 GS건설 대표가 증인석에 오른다. 박 대표와 임 대표는 하도급 위반 여부를 두고 현미경 검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외에도 정준철 현대건설기계 영업본부장, 신동구 삼성화재 자동차보험 본부장, 전중선 포스코 가치경영실장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증인신청 과정서 재계 총수가 이번 정무위 증인 명단서 제외되면서 여야 간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은 “전 이것이 여야 간 신뢰라고 생각한다”며 “증인 신청과 관련해 다시 한 번 재고를 요청한다. 정무위는 대한민국의 산업을 다루는 곳이다. 많은 부품업체 하도급 업체들이 있는데 이 하도급 문제는 기업 총수들이 나오지 않고는 해결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지만 결과적으로 총수들은 증인석을 피해갔다.


채용 비리부터
환경 문제까지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선 황창규 KT 회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이동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소환됐다.

방통위원회엔 서수길 아프리카 TV대표와 남득현 팝콘TV 대표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최근 일고 있는 1인 미디어와 관련된 문제들에 대한 질의가 오갔다. 

자극적인 방송으로 1인 미디어는 논란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이례적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소위원회가 인터넷방송서 과도한 욕설로 물의를 일으킨 BJ A씨에 대해 ‘이용정지 7일’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양대 포털의 상징인 이해진 네이버 GIO, 김범수 카카오 의장도 증인으로 채택돼 눈길을 끌었다. 이 의장은 지난해 국감서도 증인으로 출석된 바 있다. 이들은 지난해 뉴스편집 조작 등의 논란과 관련해 집중 추궁을 받았다. 올해도 야당에선 드루킹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방통위 위원들은 증인 채택을 두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들은 “한국당 과방위원은 특검을 통해 실체의 일부가 드러난 드루킹 관련자 8명을 증인 신청했다”며 “드루킹 사건 몸통으로 지목되는 김경수 경남지사,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 드루킹 김동원, 초뽀 김보중, 서유기 박선민, 트렐로 강기대, 네이버 이해진 총수, 다음카카오 김범수 의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여론조작에 적극 가담한 양대 포털 사이트 총수들을 비호하느라 여념이 없다. 포털과 민주당 간 정경유착, 정언유착 의혹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네이버 이해진 총수는 지난 국감 증인으로 출석해 뉴스편집 조작, 소상공인 사이버갑질 관련해 국회에 이런저런 약속을 했지만 지금까지 어떤 약속도 이행하고 있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다음카카오 김범수 의장은 출석도 하지 않아 검찰에 고발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드루킹 사건은 무려 1억의 댓글조작을 통해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사건이다. 드러난 것만 1억번이다. 드러나지 않은 여론조작은 그 실체를 짐작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브랜든 윤 애플 코리아 영업대표, 데미안 여관 야오 페이스북 코리아 대표이사, 존리 구글코리아 대표이사, 고동진 삼성전자 대표이사,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 등이 방통위의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번 국감이 눈길을 끄는 것은 편의점 업계 CEO들이 대거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점이다. 우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에선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CU 서유승 상무는 정무위서 증인으로 채택돼 위원들의 날카로운 질문 공세를 받아야 한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가맹점주들을 중심으로 본사와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핵심은 근접 출점 논란이다. 법적 규정이 없어 본사와 가맹점주 사이 갈등의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1994년 편의점 업계에서는 점포 간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80m 이내 출점을 금지하는 ‘근접출점자율규약’이 존재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편의점 업계 내 자율 규약을 ‘카르텔(부당한 공동행위)’로 보고 2000년 시정조치 명령을 내려 근접 출점이 가능하게 됐다.

이후 공정위는 2012년 편의점 출점 간의 거리를 도보거리 250m 이내로 제한하는 모범거래기준을 세웠다가 2014년 폐지하면서 근접 출점을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사라지게 됐다. 

이후 편의점 업계가 호황기에 접어들면서 편의점이 우후죽순 생겨남에 따라 가맹점주와 본사와의 갈등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내년도 최저시급이 전년대비 10.9% 인상한 8350원으로 책정됨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된 가맹점주들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편의점뿐만 아니라 유통업계 전반에 대한 점검도 이뤄진다. 격전이 예고되는 분야는 홈쇼핑 부문이다. 조성구 GS홈쇼핑 대외본부장, 조항목 NS홈쇼핑 부사장, 이동현 홈앤홈쇼핑 경영전략본부장 등이 증인석 출석을 요청받았다.
 


그동안 TV홈쇼핑 업계에선 연계 편성과 관련해 잡음이 나왔다. 연계 편성은 종편의 건강정보프로그램 인근 시간대에 홈쇼핑 제품을 편성해 홍보효과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건강정보프로그램이 광고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방통위가 4개 종편과 7개 홈쇼핑의 지난해 9·11월 방송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해당 기간 종편 4개사(MBN, TV조선, 채널A, JTBC)의 26개 프로그램서 110회 방송한 내용이 7개 TV홈쇼핑의 상품판매 방송(총 114회)과 연계 편성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막바지 작업
창과 방패는?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선 가습기살균제 사고 피해 논란 관계자들이 대거 소환될 예정이다. 김철 SK디스커버리 대표와 이운규 애경산업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가습기 살균제 논란은 수년째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에 따르면 SK케미칼은 가습기살균제인 ‘가습기메이트’를 제조하고 애경은 판매를 맡았다. 1994∼2001년 SK케미칼이 직접 제조하고 판매한 가습기메이트의 판매량은 35만5000개으로 파악되고 있다. 

2002∼2011년 시중에 유통된 물량은 163만7000개로 집계된다. 가습기넷은 이들 제품의 유해성분 때문에 폐 질환으로 발전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격화됐다.

수년 째 환경훼손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영풍 석포제련소 문제도 다뤄진다. 이와 관련해 영풍그룹의 이강인 대표 등 15명을 증인석 출석을 요구받으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매일신문>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석포제련소가 위치한) 낙동강은 1300만 영남인의 식수이자 젖줄인 만큼 어떤 오염인자도 가볍게 넘겨서 안 된다”며 “필요하다면 영풍그룹 회장을 이번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불러 진상을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지역의 김상훈 의원도 “낙동강 수질 문제에 대한 시도민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며 “시도민 건강권과 직결된 오염 의혹에 대해 국정감사에서 영풍석포제련소 사업장 대표의 책임 있는 답변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임업계도 긴장감이 감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감에서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장병규 블루홀 의장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김 대표의 엔씨소프트는 PC 온라인 게임 <리니지>와 모바일 게임 <리니지M> 등은 확률형 아이템 등을 통해 과도한 과금을 유도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여전하다.

게임 유저는 좋은 아이템을 나올 것이란 희망에 수차례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 확률이 낮을뿐더러 아이템이 뽑힐 확률에 대한 공개가 자율방식으로 이뤄짐에 따라 게임유저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동시에 제기되기도 했다.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주식회사 ‘펍지’의 모회사인 블루홀의 장 대표는 핵(게임 내 불법 프로그램)과 관련된 피해사례에 대한 질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배틀그라운드는 게임 내 핵 문제로 외국계 게임과의 경쟁에 힘이 부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고용노동청 국감도 치열한 검증이 예상된다. 

박상현 바디프렌드 대표가 명단에 포함됐다. 바디프랜드 내부 부조리에 대한 언론보도가 나가자 바디프랜드는 언론 등의 제보한 직원에 대한 직원을 색출해 징계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 대표가 이번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하게 되면 해당 부분에 대한 의혹 검증에 나설 전망이다.

각 기업 정보맨
발빠른 움직임

재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 국감서 재계 총수가 증인석에 출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국감서 대거 빠지면서 검증 수위가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올해 논란이 불거졌던 이슈에 대한 강화된 검증이 예상되는 만큼 증인과 상임위원 간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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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