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농단’ 몸통 4인방 수사 관전포인트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0.08 10:12:17
  • 호수 11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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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못 먹어도 고’…법원은 ‘쇼당’?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검찰이 사법 농단 몸통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전직 대법관들을 향한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그동안 답보상태였던 사법 농단 수사에 물고가 텄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수사를 받게 될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의 혐의를 살펴봤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달 30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차량, 박병대 전 대법관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사무실, 고영한 전 대법관의 서울 종로구 주거지, 차한성 전 대법관의 법무법인 태평양 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경우 차량에 대해서만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고 주거지 부분은 기각됐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주거의 안정성과 증거가 남아있을 개연성이 적다는 이유를 기각 사유로 든 것으로 전해졌다.

[양승태]
[정치판사 노릇?]

양 전 대법관은 사법 농단의 몸통이다.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양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를 통해 일선 판사들에게 불이익을 준 의혹이 있다. 허위 증빙 서류를 통해서 수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가 검찰에 적발됐다. 

박근혜정부의 요구에 따라서, 대법원 재판 결과를 결정해줬던 재판 거래를 했다는 의혹도 있다.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고 검찰이 이를 집행한 것은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전직 대법관들이 이번 사건의 피의자로 공식화됐음을 뜻한다. 검찰에 피의자로 소환돼 조사를 받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비롯해 이날 압수수색을 당한 세 대법관이 받는 혐의를 모두 포괄하고 있다.

대법관들 사상 초유 정조준
수사선상 오른 4명 의혹은?

양 전 대법관은 ‘정치 판사’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그는 실제로 반헌법행위자열전에 헌법 파괴자 명단에 올랐다.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에 따르면 양 전 대법관은 박정희정권 시절 6건의 간첩 조작 사건 재판을 주관했고, 12건의 긴급조치 위반 사건 판결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 

편찬위원회는 양 전 대법원장을 대한민국 사법사상 ‘최악의 대법원장’으로 선정했다.  

양 전 대법관은 1970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같은 해 제12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법관으로 임용돼 1975년 11월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로 법복을 입은 후 대구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 제주지방법원, 사법연수원, 법원행정처, 부산고등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서 판사로 근무했다.
 

1998년 IMF 구제금융사건 당시 서울지방법원 파산부 수석부장으로 재직했고, 2002년 부산지방법원장 등을 거쳐 2003년 특허법원장으로 재직하다가 2005년 2월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2009년 2월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이 됐으며, 2011년 9월25일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대법원장에 올랐다. 2017년 9월24일 퇴임했다.


[박병대]
박 비선 챙겼나

박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장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이 관심을 가진 ‘비선 진료’ 박채윤씨 소송을 챙겨줬다는 의혹이 있다. 더불어 대법원 내부의 현금으로 은밀히 관리하던 비자금 조성 기획 및 실행을 주도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통해 다른 재판연구관이 공무상 비밀이 담긴 박씨 특허소송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게 해 공무상 비밀누설과 직권남용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런 내용을 유 전 연구관의 사전구속영장에 포함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이 설 연휴 직후인 2016년 2월11일, 우병우 전 수석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후 우 전 수석은 박 전 대법관에게 직접 전화한 다음 다시 박 전 대통령에게 전화한 통화내역을 검찰이 확인했다. 

같은 날 오후 박 전 대법관이 자신의 업무용 컴퓨터서 법원 내부게시판 ‘코트넷’에 접속해 박씨의 옛 동료인 김모씨 업체가 박씨 업체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을 상대로 낸 등록무효 특허소송 사건번호를 입력한 로그기록도 확인됐다.
 

당시 법원행정처 처장이던 박 전 대법관은 박씨가 피고인 특허소송과 아무 관련이 없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박씨의 부탁을 받고 우 전 수석에게 “박씨 사건을 챙겨보라”고 지시했고, 우 전 수석을 통해 이를 전달받은 박 전 대법관이 사건을 직접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1979년 21회 사법고시 합격했다. 1982년 9월 육군 법무관으로 군복무했으며, 1985년 9월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로 시작했다. 박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의 주요 보직을 모두 거치며 양 전 대법관 뒤를 이어 차기 대법원장 0순위로 꼽히기도 했다. 

[고영한]
판사 비리 덮었나

고 전 대법관은 부산 법조비리 은폐 의혹 사건 당시 법원행정처 처장으로 고등법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을 무마한 의혹이 있다. 2016년 부산지역 건설업자와 유착한 판사 비리가 알려지자, 당시 건설업자의 항소심 재판에 부산고등법원장 등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전달하는 등 재판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 8월30일 윤인태 전 부산고법원장은 검찰에 출석해 2016년 9월쯤 고 전 대법관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았고, 고 전 대법관 요구사항을 사건을 심리 중인 재판부에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고 전 대법관은 전국교직원노조 법외노조 소송에도 개입한 의혹이 있다. 검찰은 2014년 9월 전교조의 법외노조처분 효력을 2심 판결 때까지 정지시킨 서울고법 결정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재항고한 사건서, 법원행정처가 재항고이유서를 대필해준 의혹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청와대가 재항고이유서를 고용부에 직접 전달해 대법원에 접수한 정황을 포착한 상태다. 당시 문건은 ‘청와대 법무비서관-고용노동비서관-고용부’ 순으로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법원행정처서 작성한 문건이 청와대를 통해 고용부에 전달됐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지난 8월26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검찰은 재항고 사건 주심이었던 고 전 대법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발부되지 않았다.

고 전 대법관은 1979년 21회 사법고시에 합격, 같은 해 2월 대전지방법원 판사로 시작했으며 2012년 8월 대법관에 올랐다. 2016년 2월∼2017년 5월까지 법원행정처 처장을 지냈다. 

[차한성]
강제징용 묵살?

차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 처장이던 시절 김기춘 전 청와대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이른바 ‘삼청동 공관회동’에 참석해 강제징용 사건 결과를 바꿔야 한다는 등의 논의를 했다고 의심받고 있다.

차 전 대법관은 2013년 12월1일 오전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서 김 전 실장을 만나 “국외송달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징용소송의 심리불속행 기간을 넘길 수 있다”는 취지로 제안했다. 국외송달은 소송 관계 서류의 내용을 당사자에게 서면으로 알리는 여러 가지 송달 방법 중에서 재외공관 등을 통해 해외에 있는 당사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당시 공관 회동은 같은 해 11월 말 “징용소송이 2012년 대법원 판결대로 결론 나면 한일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로 김 전 실장이 소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실장은 재판을 지연시키거나 전원합의체에 넘겨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기존 판단을 뒤집어달라고 요구했다. 차 전 대법관은 여기에 국외송달이라는 절차적 문제를 구실 삼아 자연스럽게 청와대 뜻을 관철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화답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차 전 대법관은 1975년 17회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1980년에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에 임용된 이래 판사를 하다가 사법정책연구실장, 법원행정처 차장을 거쳐 대법관에 임명돼 2011년 법원행정처 처장으로 3년간 재직한 차한성은 2014년 3월 대법관 임기를 마쳤다.

100여일 만에…
압수수색부터

그동안 사법 농단 수사는 답보상태였다. 지난 6월15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검찰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 표명 이후, 검찰이 사건을 특수부로 재배당하고 수사를 본격화한 지 4개월 만에 ‘윗선’ 수사가 이루어졌다. 

한 정권의 각종 의혹사건 종합판에 해당하는 국정 농단 수사가 최순실씨 출석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5개월 정도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법 농단 수사는 이례적으로 속도가 늦은 셈이다.

수사가 진척되지 않았던 것은 대법원의 자료 제출 불응과 법원이 고비마다 압수수색영장을 계속 기각했기 때문이다. 사법 농단 수사 이후 두 달간 서울중앙지법의 압수수색영장 기각비율이 전체 평균보다 두 배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법원 통계월보에 따르면, 7∼8월 검찰이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한 압수수색영장 4159건 중 883건이 일부 기각, 96건이 전부 기각됐다. 둘을 합친 기각률은 23.5%로, 6월 18일 사법농단 수사가 시작된 후 매달 상승세(6월 19.9%→7월 22.3%→8월 24.7%)다. 

4개월 만에 윗선으로 
최순실 때보다 느려

기각률이 증가한 이유는 사법 농단 관련 영장이 연이어 기각됐기 때문이다. 사법 농단 관련 영장을 심사하는 서울중앙지법 박범석·이언학·허경호 판사는 압수수색 영장 기각률이 90%에 달한다. 그 사유도 “임의제출 가능성이 있다”거나 “죄가 안 된다”는 등 이례적이어서 ‘방탄 법원’ 논란을 일으켰다.

검찰은 ‘수사 방해’라며 공개적으로 반발하며, 정면 돌파를 택했다. 기존 특수 1·3·4부 소속 사들로 구성했던 사법 농단 수사팀에 특수2부 송경호 부장검사 등 소속 검사 일부와 방위사업수사부 소속 검사일부를 추가로 투입했다. 

사법 농단 의혹 수사팀 검사는 총 3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최순실 특별수사본부'와도 견줄 규모가 됐다. 최순실 특수본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해체 후 단일 수사팀으로서는 최대 규모로 꼽힌다. 

수사팀은 저인망식 수사로 방향을 선회했다. 관련자를 먼저 소환조사해 혐의를 소명한 뒤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해 받아내는 등 통상과는 달리 우회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이어갔다. 그동안 사법농단 실무를 담당한 전·현직 법관 50여명을 소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정면돌파는 어느 정도 성과를 봤다. 9월 중순 대법원 일부와 현직 부장판사들에 대한 압수수색에 성공했다. 이어 사상 초유로 전직 대법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이르렀다. 

검찰이 집행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의 피의 사실에 재판거래 혐의가 적시된 것으로 전해진다. 고·박·차 전 대법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 구체적으로 재판거래 혐의가 적시됐다. 

해당 혐의에는 일제 강제 징용 재판과 헌법재판소 관련 내용도 있다. 과거 법원행정처가 강제 징용 소송 지연에 개입하고 과거사 재판 관련 헌재에 압력을 행사하거나 관련 평의 내용을 빼낸 행위 등의 최종 책임자가 양 전 대법원장이라고 검찰이 판단한 것이다.

정권과 거래
직접 나섰나 

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에 대한 강제수사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검찰은 전직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 처장 등 대법관에 대해 강제수사를 법원이 허가한 것은 재판거래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됐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앞서 법원은 이번 의혹과 관련한 압수수색 영장을 '죄가 안 된다'는 이유를 대며 수차례 기각했다. 이런 상황서 법원이 검찰에게 전직 사법부 수뇌부의 수색 영장을 발부한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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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