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어깨 무거운 파울루 벤투

최상 아닌 최선…그래도 희망을 건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새로운 사령탑이 확정됐다. 포르투갈 출신의 파울루 벤투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벤투 감독은 거론됐던 여러 후보들을 제치고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 제시한 ‘선임 기준’에 가장 근접한 인물로 선정됐다. 벤투 감독은 시큰둥했던 다른 감독들과는 다르게 면접에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임했다. 일각에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최상’은 아닐지 모르지만 ‘최선’의 선택이라는 평이다.
 

파울루 벤투(49) 전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내정됐다. 지난 16일 유럽축구에 정통한 에이전트에 따르면 “KFA와 벤투 감독이 미팅을 가졌고, KFA의 제안에 벤투 감독이 동의했다.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도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 조만간 새 감독을 발표할 예정인데, 벤투 감독이 내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신태용 후임
기준에 적합?

신태용 감독이 이끈 한국 대표팀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마지막 경기서 독일을 2대0으로 꺾었지만, 이전까지 답답한 경기력을 반복했다. 변화에 대한 열망이 컸다. 지난달 5일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는 선임 소위원회를 열었다. 

신 감독에 대한 평가를 시작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월드컵 예선 통과, 대륙컵 대회 우승, 세계적 수준의 리그 우승 등의 경험을 갖고, 능동적인 스타일의 축구를 만들 수 있는 지도자’를 찾았다. 

지난달 한 차례 유럽 출장을 다녀온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다시 유럽을 방문했다. 첫 출장서 접촉한 후보들은 전부 배제됐다. 카를로스 케이로스(65·포르투갈) 전 이란 감독,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57·콜롬비아) 전 멕시코 감독, 에르베 르나르(50·프랑스) 모로코 감독 등이 1차 접촉 때 후보군(3명)이었다. 


복수의 유럽 현지 에이전트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번 출장서 전혀 새로운 후보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벤투 감독을 포함, 슬라벤 빌리치(50) 전 크로아티아 감독, 케 산체스 플로레스(54) 전 에스파뇰(스페인) 감독 등과 협상을 전제한 면담을 가졌다. 

협상 테이블서 몸값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협회는 김 위원장에게 “돈 걱정은 하지 말고 좋은 사람을 찾아달라”고 격려했다. 다만 후보들에게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확정
코엘류 이어 두 번째 포르투갈 출신

대부분 한국에 대한 호기심은 있었으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은 정성은 보이지 않았다. 

한 유럽 축구 관계자는 “키케 감독은 평균 임기가 2년여에 불과할 정도로 이직이 잦았다. 그간 경험하지 못한 장기 계약과 국내 거주에 큰 부담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반면 벤투 감독은 달랐다. 

유럽의 한 에이전트는 “한국 측 연락을 받고 (벤투 감독이)면접에 아주 적극적으로 임했다. 많은 준비를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선임 기준’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었다. 

벤투 감독은 독일의 뢰브 감독과 함께 ‘꽃중년 감독’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어왔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현역시절 명 미드필더였다. 1988년 CF벤피카(포르투갈)서 데뷔한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과 스페인서 선수생활을 했다.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벤투 감독은 투쟁심과 카리스마로 유명했다.


포르투갈 대표 선수로도 활약했다. 1992년부터 2002년까지 35번의 A매치를 뛰었다.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벤투 감독에게 ‘한국’은 최소한 선수로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국가다. 한국과의 2002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D조 최종전의 악몽 때문이다. 

감독 업적?
“조금 아쉽다”

포르투갈은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서 한국을 상대했으나 2명이 퇴장당하는 아수라장 끝에 0-1로 졌다. 벤투 감독은 중앙 미드필더로 풀타임을 소화했으나 조국의 패배를 막진 못했다.

2000 유럽축구연맹선수권(유로) 3위 포르투갈의 2002 한일월드컵은 장밋빛 기대로 부풀었다. 1966 잉글랜드월드컵 3위라는 역대 최고 성적과 대등 혹은 뛰어넘는 업적을 목표로 했으나 한국전 패배로 16강조차 올라가지 못하고 탈락했다.
 

유로 2000 준결승 멤버 벤투 감독이 포르투갈 축구 대표팀 소속으로 치른 마지막 국가대항 메이저대회 경기가 바로 2002월드컵 한국전이었다. 

은퇴 후 2004년 스포르팅 리스본의 유소년팀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벤투 감독은 1년 뒤 스포르팅 리스본의 1군 감독이 됐다.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벤투 감독은 승승장구했다. 

두 번의 FA컵, 한 번의 슈퍼컵 우승을 차지했다. 리그서도 두 번이나 2위에 올랐다. 나니, 주앙 무티뉴, 미겔 벨로소 등을 발굴, 육성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당시 맨유를 이끌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후임자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의 커리어 정점은 유로2012다. 2010년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에 이어 포르투갈 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은 초반 다소 부진한 행보를 보였다. 우려 속에 첫 메이저대회인 유로2012에 나선 벤투 감독은 탁월한 지도력을 과시하며 포르투갈을 깜짝 4강까지 올려놨다. 

“가차 없다”
강한 카리스마

4강서 스페인에 아쉽게 패했지만, 당시 최악의 멤버라는 평가 속에서도 탄탄한 수비와 빠른 역습을 바탕으로 단단한 축구를 만들었다. 벤투 감독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도 나섰다. 죽음의 조인 G조 (독일, 미국, 가나)에 배정됐다. 

독일에 4-0으로 참패하기는 했으나 미국과 2-2 비기고, 홍명보호를 평가전서 묵사발로 만든 가나에 2-1로 이겨 1승1무1패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골득실차서 뒤져 16강 토너먼트에는 독일, 미국이 올라가고 포르투갈, 가나가 탈락했다. 이후 유로2016 예선 첫 경기서 알바니아에 0-1로 충격패하며 경질됐다. 

그의 다음 스텝은 놀랍게도 브라질이었다. 크루제이루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세 달도 되지 않아 사임했다. 한 달 만에 곧바로 그리스의 올림피아코스 감독직에 오른 벤투 감독은 팀을 빠르게 장악했다. 올림피아코스는 3월 리그 선두, 컵대회 4강, 유로파리그 16강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경질됐다. 3연패가 원인이었지만, 일부 선수단과의 불화 때문이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벤투 감독은 2017년 아시아로 눈길을 돌렸다. 명장들을 모으던 중국 슈퍼리그의 충칭 리판으로 무대를 옮겼다. 장외룡 감독의 후임으로 나선 벤투 감독은 2018 중국 슈퍼리그에 임했으나 13라운드 종료 후 경질됐다. 

13위에 머물렀던 성적 그리고 FA컵 16강 탈락 등을 문책당한 결과다. 짧은 휴식을 취하던 벤투 감독은 다음 행선지를 한국으로 정했다. 

49세 ‘꽃중년 감독’으로 인기
현역시절 투쟁심·카리스마 유명

벤투 감독의 축구 철학은 ‘단단한 축구’를 강조한다. 넘치는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선수의 명성과는 상관없이 팀 분위기를 해치면 가차없이 제외한다. 유로2012 당시에도 베테랑을 빼고 ‘젊은 피’를 중용하며 성공을 거둔 적이 있다. 

전술은 4-3-3을 선호하며 공격 시에는 역습을 강조하고 수비 시에는 미드필드부터 ‘많이 뛰는 축구’를 구사한다. 남미와 유럽 등 다양한 무대를 경험했고 특히 중국 슈퍼리그를 통해 아시아 무대를 접했다는 점도 우리에게 긍정적이다.
 


물론 벤투 감독 선임 소식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일부 누리꾼들도 있다. 포르투갈 대표팀을 이끌고 참가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서 조별리그 탈락에 그친 점, 올해 중국 수퍼리그 충칭 리판에 부임한 뒤 성적부진으로 7개월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은 점 등 때문이다. 

포르투갈 감독 시절 자국 팬들로부터 ‘호날두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점도 부각되고 있다.

축구계 정통한 관계자는 “축구팬들 사이서 인기가 높았던 키케 감독 대신 부임한다는 점 때문인지 벤투 감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며 “키케 감독은 훌륭한 지도자지만, 연봉과 계약기간서 축구협회와 이견을 보여 협상을 접었다”고 전했다.     

한 축구인은 “키케 감독을 비롯해 다수의 후보자들이 한국행에 대해 적극성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만큼 한국 축구의 위상이 높지 않다는 의미”라며 “벤투 감독이 ‘최상’은 아닐지 모르지만, ‘최선’의 선택으로는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뚜껑 열어봐야”
의심스런 시선

벤투 감독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4년 계약이 유력하다. 경력이 화려한 벤투 감독의 연봉은 역대 대표팀 최고 수준이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의 연봉(15억원)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새 감독 영입을 위해 사재 40억원을 출연했다. 새 사령탑의 A대표팀 데뷔전은 다음달 코스타리카(7일), 칠레(11일)와의 2연전이 될 전망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