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권 경제수장’ 궁중암투 내막

‘용쟁호투’ 둘 중 하나는 집에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두 수장이 낯 뜨거운 장면을 연출했다. 최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경제정책 전반에 걸쳐 이견을 노출하며 공개 설전을 벌였다. 두 사람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치권은 두 사람이 물과 기름같이 섞일 수 없는 관계라고 입을 모은다. 청와대 정책실과 기재부 사이에 벌어지는 파워게임도 심상치 않다.
 

지난 19일, 긴급 당정청 회의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자리서 김 부총리는 “그동안 추진한 경제정책도 효과를 되짚어 보고 필요한 경우엔 관계부처 장과 협의해 개선·수정하는 방향도 검토하겠다”며 소득주도성장 중심의 일자리 정책의 선회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김 부총리의 발언은 소득주도성장으로는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으니 기재부 주도의 규제개혁을 통한 혁신성장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최악의 고용쇼크

그러자 장 실장은 “우리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정책들이 효과를 내기 시작하면 우리 경제가 활력을 띠고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국민들도 성장의 성과를 체감하고 고용상황도 개선될 것을 확신한다”고 맞섰다. 

경제성장의 혜택이 서민에게 돌아가는 소득주도성장의 효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서 “장 실장이 한 말은 우리 정부의 정책기조와 철학이 흔들림 없이 간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라며 “김 부총리는 그런 과정서 생길 수 있는 현실적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면서 풀어가겠다는 말로 서로 같은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두 사람의 이견이 크게 이슈화 된 일에 대해 “언론서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며 “서로 접근하는 방식과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접근방식이 다를 뿐 일자리 창출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사태 수습에 나섰다. 지난 20일 청와대서 주재한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팀 모두가 완벽한 팀워크로 어려운 고용상황에 정부가 최선을 다한다는 믿음을 주고, 결과에 직(직책)을 건다는 결의로 임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정청 회의서 맞붙은 김&장
BH·여권 비상 “이대로 괜찮나”

문 대통령까지 나서 빠르게 진화에 나선 데 대해 정치권에선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진단한다. 첫 번째는 경제지표 악화로 여론이 흔들리는 상황서 ‘김(동연)&장(하성) 갈등’이라는 리스크까지 더해질 경우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문재인정부는 최악의 경제 성적표를 받았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2018년 7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101.0으로 전월보다 4.5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5월 이후 두 달 연속 하락으로 지난해 4월(100.8) 이후 1년3개월 만에 최하 수준이었다. 
 

하락폭 기준으로는 지난 2016년 11월(6.4포인트)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한국은행의 올해 고용 전망치는 9개월 사이 반 토막이 났다. 지난달 12일 발표한 ‘2018년 하반기 경제전망’에 따르면 상반기 고용여건은 취업자수 증가폭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만명에 그쳤다. 하반기에 21만명으로 확대돼 점차 개선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연간 취업자수는 월평균 18만명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전망된 월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야권은 즉각 문정부 경제정책의 상징과도 같은 소득주도성장을 겨냥해 파상공세를 펼쳤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장 실장,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 홍장표 소득주도성장 특별위원장, 김영주 고용노동부장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을 ‘경제 파탄 워스트 5’로 규정하고 이들을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통도 나서
“직을 걸어라”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두 달 전까지 70%를 웃돌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50%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청와대 내부의 위기감도 급격히 고조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김&장의 갈등이라는 불필요한 악재까지 겹치자 문 대통령이 직접 입을 연 것으로 풀이된다.

두 번째는 문 대통령이 김&장에게 최후통첩을 날렸다는 분석이다. 두 사람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국정 최대 화두로 떠올랐을 때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주장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고용에 부작용을 줄 수도 있다”는 논리였다.

반면 장 실장,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 등은 소득주도성장을 기초로 한 최저임금 인상을 강조했다. 김 부총리가 주장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부작용은 추정일 뿐이며 오히려 그간 최저임금을 인상했을 때 나타난 실제효과를 보면 긍정적인 경우가 훨씬 많다는 입장이었다.
 

지난 5월29일 청와대서 열린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를 계기로 ‘김동연 패싱론’이 급속히 확산됐다. 회의 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앞으로 장 실장이 주도해 관련 부처 장관들과 함께 경제 전반에 걸쳐 회의를 계속 개최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청와대가 경제사령탑인 김 부총리가 아닌 장 실장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목희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역시 5월30일 기자간담회서 “최저임금은 실증과 분석을 더 해봐야하기 때문에 김 부총리의 (최저임금) 속도조절론 발언은 적절치 않다”며 “좀 더 객관적인 지표와 동향분석이 나오고 말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 다른 김&장

문 대통령은 5월31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서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의 긍정적인 부분을 자신 있게 설명해야 한다”며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말해 장 실장 등 청와대 참모들에게 확실히 힘을 실어줬다.

당시 김동연 패싱론이 확산되자 청와대는 사후 약방문 격의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가 경제 전반에 걸친 권한을 기재부장관에게 줬기 때문에 경제부총리를 앉힌 것으로 그런 의미서 김 부총리가 컨트롤타워”라고 했다. 그러나 김동연 패싱론은 더욱 확산돼 경질설로 이어졌다.


김&장의 갈등은 참여정부 때 발생했던 이헌재 경제부총리와 386그룹 정치인들 간의 갈등과 기시감이 든다. 당시 여당의 젊은 의원들이 아파트 원가 공개를 추진하자 이 부총리는 “386세대가 대학 때 저항운동을 하느라 경제를 못 배워 시장경제를 모른다”고 지적했다. 

386그룹은 이 부총리가 야인 시절 받았던 은행 자문료 문제를 언론에 흘리며 보복에 나섰다. 386그룹과 충돌하던 이 부총리는 취임 1년 만에 사퇴했다.

청와대가 나서 사태 수습을 하고 있지만, 국회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와 같은 갈등이 계속적으로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야당의 모 의원실 보좌진은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은 물과 기름 같은 관계라 한 사람이 물러나지 않는 한 크고 작은 잡음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시각으로 경제를 바라본다는 게 그 이유다. 1996년 참여연대서 소액주주운동을 이끌었던 장 실장은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벌 개혁에 집중해왔다. 반면 거시경제 기획을 주로 했던 김 부총리는 규제 개혁을 강조해왔다. 성격도 장 실장은 ‘분위기 메이커’인데 반해 김 부총리는 말수가 적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1일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서 김 부총리는 작심한 듯 장 실장에 대한 속내를 드러냈다. ‘고용대란에 대한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느냐’란 질문에 김 부총리는 “장 실장은 청와대 안에 계신 스태프다. 전적으로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언뜻 책임지는 장관의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지만, 자신이 경제정책 컨트롤타워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부각시킨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어 김 부총리는 “다소간의 (견해) 차이는 있고 생각이 100% 같은 것이 건설적인 것도 아니다”라며 “(장 실장과는)전화도 자주 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말해 둘 사이에 이견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반면 장 실장은 취임 초 김 부총리와 함께 ‘경제 투톱’으로 거론되는 상황에 불쾌감을 보였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당 대표 때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려 했던 장 실장은 자신이 김 부총리와 레벨이 다르다고 봤을 것”이라고 했다.

BH정책실 VS 기재부 파워게임
수습했지만…불안한 시한폭탄

김&장의 갈등은 비단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문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정책실과 기재부 간 힘겨루기가 예사롭지 않다.

문 대통령은 집권 초 청와대 조직개편을 통해 지난 정부서 폐지됐던 정책실을 부활시켰다. 정책과 정무를 모두 맡아온 기존 비서실을 정무형 비서실과 정책을 총괄하는 정책실로 쪼갠 것이다. 

정책실장은 경제·사회·교육을 포함해 정책 전반을 체계적으로 실행하는 장관급 인사로 정했다. 정책실 산하에는 새로 신설되는 일자리수석과 함께 기존의 경제수석, 사회수석 등이 배치됐다. 일자리수석을 산하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실에 막강한 권력이 부여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정책실 부활과 관련해 당시 “(정책실 부활 이후)경제정책 문제에 청와대의 장악력이 커졌고, 교수 출신 경제수석비서관과도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기재부의 불만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기재부 안팎에서는 “정책실이 상왕처럼 군다”는 불만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기재부가 정부지원금 지급 시기 문제를 제기하자 장 실장 등 청와대 정책실이 기재부 간부를 불러 ‘복지부동 아니냐’고 비판했다는 후문이다.

또 정책실은 올해 초 기재부의 세수 예측 실패로 예산 집행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주장하면서 둘 사이에 불편한 관계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민관합동으로 운영하는 혁신성장본부에 대해서도 기재부는 혁신성장의 컨트롤타워가 될 것이라 기대감을 보인 반면, 정책실은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두 사람은 최근 논란을 의식한 듯 지난 22일, 국회서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하며 사태 진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장 실장은 이날 오후 재개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김 부총리와 매우 호흡을 잘 맞추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미리 회의장에 앉아있던 장 실장에게 다가가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건넸다. 추가적인 논란 확산을 잠재우기 위한 액션으로 풀이된다.

정책실 VS 기재부
장막 뒤 파워게임

그럼에도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이 물과 기름 같은 두 사람을 계속 지켜만 보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권 내서조차 두 사람의 갈등을 마냥 방치할 수 없다는 말도 들린다. 경제 투톱의 갈등이 문정부 경제정책의 안정성에 실금을 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금을 방치했다가 자칫 문정부 신뢰라는 둑을 무너뜨리는 일이 발생하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퍼지는 양상이다. 여권 내에서는 ‘김&장 리스크’라는 말까지 나도는 지경이다. 정치권은 과연 두 사람의 ‘불편한 동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정부 ‘중폭개각’ 어디?

청와대가 이르면 이번 주 추가적인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2일 “개각 대상에 대한 검증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대통령의 최종 결심이 남은 상황”이라고 알렸다.

서너 곳 이상의 부처 장관이 교체되는 중폭개각에 힘이 실린다. 청와대와 정부 안팎에서는 중폭개각이 이뤄질 경우 환경부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그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기무사 계엄령 문건’ 파동으로 군 장악력이 떨어진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교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가 개각 콘셉트로 구상한다고 발표한 ‘협치 내각’은 구현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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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