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선 막판 변수 ‘안철수 바람’

근혜가 뛰니 철수도 뛴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불꽃 튀는 경쟁이 시작됐다. ‘서울대첩’의 승리를 위해 유력 잠룡들까지 선거전에 뛰어들며 ‘대선 전초전’으로까지 여겨질 정도이다. 초반에 ‘안풍’이 불어 닥치며 여권에 위기감이 감돌자 ‘구원투수’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등 떠밀려 선거판에 뛰어들었고 판세는 역전됐다. 야권 역시 ‘박풍’의 효과가 반대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선거판으로 불러들일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근혜와 기싸움 이미 시작…장외대결 점화
안 “박원순 요청해 오면 지원 생각해 보겠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관심이 ‘박풍’과 ‘안풍’의 파괴력으로 옮겨 붙은 양상이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 지원사격에 나선 박근혜 전 대표와 박원순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후광효과가 얼마만큼 발휘될 것인지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무엇보다 박 전 대표의 지원유세 소식에 힘입어 나 후보가 부동의 1위를 지키던 박 후보를 역전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지난 13일 10·26 재보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가운데 박 전 대표가 4년 만에 선거 지원에 나섰다. 2007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 지원유세 이후 처음으로 나 후보의 지원사격에 나선 것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선거의 여왕’ 납시자
일거에 판세 역전?

그간 정치권은 ‘안철수 신드롬’이 불어 닥치며 크게 출렁거렸다. 이는 지난 4년 동안 줄곧 철옹성으로 여겨졌던 ‘박근혜 대세론’을 순식간에 무너뜨리기까지 했다. 이러한 안 원장의 지지를 받은 야권의 박 후보는 삽시간에 10·26 서울시장 재보선 여론조사에서 1위로 비약했고, 급기야 여권에 위기감을 안겼다. 이번 서울시장 재보선이 내년 총·대선의 바로미터라는 분석 때문이다.

가장 다급해진 건 박 전 대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처럼 수수방관할 경우 보수층의 이탈과 당 안팎의 비판에 직면하게 돼 이번 재보선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박 전 대표는 서울을 시작으로 재보선 ‘제2의 격돌지’인 부산을 찾아 동구청장 재선거 지원 유세 등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그간 친박계 인사들의 말에 따라 박 전 대표가 지원 의사를 알렸을 당시만 해도 나 후보에 대한 지원은 흉내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서울시장 보선 자체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박 전 대표이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봤던 것.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지원유세 첫날부터 서울 금천·구로구 일대의 산업공단 등을 돌며 나 후보와 공동유세로 7시간 가까이 강행군을 펼쳤다. 금천·구로구는 서울 지역 중 한나라당 지지율이 가장 낮은 곳으로, 홍준표 대표 역시 이 일대에서 첫 유세를 벌이는 등 지지층 끌어안기에 주력했다.

지원유세 틈틈이
정책발언 쏟아내

박 전 대표는 유권자들 앞에서 나 후보를 일컬어 ‘우리 나경원 후보’라고 표현하며 적극적인 유세를 펼쳤다. 박 전 대표는 특히 나 후보의 경쟁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장애아동에 대해 힘썼던 따뜻한 마음이 있다”며 “서울시정도 따뜻한 마음으로 이끌 것이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특히 선거 지원유세 첫날 박 전 대표는 각종 정책발언들을 쏟아내며 집중조명을 받았다. 구직자와의 간담회에서 박 전 대표는 “일자리 문제는 공동체 전체의 행·불행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라며 “복지의 핵심이 되는 것은 자신의 꿈을 이루고 자립과 자활을 위해 애쓰시는 분들을 적극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벤처기업인 간담회에선 “젊은 벤처인들이 실패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재도약할 수 있도록 정치권에서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는 또 “우선 집 구하기 어려운 분을 위해 다양한 공공주택을 지어 보급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집을 사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금융권에서 목돈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학생 안철수 존경해…젊은층 폭발적 지지
막판 ‘박’ 지원 유세로 박빙의 판세 뒤집을까? 


중소기업과 대기업 상생 문제에 대해서도 “시급한 게 양극화와 중소기업·대기업, 정규직·비정규직 문제”라며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높이고 노력한 만큼 성과를 공유하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성과공유제가 더 활성화되도록 하는 게 중소기업 돕는 길”이라며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박 전 대표의 적극적 지원유세와 맞물려 공개된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 나 후보가 박 후보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나며 의미 있는 성적을 거뒀다. 지난 13일 ‘서울신문-엠브레인’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나 후보는 47.6%를 얻어 44.5%의 박 후보를 3.1%p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지난 3일 박 후보가 야권후보로 선출된 뒤 나 후보는 많게는 10%p 가량 뒤처져 왔지만 점차 격차를 줄여왔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지지율을 뒤집은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전문가들은 박 전 대표의 지지 의사로 보수층이 결집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여론조사에서 ‘이번 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당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를 묻는 질문에는 박 후보가 44.1%로 37.5%의 나 후보를 6.6%p 앞섰다. 또 박 전 대표의 나 후보 지지선언 이후 지지후보를 바꾸었다는 응답자는 2.5%에 그쳤지만, 안 원장이 박 후보 지원에 나서면 지지후보를 바꾸겠다는 응답자는 6.6%나 됐다.

안철수 지원 여부에
세간의 관심 쏠려

게다가 ‘헤럴드경제-케이엠조사연구소’가 지난 11일 발표한 조사에서도 박 전 대표와 안 원장이 지원에 나설 경우 나 후보 40.5%, 박 후보 49.9%로 격차가 9.4%p로 격차가 벌어진 바 있다.

이는 안 원장의 행보가 향후 나 후보 지지층의 표심을 흔들어 놓을 잠재력이 그만큼 더 높음을 의미한다. 때문에 시선은 자연스레 안 원장이 박 후보의 구원투수로 등판할지에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안 원장은 지원 여부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12일 경기도 수원에 있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한국연구재단 주최로 열린 한 세미나에 참석, 서울시장 보선 지원 여부에 대해 “제가 인문학은 아는데 정치 쪽은 잘 모른다”며 애매한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앞서 안 원장은 박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된 다음날인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참 잘된 것 같다”며 간접적인 지지의사를 밝힌 바 있다.

안 원장은 지난 9일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의 저자사인회에서도 박 후보에 대한 강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는 “박 후보를 찍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당연하죠”라며 지금까지 한 발언 중 가장 강한 어조로 박 후보 지지 의사를 전달한 것. 이어 “박 후보가 도와달라고 요청하면 도울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요청이 오면) 그때 가서 생각해 보겠다”고 언급해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여권은 병역문제와 대기업 기부금 등을 놓고 박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집중 공세를 가한데 이어 박 전 대표까지 적극 나서 지원하며 조직적으로 야권에 대응하고 있다. 따라서 선거전이 계속 승부를 예측하기 힘든 박빙과 혼전 양상으로 진행되거나 박 후보가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다면 안 원장 측에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 후보 측 송호창 공동대변인은 “지금은 계획이 없지만 때가 되면 도움을 청할 수 있다”고 여지를 뒀다.

박풍 vs 안풍
정면 힘겨루기

손학규 민주당 대표 역시 지난 12일 저녁 한 언론사 주최의 특강에서 “무슨 일을 할 때 권유로 끌려나올 수 있지만 일단 끌려나오면 자기 뜻이 확고해져야 한다”며 “나라를 책임지고 싶으면 그것을 내놓고 보여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대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요구함과 동시에 코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보선에서의 역할을 주문한 것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현재의 상황은 박 후보로서도 그리 녹록치 만은 않아 보인다. 조만간 안 원장이 지원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이다. 결국 이번 선거전은 중도층과 대학생들이 존경하는 인물 1위로 꼽히며 젊은 층의 폭발적 지지를 받고 있는 안 원장의 지원유세가 막판 변수가 될 전망이다.

만약 안 원장까지 나서서 박 후보에 대한 지원 유세를 펼친다면 서울시장 보선은 이른바 ‘안풍’과 ‘박풍’의 힘겨루기 대결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