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이사장의 이상한 공약

때가 어느 땐데…장기집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새마을금고 비상근 이사장의 연임 제한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이는 올해 3월 새마을금고중앙회장으로 선출된 박차훈 회장이 지지층인 현직 이사장들의 임기보장을 위해 내세운 ‘비상근 이사장 연임제한 폐지’ 공약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취임 이후 각종 금융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데다 그를 둘러싼 구설도 계속되고 있다. 이사장 선출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해결책을 위한 조직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새마을금고법에 따르면 이사장의 임기는 4년 연임제로 2번 연임할 경우 최대 12년까지 직을 유지할 수 있다. 이사장의 임기제한이 있기 전까지는 무려 40년간 이사장을 역임한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이상한 공약
사실상 종신직

지난 2007년 정부서 새마을금고법을 개정해 한차례 연임만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2011년 ‘이사장 연임횟수 연장’에 대한 금고법이 국회에 상정, 2회 연임으로 바뀌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그러던 중 올해 3월 제17대 새마음금고중앙회장으로 선출된 박차훈 회장이 선거공약으로 ‘비상근 이사장 연임제한 폐지’를 내세워 각 새마을금고 이사장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당선됐다.

박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비상근 이사장 연임제한 폐지’ 에 대한 설문조사를 각 금고에 실시해 71.8%(822개 금고)의 찬성을 얻어 금고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과 관련해 최근 관계자라고 밝힌 A씨는 “이번에 당선된 새마을금고 중앙회장이 선거 공약으로 ‘전국 새마을금고이사장 동시선거’를 통해 ‘임기를 연장’하고 장기적으로는 연임제한을 폐지하고자 했으나, 선거 공약 지지층인 현직 이사장들이 임기연장 혜택을 보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자 비상근이 이사장으로 전환 시 연임제한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뢰받는 기관 만들 것” 포부로 취임
부정선거 의혹에 ‘종신직’ 추진 잡음

즉 연임 제한에 해당되는 이사장들이 새마을금고법 개정 이후 임기가 만료되기 전 상근에서 비상근으로 전환하는 경우 연임 제한 없이 이사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사실상 종신직으로 이사장을 할 수 있도록 새마을금고법을 개정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개정은 새마을금고의 발전을 저해하고 이사장들의 사욕을 채워주는 악법이 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서민금융을 선도한다는 새마을금고가 이사장들의 종신집권을 위한 금고법 개정에만 치중해 본인들의 사리사욕만을 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사장 선출 관련)선거법은 합리적인 방법으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게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지난 3일, 연임 제한 폐지는 새마을금고 신임 회장의 단순 공약 사업일 뿐 법률개정은 검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측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회장의 공약사항은 부정혼탁 선거를 예방하기 위한 동시선거 실시였다. 비상근이사장 연임 제한 폐지는 현재 전체 금고의 의견 수렴을 거쳐 검토 중이다. 아직 구체화된 것이 없다”고 전했다.

정부는 최근 새마을금고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원천 차단하고 금고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 대한 금융권리 보호 강화에 나섰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2월 새마을금고법 개정에 따른 시행령 개정을 최근 완료, 지난 6월27일부터 시행 중이다. 

정부 개입했지만…
내부적 자정 필요

시행령에 따르면,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과 기준을 정하고 과태료 부과기준을 신설해 금융기관의 우월적 지위 남용행위인 일명 ‘꺾기’를 상호금융권 최초로 법령으로 금지할 수 있도록 했다. 

‘꺾기’는 새마을금고가 여신거래를 하는 경우 차용인의 의사에 반해 예탁금, 적금 등의 상품 가입 또는 매입을 강요하는 행위를 뜻한다. 

개정 시행령에는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불공정거래행위의 구체적 유형 및 기준을 정하고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과태료 부과 기준이 신설됐다. 

여신거래와 관련해 차용인의 의사에 반해 예탁금, 적금 등 금고가 취급하는 상품의 해약 또는 인출을 제한하는 행위, 제3자인 담보제공자에게 연대보증을 추가적으로 요구하는 행위 등을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과 기준으로 정했다. 
 

불공정거래행위를 한 금고에게는 최대 2000만원, 임직원에게는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되 행위의 정도·횟수·동기 등을 고려해 감경·면제 또는 2분의 1범위에서 가중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새마을금고 내부 감시기구인 감사위원회의 위원을 이사회 선출에서 총회 선출로 개편하고 전국의 지역금고를 감사·감독하는 금고감독위원회를 신설하도록 법을 개정함에 따라 감사위원회의 외부위원과 금고감독위원회의 위원 자격 요건을 신설했다. 

감사위원회 외부위원 자격요건은 금고 또는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검사 대상 기관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을 것 등으로 정했다. 금고감독위원회 위원의 자격요건은 금고 또는 중앙회서 감사, 감독 또는 회계 관련 부문서 상근직으로 10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을 것 등으로 정해 전문성과 경험이 반영되도록 했다. 

이밖에 선거관리위원회 설치, 위원 결격사유 및 외부위원 자격요건, 위원장 선출방법, 관장 사무 등을 반영했다. 또 상호금융권 최초로 공명선거감시단을 법적 기구로 격상해 선거관리위원회에 설치하게 됨에 따라 그 구성과 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정했다. 

변성완 행안부 지역경제지원관은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새마을금고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금융 권리를 한층 강하게 보호하고 새마을금고 감독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계속 터지는 논란
갑질에 횡령까지

정부가 새마을금고 전반에 대한 수술 칼날을 들이댔지만 내부적 자정 노력 없이는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역 새마을금고서 갑질, 비리 등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정부가 지난해 12월 35년 만에 법개정을 통한 내부 감독체계 개선에 나섰지만, 이후에도 각종 논란과 의혹들이 터져 나오는 등 전혀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경북 구미의 한 새마을금고에서는 이사장이 결혼하면 퇴사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각서를 여직원들에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실제로 압박을 받은 여직원들이 사표를 제출했고, 수년간 이 새마을금고서 일했던 여직원들 중 결혼 후 그만둔 이들도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인천 서구의 한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직원들에게 회식에 쓸 개고기를 준비하도록 시키거나 회식 참석을 강요해 구설에 올랐다. 이 지역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또 손님들 사이에 여직원을 앉게 해 술을 따르게 했고, 직원들은 해당 이사장을 집단 고소해 경찰에 입건된 사건도 있었다. 

또 경기 안양 북부지역의 새마을금고 전 이사장은 직원에게 폭언과 폭설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이사장이 직원의 뺨을 때리고 정강이를 차는 등 무차별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이 지난해 9월 공개됐고, 새마을금고에 대한 비난 여론은 더욱 확산됐다.


대전지역 한 이사장은 아들의 채용 특혜와 횡령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아울러 특정 정당 가입을 압박하고 후원금 납부를 강요한 수원 팔달지역 임원, 10여년 간 여직원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이어온 부산 연제구 소재 새마을금고 임원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연달아 터지는 사건…신뢰 바닥
사실이면? 불명예 퇴진 가능성도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새마을금고는 올해 초 100억원 규모의 불법 대출 사건이 발생해 진통을 앓았다. 부산의 한 새마을금고서 자동차 담보대출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 B씨는 지인 100여명에게 명의를 빌린 후 관련 서류를 위조해 100억원에 달하는 불법 대출을 받고 지난해 11월 잠적했다. 이 새마을 금고의 자본금은 160억원대이다.

비슷한 규모의 대형 금융사고는 2013년에도 있었다. 밀양 SM새마을금고 영업총괄부장 C씨는 3년간 30회에 걸쳐 고객이 예치한 돈 94억여원을 빼돌렸다. C씨는 컴퓨터 작업 등으로 잔액 증명서를 위조해 매 분기 실시되는 자체 감사를 피했고, 금고 총무 업무를 총괄해 동료가 이를 눈치채기도 어려웠다.
 

새마을금고의 금융사고액은 2013년 200억원을 넘어섰고 2014년 40억원대, 이후 10억원대로 줄어들며 개선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올해 100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또다시 발생한 것이다. 또 대구 지역 금고에서는 이사장과 간부의 횡령 혐의가 적발돼 경찰 조사가 이뤄지는 등 지역 곳곳에서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박차훈 회장의 어깨도 무거워지고 있다. 박 회장은 기관 신뢰 회복을 중점 과제로 지목해왔다. 새마을금고는 잦은 금융사고와 지역 이사장들의 갑질 적발로 신인도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다. 

그동안 지역 금고서 각종 논란과 비리 문제가 계속해서 터지면서 내부통제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던 만큼 사상 첫 비상근회장인 박 회장에게 금융권서 기대하는 바는 컸다. 이에 부응하듯 박 회장은 취임 후 회장 직속 고충처리반 개설을 추진하는 등 지역 금고의 비리 차단에 나섰다.

불명예 퇴진?
좌불안석 이사장

하지만 제17대 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전국 대의원들에게 선물세트를 보낸 혐의를 받으면서 취임하자마자 신뢰도와 이미지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만약 박 회장을 둘러싼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불명예 퇴진 가능성도 높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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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