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숨긴 브랜드의 속내

“그래서 더 싸긴 싼 거야?”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PB(Private Brand/자체 브랜드) 상품의 성장이 거세다. 유통업체가 제조업체로부터 상품을 저렴하게 받아 유통업체가 자체 개발한 상표를 붙여 파는 상품을 일컫는 PB 상품은 최근 유통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과 유통업체가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기에 다양한 프로모션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한다. 많은 소비자는 이 같은 겉모습에 눈길이 준다. 그 속에 담긴 진실은 무엇인지 의심 없이 말이다.
 

대형마트가 주도하고 있는 국내 PB 시장. 마트의 이름이나 상징적인 색깔 등을 걸고 나오기 시작한 PB 상품들은 높은 가성비를 앞세워 소비자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PB 상품에 익숙지 않았던 소비자들도 대형마트의 적극적인 홍보와 마케팅에 힘입어 점차 PB 상품에 대한 경계심이 허물어지고 있다.

뒤통수

대형마트 측은 PB 상품 덕분에 매출 상승효과를 누리고, 소비자들은 가성비 높은 제품을 구매하기에 구매 만족도가 높다. 여기에 더해 PB 상품 구매가 국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경기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생산자 사진과 상품을 내건 모 대형마트들의 마케팅 효과로 보인다. 

대표적인 PB상품으로는 이마트의 ‘노브랜드’와 ‘피코크’를 꼽을 수 있다. 

피코크는 이마트가 2013년 가정간편식(HMR)으로 새롭게 탈바꿈한 브랜드다. 이마트는 ‘가성비’를 강조한 노브랜드의 상품 상표와 제품 포장비용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하며 기존 식품군에 한정됐던 상품영역을 TV, 무선청소기 등 가전 영역까지 확대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PB상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에 거주하는 A씨는 “아무래도 PB상품은 가격이 저렴하다는 인식이 있다 보니 저절로 손이 가는 것 같다”며 “제조업체가 따로 있는 줄은 몰랐다. 마트 브랜드라 그런지 신뢰감이 들어 구매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PB상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트렌드모니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PB상품 구매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기존 제품 대비 저렴한 가격(83.9%)’이었다. 

가성비 내세워 소비자에게 인기
PB상품 22%, 일반상품보다 비싸

또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20대 전체 응답자의 86%가 ‘PB상품을 직접 구매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들이 PB상품을 사는 이유로는 ‘가성비가 좋아서’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한국여성소비자조합이 지난해 7월, 서울시 내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코스트코를 대상으로 PB 상품 식품류 1127개와 생활용품류 611개, NB(제조업체 브랜드) 상품 식품류 641개, 생활용품류 309개의 가격을 각각 비교해본 결과, 총 74개 상품군 중 16개(21.6%) 상품군의 PB 상품이 NB 상품보다 오히려 높게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게다가 PB 상품의 고급화를 지향하는 프리미엄 PB 상품과 일반 PB 상품의 가격 차이가 최소 23.6%서 최대 96.1%까지 나타났다고 전했다. PB 상품을 믿고 구매한 소비자들에게는 가볍게 넘어갈 결과가 아닌 것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한 대형마트서 판매 중이 초코파이 PB 상품의 생산업체는 롯데다. H마트의 PB 라면 상품의 생산업체는 삼양이다. 음료, 껌, 우유, 제과 등 다양한 품목의 PB 상품의 제조사는 이름만 대면 알법한 국내 대형 제조기업들이다. 

심지어 계열사 상품으로 PB 상품을 출시하는 업체도 있다. 제조사는 기존의 생산라인과 기술력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고, 유통사는 생산 능력과 품질이 검증된 제조사와 함께하기에 이 같은 구조가 성립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주부 A씨는 조사 결과에 대해 “몇 해 전부터 PB 상품에 대한 포스터가 자주 눈에 띄었는데, 이제는 PB 전용 마트가 생겨날 정도로 규모가 확대된 것 같다”며 “단순히 가성비 좋은 상품을 구매한다는 생각으로 이용했는데, 이런 결과가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주부 B씨는 “브랜드가 없는 것을 표방한 PB 상품 포장에 인쇄된 내용이 결국 브랜드가 아니겠냐고 생각한 적은 있다”며 “일반 브랜드 상품보다 저렴한 품목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품목이 있다는 것이 소비자를 기만한 것이 아닌가 하는 배신감도 든다. 결국 소비자는 눈 뜨고도 당하는 구조가 이미 되어버린 것이 아닌지 아쉽다”고 전했다.

PB 상품이 많아진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렇게 입을 모은다. 

소비자 구매욕 자극
그 속에 담긴 진실은?

바로 ‘유통기업의 힘이 세졌기 때문’이다. 전체 종합소매 매출에서 대형마트를 통한 매출 비중이 매우 높다. 게다가 유통이 대기업 위주로 재편되며 유통기업의 위치가 제조기업보다 높아지게 됐다. 

결국 유통기업은 기획과 생산, 상표권과 같은 제조기업 고유의 영역까지 개입하게 됐고, 그런 유통기업 간의 가격경쟁이 치열해지기까지 해 궁여지책으로 PB 상품을 통한 비용 절감으로 유통마진을 남기고자 하는 것이다. 대형유통사의 슈퍼 갑(甲)이 만들어낸 기형적인 산물인 것이다.
 

수도권의 한 대학교수는 “유통시장이 독과점시장으로 변해가면 이에 대한 피해는 모두 소비자의 몫이다. 공급자 간 경쟁이 사라지면 소수의 공급자가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한 가격 인상은 불 보듯 뻔한 이야기”라며 “소비자가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면 PB 상품의 묻지마식 구매는 위험하다. 결국 스스로 PB 상품에 대한 꼼꼼한 비교와 양과 질 사이에서 선택의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난해 말, 유통업계 사업자 단체 대표들은 대형 유통업체가 중소업체로부터 납품받는 상품과 같거나 유사한 상품을 PB 상품으로 전환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소제조업체가 고유 브랜드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대형마트, 백화점, TV홈쇼핑, 온라인쇼핑몰, 편의점 등을 대상으로 한다.

기준 필요

한 전문가는 “기본적으로 PB 상품은 중소기업과 대형유통기업 간의 동반성장을 골자로 한다”면서 “중소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안전이 확보된 PB 상품의 유통과 철저한 품질 관리에 힘써 소비자와 제조사, 유통사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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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