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①말 많고 탈 많은 MB 사저 의혹 ‘넷’

앞에선 위풍당당 ‘도덕정부’ 뒤에선 은근슬쩍 ‘비리정부’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부라 자화자찬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스스로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퇴임 후 거처할 내곡동 사저부지 구입을 두고 갖가지 의문점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실명제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위반 등의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 지금껏 현 정권 실세들의 측근비리에 이어 이 대통령 본인마저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며 MB정부의 도덕성이 바닥을 치고 있다.

MB 퇴임 후 사저에 혈세투입 논란 ‘일파만파’
그린벨트 해제로 강남 노른자 땅…반값 구매


조용한 전원마을이던 내곡동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후 전입이 예고되며 시끌시끌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 측의 내곡동 부지 매입과정에서 각종 위법논란이 불거져 후폭풍이 거세게 불어 닥치고 있는 상태다. 내곡동 사저건립에 혈세투입 논란, 다운계약서 작성, 불법증여, 부동산실명제 위반 등 갖은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것. 이처럼 대통령 본인이 위법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며 현 정부의 ‘부도덕성의 결정판’이란 비판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먼저 이 대통령이 내곡동 사저 구입에 혈세가 투입됐다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대통령 이 퇴임 후 거처할 내곡동 사저를 아들 시형씨의 명의로 매입하고, 대통령실은 경호시설 부지를 대량 매입했다. 현행법상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사저는 대통령 개인이 부담하고, 경호시설 부분에 대해서는 국가가 예산을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

내곡동 부지의
이상한 땅거래

하지만 사저 부지의 지분을 따져봤을 때, 시형씨는 토지를 공시지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입하고, 대통령실은 공시지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한 것으로 드러난다. 결과적으로 사저 부지를 매입할 때 국민의 세금이 사용됐다는 주장이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1일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는 공시시지가 보다 1억6697만원 싸게 사면서 대통령실은 31억8615만원이나 더 주고 샀다”며 “아들이 부담해야할 취득비용을 국민의 세금으로 대통령실이 부담해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형씨는 사저부지를 공시지가 12억8697만원보다 1억6697만원 싼 11억2000만원에 산 반면 대통령실이 매입한 총 9필지 토지의 실매입가는 42억8000만원으로 공시지가 10억9385만원의 4배에 가깝다.

이에 이 대변인은 “시형씨가 부담해야 할 사저 구입비용을 대통령실이 국가예산으로 일부 부담한 담합의 의혹이 짙다”며 “이는 국가예산에 손해를 끼친 것으로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직격탄을 날렸고,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결국 땅을 약간 더 싸게 사기 위해 엄연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라며 질타했다.

게다가 공시지가보다 싼 거래로 ‘취득세’를 덜 내기 위해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즉 시형씨와 대통령실의 공동 명의로 되어 있는 20-30번지의 경우 시형씨는 공시지가 5364만원의 토지를 2200만원에, 20-36번지의 경우에도 시형씨는 공시지가 1억2513만원의 토지를 8025만원에 매입했다. 대통령실이 돈을 더 주고 구입한데 반해 시형씨는 땅을 ‘반값 구매’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의 사저를 당사자가 아닌 아들 명의로 거래가 이루어진 부분에서 ‘부동산실명제법 위반’과 ‘편법증여’ 논란도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안전상의 문제로 아들 명의로 계약했으며, 이후 이 대통령 본인의 명의로 바꿀 계획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굳이 부동산실명제 위반소지 및 복잡한 세금 납부절차를 감수하면서 차명으로 산 점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내곡동 사랑
MB‧SD 형제

또 청와대는 시형씨가 산 땅값이 더 싼 점에 대해 그린벨트가 많이 포함돼 싸졌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대변인은 “시형씨와 대통령실이 공동 구입한 사저터 3필지 중에 1필지만 그린벨트”라며 “오히려 경호실 부지 6필지 중 5필지가 그린벨트여서 대통령실이 구입한 땅에 그린벨트가 더 많다”고 밝혀 청와대의 해명엔 의혹만 짙어졌다.

여기에 특혜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 대변인은 지난 10일 C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대통령의 사저가 들어설 내곡동 땅에 대해 “(해당 부지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 그린벨트가 해제된 곳”이라며 “땅값이 올라갈 가능성, 개발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지역 부동산 전문가에 따르면 해당 지역은 지구단위 계획구역으로 지정돼 개발을 앞두고 있어 땅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 역시 그린벨트가 해제됐다고 해서 순식간에 땅값이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역시 땅값이 오른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았다.

게다가 내곡동 인근 지역에 보금자리 개발 바람을 타려는 부동산 투기 의혹이 더해져 대통령의 도덕성이 의심받고 있다. 또 전직 대통령의 사저가 들어설 경우 인근지역은 상당한 개발이익이 기대된다는 면에서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실제로 이 대통령 내곡동 사저 인근에 친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역시 약441평 정도의 땅을 소유하고 있는 점이 조명되고 있다.

이 의원이 올해 공개한 재산등록 내역을 보면, 이 의원은 내곡동 62-18번지부터 20번지까지 3필지 166㎡와 62-36번지부터 38번지까지의 3필지 1292㎡ 등 모두 1458㎡의 땅을 소유하고 있다. 재산등록 내역에는 이곳 땅의 지목은 모두 전(밭)으로 표기돼 있다. 등기부 등본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 이 의원은 1979년 5월 이 일대 땅들을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 주인은 왜 개발 앞둔 황금땅 싸게 넘겼나?
선거가 코앞인데 도덕적 만신창이로 ‘민폐 MB’

또 개발을 앞두고 상황에서 황금땅을 매매한 전 주인의 정체에도 자연스레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전 주인이 단순한 건물 매도인이 아니라 현 정부와 친분 관계가 있는 주인으로 보는 시각이 제기된 것. 전 주인이 1984년부터 20년 넘게 소유한 땅이 개발을 앞두고 땅값이 천정부지로 솟을 수 있는 상황에서 쉽게 매매했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 의원 역시 이곳에 오래 전부터 땅을 갖고 있어 쉽게 친분관계를 다졌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건물은 전 주인이 정부 고위층 등을 상대로 영업을 하던 고급 한정식집 ‘수양’으로 알려져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 마을의 한 주민은 그곳에 대해 “이전에는 고급 한정식당이라 일반인들이 이용하기는 부담스러운 곳이다”며 “예약제로 운영된 것 같고, 주인이 마을사람들과 평소 친분이 없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내곡동 부지 구입을 위해 전 주인을 압박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현재 전 주인은 미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내곡동 사저에 대해 갖가지 논란이 확산 되자 집권 여당인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까지 나서 지난 12일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경호동을 대폭 축소하도록 청와대에 요청했다”며 “사저 자체는 대통령 사비로 짓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지만 세금이 들어가는 경호동 문제는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질타하며 청와대와 선을 그었다.

청와대 역시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경호용지를 다른 용도로 물색하거나 매각할 것임을 알렸고, 장남 명의로 산 내곡동 사저 땅에 대해 매수절차를 거쳐 즉시 대통령 명의로 옮기도록 지시한 것으로 밝혔다.

궁색한 변명에
비난여론 들끓어


이대통령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므로 조그마한 허점도 남기면 안 된다”며 자신의 정권을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으로 규정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은 때만 되면 ‘공직기강을 바로 잡겠다’고 외쳤다. 게다가 지금껏 부정한 돈을 받은 적이 없어 다른 정권과는 다르다고 자부해 왔다.

하지만 그간 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비리 폭탄을 터뜨렸다. 여기에 이 대통령 본인마저 내곡동 사저구입을 두고 온갖 위법 의혹에 연루되며 현 정권의 도덕성이 만신창이가 됐다. 때문에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본격화하면서 ‘정권심판론’이 다시금 불거질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이는 내년 총‧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현 정부의 레임덕은 가속화될 전망이며 국정 운영에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때문에 청와대는 모든 의혹들에 대해 한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명쾌한 해명과 철저한 수습을 해야 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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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