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흔드는’ 국민청원 사연들 공개

회사 이름 나올라 노심초사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이 오는 17일 운영 1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말 못 할 고충을 하소연할 데 없는 청원인들이 청원 게시판을 이용하면서 많은 사연들이 세상에 알려졌다. 평가는 긍정적이다. 재계도 마찬가지만, 국민청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일요시사>서 관심이 필요한 게시글들을 모아봤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이하 청원 게시판)에는 많은 글들이 올라온다. 정책 제안부터 자신이 당한 억울한 일까지 국민이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을 게시판은 허용한다. 이에 따라 자신이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의 호소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 벌벌
임원들 긴장

기업에 대한 적폐 역시 국민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 분야다. 직간접적으로 의식주를 제공하는 직장을 제공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은 자사 관련 내용이 청원 게시판에 올라오면 부담스럽다. 하지만 그동안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청원인들의 목소리이기에 피할수 없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진행하고 있는 IBK기업은행서도 갈등의 목소리가 청원 게시판을 통해 알려지고 있다. IBK기업은행의 한 비정규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청원인은 현재 IBK기업은행이 진행하고 있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작년 가을 기업은행에서는 정부서 실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발맞춰 정규직 전환을 실시했다”며 “하지만 무늬만 정규직 전환일뿐 기업은행은 지금의 파견용역과 다름없는 자회사로의 동의없이 일방적인 자회사로의 전환을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표단 선출회의 문제제기 ▲협의기구 외부전문가의 일방적인 선정 ▲기업은행의 자회사 강행을 위한 억지주장과 꼼수 ▲근로자대표단 단장 김모씨의 기업은행과의 커미션 의혹 ▲김모씨의 기행과 악행 등을 주장했다.

그동안 말 못한 고충 하소연
사내서 당한 억울한 일 폭로

실제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보다는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향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롯데호텔서도 갑질 의혹이 나왔다. 지난 19일 청원 게시판에는 ‘롯데호텔 장xx 직원의 갑질을 제발 좀 멈춰주세요’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장xx라는 롯데 시그니엘 호텔의 헤드매니저를 고발하고 싶다"며 청원글을 게재했다. 

그는 “(장모씨가) 한 여직원이 임신을 했는데 ‘바쁜데 임신했다고 미친X’이라 소리 지르면서 직원들 다 있는데 모욕을 줘서 결국은 더 일하지도 모하고 휴직 쓰고 들어가게 만들었다”며 “성적인 농담이나 음담패설은 기본이다. 같이 일하는 다른 직원들도 정신병에 우울증 약까지 먹고 있고 심지어 자기 맘에 안드는 직원이라고 고객 게시판에 그 직원을 사칭하는 글이 올라오면 ‘돈 줘서 글 쓰게 한거냐’ ‘냄새 난다’ ‘그렇게 살지 말라고 모욕을 주곤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롯데호텔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롯데호텔 측은 해당 부서 전직원 인터뷰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허위·과장된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이미지 치명타
게시글 관리 중


최근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부동산앱 업계 1위 ‘직방’도 청원 게시글이 올라오면서 잡음이 나오고 있다. 

지난 23일 게시된 ‘부동산앱 직방의 갑질 행태 신고합니다’ 제하의 청원글에는 직방의 과도한 광고비 책정을 주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청원인은 “직방은 광고비 한개의 값외에 안심추천매물이라는 매물순위를 위로 올릴 수 있는 형태로 두배 넘는 광고비를 걷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부동산경기도 열악한 상황서 갑질은 정말 참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한달 전 부터는 2개월 단위로 광고비를 결제하라는 불공정하다고 느껴지는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1개월 단위는 결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며 횡포라고 주장했다.

숙박앱 ‘야놀자’ 역시 갑질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달 26일 청원 게시글 ‘숙박앱 야놀자의 갑질에 대해 경종을 울려야 한다’에는 야놀자의 성장에 담긴 숙박업 대표들의 고통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해당 청원인은 “야놀자는 숙박업 대표들이 내주는 예약 수수료 10%서 15%를 받는다”며 “지역별로 250만원서 300만원 하는 광고비를 지불해야 상단에 올라간다. 소상공인이 매월 이를 부담하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광고를 내지 않으면 15%의 징벌적 수수료를 징수한다”며 “야놀자가 TV나 버스 등에 막대한 광고세례를 퍼붓는 것은 숙박업 대표들의 눈물”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야놀자가 인터넷 숙박 예약업을 넘어 직접 사업에 진출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청원인은 “숙박업 대표들을 화나게 하는 것은 막강한 자금력과 인터넷 예약망을 기반으로 직접 프랜차이즈를 하는 것”이라며 “숙박업소 덕분에 회사가 커졌는데 이제 직접 선수로 뛰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업 제품 및 서비스의 소비자 불만도 청원 게시판에 상당수를 차지했다. 

보안시스템 서비스를 설치했으나 도둑이 들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청원글이 눈길을 끌었다. 지난 30일부터 청원을 받기 시작한 해당 청원에 따르면 청원인은 2년전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오면서 LGU+IOT 보안서비스를 설치했다. 

유상(2만원 상당)으로 제공되는 해당 서비스는 문 열림 감지 서비스 즉 창문이나 출입문이 열릴 경우 서비스 신청인에게 해당 사실을 알려주는 서비스다. 문제는 최근 청원인의 집에 도둑이 들면서부터다. 


청원인은 최근 도둑이 들었으나 보안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범인이 창문을 통해 출입했으나 알림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이었다.

청원인이 생각한 문제는 사후 대처였다. 청원인은 “보상관련 합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제공이 안 되니 쓰지 마라. 시스템을 확인해 정상화시킬테니 기다려달라는 등 수습방향 제시는 물론 이렇다할 대안을 주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SK매직 역시 소비자의 불만이 나왔다. 지난 1일 올라온 ‘SK매직 대기업횡포 고발합니다’ 게시글에는 정수기 렌탈과 관련된 문제점이 지적됐다. 청원인은 자신을 정수기 렌탈 사용자라고 소개하며 “2016년 6월 렌탈 계약 후 만 2년을 사용한 시점서 부품이 없다며 계약해지 혹은 새계약(3년 약정)을 (회사가)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을 목소리 대변
허위·과장 난무

이어 “1년만 사용하면 계약이 만기에 추가 2년(총 5년)을 사용하면 명의이전까지 약속한 상황이었다”며 “계약 유지경우 현재 3만9900원인 금액에 1만원이 추가된 4만9900원에 이용하라고 (회사측이)얘기했다”고 주장했다. 

해석에 따라서는 좀 더 높은 렌탈 비용을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청원인은 “새제품이 나올 때마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소비자의 골을 빼먹는 대기업의 갑질은 없어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간 갈등의 목소리도 청원 게시판을 통해 나왔다. 지난 1일 게시된 ‘롯데월드의 갑질과 소상공인의 눈물!!’ 청원글에 따르면 청원인은 작년 8월쯤 롯데월드에서 갑자기 매장 공실 생겼다면서 네일샵 입점을 요청받았다. 

롯데월드 측 요청이라서 다른 매장보다 저렴한 수수료로 입점했다. 

청원인은 “매장 위치는 옆 식당가 공사를 인해 어수선했고 유동인구가 적은 모서리 쪽이라서 직원들 월급 주기도 벅찬 상황이었다”며 “3개월 후 안쪽 식당 공사가 마무리됐고, CJ푸드가 입점하면서 매장 앞 유동인구는 늘어나게 됨에 따라 매출도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갑자기 새로 온 롯데월드 담당 매니저가 운영한지 1년도 안 되는 시점서 갑자기 나가라고 했다”며 “힘들때는 ‘투자해서 들어오라’ 하고 이제 좀 잘 되니까 ‘나가라’니 너무 황당했다”고 전했다. 

그는 “(롯데월드 측에) 부당함을 호소하자 롯데월드의 모든 매장들은 계약서상 3개월 갱신으로 돼있기 때문에 롯데월드가 원하면 무조건 나가야 하는 것”이라며 “어느 매장이 1년도 안되는 곳에 시설을 투자하고 들어 가겠느냐”고 반문했다.

꼼수 마케팅 고발
갑질 사례에 분노

해당 청원글은 게시글이 작성된지 이틀만인 3일 기준 현재 254명이 참여하면서 관심도가 고조되고 있는 양상이다. 향후 롯데월드 측의 대처가 주목되는 대목.

일자리를 구하는 과정서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청원인의 목소리도 있다. 해당 청원글은 지난달 27일 게시됐다.

‘코웨이콜센터면접’이라는 제목으로 게시된 글에 따르면 청원인은 지난 26일, 경기도 부천 중동에 있는 코웨이 A/S접수 콜센터 직원 공고 면접을 보게 됐다. 

45세인 한 청원인은 4명씩 앉아서 면접을 보는데 면접관으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 이력서를 보던 여성 면접관은 “40대 이상의 아줌마들이 득실거려서 본인이 이 센터를 하면서 거르는 중이라며 지금도 40대 아줌마들은 골라내고 있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면접관이 40대 이상의 아줌마들은 전산도 느리다면서 근거 없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가 하면, 면접보던 사람들 중 유일한 40대 중반의 저에게 수치심과 모욕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면접공고 당시 나이제한을 두든지 왜 코웨이라는 이름을 걸고 나이제한 없다고 직원모집 공고를 해서 면접 보게 해놓고 그런 말(40대 여성을 비하는 말)을 하는지 너무 억울하고 창피했다”고 전했다. 

이어 “저같은 수치를 똑같이 겪을 절실히 직장을 구하려고 면접보실 다른 분들을 나이든 분들의 최소한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이같은 차별 압박면접에 대한 규정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홍보업계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 국민청원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는 바이지만 사실 관계 확인이 어려운 내용이 다수 포함돼있어 자사가 홍보하는 매체가 거론될 경우 곤란한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부고발자 
보호는 글쎄∼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기업들로부터 이른바 ‘갑질을 당했을 경우 호소할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활성화 되면서 청원인들이 자신이 겪은 부당함을 호소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청와대가 정의한 국민청원 의미는?

국민청원은 그 존재 자체로 논란이 되기도 한다. 명예훼손·허위사실 공표·욕설·비방 등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엄격하게 이 같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글을 관리한다며 순기능에 주목했다. 청와대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청원 게시판이 국민의 놀이터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국민 청원 책임자인 정혜승 뉴미디어비서관은 이날 오전 청와대 페이스북 라이브 <11:50분 청와대입니다>를 통해 “(청원 게시판이) ‘놀이터’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국민의 놀이터로 가능할 수 있다. 장난스럽고 비현실적인 제안도 이 공간에선 가능하고, 국민들이 분노를 털어놓을 곳도 필요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그 과정서 공감을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욕설, 비방, 허위사실 공표, 명예훼손, 선정적인 내용과 청소년에게 유해가 될 내용은 삭제할 수 있다고 공지하고 있다”며 “모든 제도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는데 현재로서는 순기능이 크다고 보고 있고, 세심하게 대응하면서 가겠다”고 말했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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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