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흔드는’ 국민청원 사연들 공개

회사 이름 나올라 노심초사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이 오는 17일 운영 1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말 못 할 고충을 하소연할 데 없는 청원인들이 청원 게시판을 이용하면서 많은 사연들이 세상에 알려졌다. 평가는 긍정적이다. 재계도 마찬가지만, 국민청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일요시사>서 관심이 필요한 게시글들을 모아봤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이하 청원 게시판)에는 많은 글들이 올라온다. 정책 제안부터 자신이 당한 억울한 일까지 국민이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을 게시판은 허용한다. 이에 따라 자신이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의 호소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 벌벌
임원들 긴장

기업에 대한 적폐 역시 국민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 분야다. 직간접적으로 의식주를 제공하는 직장을 제공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은 자사 관련 내용이 청원 게시판에 올라오면 부담스럽다. 하지만 그동안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청원인들의 목소리이기에 피할수 없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진행하고 있는 IBK기업은행서도 갈등의 목소리가 청원 게시판을 통해 알려지고 있다. IBK기업은행의 한 비정규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청원인은 현재 IBK기업은행이 진행하고 있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작년 가을 기업은행에서는 정부서 실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발맞춰 정규직 전환을 실시했다”며 “하지만 무늬만 정규직 전환일뿐 기업은행은 지금의 파견용역과 다름없는 자회사로의 동의없이 일방적인 자회사로의 전환을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표단 선출회의 문제제기 ▲협의기구 외부전문가의 일방적인 선정 ▲기업은행의 자회사 강행을 위한 억지주장과 꼼수 ▲근로자대표단 단장 김모씨의 기업은행과의 커미션 의혹 ▲김모씨의 기행과 악행 등을 주장했다.

그동안 말 못한 고충 하소연
사내서 당한 억울한 일 폭로

실제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보다는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향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롯데호텔서도 갑질 의혹이 나왔다. 지난 19일 청원 게시판에는 ‘롯데호텔 장xx 직원의 갑질을 제발 좀 멈춰주세요’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장xx라는 롯데 시그니엘 호텔의 헤드매니저를 고발하고 싶다"며 청원글을 게재했다. 

그는 “(장모씨가) 한 여직원이 임신을 했는데 ‘바쁜데 임신했다고 미친X’이라 소리 지르면서 직원들 다 있는데 모욕을 줘서 결국은 더 일하지도 모하고 휴직 쓰고 들어가게 만들었다”며 “성적인 농담이나 음담패설은 기본이다. 같이 일하는 다른 직원들도 정신병에 우울증 약까지 먹고 있고 심지어 자기 맘에 안드는 직원이라고 고객 게시판에 그 직원을 사칭하는 글이 올라오면 ‘돈 줘서 글 쓰게 한거냐’ ‘냄새 난다’ ‘그렇게 살지 말라고 모욕을 주곤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롯데호텔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롯데호텔 측은 해당 부서 전직원 인터뷰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허위·과장된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이미지 치명타
게시글 관리 중


최근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부동산앱 업계 1위 ‘직방’도 청원 게시글이 올라오면서 잡음이 나오고 있다. 

지난 23일 게시된 ‘부동산앱 직방의 갑질 행태 신고합니다’ 제하의 청원글에는 직방의 과도한 광고비 책정을 주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청원인은 “직방은 광고비 한개의 값외에 안심추천매물이라는 매물순위를 위로 올릴 수 있는 형태로 두배 넘는 광고비를 걷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부동산경기도 열악한 상황서 갑질은 정말 참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한달 전 부터는 2개월 단위로 광고비를 결제하라는 불공정하다고 느껴지는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1개월 단위는 결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며 횡포라고 주장했다.

숙박앱 ‘야놀자’ 역시 갑질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달 26일 청원 게시글 ‘숙박앱 야놀자의 갑질에 대해 경종을 울려야 한다’에는 야놀자의 성장에 담긴 숙박업 대표들의 고통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해당 청원인은 “야놀자는 숙박업 대표들이 내주는 예약 수수료 10%서 15%를 받는다”며 “지역별로 250만원서 300만원 하는 광고비를 지불해야 상단에 올라간다. 소상공인이 매월 이를 부담하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광고를 내지 않으면 15%의 징벌적 수수료를 징수한다”며 “야놀자가 TV나 버스 등에 막대한 광고세례를 퍼붓는 것은 숙박업 대표들의 눈물”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야놀자가 인터넷 숙박 예약업을 넘어 직접 사업에 진출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청원인은 “숙박업 대표들을 화나게 하는 것은 막강한 자금력과 인터넷 예약망을 기반으로 직접 프랜차이즈를 하는 것”이라며 “숙박업소 덕분에 회사가 커졌는데 이제 직접 선수로 뛰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업 제품 및 서비스의 소비자 불만도 청원 게시판에 상당수를 차지했다. 

보안시스템 서비스를 설치했으나 도둑이 들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청원글이 눈길을 끌었다. 지난 30일부터 청원을 받기 시작한 해당 청원에 따르면 청원인은 2년전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오면서 LGU+IOT 보안서비스를 설치했다. 

유상(2만원 상당)으로 제공되는 해당 서비스는 문 열림 감지 서비스 즉 창문이나 출입문이 열릴 경우 서비스 신청인에게 해당 사실을 알려주는 서비스다. 문제는 최근 청원인의 집에 도둑이 들면서부터다. 


청원인은 최근 도둑이 들었으나 보안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범인이 창문을 통해 출입했으나 알림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이었다.

청원인이 생각한 문제는 사후 대처였다. 청원인은 “보상관련 합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제공이 안 되니 쓰지 마라. 시스템을 확인해 정상화시킬테니 기다려달라는 등 수습방향 제시는 물론 이렇다할 대안을 주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SK매직 역시 소비자의 불만이 나왔다. 지난 1일 올라온 ‘SK매직 대기업횡포 고발합니다’ 게시글에는 정수기 렌탈과 관련된 문제점이 지적됐다. 청원인은 자신을 정수기 렌탈 사용자라고 소개하며 “2016년 6월 렌탈 계약 후 만 2년을 사용한 시점서 부품이 없다며 계약해지 혹은 새계약(3년 약정)을 (회사가)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을 목소리 대변
허위·과장 난무

이어 “1년만 사용하면 계약이 만기에 추가 2년(총 5년)을 사용하면 명의이전까지 약속한 상황이었다”며 “계약 유지경우 현재 3만9900원인 금액에 1만원이 추가된 4만9900원에 이용하라고 (회사측이)얘기했다”고 주장했다. 

해석에 따라서는 좀 더 높은 렌탈 비용을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청원인은 “새제품이 나올 때마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소비자의 골을 빼먹는 대기업의 갑질은 없어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간 갈등의 목소리도 청원 게시판을 통해 나왔다. 지난 1일 게시된 ‘롯데월드의 갑질과 소상공인의 눈물!!’ 청원글에 따르면 청원인은 작년 8월쯤 롯데월드에서 갑자기 매장 공실 생겼다면서 네일샵 입점을 요청받았다. 

롯데월드 측 요청이라서 다른 매장보다 저렴한 수수료로 입점했다. 

청원인은 “매장 위치는 옆 식당가 공사를 인해 어수선했고 유동인구가 적은 모서리 쪽이라서 직원들 월급 주기도 벅찬 상황이었다”며 “3개월 후 안쪽 식당 공사가 마무리됐고, CJ푸드가 입점하면서 매장 앞 유동인구는 늘어나게 됨에 따라 매출도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갑자기 새로 온 롯데월드 담당 매니저가 운영한지 1년도 안 되는 시점서 갑자기 나가라고 했다”며 “힘들때는 ‘투자해서 들어오라’ 하고 이제 좀 잘 되니까 ‘나가라’니 너무 황당했다”고 전했다. 

그는 “(롯데월드 측에) 부당함을 호소하자 롯데월드의 모든 매장들은 계약서상 3개월 갱신으로 돼있기 때문에 롯데월드가 원하면 무조건 나가야 하는 것”이라며 “어느 매장이 1년도 안되는 곳에 시설을 투자하고 들어 가겠느냐”고 반문했다.

꼼수 마케팅 고발
갑질 사례에 분노

해당 청원글은 게시글이 작성된지 이틀만인 3일 기준 현재 254명이 참여하면서 관심도가 고조되고 있는 양상이다. 향후 롯데월드 측의 대처가 주목되는 대목.

일자리를 구하는 과정서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청원인의 목소리도 있다. 해당 청원글은 지난달 27일 게시됐다.

‘코웨이콜센터면접’이라는 제목으로 게시된 글에 따르면 청원인은 지난 26일, 경기도 부천 중동에 있는 코웨이 A/S접수 콜센터 직원 공고 면접을 보게 됐다. 

45세인 한 청원인은 4명씩 앉아서 면접을 보는데 면접관으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 이력서를 보던 여성 면접관은 “40대 이상의 아줌마들이 득실거려서 본인이 이 센터를 하면서 거르는 중이라며 지금도 40대 아줌마들은 골라내고 있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면접관이 40대 이상의 아줌마들은 전산도 느리다면서 근거 없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가 하면, 면접보던 사람들 중 유일한 40대 중반의 저에게 수치심과 모욕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면접공고 당시 나이제한을 두든지 왜 코웨이라는 이름을 걸고 나이제한 없다고 직원모집 공고를 해서 면접 보게 해놓고 그런 말(40대 여성을 비하는 말)을 하는지 너무 억울하고 창피했다”고 전했다. 

이어 “저같은 수치를 똑같이 겪을 절실히 직장을 구하려고 면접보실 다른 분들을 나이든 분들의 최소한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이같은 차별 압박면접에 대한 규정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홍보업계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 국민청원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는 바이지만 사실 관계 확인이 어려운 내용이 다수 포함돼있어 자사가 홍보하는 매체가 거론될 경우 곤란한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부고발자 
보호는 글쎄∼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기업들로부터 이른바 ‘갑질을 당했을 경우 호소할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활성화 되면서 청원인들이 자신이 겪은 부당함을 호소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청와대가 정의한 국민청원 의미는?

국민청원은 그 존재 자체로 논란이 되기도 한다. 명예훼손·허위사실 공표·욕설·비방 등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엄격하게 이 같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글을 관리한다며 순기능에 주목했다. 청와대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청원 게시판이 국민의 놀이터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국민 청원 책임자인 정혜승 뉴미디어비서관은 이날 오전 청와대 페이스북 라이브 <11:50분 청와대입니다>를 통해 “(청원 게시판이) ‘놀이터’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국민의 놀이터로 가능할 수 있다. 장난스럽고 비현실적인 제안도 이 공간에선 가능하고, 국민들이 분노를 털어놓을 곳도 필요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그 과정서 공감을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욕설, 비방, 허위사실 공표, 명예훼손, 선정적인 내용과 청소년에게 유해가 될 내용은 삭제할 수 있다고 공지하고 있다”며 “모든 제도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는데 현재로서는 순기능이 크다고 보고 있고, 세심하게 대응하면서 가겠다”고 말했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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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