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오락가락 행보’에 좌초 위기 민주당

갈 길 멀고 날 어두워지는데 선장은 꾸벅~꾸벅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문풍’ ‘안풍’에 이어 ‘박풍’까지 불어 닥치며 제1야당 민주당이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지난 3일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시민후보 박원순 변호사가 탄탄한 조직력을 갖춘 민주당 후보 박영선 의원을 누른 것. 여기에 손학규 대표의 ‘사퇴 철회 파동’까지 더해져 민주당이 휘청거리는 상황이다. 때문에 현재 민주당은 “변해야 산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향후 거센 변화와 쇄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안풍‧문풍‧박풍’에 제1야당 민주당 존재감 상실
젊은 계층 민주당 거부정서로 체질개선 불가피 

‘박원순 바람’의 파괴력은 생각보다 거셌다. 지난 3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후보 선출 투표에서 시민운동가 출신 박원순 후보가 당선된 것. 이에 당원들의 탄탄한 조직표를 앞세워 ‘박영선의 대역전극’을 기대했던 민주당은 맥없이 무너졌다.

책임론에 휩싸인 손학규 대표는 고심 끝에 ‘사퇴’라는 초강수를 뒀고, 민주당은 요동쳤다. 그는 “경선에서 박 후보가 축복 속에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됐지만 60년 전통의 제1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한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라며 “당 대표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민주당의 혁신과 국민의 신뢰 회복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5일 의원총회에 참석한 65명의 의원들이 만장일치로 손 대표의 사퇴를 극구 만류하자 손 대표는 사퇴를 전격 철회했다. 이렇게 손 대표의 사퇴 파동은 단 하루 만의 해프닝으로 마감했지만 민주당은 만신창이가 된 모양새다.

탄탄한 조직력
‘민심’에 와르르

가장 시급하게 당면한 지적은 위기상황에서 대안능력이 없다는 점을 그대로 노출시켰다는 점이다. 또 손 대표가 경선 패배 직후 비전제시를 하지 못한 점은 리더십 한계라는 지적이다. 사퇴 파동으로 갈지자(之)자 행보를 보인 손 대표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당이 재보선과 전당대회 등을 앞두고 정치적 임무가 막중한 상황에서 대표직을 사퇴했다 번복한 것은 책임감이 부족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번 후보 단일화 경선을 통해 젊은 계층이 보수진영인 한나라당 못지않게 민주당에도 거부반응을 보였다는 점도 확인됐다.
특히 젊은 계층이 시민후보에 열광하는 모습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의 필승을 장담하는 민주당에 크나큰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그간 민주당은 시민후보들에 의해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이 상실되었을 뿐 아니라, 당내 유력 대권주자인 손 대표에게도 치명상을 안겼기 때문이다. 얼마 전 ‘문재인안철수 돌풍’이 휘몰아치며 민주당의 유력 잠룡인 손 대표의 지지율은 한순간에 반토막 나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여기에 최근 ‘박원순 쓰나미’까지 더해지며 민주당은 ‘제1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하는 불임정당’이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듣게 된 상황이다.

그간 정치권은 시대착오적인 좌우 이념논쟁과 지역갈등을 부추기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끊이지 않는 권력형 비리는 정치 혐오증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들이 기존 정당정치에 혐오와 불신을 갖는 가장 큰 이유이다.

최근 부패하고 부조리한 정치판을 국민 스스로가 바꿔보자는 변화의 움직임이 일며 시대정신에 부합한 ‘제3의 인물’들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으로 받아들여진다. 

민주-진보 진영
힘 합쳐야 ‘필승’

비정치권 인사이지만 신선하다고 평가받는 시민후보들이 정계에서 거론될 때마다 국민 신뢰를 한몸에 받으며 ‘블랙홀’처럼 민심을 빨아들여 정국을 요동치게 만들었던 것.

특히 이러한 움직임은 비교적 진보 색채를 지닌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여서 유난히 야권이 타격을 많이 입었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에 점점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는 민주당의 입장에선 체질개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긴박했던 몇날며칠을 보내고 돌아온 손 대표도 “이대론 안 된다”는 위기감을 느꼈을 터. 전격적으로 재신임을 받으며 지도력을 확보한 손 대표는 앞으로 2개월 동안 당의 쇄신과 1026 서울시장 보선의 승리, 야권통합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손 대표가 사퇴를 철회하며 가장 먼저 강조한 것도 당 쇄신과 야권통합이었다. 심상치 않은 민심의 변화에 민주-진보 진영이 힘을 합쳐 승부를 펼쳐야 서울시장 보선부터 내년 총대선까지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때문에 꺼져가던 야권통합 전당대회의 불씨도 되살아나고 있는 것.

손 대표는 지난 5일 사퇴철회 기자회견에서 “지금 이 시대 민주당은 당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금의 민주당만 보지 말고, 더 큰 시야로 민주당이 민주진보 진영 전체를 품어야 할 것이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뱉었다.

민주-진보측 통합정당 창당론 다시 고개 내밀어
‘사퇴 파동’ 손 서울시장 당선시켜야 상처 아물듯


그는 당초 사퇴를 결심하게 된 것도 “작은 민주당에 갇히고자 하지 않았다. 뼈저린 자기 성찰을 통해 더 큰 민주당으로 나가기 위한 몸부림이었다”고 해명했다.

지난 6일 손 대표는 박 후보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에 형식적으로 입당하느냐 안하느냐는 문제에 대해서는 편하게 생각하셔서 입당문제에 대해 박 후보를 해방 시켜주자는 생각이다”며 “우리는 박 후보가 더 큰 민주당의 후보라 생각하고, 서울시장 선거를 위해서 나를 비롯해 온 민주당이 몸을 바쳐서 임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손 대표의 발언 역시 ‘야권단일후보’란 개념을 ‘대통합의 정신’에 입각해 정치적 공간을 민주당에서 벗어나 야권 진영 전체로 확장시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때문에 박 후보가 설령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민주당의 후보라고 생각하고 당 차원에서 총력 지원하겠다는 의지의 일단이다.

이처럼 손 대표가 야권통합에 두 팔을 걷어붙인 만큼 급속도로 긍정적 합의가 도출될 시 민주당은 전당대회가 아닌 ‘민주-진보 진영의 창당대회’가 될 수 있다는 섣부른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손 대표는 사퇴 파동을 겪으며 대권레이스와 리더십에 상당한 상처를 입었다. 이에 손 대표는 야권통합과 아울러 야권 진영의 박 변호사가 서울시장에 당선되어야 상처를 어느 정도 치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손 대표는 박 후보의 당선을 위해 누구보다도 열심히 지원유세를 벌일 것으로 보이며,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박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자임할 방침이다. 박 후보는 손 대표와 만난 뒤 “(손 대표가) 그야말로 백지수표를 줬다”며 “(선대위가) 드림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박 후보의 선대위를 야당과 시민단체를 망라한 통합형으로 꾸릴 예정이다. 박 후보 측 송호창 대변인은 “야권 단일화 경선 합의문에 서명한 모든 야당과 시민사회 대표자들이 선대위원장을 맡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뿐만 아니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등 시민사회 정당 대표자를 총망라하는 메머드급 선대위가 구성될 예정이라는 것.

범야권 선대위
잠룡 포진 ‘드림팀’

민주당 역시 당력을 모아 박 후보에게 선대위 인력 지원 등 서울시장 당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정장선 민주당 사무총장은 “박 후보 당선에 ‘올인’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때문에 야권으로서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야권의 대통합 가능성과 대선주자들의 선거 경쟁력을 동시에 시험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손 대표는 꽤 오래 전부터 본인이 직접 전국을 돌며 새로운 인재 영입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가 발탁한 인재들이 대거 당으로 들어오면 이른바 ‘호남 물갈이’를 비롯해 인적 쇄신이 대대적으로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급작스럽게 사퇴의사를 밝히며 당을 ‘암초’ 인근으로 끌고 간 손 대표. 이에 ‘돌아온 선장’ 손 대표의 양어깨에는 좌초 위기에 처한 민주당을 구해내야 할 더욱 막중한 책무가 지워졌다.

결의에 찬 손 대표 역시 민주당의 거센 변화의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과연 손 대표는 제1야당인 민주당의 자존심을 다시 회복하고 무난히 대권가도를 완주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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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