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사돈 리스크 막전막후

사정 칼날이 로열 혼맥 난도질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현재 재계의 분위기는 전전긍긍이다. 최근 사정기관의 압박이 거세기 때문이다. 사정권 밖의 기업도 안심할 수 없다. 다양한 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혀있어 언제든지 사정 칼날 위에 설수 있다는 부담감이 있다. 최근에는 사돈기업에 대한 압박이 높다. 사돈관계가 또 다른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재계는 현재 3·4세 경영인이 주름잡고 있다. 회사 창업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던 창업주와 2세대 경영인들이 세월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3·4세 후계자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은 다양한 혼맥으로 얽혔다.

사각지대 거래
특혜·부당거래

재계서 오랜 기간 사업을 영위한 그룹의 경우 대부분 직간접적인 혼맥으로 얽혀있는 모습이다. 혼맥으로 이어진 그룹들 간 거래가 발생하면 특혜성 거래 아니냐는 의혹의 시각을 받게 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존재한다. 

서로 간에 이해관계가 맞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거래를 할 경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단순히 거래 자체만으로도 의혹의 시선을 쉽게 거두지 않는다.

문재인정부가 내세운 적폐 청산 작업에 따라 재계 역시 적폐로 분류되는 모든 것에 대한 검증작업에 들어갔다. 지금까지는 승계 자체에 초점을 맞춰 사정의 칼날을 세웠다면 최근에는 혼맥까지 염두에 두고 사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 사정기관이 현대자동차그룹과 삼표그룹 간의 거래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는 점도 사돈기업이라는 특수성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도원 삼표 회장은 경복고 선후배 사이로 지난 1995년 정도원 회장의 장녀 지선씨가 정몽구 회장의 장남 정의선 부회장과 결혼하면서 사돈지간이 됐다.

이 때문에 두 그룹 간 거래를 두고 특혜성 논란이 따라다녔다. 시민단체는 이들 그룹 사이의 거래에 편법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회(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전국금속노조 등은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의 일감몰아주기 혐의에 대해 공정위에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국세청·경찰·검찰…사정기관 거센 압박
적폐청산 작업 따라 현미경 검증 들어가

이들 시민단체들은 “현대글로비스는 정몽구 현대차 그룹의 사돈 기업이며 석회석 운반에 대한 특별한 기술과 노하우가 없는 삼표에 운송업무를 재하도급해 불필요한 거래단계를 추가해 통행세를 챙기도록 했다”며 “현대제철은 거래 과정서 실질적 역할이 없는 현대글로비스를 거쳐 물류 계약을 맺도록 해 글로비스에 부당지원을 한 혐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이 움직이자 공정거래위원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정위는 현대차 그룹이 삼표 그룹에 부당지원을 한 사실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세청도 지난 4월 삼표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돈지간에 기업이 비슷한 시기에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삼표그룹 측은 정기세무조사라는 입장이지만 지난달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 조사원을 투입해 현대엔지니어링에 대한 회계자료를 확보하면서 두 그룹간 부당거래 의혹 검증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따라 향후 조사 결과에 눈길이 쏠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사돈지간이 ‘기업인-기업인’ 형식뿐만 아니라 ‘정치인-기업인’간 사돈지간도 특혜성 거래 및 비호에 대한 의심이 나온다.
 

최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이 단단히 털리고(?) 있는 중이다. 한국타이어와 효성그룹은 이 전 대통령 사돈기업이다. 이 전 대통령의 셋째 딸 수연씨가 조양래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회장의 아들 조현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과 결혼하면서 한국타이어는 이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이 됐다. 

또 조 회장의 형이 조석래 전 효성 회장이기 때문에 효성 역시 이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사돈기업까지 
벌벌 떠는 재계

한국타이어의 경우는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실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됐다. 특히 당시 조사에 조사4국 요원이 투입되면서 강한 압박이 예상됐다. 국세청 조사4국은 대기업 탈세나 비자금 조성 혐의 등을 포착했을 때 비정기적인 세무조사를 실시한다. 이른바 특별세무조사다. 

따라서 향후 한국타이어는 거센 검증의 칼날 위에 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정부 및 공정거래위원회는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타이어가 특별세무조사에서 그간의 일감몰아주기가 정당했는지 집중적으로 검증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문제될 법한 계열사를 다수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계열사가 시스템관리 및 시스템통합 서비스 제공 등을 사업 목적으로 하는 엠프론티어다. 2000년 8월 설립된 엠프론티어는 한국타이어그룹의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지분 40%를 가지고 있다. 

이외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대표이사 24%, 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24%, 조 회장 장녀 조희경씨 12% 등이 지분을 가지고 있다. 특수관계자 지분이 100%에 달하는 셈. 엠프론티어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지난해 653억5411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506억2300만원을 일감몰아주기로 올렸다.

전체 매출의 77.45%에 달하는 비중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엠프론티어가 조현식·현범 대표이사의 승계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신양관광개발 역시 한국타이어의 계열사로서 공정위의 사정권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양관광개발은 1982년 12년18일 설립돼 건물 및 시설관리용역과 부동산임대업을 영위하고 있다. 

신양관광개발 지분은 조현식 대표이사가 44.12%, 조현범 대표이사가 32.65%를 가지고 있다.

이외 조희경씨와 조희원씨가 각각 17.35%, 5.88%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조 회장의 자녀가 지분 전부를 가지고 있는 회사로서 오너 일가 개인회사다. 신양관광개발은 지난해 153억7656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계열사와의 거래는 23억8157만원 수준이었다. 내부거래 비중은 15.4% 수준이었다. 
 

현재 한국타이어그룹은 승계 작업이 마무리된 회사가 아니다. 그룹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최대주주는 23.59%(지난 3월31일 기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조 회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승계 자금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는 이들 회사에 대한 제재에 들어갈 경우 그룹 지배력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재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해외부동산에 대한 의혹의 시선도 있다. <일요시사>는 ‘한국타이어 조씨 일가 해외부동산 공개’ 제하의 기사를 통해 조 회장 일가의 해외부동산 매입 과정을 살펴봤다. 조 회장 일가는 하와이에 200억원대의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과정에 대해 의혹이 쏠렸다. 

따라서 해외부동산을 매입하는 과정이 투명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검증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효성그룹 역시 사정기관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4월 공정위는 계열사를 동원해 사익편취를 했다며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및 경영진들을 검찰에 고발해 조치했다.

공정위는 또 효성에 17억2000만원,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에 12억3000만원, 효성투자개발에 4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효성그룹 총수 2세 조현준 회장이 지배주주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2012년 이후 계속된 심각한 영업난·자금난으로 2014년말 퇴출 직전의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효성 재무본부는 여러 계열사를 통해 자금을 지원했다. 

2014년 11월 효성 재무본부는 검토 끝에 효성투자개발을 통해 직접 금융회사를 섭외하고 지원 방안을 기획·설계했다. 공정위는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가 25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과정서 효성투자개발이 ‘리스크’를 부담하게 한 것으로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자금 조달이 어려웠던 상황서 저리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자본금의 7배가 넘는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리하면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위험을 효성 계열사에 떠넘기고 자금을 조달한 혐의가 드러났다.

조 회장은 현재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의 주식 가치를 11배나 부풀려 약 179억원의 배임을 저지른 혐의로 검찰로부터 기소를 당해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겔럭시아일렉트로닉스가 자사주를 매입할 이유가 없었음에도 조 회장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식의 가치를 부풀려 매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판단한 부풀린 금액은 최대 11배 수준. 
 

조 회장의 변호인 측은 “대법원 판례 등을 들어 주주가치를 높게 또는 낮게 적용하는 것은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지난 5월 열린 재판은 초반이기 때문에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일각에선 MB 사돈 기업이기 때문에 더욱 강한 사정 압박을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의 사돈 기업 역시 구설에 오르면서 검찰 조사가 시작됐다. 김 의원의 딸이 사돈 기업 엔케이 자회사에 허위 취업을 한 혐의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김 의원의 장녀는 박윤소 회장의 장남과 2011년 3월 신라호텔서 결혼하면서 사돈 관계가 됐다.

KBS는 김 의원이 장녀가 엔케이 자회사인 더세이프티의 차장 직급으로 근무해 급여 307만원을 받았지만 실제로 근무하지 않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가 근무한 5년간 수령한 임금 총액은 4억원에 달했다는 것.

복잡한 혼맥
불투명 거래

검찰은 발빠르게 수사를 시작했다. 부산지검 서부지청은 지난 25일, 부산 강서구의 엔케이 본사에 수사관을 투입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빠른 시일 내에 박 회장을 소환해 김 의원의 장녀 취업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뇌물 공여 등에 대한 부분을 조사할 방침이다.

문제는 의혹이 점점 ‘확대 양상’이라는 점이다. 엔케이는 지난 2015년과 2016년 국정감사 당시 한국수력원자력에 불량납품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여전히 한국원자력 측에 납품을 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혜 시비까지 불거졌다.
 

다양한 관계 실타래처럼 엉켜
언제, 어디로 불똥 튈지 몰라

영풍그룹도 최근 사돈댁인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의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부담스러운 모양새다. 김 장관의 딸 윤세인씨가 최창근 고려아연(영풍 계열사) 회장의 아들 민석씨와 2015년 결혼하면서 사돈관계를 맺었기 때문이다.

정제영씨는 최근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면서 낙동강 오염의 원인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영풍석포제련소의 관련 행정심판서 김 장관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의혹제기에 대해 김 장관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김 장관은 한 언론을 통해 “공동창업으로 인연을 맺긴 했지만 이미 40년도 전에 관계를 정리한 회사를 새삼스럽게 거론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며 “백번 양보하더라도 제가 영풍석포제련소 관련 행정심판에 전혀 관심이 없는데도 이런 주장이 나와 유감”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사돈기업 대원강업 부당지원 논란으로 재차 구설에 오르는 모습이다.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은 허재철 대원그룹 회장의 장녀 허승원씨와 결혼하면서 사돈지간이 됐다.

문제는 허 회장 일가가 대원그룹의 핵심 계열사 대원강업의 경영권을 뺏길 위기서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제기됐다. 적절한 투자였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홍민철 고려용접봉 대표와 고려용접봉은 2007년 대원강업의 지분 8.2% 보유하면서 주요주주에 오른 뒤 2009년 23.8%까지 지분율을 확대하면서 허 회장 일가의 경영권을 위협했다.

여기에 백기사로 나선 것은 현대백화점그룹이었다. 당시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인 현대홈쇼핑, 금강에이앤디, 현대쇼핑은 홍 대표 측이 지분매입에 나설 때 백기사 역할을 자처했다. 

2009년부터 지분 매입을 시작했는데 투입된 금액만 400억원을 웃돌았다. 하지만 재계에선 이를 두고 적절한 투자였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사돈 기업을 위해 상당부분의 자금을 투입한 것이 주주들의 권익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덕 좀 
보나 했더니…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사돈기업 간의 거래는 부당거래의 소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감시할 수 있는 장치가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돈기업 구설은)사각 지대서 발생하는 부당 거래에 대한 의혹 검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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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