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들의 아귀다툼 전모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7.30 10:38:33
  • 호수 11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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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찌르기 바쁜 똥별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2018년 7월24일, 국회 본관서 열린 국방위원회(이하 국방위)전체회의 도중 국방부장관과 국군기무사령부 간부들이 대립하는 초유의 ‘하극상’이 발생했다. 이날 양측의 공방은 국회 인터넷 방송을 통해 그대로 생중계됐다. 송영무 국방부장관의 체면과 리더십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타격을 입었다. 

이는 송 장관이 국방부 수장으로 내정됐을 때부터 우려됐던 상황. 해군 출신인 송 장관이 군 조직 내 주류인 육군사관학교(이하 육사) 출신 육군 장성들을 제어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였다. 송 장관은 육사들의 반란에 축출 직전까지 몰렸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 

송영무 장관과 기무사 간부들의 대립을 지켜본 군 민심은 흉흉하다. 대체로 공개석상서 장관과 부하가 대립한 이번 사태를 곱잖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해병대 출신 국회 관계자는 “(생중계를) 보는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군대의 상명하복을 떠나서 비정상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굳이 수직적인 군 조직 문화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정상적이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 지적이다.

군내 하극상
물먹은 송


이날 국방위 전체회의서의 핵심 쟁점은 과연 송 장관이 지난 9일 주재한 국방부 실·국장 간담회서 기무사가 작성한 위수령 검토 문건을 거론했는지 여부였다. 당시 송 장관을 비롯한 실·국장, 100기무부대장 등 14명이 간담회에 참석했었다. 국회 국방위원들은 그날 간담회서 송 장관이 위수령 검토 문건에 대해 어떤 판단을 했는지 질의했다.

증인 신분으로 국회에 불려온 100기무부대장 민병삼(육사43기) 대령은 “(송)장관은 7월9일 오전 간담회서 ‘위수령 검토 문건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내가 법조계에 문의해보니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직권남용에 해당되는지 검토해보기 바란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는 현재 36년째 군복을 입고 있는 군인이다. 따라서 군인으로서 명예를 걸고, 양심을 걸고 답변 드리는 것”이라고 증언의 신빙성을 강조했다.

민 대령의 증언을 예상치 못했는지 회의장에 있던 송 장관의 얼굴색이 변했다. 송 장관은 자신의 발언 시간에 “(민 대령의 증언은)완벽한 거짓말이다. 대장까지 지낸 국방부장관이 거짓말을 하겠나. 장관을 그렇게 얘기하시면 안 된다”고 민 대령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함께 배석한 국방장관 군사보좌관인 정해일 준장도 “민 대령이 뭔가 혼동한 것 같다. 지휘관의 발언을 각색해 보고하는 것에 경악스럽다”고 주장했다.
 

기무사 간부와 송 장관의 진실공방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지난 3월16일 이석구(육사41기) 기무사령관이 송 장관에게 계엄령 검토 문건을 첫 대면보고한 시간을 놓고도 서로의 주장이 엇갈렸다.

송 장관은 대면보고 시간이 5분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송 장관에게 대면보고한 이 사령관은 20분간이라고 주장했다. 


정해일 보좌관은 “송 장관이 9일 오전 10시 국방운영개혁 관련 합동부대 토의에 참석했고, 이 사령관은 10시38분에 국방부 본관 2층에 도착했다. 10시59분부터 5분간 보고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송 장관의 손을 들었다.

그러나 상황은 송 장관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듯하다. 송 장관 등 국방부 측과 민 대령 등 기무사 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기무사 측은 민 대령이 간담회 내용을 복기해 기무사에 보고한 ‘장관 주재 간담회 동정’ 문건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문건에는 송 장관이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님. 법조계에 문의하니 최악의 사태에 대비한 계획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함’이라고 발언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 국회서 발발
기획된 하극상? 곧바로 증거 제출

국방부는 즉각 “간담회장에선 노트북은 안 되고 수기 메모만 가능하다. 민 대령이 자신의 메모 내용과 개인적 해석을 더해 발언을 왜곡해 기록한 것”이라며 민 대령이 복기 내용에 대해 반박했다. 

또 송 장관이 해당 발언을 했다는 지난 9일은 위수령 폐지 절차가 진행 중일 때인데 송 장관이 위수령을 언급한다는 것은 시기상으로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지난 4일 국방부는 군사정권의 잔재인 위수령 폐지 절차에 착수했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문재인정부 청와대는 사태의 발단이라고 할 수 있는 기무사의 ‘촛불집회 계엄령 검토 문건(이하 계엄령 문건)’ 등이 군 조직 내 주류 지휘관들의 ‘이너서클’서 논의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즉 청와대가 ‘하나회’ ‘알자회’ 등 사적 네트워크를 통해 권력을 잡으려는 군 사조직의 부활, 내지는 새로운 사조직의 탄생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군·검 합동수사단을 꾸릴 때 육군을 배제하도록 한 것이 그 증거라는 분석이다.
 

계엄령 문건은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작성을 지시했다. 육사 38기인 그는 육사 출신 사조직 알자회의 핵심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알자회는 육사 34기부터 43기까지 120여명이 활동하는 군내 사조직으로 지난 1992년 해체됐으나, 이명박·박근혜정부서 기무사령관과 특수전사령관 등의 요직을 이전 알자회 멤버들이 차지하면서 사실상 모임이 부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알자회 부활?
합참의장 패싱

군 외부에선 “알고 지내자”는 뜻에서 알자회라고 이름지어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군 내부에선 멤버들끼리 알짜 보직을 주고받아 ‘알짜회’로 불린다고 한다.


박정부 당시 군과 청와대 안보 라인은 사실상 육사 출신들이 장악했었다. 

장준규 당시 육군참모총장(이하 육참총장)과 조현천 기무사령관, 한민구 국방부장관을 비롯해 청와대의 김관진 안보실장, 박흥렬 경호실장 등은 모두 육사 출신이다.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과 박흥렬 전 경호실장은 육사 28기 동기고, 한민구 전 장관은 31기, 장준규 육참총장은 육사 36기다.

박정부 당시 육사 출신들은 촛불집회 당시 계엄령 발동을 검토하면서 육사 출신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지난 20일 공개한 ‘계엄령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보면 전국 비상계엄 발령 시 계엄사령관에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하는 안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사실상 서열 1위인 합참의장을 배제하려던 계획이다. 세부문건 중 ‘계엄사령관 추천 건의’를 보면 ”계엄사령관은 군사대비태세 유지 임무서 자유로워야 하며, 현행작전 임무가 없는 각 군을 지휘하는 지휘관으로 임명해야 한다”며 “현행작전 임무서 비교적 자유로운 육군(참모)총장, 연부사령관(연합사 부사령관), 합참차장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기무사는 셋 중 육군참모총장에게만 ‘적합’ 판단을 내리고 나머지 연부사령관, 합참차장에 대해서는 ‘부적합’ 판단을 내려 사실상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이 돼야 한다는 취지로 문건을 작성했다.

들통난 계획
비육사 축출


계엄법에 따르면 계엄사령관은 현역 장관급 장교(장성)를 국방부장관이 추천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합참에 따르면 현재 계엄에 대한 준비와 실행, 훈련 등은 모두 합참 소관이다. 

계엄에 대한 평시 준비뿐 아니라 실제 계엄 상황이 발생하면 합참의장이 사령관이 되는 매뉴얼이 존재하는 것이다.

또 한민구 전 국방부장관이 지난해 4월19일 국방부 전비태세검열단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서 계엄사령관을 합참의장서 육군참모총장으로의 변경을 검토해보라는 지시를 내린 국방부 내부 문건이 발견됐다. 

시기상 기무사에서 세부문건이 작성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기무사 계엄령 세부문건 작성→한 전 장관 계엄사령관 변경 지시의 순으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공조 수사를 벌이고 있는 국방부 특별수사단과 서울중앙지검 등 군·검 합동수사단은 최근 한 전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군·검 합동수사단은 한 전 장관에게 내란 음모 혐의 등을 적용했다.
 

정황을 종합하면 이명박·박근혜정부 때 주류로 올라선 육사 출신들이 육사 출신을 중심으로 계엄사령부를 편성하기 위해 3사관학교 출신인 이순진 당시 합참의장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려 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는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의 계엄 전국확대 시도와 매우 흡사하다.

지난 1979년 전두환 보안사령관은 12·12군사쿠데타로 자신들과 대립했던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겸 계엄사령관을 끌어내리고 육사 출신 신군부에 협조적이던 이희성 육군 대장을 육군참모총장 겸 계엄사령관에 앉힌 바 있다. 당시 쿠데타는 육군 내 육사 출신 사조직인 하나회 장성들이 주도했다.

문건 작성도, 지시도 알자회
목적은 ‘기무사 개혁’ 저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집권당시 전성기를 누렸던 하나회는 김영삼(YS)정부가 들어선 뒤 쇠퇴의 길을 걸었다. 최초의 문민정부가 들어섰던 1993년, YS는 취임 9일 만에 하나회 청산에 돌입했다. 이는 대통령의 측근들조차 모를 정도로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당시 YS는 권영해 국방부 장관을 불러 육군참모총장과 기무사령관을 예편하도록 지시했다. 하나회 몰락의 시작이었다. 이어 수도방위사령관, 특전사령관 등 하나회가 차지했던 군 요직을 비하나회로 채웠다. 이는 오늘날 YS의 최대 업적 중 하나로 꼽힌다.

이후에도 군 사조직을 혁파하려는 시도는 꾸준했다. 군사재판서 사형까지 언도받은 바 있는 김대중(DJ) 대통령은 집권한 후 기무사 개혁을 추진했다. 기무사의 방첩 기능을 제외하고 나머지 일반정보, 대전복 임무 등의 핵심 기능을 해체한 후 그 지휘권을 합참 정보본부에 귀속시키는 안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독대보고를 폐지함으로써 정보의 민주적 유통이라는 부분적 개혁을 이뤄냈다. 그러나 기무사 내부 개혁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육사 중심의 군 사조직은 기무사 개혁을 철저히 거부해왔다. 이번 송영무 ‘하극상’ 사태도 결국은 기무사 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의 저항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송 장관은 기무사 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약 1년여 전 송 장관은 자신의 취임식을 마친 후 국방부에 기무사와 사이버사에 대한 개혁안을 마련하라는 방침을 전달했다. 방침에는 국민들로부터 정치적 오해를 사거나 사찰로 오해받을 수 있는 기무사의 동향정보 수집을 막기 위한 조치들이 포함됐다.
 

기무사 내에서 군 인사 정보와 동향 파악을 담당했던 1처를 없애는 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도 내려졌다. 송 장관은 평소 자신의 참모진에게 “임기 동안 ‘송영무가 기무사 개혁만큼은 해냈구나’하는 말을 듣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송 장관은 국방부장관에 임명되기 전부터 기무사 개혁에 적극적이었다. 참여정부 시절 합참전략본부장을 지낸 시절에도 기무사의 권위적인 모습과 월권행위 등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진다. 2012년 제18대 대선 후보였던 문 대통령과 국방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때도 기무사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기무사 개혁
반대 이유는?

정치권에선 육사 34기부터 43기까지가 주축인 알자회의 부활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 사드(THAAD) 발사대 추가 반입 보고 누락 사태가 벌어졌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홍익표 의원은 알자회를 배후로 지목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이 한창일 때 같은 당 박범계 의원은 “알자회가 살아나고 있는데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안봉근 전 비서관이 봐주고 있다는 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박 의원은 이모영 한미연합군 부사령관, 조현천 기무사령관, 조정설 특전사령관 등을 알자회 멤버로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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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