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선정 2011 국감스타 ②문학진

‘냉각기’ 이혜훈 ‘저격수’

[일요시사=박준성 기자] 18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의 막이 올랐다. 국회의원들은 독무대로 불리는 국감장에서의 활약상을 통해 존재감이 부각되기도 하고, 이미지가 실추되기도 한다. 때문에 국감현장은 늘 치열한 정보전과 공방전이 벌어지는 설전의 장소가 되고 있다. 이에 <일요시사>가 2011년 18대 마지막 국감에서 두드러진 활약상을 보인 ‘국감스타’를 선정해봤다.

이혜훈 날카로운 논리로 피감기관 얼려
예리한 정보 분석으로 의혹 제기한 문학진

국회는 지난달 9월19일부터 10월8일까지 약 20일 동안 정부부처 및 16개 산하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이하 국감)를 진행한다. 국감은 국정 전반에 대한 감사를 통해 그간의 문제점을 밝혀 제도 개선과 정책 대안 등을 마련하기 위해 이뤄지는 자리다.

마지막 국감의 막이 오르자 의원들과 피감기관장들의 공방전으로 국감장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이 가운데 <일요시사>는 송곳질의를 펼친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과 SH공사 특혜 의혹을 제기한 문학진 민주당 의원을 두 번째 국감스타로 선정했다.

송곳질의 이혜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의 국감장에서 활약은 단연 빛나고 있다. 이 의원의 날카로운 논리와 예리한 질문이 피감기관들을 빠짝 얼게 만들고 있다는 평이다.

지난 9월27일 한국은행 국감에서 이 의원은 “금리를 3개월째 동결하는 무책임한 결정으로 물가안정이라는 한은의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있다”며 “한은총재의 자격이 없다”고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또 그는 한은이 물가급등이 본격화된 지난해 11월에 이르러서야 0.25%씩 쫓아가기 식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 물가도 못 잡고 뒷북만 친 꼴이라며 “한은총재가 아니라 ‘뒷북총재’라는 명칭이 어울린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한국은행이 본연의 목적보다는 정부와의 정책공조에 몰입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지난 6월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전례 없는 ‘거시정책실무협의회’를 정례운영하기로 할 뿐만 아니라 한은의 설립목적인 물가안정과 상충하는 고용안정에 정책공조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러니 전문가들의 평가에서 32.2점이라는 낙제점을 받은 것이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앞서 지난 9월26일 국세청 국감에서도 “외국자본이 국내에서 탈루한 소득금액이 1조원에 육박한다”며 “세수에 구멍이 나고 있지만 당국은 외국인 앞에서 쩔쩔매고 있다”며 국세청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기도 했다. 

여당의원이지만 이 의원의 질의에 피감기관이 긴장하는 것은 미국 UCLA 경제학박사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출신이라는 전문성이 뒷받침돼 있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에서 3선에 성공할 경우 이 의원은 기획재정위원장 후보 1순위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국감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문자메시지로 이 의원의 활약을 격려한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

정보통 문학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문학진 민주당 의원은 갖가지 의혹들과 문제점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며 야당의 ‘저격수’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기자 출신의 문 의원은 뛰어난 정보력을 바탕으로 갖가지 문제점과 의혹들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문 의원은 지난 9월27일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SH공사가 이랜드리테일(이하 이랜드)과 입점계약 과정을 문제 삼았다. SH공사가 이랜드의 가든파이브 입점 계약과정에서 ‘파격조건’의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

그는 SH공사가 이랜드에 임대해 준 1220여개 점포의 보증금 120억원은 점포당 1000만원이 되지 않는 수준으로 계약 당시 감정가 기준인 260억원의 절반에 미치지 못해 이랜드의 지나친 폭리라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또 SH공사는 이랜드에 임대차 협의 중 가든파이브 패션관과 영관 업주들에게 점포당 980만원의 인테리어비를 지원키로 하며 지급한 금액이 119억원으로 이랜드의 임대료와 정확히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문 의원은 “인테리어 지원책은 청계천상인에 대한 분양촉진대책으로 진즉에 나왔어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이랜드와의 계약단계에서 입안돼 120억원에 육박하는 인테리어 지원비가 이랜드에게 상당부분 지급됨으로써 이 기업은 자체 자금조달 없이 120억원의 보증금을 그대로 충당한 셈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이랜드의 인테리어비 지원은 개별점포에 기시행하고 있던 인테리어비 지원책과 동일하게 적용하여 시행한 것”이라며 “일반 상가와 동일한 지원 기준 및 절차에 따라 지원금을 산출해 119억원을 지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지난 9월28일 문 의원은 서울지방경찰청이 지난해 G20정상회의가 열렸을 당시 경비에 동원된 전ㆍ의경 격려를 명목으로 받은 5000만원과 각종 격려금을 합쳐 총 2억 5000만원을 ‘G20 성공개최 기념 손톱깎이’를 제작해 전국 경찰관에게 지급한 사실을 지적했다.

문 의원은 “향후 전ㆍ의경 금품접수관리를 투명하게 운영하고 고생하는 부하직원을 위한 위문 금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경찰관을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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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누운 김건희 미스터리

드러누운 김건희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도 수사기관의 칼날 앞에서는 작아지는 걸까? 얼마 전까지 멀쩡하게 걷던 사람이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거나 아예 병원에 드러눕는 모습은 국민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전 영부인이 병원에 입원하며 이 같은 행렬에 동참했다. 정말 아픈 걸까, 수사 회피를 위한 ‘쇼’인 걸까? 비상계엄 사태, 탄핵 정국, 그리고 조기 대선을 넘어 이재명정부가 출범했다. 윤석열정부 이후 3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 집권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전 정부 지우기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실제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지난 5일 ‘3대 특검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거부권 사라지자… ‘채상병 특검법’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 3대 특검법은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다. 3대 특검법은 이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이후 국회에서 처음 통과된 법률안으로 기록됐다.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발생한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사고 경위와 정부 고위 관계자의 수사 방해 의혹 등을 수사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즉 내란 특검법은 ▲내란 행위 ▲외환 유치 행위 ▲군사 반란 등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범죄 의혹 11가지를 들여다본다.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 여사 등과 관련된 16가지 의혹이 수사 대상이다. 3대 특검법은 한동안 윤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채상병 특검법은 3번, 내란 특검법은 2번, 김건희 특검법은 4번 국회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정권교체로 이정부가 출범하면서 3대 특검법은 공포·의결됐다. 윤정부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를 키운 ‘매머드급’ 특검의 표적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김건희 특검법이다. 윤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은 물론 국민의힘 지도부와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김 여사가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김건희 특검을 지휘한다. 특검보 4명, 파견검사 40명, 파견공무원 80명, 특별수사관 80명 등 최대 205명 규모로 꾸려진다. 3대 특검 중 규모 면으로는 두 번째다. 서울아산병원 입원 지병 악화? 우울증? 수사는 최장 170일간 가능하다.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110일간 수사할 수 있지만 그사이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울 때는 30일씩 두 차례 수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민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의 국정 개입 및 인사 개입 의혹 사건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뇌물성 협찬 의혹 사건 ▲대통령실 관저 이전 부당 개입 의혹 사건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 부당 개입 의혹 사건 등 16가지 의혹을 살펴본다. 김건희 특검법은 특검이 인지한 관련 범죄 행위도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의혹에 대한 수사 정도는 저마다 다르지만 김 여사의 소환조사는 기정사실화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각에서는 김 여사가 검찰 포토라인에 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현직 대통령 부인 가운데 최초다. 실제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 수사는 ‘김 여사 조사만 남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진행됐다.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은 김 여사와 명씨가 주고받은 메시지 등 물증과 관련자 진술을 모두 확보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은 김 여사에게 출석을 통보했지만 6·3 대선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불응한 바 있다. 문제는 김 여사가 최근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점이다. 김 여사는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처음 알려진 이유는 지병 악화였다. 당시 김 여사 측 변호인은 “몸이 쇠약해져 오늘 입원한 건 맞다”면서도 “병명은 모르는데 심각한 건 아닌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빨리 퇴원해 수사 준비 등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의혹만 16가지 이후 서정욱 변호사를 통해 김 여사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서 변호사는 보수 성향 정치평론가로 윤 전 대통령 측 사정에 밝다고 알려졌다. 서 번호사는 YTN 라디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 여사가 계속 우울증 약을 먹는 등 평소에도 안 좋았다”면서 “특검은 6개월가량으로 먼저 다른 사람을 조사한 뒤 중간쯤 김 여사를 소환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이 김 여사가 특검을 피하려 한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김 여사 측한테서 들었다는 이야기도 공개했다. 종합하면 김 여사는 특검을 해명 기회로 보고 있다는 것. 말도 안 되는 가짜 의혹도 많으니 이번 기회에 깨끗이 정리하고 가자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병기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내란 수괴 윤석열은 경찰 소환에 불응한 채 거리를 활보하고 있고 요리조리 수사를 거부하던 부인 김건희씨는 급기야 병원에 입원해버렸다. 내란 2인자 김용현은 구속 기간 만료를 노리고 법원 결정을 거부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내란 수괴를 풀어준 지귀연 판사나 노골적으로 김건희를 비호하고 비화폰으로 내란 세력과 내통해 온 심우정 검찰총장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한 것에 대해 “마지막이라도 윤석열과 김건희가 깨끗한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18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그래도 3년간 대통령을 했고 영부인을 했는데 그렇게 추잡하게 놀면 되겠냐”고 말했다. 민주당 “쇼 한다” 이어 “윤석열정권 때는 황제 수사 받고 더 나쁜 건, 진짜 나쁜 건 검찰이다. 다 덮었다”면서 “이제서야 통화 기록이 나오고 주가조작 나오고, 그리고 소환 통보하니까 우울증 걸렸다고 병원 가나? 우리 서민들이 병원 입원실 잡기가 쉽냐? 마지막까지 이렇게 추잡한 모습을 보이는 윤석열, 김건희는 절대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한 게 수사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보는지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피하기 위해서다. 봐라, 대통령선거 때는 내가 검찰에 출두하면 선거에 영향을 준다. 그러면 보통 사람도 문제가 되는데 선거에 영향을 준다고 안 나가면 검찰이 봐주나?”라면서 “우리나라 검찰이 그렇게 비겁하고 진짜 심우정 검찰총장이나 서울중앙지검장 뭐예요? 무혐의 처리했다”고 답했다.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종 해프닝도 덩달아 일어났다. 김 여사가 병원에서 마약을 투약한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가 하면 누군가 ‘김 여사에게 전달해 달라’며 병원에 치킨을 배달시켰다는 풍문도 나왔다. 경찰은 지난 19일 마약 신고를 한 신고자를 검거했다. 경찰은 신고자에게 경범죄처벌법 위반(거짓신고) 혐의를 적용해 약식재판인 즉결심판을 청구했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의 병원 입원으로 특검 수사가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 특검은 김 여사 입원 다음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김 여사의 입원 사실을) 어제 언론 보도로 접했다”며 “대면 조사가 이뤄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어떻게 조사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특검보가 임명되면 차츰 논의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면 조사 언제쯤? 방패막이 사라졌다 김건희 특검팀은 김형근·박상진·오정희·문홍주 특별검사보를 임명하면서 진용을 갖췄다. 이들은 사건 수사와 공소 유지, 특별수사관 및 파견공무원에 대한 지휘, 감독 역할을 맡는다. 특검보들은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해 공정하고 투명하고 철저한 수사로 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형근 특검보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나눠서 맡기로 한 것까지는 협의가 됐다”고 말했다. 김건희 특검은 3대 특검 중에 의혹이 가장 많고 그 범위도 방대해 수사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김 여사의 소환 여부, 시기, 방법 등이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여사의 입원 기간은 2주 정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문제는 그 시기가 지나고서도 김 여사가 수사에 불응하면 발생한다. 이때 특검이 김 여사에 대한 강제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민 특검은 지난 19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총괄하는 박세현 서울고검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사건을 담당하는 박승환 서울중앙지검장 직무대리, 건진법사 진성배씨 의혹을 관할하는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을 차례로 만나 면담했다. 민 특검은 “중앙지검에서 이첩한 사건과 파견 인력 문제를 협의하고 협조를 구했다”고 밝혔다. 특검법상 최대 40명의 검사를 파견받을 수 있다. 민 특검은 금융감독원도 찾아 관련 인력 지원을 요청했다. 언제까지 버틸까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상 이제 김 여사를 지켜줄 방패막은 사라진 상태다. 3대 특검 중 김건희 특검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유독 높은 만큼 김 여사가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은 점차 작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정권이 바뀌면서 검찰의 움직임이 달라지고 있는 점, 핵심 증인이 돌아설 수 있다는 점 등도 김 여사에겐 악재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