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사돈’ 한국타이어 사정몰이 막전막후

조씨일가 비자금 찾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시작됐다. 그동안 초미의 관심사였던 한국타이어에 강력한 사정 칼날이 들어갔다. 국세청이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 MB 사돈기업이라 관심이 더욱 집중되는 상황에서 향후 있을 압박의 신호탄이 될지 시간이 답해줄 예정이다. 흔들리는 한국타이어를 확인했다.
 

국세청이 한국타이어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10일, 서울지방국세청은 서울 강남구 한국타이어 본사에 조사관을 투입해 회계 장부 등 회계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세무조사는 조사4국이 맡았다.

특별 세무조사
초미 관심 집중

한국타이어 측은 2014년 세무조사 이후 4년 만에 실시하는 정기 세무조사 성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재계의 해석은 한국타이어의 생각과 달랐다. 이번 세무조사를 맡은 조사4국은 ‘국세청의 중수부’라 불린다. 통상 대기업의 탈루,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의 정황을 포착했을 경우 세무조사에 착수한다. 이 때문에 특별 세무조사라는 시각이 강하다.

한국타이어그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조양래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셋째 딸 이수연씨가 조 회장의 차남 조현범 사장과 2001년 혼인하면서 이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이때부터 한국타이어는 MB사돈 기업이라는 호칭이 따라붙었다.

이에 따라 각종 특혜 의혹에 대한 불편한 시각이 따라다녔다. 한국타이어 부실 수사 의혹이 대표적인 예다. 2006~2007년 당시 한국타이어 공장 및 연구소서 발생한 노동자가 수명이 돌연사하면서 사회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2006년 5월∼2007년 9월 전·현직 한국타이어 직원 7명이 잇달아 돌연사한 것. 대전지방노동청은 한국타이어에 대한 특별감독을 하는 과정서 한국타이어가 산업재해 사고를 관계기관에 보고하지 않는 등 2005년 이후 산업안전보건법을 1394건 위반했다고 봤다. 
 

이중 273건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했고, 554건은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2009년 5월 사측과 임원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에 대한 구형은 최고 징역 1년형과 벌금 500만원이었다. 

대전지법 형사4단독은 한국타이어 이모(52) 공장장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또 다른 공장장 정모(47)씨에게도 같은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연구개발부문 김모(64) 본부장, 중앙연구소 김모(53) 부소장에게도 벌금 400만원씩의 유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일각에선 MB사돈 기업 봐주기 판결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연쇄 돌연사 사건과 관련, 올해 8월 대전지방법원의 판결내용을 보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국타이어 경영자들이 안전보건 의무를 다했는데도 돌연사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며 “그러나 법원은 양형에 있어 검찰의 징역 1년에 벌금 500만원의 구형보다 훨씬 못 미치는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재계 저승사자’ 국세청 조사4국 붙어
내부거래, 역외탈세 등 현미경 조사

박 의원은 “이 사건의 핵심은 산안법 위반혐의에 대해 노동부가 한국타이어 사업장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고, 검찰도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그 많은 유족과 노동자들이 피눈물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단순히 서류검토 만으로 이렇게 가벼운 처벌을 내리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이냐”며 “특히, 한국타이어는 대통령의 사돈기업이다. 즉 대통령 사돈기업인 효성 봐주기의 하나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 충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타이어는 논란이 된 이후에도 노동자 사건·사고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당시의 처벌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산재협의회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한국타이어 공장서 사망한 노동자는 최소 165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경영진들은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사법 처리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도 시선이 집중되는 점도 있다. 이번 특별세무조사를 통해 조 회장 및 오너 일가까지 비리 혐의가 드러날 경우 검찰의 수사가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해묵은 논란 
검증 도마에

한국타이어는 수상한 자금흐름이 드러나 의혹의 눈길을 받은 적이 있다. 한국타이어가 2003년 국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자금을 운용해 국세청에 80억원가량의 세금 탈루 세금을 납부했다. 

<한겨레>의 ‘한국타이어도 역외탈세…형제그룹 효성과 ‘닮은꼴’’ 제하 기사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1996년 조세회피처인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역외펀드를 통해 4100만달러(당시 환율로 3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끌어모은 뒤 외국인 투자자로 위장해 일본계인 요코하마가 내놓은 자사 주식 76만주(13.2%)를 매입했다. 

역외펀드가 1998년 말 기존 채권 상환을 위해 신규 채권을 발행했는데 계열사들이 은행 특정금전신탁에 가입해 채권을 사들이도록 했다.
 

한국타이어는 1998년 하반기 이후 100억원이 넘는 자사주 매입, 10분의 1 액면분할 등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 사이 역외펀드는 주식을 되팔아 120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한국타이어는 주식 차익을 회사 장부에 반영하지 않고 3년간 자금을 운용했다. 해석에 따라서는 비자금으로 볼 수 있다. 금융감독 당국이 2002년 2월까지 기업들이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모든 역외펀드를 신고하도록 의무화했는데도, 시한이 5개월이 지나서야 뒤늦게 신고했다. 


한국타이어는 금융감독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2003년에는 국세청에 80여억원의 탈루 세금을 납부했다.

일각에선 자금이 불투명하게 흐른 점을 두고 조 회장에게 차익이 흘러갔을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한국타이어는 해당 의혹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당시 한국타이어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서 “역외펀드는 요코하마가 내놓은 회사 주식을 자사주 규제 때문에 사들일 수 없어 불가피하게 만든 것이고, 조양래 회장이 사익을 취한 것은 전혀 없다”며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당시 기술제휴 맺고 있던 요코하마가 보유한 자사주가 두 회사가 갈라서면서 매물로 나와 매입해야 필요성이 있었는데 자사주 관련 규제로 직접 매입할 수 없어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했다는 취지였다. 

역외펀드 신고 시한이 지난 뒤 신고한 점에 대해서는 단순 실수라며 금융당국의 지도를 받아 한국타이어의 자산으로 계상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굳이 정치권의 비호를 받았다는 의혹을 차치하고도 한국타이어는 해결해야할 논쟁이 있다. 최근 지적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는 일감몰아주기 문제다. 한국타이어가 특히 주목 받고 있는 점은 그동안 꾸준히 일감몰아주기로 뒷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 및 공정거래위원회는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타이어가 이번 특별세무조사에서 그간의 일감몰아주기가 정당했는지 집중적으로 검증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문제될 법한 계열사를 다수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계열사가 시스템관리 및 시스템통합 서비스 제공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는 엠프론티어다. 2000년 8월 설립된 엠프론티어는 한국타이어그룹의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지분 40%를 가지고 있다. 

이외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대표이사 24%, 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24%, 조 회장 장녀 조희경씨 12% 등이 지분을 가지고 있다. 특수관계자 지분이 100%에 달하는 셈. 

엠프론티어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지난해 653억5411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506억2300만원을 일감몰아주기로 올렸다. 
 

전체 매출의 77.45%에 달하는 비중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엠프론티어가 조현식·현범 대표이사의 승계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신양관광개발 역시 공정위의 사정권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양관광개발은 1982년 12년18일 설립돼 건물 및 시설관리용역과 부동산임대업을 영위하고 있다. 신양관광개발 지분은 조현식 대표이사가 44.12%, 조현범 대표이사가 32.65%를 가지고 있다.

이외 조희경씨와 조희원씨가 각각 17.35%, 5.88%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조 회장의 자녀가 지분 전부를 가지고 있는 회사로서 오너 일가 개인회사다. 신양관광개발은 지난해 153억7656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계열사와의 거래는 23억8157만원 수준이었다. 내부거래 비중은 15.4% 수준이었다.

현재 한국타이어그룹은 승계 작업이 마무리된 회사가 아니다. 그룹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최대주주는 23.59%(지난 3월31일 기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조 회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승계 자금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는 이들 회사에 대한 제재에 들어갈 경우 그룹 지배력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 재계의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사법처리 ‘0’
오너들 이번엔?

오너 일가 사익편취와 관련된 부분이 적절했는지 여부도 검증 대상이다. 한국타이어그룹의 지주사 한국타이어 월드와이드는 한국타이어의 상표권을 가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지급수수료가 지나치게 높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한국타이어의 지주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계열사로부터 벌어들이는 상표권 수익이 전체 매출의 5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오너 일가의 지분이 많아 상표권 수익료의 적절성에 의문의 제기된다.

‘재벌닷컴’이 자산 5000억원 이상의 지주회사 가운데 상표권 사용료 수익을 올린 13개 사의 매출 구성을 내용을 확인한 결과 상표권 사용료 수익(2016년 별도 재무제표 기준)은 전체 매출 가운데 14.9%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 명단에는 SK, 롯데, GS 등 국내 굴지의 지주사들이 포함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상표권 수익 비중이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지난해 전체 매출 903억원 가운데 479억원을 상표권 사용료 명목으로 수익을 올렸다. 매출 비중은 53%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는 하림(58%, 22억원), 코오롱(58%, 306억원), 한솔홀딩스(53%, 130억원)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비중이지만 절대적인 액수는 이들을 웃돌았다. 

오너 일가의 지분이 높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벌어들이는 상표권 수익이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논란의 핵심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계열사에게 요구하는 상표권 사용료율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광고선전비를 제외한 매출액 가운데 0.75%를 상표권 사용료로 받는다. 이는 20개 대기업 지주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저 수준인 세아홀딩스(0.06%)에 견줘 0.69%포인트 높다.

일각에선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 수단으로 한국타이어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이명박 사위 기업 혜택 정조준?
전·전전 정권 의혹들 ‘탈탈’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다.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조양래 한국타이어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 및 특수관계자의 지분은 73.92%에 달했다. 

반면 주력계열사인 한국타이어의 지분 비중은 적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주식은 42.57% 수준으로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오너 일가 등의 지분율이 낮은 계열사의 이익이 지분율이 높은 지주사에게 이익을 챙겨주는 모습이다. 한국타이어의 경영과 소유가 분리되지 않을 경우 오너 일가에게 이익을 몰아주는 쪽으로 경영방침이 흐를 수 있다. 
 

이 과정서 한국타이어 소액주주의 권익이 침해당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한국타이어의 상표권 사용료가 적절한지에 대해서 의문의 시각이 존재한다.

다만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한국타이어가 오너 일가의 입김에 따라 수익을 오너 일가에 유리하게 경영 방침을 세웠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해석에 따라서는 상표권 지불액수가 오히려 적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표권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정해진 것이 없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업이 무형자산으로 분류하고 있는 상표권에 대한 사용료를 책정한 것을 두고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 측도 이점에 대해 반박했다. 한국타이어 측은 상표권 사용료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에 대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외부자문기관을 통해 수수료율을 산정했고, 브랜드가치가 고려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상표권 관련 뒷말은 여전하다. 최근에는 한국타이어가 상표권 관련 공시 의무를 소홀히 해 감독당국으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지난해 계열사인 한국타이어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로 478억7000만원을 받았으나 이사회 의결일자를 허위로 꾸민 사실이 적발돼 지난 1월 1억4000여만원의 과태료를 받았다.

전방위 압박
검찰 수사까지?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타이어는 그동안 MB사돈 기업이란 이미지 때문인지 강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었다”며 “그동안 논란이 된 부분을 종식시킬지 더 강한 사정압박을 위한 기초 작업이 될지 두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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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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