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마지막 국감’ 잠룡들의 ‘대선 전초전’ 된 내막

‘국감스타’ 등극하면 ‘대권고지’ 유리하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18대 마지막 국정감사의 막이 올랐다. 내년 대선을 앞둔 잠룡들에게는 정책기조를 유감없이 드러낼 수 있는 장(場)으로 여겨지며 국감이 ‘대선 전초전’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특히 ‘안철수 신드롬’으로 타격을 입고 있는 잠룡들이 이번 국감장에서 존재감 부각을 벼르며 ‘국감스타’ 등극을 노리고 있다. 때문에 세간의 이목이 잠룡들이 풀어놓는 보따리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눈치다.

여야 잠룡들 자신만의 색깔로 존재감 부각시키기 주력
기재위 박근혜 ‘미시정책’ vs 손학규 ‘거시정책’ 승부수

본격 선거철을 앞두고 진행되는 18대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정국 주도권을 잡기위한 여야 의원들의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잠룡들이 국감에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자신의 색깔을 보다 분명하게 드러내는 등 본격 대권행보에 시동을 걸며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4?27재보선에서 분당대첩을 승리로 이끌며 국회입성에 성공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같은 기획재정위원회(이하 기재위)이다. 때문에 여야 유력 잠룡인 두 사람은 자연스레 대결양상을 보이며 사사건건 비교되어 왔다. 이번 기재위 국감에서 만나게 될 두 잠룡들의 ‘빅매치’는 그래서 초미의 관심사이다

박-손 빅매치
정책대결 펼쳐

특히 본격적인 국감에 앞서 박 전 대표는 “9월 국정감사에서 여러 가지 정책을 발표할 것이다”고 선언하며 국감의 기대감을 증폭시킨바 있다. 그동안 정책 마련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온 박 전 대표는 ‘생애 맞춤형 복지’를 강조해왔다. 게다가 최근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의 김광두 원장이 서강대를 명예퇴직하면서 연구원 활동에 몰두하고 있어 박 전 대표의 정책들에 대한 기대감은 한껏 고조되고 있다. 

국감 첫날인 지난 19일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재위의 기획재정부 국감장에서 박 전 대표와 손 대표의 질의순서 또한 각각 6번째와 7번째로 이어지며 자연스레 비교의 도마 위에 올랐다.

두 사람 모두 민생 안정을 우선순위로 복지와 성장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은 같지만 방법론에 있어 박 전 대표는 근로장려세제의 확대와 맞춤 복지 서비스 등 ‘미시적 정책’을 강조한 반면, 손 대표는 ‘거시적인 틀’에서 현 정부의 정책 방향 변화를 주문하며 시각차를 드러냈다.

두 사람은 무엇보다 이번 첫 국감에서 자신들의 정책과 비전,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던 박 전 대표였고, 주로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했던 손 대표였기에 이전까지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잠룡들 모두 질의시간을 초과했지만 김성조 기획재정위원장은 제지하지 않고 질의를 마칠 수 있도록 배려도 아끼지 않았다. 평소 딱딱하기로 소문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두 잠룡의 질의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자세를 보여 이채를 띠기도 했다.

특히 박 전 대표는 근로빈곤층의 ‘고용’과 ‘복지’를 강조했다. 그는 과거처럼 복지와 고용이 따로 가는 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복지와 고용이 연결된 프로그램을 잘 설계해 성장, 고용, 복지의 선순환 구조가 잘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에 시각차
MB정부 비판


또 박 전 대표는 근로장려세제(EITC) 대상자에 차상위계층 뿐 아니라 기초생활수급자들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특히 직접 현장에서 보고 들은 문제점을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수급자들이 일자리를 구해서 노동시장에 들어가는 순간 수급자로서의 급여 혜택이 없어져 두려움이 크다”며 “기초보상제를 통합 급여에서 개별 급여로 바꿔 소득이 늘어도 개인마다 필요한 급여는 맞춤형으로 일정기간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감 이틀째인 지난 20일 세제분야 감사에서 박 전 대표는 불필요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축소하여 복지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SOC 투자인 4대강 사업에 대해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복지 등 의무 지출을 제외한 재량 지출은 일괄적으로 10% 축소를 하고, SOC 투자에서 추가로 10% 정도 지출을 축소하는 등 세출 구조조정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에 뒤질세라 손 대표도 “성장으로 분배와 안정 등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며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손 대표는 현 정권의 경제철학인 MB노믹스를 개발도상국 단계에나 적합한 구시대적 개념이라고 보고 4대강 사업으로 대표되는 토건경제, 대기업 규제완화, 고환율 저금리 정책으로 대표되는 수출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몽준‧정동영, 장관에 목소리 높이며 언론 집중 조명 
장관에서 의원으로 복귀 ‘왕남’ 이재오 국감서 신고식

그는 또 747정책이 우리 경제구조를 취약하게 만들어 정부부채와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부동산 구조조정도 늦어졌다고 평가하며 이를 위한 대응 방안으로 경제 안정화 정책과 경제구조 개혁을 꼽았다. 손 대표는 “물가는 통화정책으로 안정시키고 고용은 정시 퇴근제, 휴가 확대를 통한 일자리 나눔을 통해 일자리와 삶의 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경제구조도 경제 민주화를 통해 재벌 경제 집중화를 낮추고, 복지를 통해 고용 창출 및 소득분배 개선 등 성장과 복지가 병행돼야 한다”며 “지금부터라도 경제운용의 틀을 성장위주에서 내수와 민생안정을 기해 성장과 사회통합의 조화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대기업에 대한 감세정책과 성장정책에 상응한 투자 증가가 이뤄졌나, 소득과 일자리 증가를 가져왔나”라면서 “복지확대에 필요한 재원마련을 위해서는 19.3% 수준인 조세부담률을 부자감세 이전인 2007년의 21~22% 수준으로 회복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는 대신 조세 부담을 높여나가는 게 신뢰받는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길이라는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18대 국감에서 누구보다 가장 눈에 띈 잠룡은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였다. 정 전 대표는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국감 도중 반말과 호통으로 일관하며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추궁해 논란이 돼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은 것.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최근 정 전 대표는 박 전 대표를 비판하며 존재감 띄우기에 열을 올리는 있는 과정과 맞물려 국감 행보 역시 정부와 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반말 질의 MJ
각 세우며 부각
 

외교통상부 국감 첫날 정 전 대표는 김 장관에게 내년 3월에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의 개최 시기를 문제 삼았다. 정 전 대표는 “핵안보정상회의(3월27일)가 총선(4월11일) 직전에 열리는데 정치적 시비에 휘말릴까 우려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장관이 “의장국이니만큼 정상들이 참석 가능한 기간을 채택하는 것이 신경 쓰는 부분이다”며 “외교문제와 국내정치를 결부시키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에 정 전 대표의 목소리가 격앙되며 “그게 무슨 궤변이야, 초등학생이라도 상식에 안 맞는 짓 아니겠냐, 말이 돼?”라며 “외교부는 말이야, 국내정치와 관계없다는 게 자랑이 아냐, 지금 장관 이 자리에서 궤변 늘어 놓는거야.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는거야?”라고 반말 조로 김 장관에게 따졌다.
하지만 다시 질의차례가 돌아왔을 때 정 전 대표는 공식사과를 전하며 반말 질문 사태를 마무리 지었다.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국감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색깔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노동사태 해결에 심혈을 기울이며 현장밀착형 정치를 구사하고 있는 정 최고위원은 앞서 한진중공업 청문회에서도 노동자를 대변하며 두드러진 활약상을 보였다.
이어 지난 20일 고용노동부 국감에서 정 최고위원은 삼성백혈병의 산재를 집중 추궁하며 신영철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의 거짓말을 폭로했다. 지난 6월 23일 삼성반도체 백혈병 산재 피해자가 처음으로 ‘산재’ 인정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항소한 것을 지적했다.

정 최고위원은 직접 녹취록을 들고 나와 삼성 백혈병 판결이 있은 뒤 열흘 뒤인 7월4일 삼성과 항소문제에 대해 대책회의를 벌여 항소를 준비했음에도 이후 3일 뒤인 6월7일 공단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는 유족을 만나 항소심과 관련해 열린 마음으로 검토하고 항소하면 사전에 알려주겠다고 말한 것.

확실한 색깔 DY
‘왕남’ 국회 복귀


이에 정 최고위원은 “근로자의 재해보상과 보호를 위해 일해야 할 근로복지공단이 힘없는 노동자를 상대로 사실상 삼성법무팀의 역할을 수행한 것은 근로복지공단 스스로 존재의 이유를 상실한 것이다”며 “항소서를 제출하고 난 후 유족들에게 그렇게 말한 것은 기만이 아니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특임장관에서 국회로 복귀한 이재오 의원은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으로 신고식을 치르며 ‘왕남’의 귀환을 알렸다. 지난 2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감에서 그 역시도 ‘복지’를 화두로 운을 떼며 복지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요양기관의 진료비 허위부당청구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전산·서면심사에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며 현지 조사를 게을리하거나 처리 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행위는 공직자로서 일종의 부패"라며 현장에서 직접 뛰며 심사를 진행할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

이어 그는 “실제 요양기관 현장에서 직접 살펴보면 불필요한 지출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며 “일년간 각종 부패로 인해 거둬들이지 못하는 세금이 15조원에서 최대 88조원에 달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 같은 지출을 줄여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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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