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규 찾아낸 ‘미시USA’ 실체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7.04 10:27:05
  • 호수 11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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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뜨면 잡아내는 미친 정보력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 논두렁 시계를 수사했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의 행방을 찾아낸 커뮤니티 사이트 ‘미시USA’(Missy USA)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언론보다 한 발 앞선 정보력으로 미국서 일어난 사건사고 보도의 시발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때문에 이명박·박근혜정권서 탄압의 대상이었다.  
 

해외 도피 의혹을 사고 있는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최근 미국 워싱턴DC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교민들이 그에 대한 검찰 소환을 촉구하며 시위에 나섰다. 지난달 24일 미주 최대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인 ‘미시 USA’에는 이 전 부장이 사는 것으로 알려진 한 아파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사진 2장이 올라왔다.

단순 정보 교환?
부글부글 게시판

시위에 나선 회원은 “북미 민주 포럼과 사람 사는 세상 워싱턴 등에서 현상금 500달러에 (이 전 부장을)수배했지만, 한동안 잠적했다”며 “1년 만에 워싱턴 최고급 아파트서 거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논두렁 시계 망신, 사기조작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파렴치범 이인규”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시USA 회원들은 지난해 8월 이 전 부장의 갑작스러운 미국행에 대한 보도를 접하고는 이 전 부장의 소식에 대해 자체 현상금까지 내걸기도 했다. 


당시 이 전 부장이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인근에 체류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미시USA서도 이 전 부장을 페어팩스의 한 한인 상점서 목격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으며, 북미 민주포럼 등 교민단체들은 500달러의 제보 현상금을 내걸고 그의 행방을 뒤쫓기도 했다.   

미주 최대 한인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
32만명 가입해 운영…폭로·제보 봇물

첫 번째 사진에는 피켓을 들고 있는 한 교민이 서 있고 또 다른 사진에는 이 전 부장의 아파트 현관 앞에서 찍은 메모가 있다. 

사진 속 피켓에는 “이인규 보고 있나? 공소시효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며 “논두렁 시계 조작사건 너가 했냐? 맹박(이명박 전 대통령)이냐? 워싱턴 동포를 물로 보냐? 이인규, 끝까지 쫓아간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두 번째 사진의 메모엔 “대한민국 검찰은 즉각 이인규를 소환해 ‘논두렁 시계’ 조작을 재조사 하라”며 하단에는 미시USA회원을 뜻하는 ‘워싱턴 미시’가 적혀있다.

미시 USA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각) 이 전 부장이 가족과 함께 중국식 레스토랑서 식사하는 장면과 그가 이용하는 자동차를 찍은 사진을 올렸다. 

이 글에는 ‘(이 전 부장) 미국 버지니아 애난데일에 있는 한 중국집서 와이프랑 딸이랑 밥 먹는다’라는 설명과 함께 이 전 부장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과 그의 가족들이 식사하고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추가했다.     


총수, 연예인도
손들어 꼼짝마

이어 주차장에 세워진 이 전 부장의 BMW 차량 사진도 첨부했다. 게시자는 ‘비 오는데 기다렸다가 보니 이 차를 타고 갔다’고 설명했다. 사진을 확인한 누리꾼들은 차량번호를 조회해 차량 소유주가 'In Gyu Lee'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더 나아가 이 전 부장의 주소지까지 찾아낸 것이다. 

미시USA 회원들의 활약으로 국내에서는 “미시USA의 정보력이 기자나 인터폴(국제경찰)보다 낫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미시USA는 1999년 한 포털사이트의 동호회로 시작한 뒤 2002년 11월 자체 웹사이트로 서비스를 시작한 재미동포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다. 재미동포들 중 이 사이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은 여성들이 이용하는 미주 최대 여성 커뮤니티다. 

미시USA가 집계한 회원수는 32만명에 이른다.

미시USA는 소개 글에서 “미주에 사는 우리 한인 여성들이 새로운 땅 미국서 생활해나가는데 있어 꼭 필요한 정보들과 감상들, 이미 경험하신 분들의 생생한 이야기들과 따뜻한 조언들, 얘기할 곳 없고 풀 곳 없는 수많은 고민들을 나누는 온라인 공간”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미시USA의 가입 절차는 까다롭다. 회원제로 운영되며, 사이트에 게시글을 보려면 정회원이 되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일단 준회원이 되고, 결혼여부, 결혼기념일, 가족사항, 미국 내 거주지, 미국에 온 계기, 사이트 가입 계기, 본인소개 등 6개 항목을 정확히 보내야 정회원이 될 수 있다.

현재 토크라운지, 건강&뷰티, 홈&푸드, 육아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정보를 나누고 벼룩시장을 운영하는 등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미국 한인 여성 사회에서는 절대 다수가 이 사이트를 알고 있으며, 현지의 생생한 얘기를 듣기 위해 방문하는 한국 거주 이용자들도 많다.

특히 ‘미시 토크’(Missy Talk)라는 코너에선 각종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과 시중에 떠도는 소문 등을 자유스럽게 올리고 찬반 논쟁도 이뤄진다. 박근혜정부 시절 유명했던 윤창중 전 홍보수석의 인턴 성추행 사건의 진원지가 바로 이곳이다. 

2013년 5월9일 미시USA에 ‘이번 박근혜 대통령 워싱턴 방문 중 대변인이 성폭행을 했다고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추행을 당했던 인턴이 현지 한국 여성에게 도움을 청했고, 미시USA 회원이었던 이 여성은 사이트에 글을 올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 저리가라
네티즌 그녀들

이 글은 윤 전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기간에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전격 경질되기 전에 올라왔다. 당시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이 박근혜 대통령 워싱턴 방문 수행중 대사관 인턴을 성폭행했다고 합니다”며 “교포 여학생이라고 하는데 이대로 묻히지 않게 미시님(미시USA 이용자들을 지칭)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는 글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글은 삭제됐지만, 당시 켭쳐 된 사진은 트위터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만약 미시USA서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논란을 다루지 않았다면, 이 사건은 미궁에 빠지거나 몇 년 후에나 불거졌을지도 모른다. 

당시 청와대는 윤 전 대변인의 도주행각을 덮기 바빴기 때문이다. 국내 언론들은 미시USA 글을 근거로 삼아 보도했다.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 피해 여성 인턴과 가족, 동포들에게 사과했으며, 당시 홍보수석의 사의로 이어졌다. 

미시USA는 박근혜·이명박정부서 ‘종북 사이트’로 매도돼 국가정보원의 탄압을 받기도 했다. 국정원 적폐청산 TF 조사결과 이명박정부 시절 국정원이 미시USA 사이트를 해킹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박근혜정부 때는 두 차례 미시USA 해킹 공격도 국정원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대형 사건사고 정보의 보고
국내 언론들 받아쓰기 바빠

지난해 10월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 3차장 산하 심리전단은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0년 “미시USA를 무력화시키겠다”며 해킹 계획 보고서를 작성했다. 실제 국정원이 해킹을 실행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시USA가 ‘이명박 국정원’의 타깃이 된 것은 2008년 미국산 수입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 때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게 발단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촛불시위 당시 미시USA는 모금 광고를 내는 등 적극적으로 정부 비판에 나섰고, 이명박정부는 이들 사이트를 ‘눈엣가시’처럼 불편해하던 분위기였다.
 


박근혜정부 시절 시도됐던 두 차례의 미시USA 해킹도 국정원과 관련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시USA 쪽은 2014년 5월9일 ‘세월호 참사 애도 게시판’에 해킹 시도가 이뤄졌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은 미시USA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 및 박근혜 전 대통령 비판 시위를 미국 50개 주에서 벌인다고 밝힌 날이기도 하다. 해킹으로 세월호 참사 애도 게시판의 일부 글이 삭제됐다. 

이·박 정부
사이트 해킹

실제로 세월호 참사 직후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두 차례의 수석비서관 회의서 “미시USA에 불순 친북 인사들이 파고들어가 반정부시위를 주도하고 있다”며 “국내 언론에도 실체를 알리라”고 여러 차례 지시했다.

미시USA 회원들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국정원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소송인단 모집 게시 이틀 반 만에 700명 이상의 회원이 참여 신청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보도자료 낸 이인규 노림수

미시USA서 이인규 전 중수부장의 행적이 드러나 논란이 되자, 이 전 부장은 ‘논두렁 시계 보도’ 사건의 기획자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지목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전 부장의 주장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뜨겁다. 

2009년 4월 당시 언론들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회갑 선물로 받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의혹을 앞 다퉈 보도했다. 당시 최초 보도를 낸 KBS는 “검찰서 노 전 대통령의 회갑을 맞아 선물용으로 2억원을 들여 시계를 선물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3주 뒤인 5월 13일에는 SBS가 “권양숙 여사가 이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후속 보도까지 내놨다. 

논두렁 시계 의혹이 노 전 대통령은 물론 가족까지 연루되면서 ‘노 전 대통령은 부정한 인물’이란 여론이 일었다. 열흘 뒤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비극적 결말을 선택했다. 

당시 수사 총 책임자였던 이 전 부장은 이 보도가 원 전 국정원장의 작품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발표된 국정원 개혁위 조사 내용은 다르다. 국정원 간부가 이 전 부장을 만난 사실은 있지만 ‘언론플레이’를 둘러싼 국정원의 지시나 실행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논두렁 시계 의혹을 보도한 SBS 기자도 ‘검찰서 확인한 정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 과거사위 진상조사단은 ‘논두렁 시계 보도’와 관련 지난 5월부터 재조사를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검찰 조사에 이 전 부장은 소환되지 않았다. 같은 달 조사를 앞둔 이 전 부장이 미국으로 떠나면서 도피성 출국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 전 부장은 기자들에게 보낸 2차 입장문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수사와 관련, 검찰이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일을 한 사실은 전혀 없다”며 “조사 요청이 있다면 언제든 귀국해 조사받겠다”고 밝히고 있어 검찰의 수사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 조사가 가능한 부분이다.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선택의 단초가 된 ‘논두렁 시계’의혹을 둘러싸고 국정원과 검찰, 그리고 언론 사이에 책임과 진실공방이 팽팽한 가운데 검찰 과거사위 진상조사단이 이번엔 이 전 중수부장을 조사할지, 또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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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