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규 찾아낸 ‘미시USA’ 실체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7.04 10:27:05
  • 호수 1173호
  • 댓글 0개

미국 뜨면 잡아내는 미친 정보력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 논두렁 시계를 수사했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의 행방을 찾아낸 커뮤니티 사이트 ‘미시USA’(Missy USA)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언론보다 한 발 앞선 정보력으로 미국서 일어난 사건사고 보도의 시발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때문에 이명박·박근혜정권서 탄압의 대상이었다.  
 

해외 도피 의혹을 사고 있는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최근 미국 워싱턴DC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교민들이 그에 대한 검찰 소환을 촉구하며 시위에 나섰다. 지난달 24일 미주 최대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인 ‘미시 USA’에는 이 전 부장이 사는 것으로 알려진 한 아파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사진 2장이 올라왔다.

단순 정보 교환?
부글부글 게시판

시위에 나선 회원은 “북미 민주 포럼과 사람 사는 세상 워싱턴 등에서 현상금 500달러에 (이 전 부장을)수배했지만, 한동안 잠적했다”며 “1년 만에 워싱턴 최고급 아파트서 거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논두렁 시계 망신, 사기조작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파렴치범 이인규”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시USA 회원들은 지난해 8월 이 전 부장의 갑작스러운 미국행에 대한 보도를 접하고는 이 전 부장의 소식에 대해 자체 현상금까지 내걸기도 했다. 


당시 이 전 부장이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인근에 체류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미시USA서도 이 전 부장을 페어팩스의 한 한인 상점서 목격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으며, 북미 민주포럼 등 교민단체들은 500달러의 제보 현상금을 내걸고 그의 행방을 뒤쫓기도 했다.   

미주 최대 한인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
32만명 가입해 운영…폭로·제보 봇물

첫 번째 사진에는 피켓을 들고 있는 한 교민이 서 있고 또 다른 사진에는 이 전 부장의 아파트 현관 앞에서 찍은 메모가 있다. 

사진 속 피켓에는 “이인규 보고 있나? 공소시효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며 “논두렁 시계 조작사건 너가 했냐? 맹박(이명박 전 대통령)이냐? 워싱턴 동포를 물로 보냐? 이인규, 끝까지 쫓아간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두 번째 사진의 메모엔 “대한민국 검찰은 즉각 이인규를 소환해 ‘논두렁 시계’ 조작을 재조사 하라”며 하단에는 미시USA회원을 뜻하는 ‘워싱턴 미시’가 적혀있다.

미시 USA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각) 이 전 부장이 가족과 함께 중국식 레스토랑서 식사하는 장면과 그가 이용하는 자동차를 찍은 사진을 올렸다. 

이 글에는 ‘(이 전 부장) 미국 버지니아 애난데일에 있는 한 중국집서 와이프랑 딸이랑 밥 먹는다’라는 설명과 함께 이 전 부장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과 그의 가족들이 식사하고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추가했다.     


총수, 연예인도
손들어 꼼짝마

이어 주차장에 세워진 이 전 부장의 BMW 차량 사진도 첨부했다. 게시자는 ‘비 오는데 기다렸다가 보니 이 차를 타고 갔다’고 설명했다. 사진을 확인한 누리꾼들은 차량번호를 조회해 차량 소유주가 'In Gyu Lee'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더 나아가 이 전 부장의 주소지까지 찾아낸 것이다. 

미시USA 회원들의 활약으로 국내에서는 “미시USA의 정보력이 기자나 인터폴(국제경찰)보다 낫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미시USA는 1999년 한 포털사이트의 동호회로 시작한 뒤 2002년 11월 자체 웹사이트로 서비스를 시작한 재미동포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다. 재미동포들 중 이 사이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은 여성들이 이용하는 미주 최대 여성 커뮤니티다. 

미시USA가 집계한 회원수는 32만명에 이른다.

미시USA는 소개 글에서 “미주에 사는 우리 한인 여성들이 새로운 땅 미국서 생활해나가는데 있어 꼭 필요한 정보들과 감상들, 이미 경험하신 분들의 생생한 이야기들과 따뜻한 조언들, 얘기할 곳 없고 풀 곳 없는 수많은 고민들을 나누는 온라인 공간”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미시USA의 가입 절차는 까다롭다. 회원제로 운영되며, 사이트에 게시글을 보려면 정회원이 되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일단 준회원이 되고, 결혼여부, 결혼기념일, 가족사항, 미국 내 거주지, 미국에 온 계기, 사이트 가입 계기, 본인소개 등 6개 항목을 정확히 보내야 정회원이 될 수 있다.

현재 토크라운지, 건강&뷰티, 홈&푸드, 육아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정보를 나누고 벼룩시장을 운영하는 등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미국 한인 여성 사회에서는 절대 다수가 이 사이트를 알고 있으며, 현지의 생생한 얘기를 듣기 위해 방문하는 한국 거주 이용자들도 많다.

특히 ‘미시 토크’(Missy Talk)라는 코너에선 각종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과 시중에 떠도는 소문 등을 자유스럽게 올리고 찬반 논쟁도 이뤄진다. 박근혜정부 시절 유명했던 윤창중 전 홍보수석의 인턴 성추행 사건의 진원지가 바로 이곳이다. 

2013년 5월9일 미시USA에 ‘이번 박근혜 대통령 워싱턴 방문 중 대변인이 성폭행을 했다고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추행을 당했던 인턴이 현지 한국 여성에게 도움을 청했고, 미시USA 회원이었던 이 여성은 사이트에 글을 올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 저리가라
네티즌 그녀들

이 글은 윤 전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기간에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전격 경질되기 전에 올라왔다. 당시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이 박근혜 대통령 워싱턴 방문 수행중 대사관 인턴을 성폭행했다고 합니다”며 “교포 여학생이라고 하는데 이대로 묻히지 않게 미시님(미시USA 이용자들을 지칭)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는 글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글은 삭제됐지만, 당시 켭쳐 된 사진은 트위터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만약 미시USA서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논란을 다루지 않았다면, 이 사건은 미궁에 빠지거나 몇 년 후에나 불거졌을지도 모른다. 

당시 청와대는 윤 전 대변인의 도주행각을 덮기 바빴기 때문이다. 국내 언론들은 미시USA 글을 근거로 삼아 보도했다.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 피해 여성 인턴과 가족, 동포들에게 사과했으며, 당시 홍보수석의 사의로 이어졌다. 

미시USA는 박근혜·이명박정부서 ‘종북 사이트’로 매도돼 국가정보원의 탄압을 받기도 했다. 국정원 적폐청산 TF 조사결과 이명박정부 시절 국정원이 미시USA 사이트를 해킹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박근혜정부 때는 두 차례 미시USA 해킹 공격도 국정원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대형 사건사고 정보의 보고
국내 언론들 받아쓰기 바빠

지난해 10월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 3차장 산하 심리전단은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0년 “미시USA를 무력화시키겠다”며 해킹 계획 보고서를 작성했다. 실제 국정원이 해킹을 실행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시USA가 ‘이명박 국정원’의 타깃이 된 것은 2008년 미국산 수입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 때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게 발단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촛불시위 당시 미시USA는 모금 광고를 내는 등 적극적으로 정부 비판에 나섰고, 이명박정부는 이들 사이트를 ‘눈엣가시’처럼 불편해하던 분위기였다.
 


박근혜정부 시절 시도됐던 두 차례의 미시USA 해킹도 국정원과 관련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시USA 쪽은 2014년 5월9일 ‘세월호 참사 애도 게시판’에 해킹 시도가 이뤄졌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은 미시USA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 및 박근혜 전 대통령 비판 시위를 미국 50개 주에서 벌인다고 밝힌 날이기도 하다. 해킹으로 세월호 참사 애도 게시판의 일부 글이 삭제됐다. 

이·박 정부
사이트 해킹

실제로 세월호 참사 직후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두 차례의 수석비서관 회의서 “미시USA에 불순 친북 인사들이 파고들어가 반정부시위를 주도하고 있다”며 “국내 언론에도 실체를 알리라”고 여러 차례 지시했다.

미시USA 회원들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국정원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소송인단 모집 게시 이틀 반 만에 700명 이상의 회원이 참여 신청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보도자료 낸 이인규 노림수

미시USA서 이인규 전 중수부장의 행적이 드러나 논란이 되자, 이 전 부장은 ‘논두렁 시계 보도’ 사건의 기획자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지목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전 부장의 주장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뜨겁다. 

2009년 4월 당시 언론들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회갑 선물로 받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의혹을 앞 다퉈 보도했다. 당시 최초 보도를 낸 KBS는 “검찰서 노 전 대통령의 회갑을 맞아 선물용으로 2억원을 들여 시계를 선물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3주 뒤인 5월 13일에는 SBS가 “권양숙 여사가 이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후속 보도까지 내놨다. 

논두렁 시계 의혹이 노 전 대통령은 물론 가족까지 연루되면서 ‘노 전 대통령은 부정한 인물’이란 여론이 일었다. 열흘 뒤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비극적 결말을 선택했다. 

당시 수사 총 책임자였던 이 전 부장은 이 보도가 원 전 국정원장의 작품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발표된 국정원 개혁위 조사 내용은 다르다. 국정원 간부가 이 전 부장을 만난 사실은 있지만 ‘언론플레이’를 둘러싼 국정원의 지시나 실행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논두렁 시계 의혹을 보도한 SBS 기자도 ‘검찰서 확인한 정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 과거사위 진상조사단은 ‘논두렁 시계 보도’와 관련 지난 5월부터 재조사를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검찰 조사에 이 전 부장은 소환되지 않았다. 같은 달 조사를 앞둔 이 전 부장이 미국으로 떠나면서 도피성 출국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 전 부장은 기자들에게 보낸 2차 입장문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수사와 관련, 검찰이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일을 한 사실은 전혀 없다”며 “조사 요청이 있다면 언제든 귀국해 조사받겠다”고 밝히고 있어 검찰의 수사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 조사가 가능한 부분이다.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선택의 단초가 된 ‘논두렁 시계’의혹을 둘러싸고 국정원과 검찰, 그리고 언론 사이에 책임과 진실공방이 팽팽한 가운데 검찰 과거사위 진상조사단이 이번엔 이 전 중수부장을 조사할지, 또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창>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