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살생부 ‘홍준표 리스트’ 집중해부

‘혼자 못 죽어’ 물귀신 작전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홍준표 리스트’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을 뒤흔들고 있다.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가 사퇴하던 날 마지막 페이스북 정치라며 올린 글에는 일부 의원을 묘사하는 듯한 글이 올라왔다. 문제는 해당 리스트가 앞으로 있을 당권 경쟁서 정치적 살생부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지난 1년 동안 당을 이끌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은 비양심적이고 계파 이익에 우선하는 당내 일부 국회의원들을 청산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16일 “마지막으로 막말 한 번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 전 대표는 지난 14일 대표직을 내려놨다. 사퇴 이틀 만에 작심발언을 한 것이다.

떠난 준표가
후회하는 것?

홍 전 대표는 리스트를 통해 청산하지 못했다는 일부 의원들을 묘사했다. ▲고관대작 지내고 국회의원을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 ▲추한 사생활로 더 이상 정계에 둘 수 없는 사람 ▲의총에 술이 취해 들어와서 술주정 부리는 사람 ▲국비로 세계일주가 꿈인 사람 ▲카멜레온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변색하는 사람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사이코패스 같은 사람 ▲친박 행세로 국회의원 공천 받거나 수차례 하고도 중립 행세하는 뻔뻔한 사람 ▲탄핵 때 줏대 없이 오락가락 하고도 얼굴, 경력 하나로 소신 없이 정치생명 연명하는 사람 ▲이미지 좋은 초선으로 가장하지만 밤에는 친박(친 박근혜)에 붙어서 앞잡이 노릇하는 사람들이 그것이다.

곧 해당 리스트가 묘사하는 의원이 누구인지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갔다. 정치권에선 묘사한 리스트별로 실명이 적힌 지라시가 나돌았다. 의심을 받은 의원들은 억울하다는 입장. 홍 전 대표가 묘사한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고 적극 방어하고 있다.


한국당 정우택 의원은 최근 “나는 낮술을 그렇게 먹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지라시서 ‘의총에 술이 취해 들어와서 술주정 부리는 사람’으로 지목받았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지난 19일 YTN라디오와 인터뷰서 “비서실서 준 지라시에 홍 (전)대표가 마지막으로 (막말)한 그 9가지 유형 중 마지막 항 내용이 정우택이라고 하는데, 나는 낮술을 그렇게 먹지 않는다. 그리고 의원총회 가서 술주정한 적이 없다”며 “내가 작년에 원내대표를 했는데, ‘원내 의총을 주지하는 사람이 술 먹고 들어가서 술주정했다’는 것은 전혀 맞지 않다.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정종섭 의원도 리스트 중 한명으로 지목됐다. 이번에는 선배가 직접 지목했다. 전여옥 전 의원은 정 의원을 홍 전 대표가 묘사한 한국당 내 정리해야 될 인물들 중 한 사람이라고 지목하며 “서울대 법대 교수에 헌법학책도 썼던 분이 ‘진박모임’ 인증사진 찍을 때 ‘저 사람 권력욕 참 대단한 사람이다’ 싶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행정자치부(이하 행자부)장관도 했고, 홍 전 대표의 1번서 9번 중 해당사항이 많은 의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죽은 듯이 있다가 홍 전 대표 물러나니까 중진 사퇴? 한국당 초선분들은 ‘중진 찜 쪄 먹는 노회한 초선’”이라고도 했다.

전 전 의원은 정 의원이 리스트 9개 사항 중 해당되는 게 많다는 주장이다. 정 의원은 행자부장관을 역임해 고관대작을 지낸 이력이 있다. 20대 총선 당시에는 공천을 받아 보수의 성지라는 대구 동구갑서 당선됐다.

의심받는 정우택
“낮술하지 않아”

정 의원은 20대 총선 전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 행동을 같이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대구지역에 출마한 예비후보 5명과 함께 해장국을 함께 먹은 사진을 공개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언급했던 ‘진실한 사람’을 이르는 ‘진박(진짜 친박)’ 인증샷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앞서 정 의원을 포함해 김순례·김성태(비례대표), 성일종, 이은권 등 초선의원 5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중진은 당 운영 전면에 나서지 말고 국민이 원하는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우리의 이 걸음은 어떤 경우에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 전 의원의 일침은 당내 중진의원들의 정계 은퇴를 촉구한 친박계 초선의원들의 행동을 지적하는 과정서 나왔다. 

그는 기자회견을 연 초선들에게 “홍 전 대표 시절 입 한 번 뻥끗도 하지 않았던, 이름만 초선인 사람들이 ‘갑자기 왜 저러지?’ 싶다. 분명히 뭘 잘못 먹었나 싶다. 어이가 없다 못해 ‘대단하다’라고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고 작심한 듯 말했다.

나머지 인사가 누구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온라인에서는 그간 의원들의 행동에 비춰 다양한 리스트가 유포되고 있다. 각각의 리스트는 홍준표 리스트를 기반으로 추측에 의거해 작성된 만큼 신빙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이름이 거론된 정치인이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정종섭, 홍문종, 정우택, 김무성, 원유철, 이주영, 서청원, 김진태, 김태흠, 한선교 의원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홍 전 대표 체제 당시 그와 대립각을 졌던 인사들이다.

리스트 파동 “마지막까지 구정물”
9개 항목이 지목하는 사람 누구?

지난해 5월 홍 전 대표와 홍문종 의원은 ‘바퀴벌레’ ‘낮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심한 갈등을 벌인 바 있다. 

당권 경쟁이 치열하던 당시 홍 전 대표는 친박계 의원을 거론하며 “박근혜 팔아 국회의원 하다가 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있었다”며 “감옥 가고 난 뒤 슬금슬금 기어 나와 당권이나 차지해보려고 설치기 시작하는 자들이 참 가증스럽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한국당 중진간담회서 “그동안 선거하면서 ‘하나가 되는 게 당이 사는 길’이라고 목이 터지라고 외쳤건만 무슨 바퀴벌레고, 탄핵 어쩌고 하느냐”며 “제정신이냐, 낮술 드셨느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홍 전 대표와 김무성 의원 간 갈등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김 의원이 한국당에 복당한 뒤 홍 전 대표는 김 의원과 친무(친 김무성)계 인사를 당 지도부서 철저히 배제해왔다. 비록 친무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김성태 원내대표가 홍 전 대표와 투톱을 이뤘지만, 원내대표는 선출직이다. 

홍 전 대표 체제 하에서 친무계는 지명직서 철저히 배제돼왔다.


홍 전 대표와 원유철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서 심한 갈등을 보였다. 지난해 6월 당권 레이스가 한창 진행이던 당시 두 사람은 설전을 넘어 고성과 막말을 주고받았다.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선 ‘홍준표 바른정당 입당설’로 충돌, 감정이 상한 홍 전 대표는 기념촬영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TV토론회서 재회한 두 사람은 서로의 아픈 곳을 찌르며 네거티브전을 펼쳤다. 

원 의원은 홍 전 대표가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사건을 언급했으며, 이에 맞서 홍 전 대표는 원 의원이 경기도지사 경선과 대선후보 경선에서 컷오프됐던 사실을 언급하며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지목된 정종섭
진박이라서?

이주영 의원과의 갈등은 지난해 11월 원내대표 선거 과정서 불거졌다. 당시 두 사람 사이에는 ‘개명’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이 의원은 사석서 홍 전 대표의 이름을 ‘판표’서 ‘준표’로 개명하도록 자신이 조언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홍 전 대표는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내 이름을 개명해줬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처사”라며 정면 비판했다. 이 의원을 한순간 거짓말쟁이로 만든 것이다. 이 의원도 가만 있지 않고 “독불장군에게는 미래가 없다”며 홍 전 대표의 페이스북 정치를 지적했다.


최근 한국당을 탈당한 서청원 의원과도 깊은 갈등의 골을 보였다. 지난해 5월 대선후보로 나선 홍 전 대표는 특별지시를 내려 서청원·최경환·윤상현 의원에게 내려진 징계를 해제했다. 그러나 대선 패배 후 당권을 잡자 생각이 달라졌다. 

홍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 당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서 의원, 최 의원에 대해 탈당을 권유했다.

서 의원은 크게 분노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홍 전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과정서 서 의원은 홍 전 대표의 약점인 ‘성완종 녹취록’을 공개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서 의원은 “검찰 수사 과정서 홍 (전)대표가 내게 협조를 요청한 일이 있다”며 “용인될 수 없는 일”이라고 압박했다.
 

홍 전 대표는 “서 의원이 정치를 더럽게 배워 수 낮은 협박이나 한다”며 즉각 응수에 나섰다. 결국 의원총회가 열리지 않아 서 의원에 대한 탈당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두 달 후인 지난해 12월 당 당무 감사 결과에 의해 서 의원은 당협위원장직을 박탈당했다. 당시 정치권에선 홍 전 대표가 보복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 무성했다.

정종섭 지목돼 “고관대작에 진박”
단순 리스트? 살생부로 악용 우려

김진태 의원과는 여러 차례 부딪혔다. 홍 전 대표의 ‘연탄가스’ 막말이 나오자 김 의원은 개인 입장문을 통해 “당은 대표의 놀이터가 아니다. 대표로서 품위를 지켜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지쳤다”며 “지방선거까지 모든 선거 일정을 당 공식기구에 맡기고 대표는 일체의 발언을 자제해 주기를 당부한다. 안 그러면 다 같이 죽는다”고 지적했다.

홍 전 대표가 바른정당 복당파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하자 김 의원은 “홍 (전)대표가 서청원, 최경환에 대해서는 책임정치 차원서 물러나라고 하면서 복당파에 대해선 그 분들의 정치적 선택이라고 한다. 그럼 김무성은 정치적 책임을 안 져도 되느냐”라며 “서(청원), 최(경환)와 김(무성)이 다른 건 홍 (전)대표에게 고마워하고 줄을 설 거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래서 내가 홍준표의 사당화를 우려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앞서 두 사람은 한국당 대선 경선서 맞붙은 바 있다.

김태흠 의원은 홍 전 대표의 막말을 직접적으로 저격하며 갈등을 보였다. 김 의원이 최고위원이던 지난해 11월 최고위원회의서 홍 전 대표를 향해 “하루가 멀다 하고 당내 갈등을 유발하고 듣기에 민망한 표현을 하시는데 말씀을 신중하게 하길 간곡히 부탁한다”며 공개 비판했다.

당협위원장 선정을 두고는 고성을 주고받았다. 홍 전 대표의 비서실장이자 측근인 강효상 의원이 대구 지역 당협위원장을 맡자 김 의원이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당시 홍 전 대표는 김 의원이 반대하자 “그러면 김태흠 최고위원이 강북으로 가라”며 “자르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에 김 의원은 “누가 자를 수 있다는 말이냐”고 맞섰다.

홍 전 대표가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으로 셀프 입성했을 때도 김 의원은 “당협위원장은 맡되 총선은 불출마하겠다는 ‘위장복’을 입고 기어이 텃밭에 셀프 입성했다”며 “당원들은 모두 추위에 떨고 있는데 당 대표가 가장 따뜻한 아랫목을 염치도 없이 덥석 차지해 버린 꼴”이라고 비판했다. 

홍 전 대표도 “특정계파 대변자 노릇하다가 이제 와서는 당내서 충치 노릇이나 한다면 언젠가 뽑혀 나갈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지 않았다.

한선교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 과정서 홍 전 대표와 크게 부딪혔다. 당시 중립지대를 표방하며 출마한 한 의원은 출마선언문을 통해 “모른 척하고 넘기기에는 홍 (전)대표의 언사가 도를 넘은 지 오래”라며 “바퀴벌레로 시작해 암 덩어리, 고름이란 막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그를 직접 겨냥했다. 한 의원은 원내대표 출마의 이유로 ‘홍준표의 사당화’를 꼽았다.

나도는 명단
추측도 성행

홍 전 대표가 남긴 홍준표 리스트를 두고 당내에서는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틀린 말이 아니다”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마지막까지 구정물을 뿌렸다”는 의견도 나온다. 

문제는 이 리스트가 차기 당 대표 선출 이후 특정 인사를 제거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명이 없고 묘사가 포괄적이라 많은 수의 한국당 의원이 리스트의 대상으로 지목될 수 있다. 

이를 테면 ‘친박 행세로 국회의원 공천 받거나 수차례 하고도 중립 행세하는 뻔뻔한 사람’은 한국당 내에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홍준표 리스트’가 ‘홍준표 살생부’로 변모하는 날, 한국당에 대대적인 숙청 피바람이 예고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홍, MB 변호 맡을까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먼저 얘기를 꺼낸 것은 홍 전 대표 본인이다. 

그는 지난 20일 “변호사 활동을 재개할 생각은 없고 이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변호사 휴업 중단 신청을 한 것”이라며 “한국당 대표를 물러난 만큼 인간적 정리 차원에서 어려움에 처한 이 전 대통령을 위로하고자 면회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전 대표가 이 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변호사 활동 재개를 신청했다는 말이 퍼지자 그가 변호인까지 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국당 류여해 전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서 “이 전 대통령이 변호인단을 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홍 전 대표가) 거기에 힘을 보태려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 볼 수 있다”고 홍 전 대표의 MB 변호인단 참여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 같은 소식에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때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정두언 전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서 “별로 할 일도 없지 않나. 그 사람이 이제 뭘 하겠나”며 냉정한 반응을 보였다. 서갑원 전 의원도 “아무리 이벤트가 중요하다고 해도 감옥에 가 있는 대통령 면회를 위해 변호사 개업을 했다는 건 너무 국민 속 터지게 하는 것 같다. 너무 홍준표스럽다”고 비난했다.

홍 전 대표는 수십 년간 변호사 개업과 휴업을 반복해왔다. 1995년까지 검찰이었던 홍 전 대표는 이후 사직서를 제출하고 변호사로 개업했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법무법인을 설립하지 않고도 무려 165건의 사건을 수임하는 등 변호인단에 수시로 이름을 올렸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21일 홍 전 대표가 낸 변호사 개업 신고서를 수리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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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