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 접고 ‘서울대통령’ 노리는 천정배 전 민주당 최고위원

정치생명 건 大도박 “뭔가 보여 주겠다”

[대담=이주현 기자] 천정배 민주당 전 최고위원은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투표함도 개봉하지 못하고 무산되자 다음날 바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오세훈 전 시장이 사퇴하기 이전이라 모두가 의아해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가장 발 빠른 행보였다. 4선을 쌓는 동안 지역구가 경기 안산시 단원갑인 천 전 최고위원은 지난 7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 당시 “나는 그동안 전체 국가의 비전과 경영에 대해 늘 고민해왔다”며 차기 대권도전을 시사했었다. 그렇다면 ‘정의로운 복지국가 건설’을 내걸고 대권 출마를 준비해온 그가 방향을 급선회한 것은 무슨 연유일까? 천 전 최고위원을 직접 만나 명쾌한 해답을 들어보았다.

“야권의 수권능력 보여주고, 통합 이끌어 내
승리할 수 있는 적임자라 생각해 출마 결심”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천 전 최고위원은 “이번 인터뷰가 의원실에서 하는 마지막 인터뷰가 될 것 같네요”라며 나지막이 말했다.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하며 모든 기득권을 포기해 의원회관을 비우고 직함 앞에 ‘전’자를 달게 된 소회를 나타낸 듯 보였다.

천 전 최고위원은 “기득권을 내려놓음으로써 이번 출마에 대한 각오와 굳은 결심을 스스로 다졌다”며 “이제 수도 서울의 미래에 대한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고 시민들을 만나는데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다”며 비장한 각오를 나타냈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스타트가 너무 빨라 우사인 볼트가 실격하자 너무 빠른 출마 선언에 빗댄 ‘천사인 볼트’라는 별명도 제기 됐지만 볼트가 대회 마지막 날 세계신기록을 기록하며 2관왕을 달성했듯이 그의 마지막 피날레도 기대감을 가져 봄직해 보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함께 잘사는
 서울 만들 것”


- 갑작스런 출마 배경은 무엇인지?
▲ 민주개혁진보세력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유신과 5공 세력의 후예인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절대 다수의 국민들은 차별과 불안에 허덕이며 희망을 갖지 못할 것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미니대선이며 내년 총선과 대선의 길목에 있는 전초전이다. 서울시장 선거를 이기는 세력이 총선, 대선에서도 승리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우리 야권의 수권능력을 보여주고, 또 통합을 이끌어 내서 승리할 수 있는 적임자이라 생각해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

- 각오는 어떠한가?
▲ ‘더불어 함께 잘사는 서울을 만들어 달라’는 서울시민의 열망에 부응할 것이다. 선거운동을 하는 과정에서부터 나 자신의 삶과 정치인생, 비전, 철학을 서울시민께 최대한 알리겠다. 또 누구보다도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운동, 시민과 소통하는 모범적인 선거운동을 앞장서서 벌일 것이다. 서울시민들께서 ‘천정배’라는 인물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해주시리라 믿는다.

- 지향하는 서울의 모습은?
▲ 출마의사를 밝히면서 서울을 ‘사람수도’, ‘복지수도’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어떤 외국인이  “서울은 재밌는 지옥이고 유럽 도시는 재미없는 천국이다”라고 평가하더라. 나는 서울을 재밌는 천국으로 만들고 싶다. 차별과 불안이 없고 정의와 복지가 저 한강물처럼 흐르도록 할 것이다.

- 의원직과 지역구를 너무 쉽게 버리는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있다.
▲ 정치인은 나라가 위험에 처했을 때는 어떤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나라의 미래를 열어갈 때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본다. 나는 2009년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을 날치기 했을 때 의원직을 사퇴한 적이 있다. 미디어법은 국민의 미디어 주권, 미디어 공공성을 위험에 빠뜨렸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특권과 반복지의 시대로 후퇴할 것인지, 정의와 복지라는 미래로 갈 것인지 결정짓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복지를 실현하는 일이다. 이런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실천하는 정치, 이것이 나를 선택한 지역주민들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지역주민들께는 이런 사정을 설명하며 인사하고 있다. 아쉬움도 있지만 많은 분들이 성원해 주시고 계신다.

- 당 내에서 너무나 많은 후보군들이 난립(?)하자 이를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너도나도’식 후보 선언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지?
▲ 많은 후보들이 나와서 공정한 경쟁을 할 때 훌륭한 경선이 된다고 본다. 훌륭한 경선이 있어야 훌륭한 후보를 낼 수 있고, 결국 승리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각 지지자들이 결집하게 되기도 하고 서울시민들도 좋은 시장을 뽑게 된다. 훌륭한 후보를 뽑고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일이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닌가? 이것이 민주주의이고 민주당의 전통이다. 교통정리는 지도부 일부가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당원과 국민이 하는 것 아니겠는가? 민주주의의 입장에서 보면 후보들이 많다는 것은 걱정할 일이 아니라 환영할 일이다.

- 다른 후보들보다 서울시장으로서 ‘적임자다’라고 주장할 부분이 있다면?
▲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 그리고 오세훈 전 시장의 부자들만을 위한 정치를 심판하는 것이다. 콘크리트와 토건 중심의 세상이 아니라 사람중심의 세상, 더불어 함께 잘사는 서울을 만들어야 한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심장이다. 나는 16년 동안이나 서울을 포함하는 전국 단위의 중앙정치를 했고, 사실상 40년 가까이 서울에서 생활했다. 무엇보다 이번 주민투표를 통해 서울시민들은 ‘사람서울’, ‘복지서울’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내가 그동안 준비해온 정의로운 복지국가라는 국가비전과 똑같다. 그동안 준비해온 국가비전을 서울시민을 위해 쏟아 부을 것이다. 서울을 대한민국을 살림하듯이 하겠다. 나는 민주 개혁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의회정치를 통해 나라살림살이가 어떤지 잘 알고 있다. 또 법무부 장관으로 국정경험도 쌓았다. 정치력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한다. 법무장관을 지낸 국정경험과 16년간 중앙정치를 해온 제 정치력과 경륜에 서울시민의 열망이 더해진다면 더불어 함께 잘사는 서울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 ‘오세훈 정책’과 차별화 방안은?
▲ 오세훈 시정은 이명박 정부의 서울시 복사판이다. 토건 행정, 전시성 행정, 예산낭비성 행정으로 가득 찼다. 이런 것들은 시급히 바로 잡아야 한다. 부자들만의 서울이 아니고 더불어 함께 사는 서울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서민과 소외된 약자들을 포함한 모든 서울시민들이 안정되게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정말 시민에게 봉사하는,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서울을 만들 것이다. 무엇보다 사람에 투자해야 할 것이다. 사람이 곧 최고의 성장 동력이다. 이것이 최고의 복지이자 최선의 정의다.


- 서울시 부채가 상당한데 해결 방안은?
▲ 오 전 시장 재임 당시 부채가 상당히 늘었다. 현재 25조5000억의 부채가 있고 이중 오 전 시장 재임 시 14조가 늘었다. 1년 이자가 1조원 정도 낭비되고 있다. 난제다. 서울시의 1년 예산이 약 20조다. 현재 구조에서는 서울시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하기는 힘들다 본다. 근본적으로 서울시 자체의 재정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복안을 가지고 있다. 조금 더 구체화 한 다음 밝히겠다.

“서울시 재정건전성
 확보할 복안 있다”

- 시청광장 개장 의견을 밝혔는데.
▲ 나 천정배가 당선된다면 ‘서울시의 주인은 시민이다’라는 것을 분명히 하겠다. 서울시민들이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정당하게 누릴 수 있게 하겠다.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닌가? 오 전 시장 재임당시 시청광장은 시민의 광장이 아니라 공권력에 갇혀 규제당하고 간섭받고 진압받는 광장이었다. 마음 편히 쉬고 즐기고 맘껏 주장하는 광장으로 개방하도록 하겠다.

- 손학규 대표와 의원직 사퇴 문제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 손 대표 개인이 아니라 민주당 대표로서 당내 민주주의를 지켜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목적달성을 이유로 민주주의를 생략하면 목적도 이루지 못한다. 그 목적이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라면 더욱 민주주의는 철저히 지켜야 하는 것이다. 벌써 2주가 넘게 우물쭈물하고 있지 않는가?

- 손학규 대표의 ‘통합후보추진위’ 제안은 ‘꼼수’라고 비난했는데?
▲ ‘통합후보추진위’ 제안에 대해서 나는 원칙적으로 환영하는 입장이다. 환영 성명도 냈다. 이때 나는 손 대표의 발언을 ‘반드시 당내 경선을 거쳐 후보를 뽑고, 이 후보로 야권통합에 나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이해했다. 그러나 바로 일부에서 민주당의 주자를 3~4명으로 축약한 다음 다른 당 등의 주자와 통합경선을 하자고 하는 말들이 나왔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투표 결과를 인위적으로 의도적으로 만들어야겠다는 것으로서 어떠한 합리성도 공정성도 개혁성도 찾아볼 수 없는 꼼수이며 편법이다.

- 최근 외부인사 영입설이 나오고 있는데?
▲ 당 대표가 외부인사를 영입하려고 하는 것은 당연하고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외부영입을 통해 외연을 확장했었다. 민주당에 들어와 경선을 한다면 환영한다. 내가 국회의원직과 당직을 모두 사퇴한다고 한 것도, 외부에서 오시는 분이든, 다른 당직이나 의원직을 가지고 있지 않은 분이든, 공정한 기회를 갖고 깨끗한 경선을 하려고 한 것이다.

- 경선 방식에 대한 입장은?
▲ ‘선 민주당 경선, 후 야권통합경선’이 이기는 길이라고 확신한다. 민주당이 경선을 통해 후보를 뽑고 그 후보를 통합경선에 내보내야 한다. 민주당의 경선다운 경선이 ‘이기는 통합’을 이루는 쉽고 확실한 길이라는 것이다. 야권통합후보를 뽑는 것은 이기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야권의 모든 세력을 결집시키고 좋은 후보를 내야한다. 경선을 해야 민주당 지지자와 당원들이 결집하지 않겠는가? 경선을 해야 검증된 좋은 후보를 뽑을 수 있다. 이것이 또한 민주주의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민주당이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를 뽑고 통합경선에 나서야 한다.


서울을 ‘사람수도’, ‘복지수도’로 만들겠다!
‘서울시의 주인은 시민이다’ 분명히 할 것

- 4선의원이고 정치적 관록은 높지만 서울에서의 기반은 약하다는 시각도 있는데?
▲ 진심을 가지고 정도를 갈 것이다. 나의 정치철학과 정치인생을 숨김없이 보여드릴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국가를 책임지고자 준비해온 국가비전을 서울시민을 위한 비전과 정책으로 내놓을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모두 보여드리고 진심으로 서울시민들을 만날 것이다. 그러면 서울시민께서도 이런 점을 평가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


-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한 입장은?
▲ 서울시민의 위대한 승리다. 1987년 6월에 민주항쟁이 있었다면 2011년 8월엔 복지항쟁이 일어났다. 서울시민들은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의 독점과 탐욕 정치를 심판하고 정의와 복지를 선택했다. MB시대의 종식을 선언한 것이다. 이제 서울시민은 부자들만의 서울이 아닌 다함께 더불어 사는 서울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호소했다고 본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정의로운 복지국가의 역사적 서막을 열어젖힌 서울시민들께 깊은 존경을 표한다.

- ‘복지’가 최고의 화두로 떠올랐다. ‘복지관’은 어떠한지?
▲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 들어서 우리 사회는 차별이 심화되고 불안이 일상화되었다.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강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악순환을 끊고 정의와 공정이라는 원칙하에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복지가 바로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역할을 할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똑같이 귀하게 대접받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복지가 전제조건이 되어야 한다. 나는 정치인 중에서 최초로 복지를 중심으로 한 ‘정의로운 복지국가’라는 국가비전을 제시했다. 정의와 복지가 우리사회의 목표가 되어야 하고, 복지를 위해서는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와 복지라는
미래로 갈 전환점”

-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하신다면?
▲ 1967년 일본 도쿄도지사로 미노베가 당선되었다. 그는 당시 혁신시장이라 불렸다, 미노베 도쿄도지사가 이긴 후, 자민당 간사장이 이런 말을 했다. “오늘 도쿄에서 일어난 일은, 내일 일본 전체에서 일어날 것이다” 민주개혁진보세력이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대한민국이 바뀔 것이다. 서울을 변화시켜 대한민국을 변화시켜야 한다. 우선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 오세훈 서울시정을 심판하자. 그리고 정의와 복지가 흘러넘치는 더불어 함께 잘사는 사회, 서울을 함께 만들어 가는 국민과 서울시민들의 힘을 모아 주시길 부탁드린다. 있는 힘을 다하겠다. 나의 모든 것을 숨김없이 보여드리고 평가를 받겠다.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린다.

- 추석을 맞아 <일요시사> 독자들께 인사 한 말씀만 해 달라.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는데, 이번 추석은 높은 물가로 서민들이 시름에 빠져 있다. 그래도 한가위만큼은 모든 시름을 잊고 가족들과 평안한 시간을 보내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천정배 전 최고위원 프로필>


▲1976년 제18회 사법시험 합격
▲1976년 서울대학교 법학 학사 
▲1996년 제15대 국민회의 국회의원
▲2000년 제16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2003년 열린우리당 정치개혁특위 위원장
▲2004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2004년 제17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2005년 제57대 법무부 장관
▲2007년 제17대 국회의원
▲2007년 제17대 대통합민주신당 국회의원
▲2008년 제17대 통합민주당 국회의원
▲2008.05~2011.08 제18대 민주당 국회의원
▲2010.10~2011.08 민주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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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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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