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 접고 ‘서울대통령’ 노리는 천정배 전 민주당 최고위원

정치생명 건 大도박 “뭔가 보여 주겠다”

[대담=이주현 기자] 천정배 민주당 전 최고위원은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투표함도 개봉하지 못하고 무산되자 다음날 바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오세훈 전 시장이 사퇴하기 이전이라 모두가 의아해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가장 발 빠른 행보였다. 4선을 쌓는 동안 지역구가 경기 안산시 단원갑인 천 전 최고위원은 지난 7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 당시 “나는 그동안 전체 국가의 비전과 경영에 대해 늘 고민해왔다”며 차기 대권도전을 시사했었다. 그렇다면 ‘정의로운 복지국가 건설’을 내걸고 대권 출마를 준비해온 그가 방향을 급선회한 것은 무슨 연유일까? 천 전 최고위원을 직접 만나 명쾌한 해답을 들어보았다.

“야권의 수권능력 보여주고, 통합 이끌어 내
승리할 수 있는 적임자라 생각해 출마 결심”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천 전 최고위원은 “이번 인터뷰가 의원실에서 하는 마지막 인터뷰가 될 것 같네요”라며 나지막이 말했다.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하며 모든 기득권을 포기해 의원회관을 비우고 직함 앞에 ‘전’자를 달게 된 소회를 나타낸 듯 보였다.

천 전 최고위원은 “기득권을 내려놓음으로써 이번 출마에 대한 각오와 굳은 결심을 스스로 다졌다”며 “이제 수도 서울의 미래에 대한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고 시민들을 만나는데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다”며 비장한 각오를 나타냈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스타트가 너무 빨라 우사인 볼트가 실격하자 너무 빠른 출마 선언에 빗댄 ‘천사인 볼트’라는 별명도 제기 됐지만 볼트가 대회 마지막 날 세계신기록을 기록하며 2관왕을 달성했듯이 그의 마지막 피날레도 기대감을 가져 봄직해 보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함께 잘사는
 서울 만들 것”


- 갑작스런 출마 배경은 무엇인지?
▲ 민주개혁진보세력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유신과 5공 세력의 후예인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절대 다수의 국민들은 차별과 불안에 허덕이며 희망을 갖지 못할 것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미니대선이며 내년 총선과 대선의 길목에 있는 전초전이다. 서울시장 선거를 이기는 세력이 총선, 대선에서도 승리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우리 야권의 수권능력을 보여주고, 또 통합을 이끌어 내서 승리할 수 있는 적임자이라 생각해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

- 각오는 어떠한가?
▲ ‘더불어 함께 잘사는 서울을 만들어 달라’는 서울시민의 열망에 부응할 것이다. 선거운동을 하는 과정에서부터 나 자신의 삶과 정치인생, 비전, 철학을 서울시민께 최대한 알리겠다. 또 누구보다도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운동, 시민과 소통하는 모범적인 선거운동을 앞장서서 벌일 것이다. 서울시민들께서 ‘천정배’라는 인물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해주시리라 믿는다.

- 지향하는 서울의 모습은?
▲ 출마의사를 밝히면서 서울을 ‘사람수도’, ‘복지수도’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어떤 외국인이  “서울은 재밌는 지옥이고 유럽 도시는 재미없는 천국이다”라고 평가하더라. 나는 서울을 재밌는 천국으로 만들고 싶다. 차별과 불안이 없고 정의와 복지가 저 한강물처럼 흐르도록 할 것이다.

- 의원직과 지역구를 너무 쉽게 버리는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있다.
▲ 정치인은 나라가 위험에 처했을 때는 어떤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나라의 미래를 열어갈 때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본다. 나는 2009년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을 날치기 했을 때 의원직을 사퇴한 적이 있다. 미디어법은 국민의 미디어 주권, 미디어 공공성을 위험에 빠뜨렸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특권과 반복지의 시대로 후퇴할 것인지, 정의와 복지라는 미래로 갈 것인지 결정짓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복지를 실현하는 일이다. 이런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실천하는 정치, 이것이 나를 선택한 지역주민들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지역주민들께는 이런 사정을 설명하며 인사하고 있다. 아쉬움도 있지만 많은 분들이 성원해 주시고 계신다.

- 당 내에서 너무나 많은 후보군들이 난립(?)하자 이를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너도나도’식 후보 선언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지?
▲ 많은 후보들이 나와서 공정한 경쟁을 할 때 훌륭한 경선이 된다고 본다. 훌륭한 경선이 있어야 훌륭한 후보를 낼 수 있고, 결국 승리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각 지지자들이 결집하게 되기도 하고 서울시민들도 좋은 시장을 뽑게 된다. 훌륭한 후보를 뽑고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일이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닌가? 이것이 민주주의이고 민주당의 전통이다. 교통정리는 지도부 일부가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당원과 국민이 하는 것 아니겠는가? 민주주의의 입장에서 보면 후보들이 많다는 것은 걱정할 일이 아니라 환영할 일이다.

- 다른 후보들보다 서울시장으로서 ‘적임자다’라고 주장할 부분이 있다면?
▲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 그리고 오세훈 전 시장의 부자들만을 위한 정치를 심판하는 것이다. 콘크리트와 토건 중심의 세상이 아니라 사람중심의 세상, 더불어 함께 잘사는 서울을 만들어야 한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심장이다. 나는 16년 동안이나 서울을 포함하는 전국 단위의 중앙정치를 했고, 사실상 40년 가까이 서울에서 생활했다. 무엇보다 이번 주민투표를 통해 서울시민들은 ‘사람서울’, ‘복지서울’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내가 그동안 준비해온 정의로운 복지국가라는 국가비전과 똑같다. 그동안 준비해온 국가비전을 서울시민을 위해 쏟아 부을 것이다. 서울을 대한민국을 살림하듯이 하겠다. 나는 민주 개혁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의회정치를 통해 나라살림살이가 어떤지 잘 알고 있다. 또 법무부 장관으로 국정경험도 쌓았다. 정치력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한다. 법무장관을 지낸 국정경험과 16년간 중앙정치를 해온 제 정치력과 경륜에 서울시민의 열망이 더해진다면 더불어 함께 잘사는 서울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 ‘오세훈 정책’과 차별화 방안은?
▲ 오세훈 시정은 이명박 정부의 서울시 복사판이다. 토건 행정, 전시성 행정, 예산낭비성 행정으로 가득 찼다. 이런 것들은 시급히 바로 잡아야 한다. 부자들만의 서울이 아니고 더불어 함께 사는 서울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서민과 소외된 약자들을 포함한 모든 서울시민들이 안정되게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정말 시민에게 봉사하는,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서울을 만들 것이다. 무엇보다 사람에 투자해야 할 것이다. 사람이 곧 최고의 성장 동력이다. 이것이 최고의 복지이자 최선의 정의다.


- 서울시 부채가 상당한데 해결 방안은?
▲ 오 전 시장 재임 당시 부채가 상당히 늘었다. 현재 25조5000억의 부채가 있고 이중 오 전 시장 재임 시 14조가 늘었다. 1년 이자가 1조원 정도 낭비되고 있다. 난제다. 서울시의 1년 예산이 약 20조다. 현재 구조에서는 서울시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하기는 힘들다 본다. 근본적으로 서울시 자체의 재정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복안을 가지고 있다. 조금 더 구체화 한 다음 밝히겠다.

“서울시 재정건전성
 확보할 복안 있다”

- 시청광장 개장 의견을 밝혔는데.
▲ 나 천정배가 당선된다면 ‘서울시의 주인은 시민이다’라는 것을 분명히 하겠다. 서울시민들이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정당하게 누릴 수 있게 하겠다.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닌가? 오 전 시장 재임당시 시청광장은 시민의 광장이 아니라 공권력에 갇혀 규제당하고 간섭받고 진압받는 광장이었다. 마음 편히 쉬고 즐기고 맘껏 주장하는 광장으로 개방하도록 하겠다.

- 손학규 대표와 의원직 사퇴 문제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 손 대표 개인이 아니라 민주당 대표로서 당내 민주주의를 지켜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목적달성을 이유로 민주주의를 생략하면 목적도 이루지 못한다. 그 목적이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라면 더욱 민주주의는 철저히 지켜야 하는 것이다. 벌써 2주가 넘게 우물쭈물하고 있지 않는가?

- 손학규 대표의 ‘통합후보추진위’ 제안은 ‘꼼수’라고 비난했는데?
▲ ‘통합후보추진위’ 제안에 대해서 나는 원칙적으로 환영하는 입장이다. 환영 성명도 냈다. 이때 나는 손 대표의 발언을 ‘반드시 당내 경선을 거쳐 후보를 뽑고, 이 후보로 야권통합에 나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이해했다. 그러나 바로 일부에서 민주당의 주자를 3~4명으로 축약한 다음 다른 당 등의 주자와 통합경선을 하자고 하는 말들이 나왔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투표 결과를 인위적으로 의도적으로 만들어야겠다는 것으로서 어떠한 합리성도 공정성도 개혁성도 찾아볼 수 없는 꼼수이며 편법이다.

- 최근 외부인사 영입설이 나오고 있는데?
▲ 당 대표가 외부인사를 영입하려고 하는 것은 당연하고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외부영입을 통해 외연을 확장했었다. 민주당에 들어와 경선을 한다면 환영한다. 내가 국회의원직과 당직을 모두 사퇴한다고 한 것도, 외부에서 오시는 분이든, 다른 당직이나 의원직을 가지고 있지 않은 분이든, 공정한 기회를 갖고 깨끗한 경선을 하려고 한 것이다.

- 경선 방식에 대한 입장은?
▲ ‘선 민주당 경선, 후 야권통합경선’이 이기는 길이라고 확신한다. 민주당이 경선을 통해 후보를 뽑고 그 후보를 통합경선에 내보내야 한다. 민주당의 경선다운 경선이 ‘이기는 통합’을 이루는 쉽고 확실한 길이라는 것이다. 야권통합후보를 뽑는 것은 이기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야권의 모든 세력을 결집시키고 좋은 후보를 내야한다. 경선을 해야 민주당 지지자와 당원들이 결집하지 않겠는가? 경선을 해야 검증된 좋은 후보를 뽑을 수 있다. 이것이 또한 민주주의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민주당이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를 뽑고 통합경선에 나서야 한다.


서울을 ‘사람수도’, ‘복지수도’로 만들겠다!
‘서울시의 주인은 시민이다’ 분명히 할 것

- 4선의원이고 정치적 관록은 높지만 서울에서의 기반은 약하다는 시각도 있는데?
▲ 진심을 가지고 정도를 갈 것이다. 나의 정치철학과 정치인생을 숨김없이 보여드릴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국가를 책임지고자 준비해온 국가비전을 서울시민을 위한 비전과 정책으로 내놓을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모두 보여드리고 진심으로 서울시민들을 만날 것이다. 그러면 서울시민께서도 이런 점을 평가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


-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한 입장은?
▲ 서울시민의 위대한 승리다. 1987년 6월에 민주항쟁이 있었다면 2011년 8월엔 복지항쟁이 일어났다. 서울시민들은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의 독점과 탐욕 정치를 심판하고 정의와 복지를 선택했다. MB시대의 종식을 선언한 것이다. 이제 서울시민은 부자들만의 서울이 아닌 다함께 더불어 사는 서울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호소했다고 본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정의로운 복지국가의 역사적 서막을 열어젖힌 서울시민들께 깊은 존경을 표한다.

- ‘복지’가 최고의 화두로 떠올랐다. ‘복지관’은 어떠한지?
▲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 들어서 우리 사회는 차별이 심화되고 불안이 일상화되었다.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강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악순환을 끊고 정의와 공정이라는 원칙하에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복지가 바로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역할을 할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똑같이 귀하게 대접받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복지가 전제조건이 되어야 한다. 나는 정치인 중에서 최초로 복지를 중심으로 한 ‘정의로운 복지국가’라는 국가비전을 제시했다. 정의와 복지가 우리사회의 목표가 되어야 하고, 복지를 위해서는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와 복지라는
미래로 갈 전환점”

-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하신다면?
▲ 1967년 일본 도쿄도지사로 미노베가 당선되었다. 그는 당시 혁신시장이라 불렸다, 미노베 도쿄도지사가 이긴 후, 자민당 간사장이 이런 말을 했다. “오늘 도쿄에서 일어난 일은, 내일 일본 전체에서 일어날 것이다” 민주개혁진보세력이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대한민국이 바뀔 것이다. 서울을 변화시켜 대한민국을 변화시켜야 한다. 우선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 오세훈 서울시정을 심판하자. 그리고 정의와 복지가 흘러넘치는 더불어 함께 잘사는 사회, 서울을 함께 만들어 가는 국민과 서울시민들의 힘을 모아 주시길 부탁드린다. 있는 힘을 다하겠다. 나의 모든 것을 숨김없이 보여드리고 평가를 받겠다.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린다.

- 추석을 맞아 <일요시사> 독자들께 인사 한 말씀만 해 달라.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는데, 이번 추석은 높은 물가로 서민들이 시름에 빠져 있다. 그래도 한가위만큼은 모든 시름을 잊고 가족들과 평안한 시간을 보내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천정배 전 최고위원 프로필>


▲1976년 제18회 사법시험 합격
▲1976년 서울대학교 법학 학사 
▲1996년 제15대 국민회의 국회의원
▲2000년 제16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2003년 열린우리당 정치개혁특위 위원장
▲2004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2004년 제17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2005년 제57대 법무부 장관
▲2007년 제17대 국회의원
▲2007년 제17대 대통합민주신당 국회의원
▲2008년 제17대 통합민주당 국회의원
▲2008.05~2011.08 제18대 민주당 국회의원
▲2010.10~2011.08 민주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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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부인은 통신상 기밀을 요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저 ‘대통령의 아내’다. 비화폰이 필요하지도 않고 쓸 일도 없다. 김건희씨는 그 어떤 영부인과는 달랐다. 윤석열정부 초부터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정치권을 포함해 이곳저곳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비화폰은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고 내용도 암호화된다. 정부와 대통령실 경호처·안보 담당 고위 관계자, 군·정보기관에 근무 중인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민간인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김건희씨는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비화폰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지켜졌던 관행을 파괴하고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수사기관·정치권 등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수사 개입 정황 확인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씨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 관계자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당사자 21명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및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외압이 의심되는 기간 비화폰 통신 기록을 분석하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특검보는 김씨도 비화폰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본인에게 지급된 것”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지난 2023년 7∼8월 소위 ‘VIP 격노’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 외압과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윤 전 대통령과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인물의 자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들이 당시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을 사용해 연락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통신 기록 확보에 추가로 나선 것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일반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들은 어느 정도 확인됐는데 중간중간 비화폰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누구와 어떤 시기에 수발신이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채상병 특검, 윤·김 통신 기록 확보 조태용·김태용 등 “VIP 격노 사실” 앞서 특검팀은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통신 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고, 경호처 측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특검에 제출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화폰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발단이 됐던 2023년 7월31일 VIP 격노 회의 전후 기간 이들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내가 VIP(윤 전 대통령)한테 얘기하겠다”고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비화폰 기록을 토대로 김씨가 이 전 대표와 어떤 통화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씨의 비화폰 사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석열정부 이전엔 대통령 부인이 비화폰을 상시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경호처 출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영부인이 비화폰을 쓰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여러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관행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경호처는 “비화폰은 국가정보원의 ‘국가정보보안 기본 지침’ 등을 근거로 한 대통령경호처의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며 “김씨에 대해서는 관련 내부 규정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에게 지급된 비화폰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은 사용할 수 없고 송수신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만 가능하다. 그의 비화폰 기록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씨의 비화폰 기록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어서다. 지난해 7월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사건으로 검찰 출장 조사를 받기 전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30분 넘게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부 맞다” 줄줄이 실토 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김 전 수석이 당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2차례 통화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김씨의 비화폰 기록이 추가로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특검팀은 최근 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7시간가량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쯤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 보고를 받을 당시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 7명 중 한 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육군 중장·현 국방대학교 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해 대통령실 내선전화(02-800-7070)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전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로만 보면 4번째다. 정 특검보는 “해병대수사단이 이첩한 수사 기록의 회수와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확인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순직 사건 기록을 이첩한 당일 임 전 비서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연락하며 수사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 등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북경찰청 사이에 다리를 놓아 이첩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하던 박모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이 전 비서관이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 총경은 대통령실과 국수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3년 8월2일 이모 전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에게 전화해 유 전 관리관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경북청이 연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과장도 특검에 출석해 박 총경이 이 전 비서관 이름을 언급하며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기록을 이첩한 직후 2023년 8월2일 오후 1시21분 이 전 비서관과 통화하고 뒤이어 오후 1시42분 유 전 관리관에게 전화했다. 누구와 통화했나 유 전 관리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경북청에서 전화를 걸어올 것이란 말을 들었고, 경북청 관계자와 통화하며 수사 기록 회수를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관리관은 노모 당시 경북청 수사부장과의 통화에 대해 “경북청에서 ‘아직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회수해 갈 것인가’라고 물었고, 판단하기론 ‘항명에 따른 무단 이첩이라 회수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유 전 관리관과 경북청의 통화 이후 해병대수사단에서 이첩한 수사 기록은 같은 날 오후 7시 20분쯤 국방부검찰단에서 회수했다.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8명으로 혐의자가 적시된 해병대 수사 기록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를 거쳐 2명으로 축소돼 경북청에 다시 보내졌다. 특검팀은 수사의 초점을 점차 국방부검찰단의 수사 기록 회수와 국방부조사본부의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 확인으로 옮기고 있다. 정 특검보는 “기록 회수와 재검토 등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 “수사 초반에 비해 기록 회수나 (조사본부) 재조사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김진락 전 국방부조사본부 수사단장(육군 대령)의 2023년 8월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에서 자필로 작성한 20여쪽 분량의 수첩을 확보해 국방부의 외압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아닌 2023년 초부터 사용 “문제 생기거나 위기 때마다 애용” 국방부조사본부는 2023년 8월9일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해병대수사단 수사 기록 재검토에 들어갔고 닷새 후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로 판단한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국방부조사본부는 총 6차례에 걸친 보고서 수정을 거쳐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적시한 재검토 결과를 경북청에 재이첩했다. 김씨와 비화폰으로 통화한 인물들은 모두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에 김씨가 윤 전 대통령이나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비화폰으로 김 전 수석과 조 전 원장 등과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한 인물은 윤석열정부 초대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한다. 김씨가 비화폰을 많이 사용하던 시기는 2023년 초부터다. 특검팀도 2023년 3월부터 김씨가 비화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지난해 9월부터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사 안팎에서는 노 전 사령관과 김씨가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직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연남 역할은? 한 정보사 관계자는 “김씨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의 내연남 의혹을 받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노상원을 후원하던 사람이라는 풍문은 많이 알려진 얘기”라며 “노상원과 내연남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내연남이 노상원에게 돈을 퍼줬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내연남이 노상원과 비화폰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무속과 고민 상담 등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