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사 ‘유령 임원’ 미스터리

7개월 일했는데…직원 아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7개월 동안 일했습니다. 임금을 받아야 합니다.”

“우리 회사 직원이 아닙니다.”

이○○씨와 H사 박○○ 대표의 주장이다. 두 사람은 2015∼2016년 이씨의 H사 근무 여부를 두고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문제로 법정 공방도 진행 중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서울 강남구에 소재한 H사는 기계·상하수도 설비 공사, 환경설비 제조 등을 하는 중소기업이다. 토목기사 자격증을 가진 기술사 이○○씨는 H사 전 부사장의 소개로 해당 회사와 관계를 맺었다. 쟁점은 이씨가 H사 소속 직원으로 근무했는지 여부다.

근로자 확인?

이씨는 H사 전 부사장의 소개로 입사해 2015년 12월1일부터 2016년 6월30일까지 7개월간 직원으로 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입사 당시 직책은 부사장이었지만 이미 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임원과 성이 같아 헷갈리는 바람에 전무를 맡았다고 했다. 실제 이씨는 부사장/기술사, 전무/기술사로 직책이 표기된 두 종류의 명함을 갖고 있었다.


이씨에 따르면 그가 임금 문제를 제기한 시기는 입사 후 한 달이 지나서였다. 1개월을 일했지만 임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던 것. 이씨는 자신을 소개한 H사 전 부사장에게 자초지종을 물었으나 “조금 기다려 봐라. 나도 못 받았다”는 말을 들었다는 입장이다.

이씨는 “입사 후 한 달이 지나 회사 측에 월급을 달라고 했더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답변이 왔다”며 “이후 ‘토목공사 계약 중이니 현장 소장으로 발령내주겠다’ ‘하청업체의 계약금액을 높여서 (월급을)주겠다’ 등 월급 지급 문제를 두고 7개월을 끌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2016년 6월 이후에는 ‘출입문 차단’ 등의 방식으로 자신의 출근을 저지했다고 주장했다.

H사는 5층 건물 전체를 사업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외부인은 건물에 들어가기 전 벨을 눌러 소속을 밝히고, 안에서 문을 열어주는 방식으로 출입이 가능하다. 이씨에 따르면 H사 직원들은 지문 인식, 개인에게 부여된 비밀번호 입력 등의 방법을 통해 건물에 출입했다. 이씨는 H사에 등록돼있던 자신의 지문과 비밀번호가 모두 삭제되면서 임금도 받지 못한 채 부당해고를 당했다는 주장이다.

부사장 소개 전무로 입사해 근무
“월급 일절 못 받아” 부당해고 주장

반면 H사 측은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지난달 30일, H사 사무실서 만난 박○○ 대표는 “같은 얘기를 경찰, 검찰, 법원, 노동부 등에 수십 번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주장은 이씨가 특정 사업을 먼저 제안했고 동업자 형식으로 함께 일을 추진하기로 했을 뿐 직원으로 채용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씨가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시에 하수종말처리장 공사가 있다고 했다. 공사 규모는 250억원 정도인데 환경·기계설비는 우리(H사)가 맡고, 토목은 자신이 하겠다고 말해 그렇게 하자고 한 게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상시근무 직원이 아니라 건물 4층 일부를 임대하는 방식으로 H사에서 일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일주일에 한 번, 3일에 한 번 비정기적으로 회사에 왔다 갔다 했는데 어느 날 월급을 달라고 해 황당했다고 항변했다.


두 사람의 입장이 판이하게 갈리면서 고소·고발 전이 진행됐다. 이씨는 먼저 H사에 임금 지급 관련 내용증명을 보낸 후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은 2016년 8월과 11월 이씨의 진정과 고소 사건에 대해 ‘임금,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에 대해 별도로 정한 사실이 없고, 업무 수행 과정서 피진정인으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보기 어려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결과를 통지했다.

고용노동청 조사 결과를 납득하지 못한 이씨는 ▲입사서류 제출 서면 요청서 ▲2015년 12월 H사 임직원 급여 및 수당내역서 ▲건강·장기요양보험료,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 확인서 등을 근거로 고용노동부에 재심을 요청했다. 

실제 이씨가 제시한 보험료 납부확인서를 보면 H사에서 2015년 12월부터 2016년 5월까지(건강·장기요양 보험료), 같은 해 6월까지 국민연금을 낸 사실이 확인된다.

이씨의 4대 보험 가입 이유에 대해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이씨는 H사가 토공사업 건설업 등록증을 발급받기 위해 자신의 면허를 이용했다는 주장이다. H사는 2016년 1월4일 서울 강남구청으로부터 토공사업 건설업 등록증을 발급받았다. 이씨가 H사에서 일했다고 주장하는 기간에 포함된 시기다.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건설업 등록기준’서 토공사업 부분을 보면, 건설기술 진흥법에 따른 토목·광업 분야 초급 이상의 건설 기술자 또는 국가기술자격법에 따른 관련 종목의 기술자격취득자 중 2명 이상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기술자격취득자는 상시 근무를 조건으로 고용하도록 돼있다.

박 대표는 “이씨의 4대 보험 가입은 그가 울란바토르 사업에 필요하다고 해서 해줬을 뿐”이라면서도 “이씨의 면허를 사용해 토공사업 건설업 등록증을 발급받았다”고 밝혔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건설업자는 국가기술자격증이나 건설기술경력증을 타인에게 빌리거나 빌려주는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이씨는 “H사에 자신의 면허를 대여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4대보험 취소·국세청 소득신고?
사측 “사업 제안에 동업자로”

문제는 그 이후다. 이씨에게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자격 상실, 국민연금 사업장가입자 자격취소 통보가 온 것이다. 이씨는 이 과정에 H사가 관여했다는 입장이다. 박 대표는 “이씨의 4대 보험 자격 상실에 우리가 관여한 바는 전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박 대표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 답변은 이와 조금 다르다.

현재 박 대표는 무고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이씨를 고소해 재판을 진행 중이다. 박 대표는 지난 2월 법정서 이씨의 변호인이 “H사가 납부한 피고인(이씨)에 대한 4대 보험 7개월분은 나중에 취소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라고 묻자 “노동부서 공문이 왔다. (이씨는) 당신들 직원이 아니니까 다 취소해라, 국민연금이고 뭐고 다 취소해 반납 받으라고 노동부 공문에 의해서 했다”고 답했다.

고용노동부의 입장은 또 다르다. 

고용노동청 서울강남지청에서는 2016년 10월12일자로 “근로기준법 위반 진정사건을 조사하던 중 H사에서, 채용한 사실이 없는 사람(이씨)을 허위로 피보험자로 취득 신고했다고 진술했다”며 “관련 법령 위반 여부를 조사해 처리해 달라”고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연금공단 등에 통보했다.
 


이후 H사는 2016년 10월27일 국민연금공단 강남역삼지사에 이씨에 대한 ‘국민연금 사업장가입자 취소요청’ 공문을 보냈다. 이씨의 사업장가입자 자격 취득, 상실 내용을 원천 삭제해 달라는 요청이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에 따르면 사업장가입자 원천 삭제는 “사업장서 해당 사람이 당사 직원이 아니라는 의미로 요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금은 왜?

이씨의 2015∼2016년 소득금액증명서에도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이씨가 역삼세무서에서 발급받은 2015∼2016년 근로소득자용 소득금액증명을 보면 원천징수의무자로 H사가 잡힌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소득금액은 2015년 1950만원, 2016년 750만원이다. 이에 박 대표는 “세금 문제는 회계팀에서 관리한다”며 “국세청서 세무조사를 받았을 때 몇 가지 사항을 제외하고 큰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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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