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승계 판도] 구광모와 LG가 사람들 ‘풀스토리’

같이 갈 수 없는 황태자와 왕자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재계의 큰별이 졌다. LG그룹을 이끌어오던 구본무 회장이 별세한 것이다. 재계를 넘어 사회적으로도 비통함에 빠졌다. 비보에도 LG그룹은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후계자로 구광모 상무가 지목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만 다른 경쟁자에게도 동시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지난 20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3세. 구 회장은 지난해 건강검진서 뇌종양을 발견해 수술을 받은 후 한남동 자택과 서울대병원을 오가며 투병생활을 했다.

40대 회장
탄생하나

병세가 악화됐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그의 타계 소식에 정재계 많은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이 슬픔을 함께 했다.

구본무 회장의 별세로 LG그룹의 승계구도를 걱정하는 시각도 생겼다. 현재 구 회장을 이어 그룹을 이끌 유력 후보자는 구본무 회장의 아들 구광모 LG전자 상무다. 1978년 생인 그의 나이는 만 40세다.

LG그룹은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한다. 1969년 12월31일 창업주 구인회 회장이 별세하면서 그의 동생 구철회 사장은 이듬해 1월 경영서 한 발 물러섰다. 구인회 회장의 장자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에게 지휘봉을 넘겨주기 위해서였다.


구자경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서 물러설 때도 마찬가지였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만 70세가 되던 해인 1995년 1월 럭키금성그룹 간판을 LG그룹으로 바꾼 뒤 그룹 경영권을 구본무 회장에게 넘겼다.
 

이에 따라 구자경 회장의 형제였던 구자학 아워홈 회장, 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 회장 등이 LG그룹의 경영서 물러났다. 회장직을 다음 세대에 장자가 넘겨받으면 윗세대가 경영서 물러나는 식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구본무 회장 별세 “다음 후계자는?”
장자승계 원칙대로?

하지만 3세 경영인 구본무 회장의 별세를 4세 경영인 시대 개막으로 해석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일각에선 그가 그룹을 이끌기엔 후계자로서 검증이 안 됐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구광모 상무는 영동고등학교를 거쳐 미국 뉴욕에 있는 로체스터 공대를 졸업했다. 2006년부터 LG그룹서 회사생활을 시작했다. 

첫 입사 당시 그의 직급은 대리. 이듬해 유학길을 떠났지만 2009년 LG전자 미국 뉴저지 법인으로 회사에 다시 합류했다. 2013년에는 한국에 돌아와 일했으며 입사 8년 만인 2014년 11월 상무로 진급했다.

그가 회사에 들어와 경영수업을 받은 지 15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1950년에 입사한 후 20년간 근무한 뒤 1970년 그룹 회장직을 맡았다. 구 회장도 20년간 실무경험을 쌓고 50세이던 1995년에 회장직에 올랐다. 


구 상무의 실무 경력이 12년이 안 된 점을 감안하면 연륜에 대한 말이 나오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에 따라 구 상무 지배력을 위협할 수 있는 경쟁자들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구 상무는 구 회장의 양자다. 2004년 구 상무는 큰아버지인 구 회장의 양자로 입적했다. 

그의 원래 친아버지는 현 희성그룹을 이끌고 있는 구본능 회장. 구 회장은 1994년 외아들을 잃은 뒤 뒤를 이을 자식이 없었다.

구연경·구연수씨 등 두 명의 딸이 더 있었지만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LG그룹의 가풍 상 두 딸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는 쉽지 않았다. 

LG그룹 측은 “구 회장이 슬하에 딸 두 명을 두고 있는 상황서 장자의 대를 잇고 집안 대소사에 아들이 필요하다는 유교적 가풍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설명한 바 있다.

LG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구연경씨는 지난 2006년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와 결혼했으며 윤관 사장 역시 LG그룹의 경영에는 참여하고 있지 않다. 구연수씨 역시 별다른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구 회장의 자녀 가운데서는 구 상무를 흔들만한 인사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작업 마무리
남은 숙제는?

하지만 현재 그룹 내에서 가장 큰 위상을 차지하는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구 상무를 흔들 여력이 있다. 구본준 부회장은 3세 경영인 가운데 3남이다. 그동안 구본준 부회장은 형인 구 회장이 병마와 싸우고 있을 사이 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었다. 

장자승계의 원칙상 구본준 부회장이 회사 경영서 물러나야 하지만, 구 상무의 연착륙을 위해서 구본준 부회장이 LG그룹을 이끌 명분은 충분하다.
 

그룹 지주사 LG 지분을 7.72% 가지고 있는 구본준 부회장은 구 회장(11.28%)을 제외하면 지분이 가장 많다. 구 상무의 지분은 6.24%다. 물론 구 상무가 온전히 구 회장의 지분을 넘겨받는다면 최대주주로 올라서지만 해당 지분을 두 딸을 배제하고 넘길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부분이다. 

또 해당 주식이 구 상무가 물려받는다고 하더라도 상속세 때문에 지분율이 생각보다 높지 않을 수 있다.


현행 상속세·증여세법 상 30억원 이상에는 상속 시 최고세율(50%)이 적용된다. 상장기업 주식은 고인이 사망한 시점으로부터,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 치 주가를 평균 금액으로 기준삼아 산정한다. 여기에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 대한 상속 지분은 20% 할증된다.

구 상무가 구 회장에게 지분을 모두 물려받을 경우 약 1조원에 육박하는 상속세를 마련해야할 것으로 관측된다. 물납을 통해 상속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구 상무는 물려받은 지분을 매각해 상속재원을 마련할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렇게 될 경우 구 상무가 가지는 지분율이 11%를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구 상무가 구 회장의 지분을 모두 상속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와 그룹의 지배력이 확실하게 넘어갔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3세 경영인 가운데 4남인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이 4.48%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 구본준 부회장과 연대할 경우 구 상무의 지분을 상회할 수 있다.

사실 구 상무의 불안한 입지 때문에 친부인 구본능 회장의 지원사격이 꾸준히 있었다. LG전자에 첫 입사했던 2006년 구 상무의 LG 지분은 2%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7년 희성전자 지분 14.9%를 매각한 자금으로 LG 지분을 매입했다.

2014년에는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에게 LG 지분 1.10%를 증여받았다. 고모부인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도 2016년 말 LG 지분 0.21%(70만주)를 증여하면서 지원사격을 했다. 현재까지도 구본능 회장이 LG지분 3.45%를 가지고 있어 구 상무의 입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상황서 가장 큰 변수는 구 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의 지분이다. 김 여사는 LG 지분 4.20%를 가지고 있다. 승계 구도에 변화를 줄 여지가 충분하다는 의미다.

현재 다른 구 상무와 같은 항렬에 있는 사촌들 역시 경쟁자로 분류될 수 있다. 구본준 회장의 장남 구형모 LG전자 과장도 그룹 내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4세대 가운데 LG그룹 내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은 구 상무를 제외하면 구형모 과장이 유일하다. 따라서 그의 향후 행보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그가 가지고 있는 LG 지분은 0.6% 수준이다. 4세 가운데 가장 많지만 구 상무보다는 현저히 적어 지분을 가지고 직접적으로 경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 외에 구 회장의 사촌 구본길 희성그룹 사장의 장남인 구현모씨와 구본식 부회장의 장남 구웅모씨가 경쟁자로 거론될 수 있다. 다만 이들은 지난해 대부분의 LG 지분을 처분하면서 경쟁구도서 멀어졌다. 현재로써 분란의 소지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

이에 따라 재계서 보는 LG그룹의 향후 승계 시나리오는 구 상무가 장자승계의 원칙에 따라 LG그룹을 이끌고 구본준 부회장이 계열사 가운데 한 곳을 분리계열해 독립하는 내용이다. 이 경우 구본준 부회장은 전자 관련 사업부분을 떼갈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구본준 부회장이 전자 부문 계열사에서 활동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구본준 부회장이 전자 사업부문 계열사를 중심으로 독립할 경우 LG그룹내 핵심 계열사 LG디스플레이를 가져갈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 지분 37.90%를 가지고 있다. 가치로 환산하면 3조원 수준. 이에 따라 인수를 위해 추가적인 재원이 1조원 이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구본준 부회장이 전자부문 외에 상사나 바이오부문 계열사를 중심으로 독립할 가능성도 전망되고 있다. 향후 거취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이 때문에 구본준 부회장의 계열분리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LG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주력 계열사를 두고 신경전이 생길 수 있어서다. 현 시점에서 승계 작업이 확실하게 마무리 됐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분율 안심 못해
짧은 경력도 숙제

한편, 구광모 상무는 빠르게 그룹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이다. 구본무 회장의 3일장을 마치자마자 바로 출근한 것. 지난 23일 LG그룹에 따르면 구광모 상무는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서관으로 출근했다. 구광모 상무는 현재 LG전자 정보디스플레이(ID) 사업부장을 맡고 있어 지주사 LG가 있는 동관이 아닌 LG전자가 입주해 있는 서관으로 평소대로 출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내규정상 부모상 경조휴가는 5일이지만 구광모 상무는 3일장을 치른 뒤 곧바로 출근했다. 발 빠르게 새로운 경영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구광모 상무의 직급은 아직 LG전자 ID사업부 상무지만 이미 그룹 전반에 대한 경영 현황 파악은 물론 차기 경영구상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구광모 상무가 그룹 전반을 조율하며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안착돼 있는 만큼 주요 계열사 경영은 6인의 부회장단에게 맡기고 큰 틀에서 미래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는 구상이다.

LG그룹을 서둘러 구광모 상무 체제로 선회하고 있는 모습이다. LG는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고 다음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LG그룹 관계자는 “다음달 29일 임시주총에서 LG의 사내이사 선임안이 통과되면, 그 이후 이사회를 다시 열어 구광모 상무의 직급과 역할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계열 분리
가능성 솔솔

LG그룹은 그동안 큰 잡음 없이 장자승계의 원칙 아래 계열분리에 성공한 그룹이다. 방계그룹 GS, 아워홈, 희성, LS, LIG, GS, 오성, 성철, 코멧 등 많은 방계 그룹을 계열분리 하면서 큰 잡음없이 승계와 독립을 반복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구광모 상무로 승계 작업이 마무리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재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LG그룹은 장자승계의 원칙에 따라 별다른 잡음없이 승계작업이 이뤄졌다”면서 “지난해 받은 수술 이후 건강이 악화된 구본무 회장의 별세가 어느 정도 예견돼 있다고 하지만 시기가 갑작스러운 면이 있어 향후 승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눈길이 쏠린다”고 말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사정당국이 불안한 구광모 '왜?'

최근 사정당국이 LG그룹을 들여다보고 있다. 승계과정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양상이다. 구광모 상무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 국세청은 승계 자금줄 역할을 했던 기업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구광모 회장의 승계 자금줄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되는 판토스의 최대주주 LG상사를 세무조사했다. 판토스 지분은 LG상사가 51%다. 구광모 상무 7.5% 등 오너일가 지분이 19.9% 수준이다. 이 때문에 판토스가 구광모 상무의 승계 자금 창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점쳐졌다. 오너일가의 지분율 19.9%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내부거래 제재 범위를 간발의 차로 피해나가는 수준이었다.

공정위는 내부거래 규제오너일가의 지분율이 상장사의 경우 30% 이상, 비상장사 20% 이상의 경우 제재하고 있다. 판토스의 경우 0.1% 차이로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벗어나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당시 세무조사가 구광모 상무의 승계 과정을 살펴보는 성격이라고 판단하는 시각이 있었다. 

세무조사 대상에는 구광모 상무의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당시 세무조사 결과 LG상사는 711억2900만원의 추징금을 이달 15일 부과 받았다.

특히 검찰의 칼날이 무섭다. LG전자가 23일 채무증권 신고서 정정신고 공시를 통해 탈세혐의 관련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공지했다. 

LG전자는 이날 오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지난 5월 초 LG그룹 내 일부 개인 특수관계인의 조세 관련 문제로 당사의 지주회사인 LG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있었다”며 “압수수색은 당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지 않고, LG그룹 내 일부 개인 특수관계인과 관련된 문제로 현재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이라 당사도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사실관계가 파악되고 당사와 관련된 문제점 등이 확인될 경우에 공시 등의 방법을 통해 투자자 분들께 알리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유력 후계자인 구광모 상무를 비롯해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까지 사정당국의 수사망에 걸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구광모 상무가 그룹을 물려받기까지 험로가 예상되는 상황이다.<호>

 

<기사 속 기사> 구본무 영면한 화담숲은?

구본무 LG 회장이 숲에서 영면한다. 매장 중심의 우리 장묘문화를 개선하고자 했던 고인의 뜻에 따라 재벌총수로는 이례적으로 ‘수목장’의 형태로 잠들게 됐다.

지난 22일 오전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구 회장의 발인이 엄수됐다. 유족들과 LG그룹 임원, 범 LG가 인사, 재계 인사 1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차분하게 진행됐다. 이후 가족들만 따로 장지로 이동해 비공개로 장례를 치렀다. 

고인의 유해는 화장한 뒤 수목장의 형태로, 생전 즐겨 찾았던 경기도 곤지암 화담숲 인근 지역에 매장된다. 재벌 총수로는 수목장으로 장례를 치르게 되는 첫 번째 사례다.

수목장은 화장한 후 나온 뼛가루를 나무 뿌리에 뿌리거나 별도로 단지에 담아 묻는 자연 친화적인 매장 방식이다. 장례를 위한 공간은 제한되어 있는데 매장이나 납골에 필요한 부지가 늘어나면서 대안으로 등장했다. 수목장은 1999년 스위스서 최초로 도입됐다. 주로 국토가 좁은 일본, 뉴질랜드, 영국 등의 국가에서 새로운 장례문화로 자리 잡았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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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