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폭행 파문’ 광주 신양관광파 실체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5.28 10:53:11
  • 호수 11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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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린치 금지’ 룰 깨진 주먹세계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광주서 한 남성이 8명에 둘러싸여 주먹과 발로 수십 차례 구타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폭행 현장이 담긴 동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국민적 충격을 안겼다. 피해자는 수술 중 눈 깊은 곳에서 나무조각이 나왔으며,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할 위기에 처했다. 가해자 8명은 모두 폭력조직 가입돼있었다. 광주 신양관광파 조직원인 것으로 전해진다. 신양관광파는 어떤 조직일까. 
 

지난달 30일 오전 5시께 A(33)씨 일행은 광주 광산구 수완동의 한 노래방서 술을 마셨다. 일행 중 한 명이 먼저 집에 간다며 밖으로 나가 택시를 잡는 과정서 20, 30대 남성 7명, 여성 3명이 함께 있던 일행과 시비가 붙었다. 

단순 폭행만?
가중처벌 가능 

A씨 일행이 택시를 잡았는데, 상대 쪽이 먼저 자신의 일행을 태우려고 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술집 밖으로 나온 A씨는 상황을 목격하고 말리러 다가가 말을 겄었다. 하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돼 다툼은 결국 몸싸움으로 번졌다. 

처음에는 상대측 남성들과 일대일로 싸웠지만, 이후 집단으로 달려들어 A씨를 폭행했다. 

촬영된 동영상을 보면 조폭으로 보이는 남성들이 상의를 벗은 채 A씨를 폭행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가해자 측 남성 3명은 상의를 벗고 있고, 온몸에 문신을 했다. A씨를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걷어차는 등 수 십 차례 폭행했다. 이 중 건장한 남성이 돌을 집어들어 때리는 장면이 있다. 


A씨는 현재 대학병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폭행 당하는 과정서 손가락이나 나뭇가지로 양쪽 눈을 심하게 찔려 사실상 실명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눈 주위의 뼈도 무너졌으며, 수술 중 4∼5cm 크기의 나무조각도 나왔다. 

대소변도 어려울 정도로 A씨의 상태는 심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폭행 가담 정도를 구분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상해)혐의로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주변 CCTV와 피의자 조사를 통해 피해자 측에서 주장한 폭행 피해가 대부분 인정됐다고 전했다.

잔혹한 동영상 보고 국민들 분노 폭발 
가해자 8명 모두 폭력조직 가입 확인

하지만 A씨 가족 측은 살인미수로 전원 구속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경찰 수사가 잘못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A씨 형은 “가해자들이 모두 관광파 조폭이다.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은 전원 구속돼야 하고, 죄목도 살인미수”라고 주장했다. 

당시 경찰의 소극적인 대응도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특히 사건 당시의 상황을 담은 동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되고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는데도 폭행이 이어졌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여론의 질타에 불이 붙었다. 

사건을 맡은 광주 광산경찰서는 “적절하게 조치했다”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싸늘하게 돌아섰다. 집단폭행 가해자들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엄벌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은 순식간에 20만명을 넘었다. 경찰의 부실 대응에 대한 비판은 집단폭행 사건 당시의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불이 붙었다. 


영상에는 폭행 당시 출동한 경찰관들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계속 폭행을 이어가는 가해자들의 모습이 담겼다. 가해자들은 경찰이 피해자를 순찰차에 태우는 와중에도 달려들어 폭력을 휘두르려 했다. 

피해자가 저항하지 못하는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하지 못한 경찰의 모습에 분노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여론이 계속 악화하자 경찰이 직접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5월4일 김순호 광주 광산경찰서장은 페이스북에 2페이지 분량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던 체포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김 서장은 “SNS 동영상만 보면 경찰이 소극적으로 대응한다고 보일 수 있지만 신속한 현장출동, 상호 분리, 부상자 후송, 경찰장구를 이용한 가해자 체포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피의자들의 강력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에 대해서는 “보강수사를 통해 불구속 가해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추가 신청했다”며 “또한 피의자들의 조직폭력배 연관성을 철저히 수사하고, 살인미수 적용 여부에 대해서도 심도 깊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지방경찰청도 이날 오전 “대응 메뉴얼에 따라 순차적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광주 지역서 
수도권으로

조사결과 가해자들은 모두 신양관광파 폭력조직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지난 22일, 공동상해와 범죄단체 구성 활동 등의 혐의로 한모씨를 구속했다. 앞서 경찰은 같은 혐의로 박모씨 등 5명을 구속하고 안모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해 1월과 올 2월, 폭력조직 신양관광파에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경찰에서 폭력조직 가입 사실을 털어놨다. 경찰은 이들이 SNS에 올린 가입 신고식과 단합대회 영상 등을 확보했다. 

폭행사건 전날에도 박씨 등은 선배 조직원의 집안 행사에 참석한 뒤 뒤풀이를 하고 돌아가던 중이었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된 가해자 대부분이 폭력·상해 등 관련 전과 기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가운데 한 명은 전과 10범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초 경찰은 이들을 단순 추종 세력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잔혹한 폭행에 대한 시민들의 공분이 커지자 추가 수사를 통해 폭력조직 가입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재판서 폭력조직 가입이 인정되면 형량이 2분의 1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신양관광파 조직원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양관광파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양관광파는 법원서 ‘범죄단체로 확정된 관리 대상 조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광역시 동구 지산동에 있는 신양파크호텔이 주무대였기 때문에 신양관광파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전해진다. 


신양관광파는 오래 전부터 신규 이권 사업에 적극 나섰다. 1990년대 초반까지는 유흥업소 금품 갈취, 건설업체 입찰이나 아파트 재건축 폭력 등에 나서다가 점차 고리대금업 등에 손을 댔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성인 PC방 운영 등 사행성 도박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사업 영역 중에서 사행성 도박은 최대 수익원이다.

활동 무대도 광주서 서울 등 수도권으로 넓혔다. 신양관광파 조직원들끼리는 서울에 올라오거나 지방으로 갈 경우 서로 숙식을 제공하는 등 끈끈한 유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신양관광파는 온갖 사설 사행성 도박 등 불법 행위로 언론에 오르내렸다. 

2011년에는 지방서 수도권으로 진출한 6개 폭력 조직이 연합해 서울 강남 일대서 사설 도박장을 운영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여기에 신양관광파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2009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강남 일대 고급 빌라 등을 빌려 카지노 도박장을 운영하면서 판돈 합계 100억원가량의 도박판을 벌여 환전 수수료 명목으로 10억여원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조사 결과 이들 중 8명은 신양관광파와 국제PJ파 등 지방 폭력조직서 활동하던 폭력배로 밝혀졌다. 마카오 등지서 원정 도박꾼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이른바 ‘롤링’을 하면서 알게 된 유흥업소 마담 및 재력가들에게 도박을 시켜주고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각종 사행성 
도박장 운영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하우스장·롤링(모집책), 꽁지(자금책), 문방 등의 역할을 조직적으로 분담했다. 5곳의 도박장을 단기 월세로 임대해 수시로 옮겨가면서 점조직으로 도박장을 운영했다.


이들은 또 수사기관의 자금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하부 조직원, 지인이나 도박자 명의로 된 차명 계좌를 이용해 2∼3단계의 자금 세탁 과정을 거쳐 도박 자금을 현금화하는 등 치밀하게 도박 자금을 관리했다. 사설 경마서도 비슷한 수법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신양관광파는 2013년 신종 사설 경마 프로그램을 개발·공급해 2000억원대 사설 경마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수원지검은 당시 한국마사회법 위반 혐의로 광주 신양관광파 조직폭력배 정모씨 등 2명을 구속 기소하고 장모씨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프로그램을 개발한 주범 이모씨 등 6명을 수배했다. 
 

이씨는 마권을 사이버머니로 살 수 있고 마사회 배당판이 실시간 업그레이드되는 등 편리성과 도박성을 살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또 이를 도입한 897억원 규모의 사설경마 센터를 2010년 1월부터 2013년 1월까지 수도권을 돌며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3명을 끌어들여 신종 프로그램을 개발한 뒤 사설경마 센터 운영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신양관광파였던 정씨 등 7명은 이 신종 프로그램이 도입된 1289억원 규모 사설경마 센터를 2010년 1월부터 2013년 1월까지 수도권 등지서 운영했다. 대신 프로그램 사용료로 이씨에게 1주일에 100만원씩 지급한 혐의를 받았다.

법원서 ‘범죄단체’ 확정
경찰 집중 관리대상 조직

2015년에는 유명 아이돌 그룹이었던 티아라의 일본 콘서트를 열어주겠다며 수억원을 가로챈 신양관광파 조직원이 2년 만에 체포되기도 했다. 당시 서울 강남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광주 신양관광파 행동대원 정모씨를 붙잡았다. 

정씨는 지난 2013년 7월 논현동 한 사무실서 “일본서 공연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티아라 전 소속사 대표 A씨로부터 2억원 상당의 엔화를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약속과 달리 일본 콘서트 개최 자체가 무산되자 A씨는 경찰에 정씨를 고소했다.

경찰 출석에 응하지 않아 체포영장이 발부됐던 정씨는 지난 4일 잠복 중이던 관악경찰서 형사들에게 덜미가 잡혔다. 광주 신양관광파 소속 조직폭력배인 정씨는 서울 논현동에 주거지를 마련하고 광주와 서울을 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불법 보드카페를 운영하다 검찰에 적발됐다.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서울 서초·강남 일대서 보드카페를 신종 카드게임 도박장으로 불법 운영한 혐의로 신양관광파 등 조직폭력배 15명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적발된 불법 보드카페는 모두 30여곳으로 도박금 규모만 541억여원에 이른다. 이들은 합법 업소를 단기간 빌리고 인터넷·SNS서 도박 참가자를 모아 사설 도박장으로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곳에서는 신종 도박 텍사스홀덤이 유행했다. 이 게임은 2장의 개인카드와 5장의 공통카드로 가장 좋은 조합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이기는 방식이다. 규칙이 간단하고 회전이 빨라 중독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돌 그룹 
이름 팔다 덜미

도박장은 관리자, 주최자(속칭 관계자), 딜러, 뱅커, 서빙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운영됐다. 주로 차명계좌로 판돈을 입출금하거나 단기간만 운영하다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메뚜기식’ 활동으로 경찰 단속도 피했다. 신양관광파 등 다수 폭력조직들이 관리자 역할을 하면서 한 테이블 당 1시간에 60만∼80만원의 수수료를 챙겨 고정적인 수익으로 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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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