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폭행 파문’ 광주 신양관광파 실체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5.28 10:53:11
  • 호수 11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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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린치 금지’ 룰 깨진 주먹세계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광주서 한 남성이 8명에 둘러싸여 주먹과 발로 수십 차례 구타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폭행 현장이 담긴 동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국민적 충격을 안겼다. 피해자는 수술 중 눈 깊은 곳에서 나무조각이 나왔으며,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할 위기에 처했다. 가해자 8명은 모두 폭력조직 가입돼있었다. 광주 신양관광파 조직원인 것으로 전해진다. 신양관광파는 어떤 조직일까. 
 

지난달 30일 오전 5시께 A(33)씨 일행은 광주 광산구 수완동의 한 노래방서 술을 마셨다. 일행 중 한 명이 먼저 집에 간다며 밖으로 나가 택시를 잡는 과정서 20, 30대 남성 7명, 여성 3명이 함께 있던 일행과 시비가 붙었다. 

단순 폭행만?
가중처벌 가능 

A씨 일행이 택시를 잡았는데, 상대 쪽이 먼저 자신의 일행을 태우려고 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술집 밖으로 나온 A씨는 상황을 목격하고 말리러 다가가 말을 겄었다. 하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돼 다툼은 결국 몸싸움으로 번졌다. 

처음에는 상대측 남성들과 일대일로 싸웠지만, 이후 집단으로 달려들어 A씨를 폭행했다. 

촬영된 동영상을 보면 조폭으로 보이는 남성들이 상의를 벗은 채 A씨를 폭행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가해자 측 남성 3명은 상의를 벗고 있고, 온몸에 문신을 했다. A씨를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걷어차는 등 수 십 차례 폭행했다. 이 중 건장한 남성이 돌을 집어들어 때리는 장면이 있다. 


A씨는 현재 대학병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폭행 당하는 과정서 손가락이나 나뭇가지로 양쪽 눈을 심하게 찔려 사실상 실명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눈 주위의 뼈도 무너졌으며, 수술 중 4∼5cm 크기의 나무조각도 나왔다. 

대소변도 어려울 정도로 A씨의 상태는 심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폭행 가담 정도를 구분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상해)혐의로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주변 CCTV와 피의자 조사를 통해 피해자 측에서 주장한 폭행 피해가 대부분 인정됐다고 전했다.

잔혹한 동영상 보고 국민들 분노 폭발 
가해자 8명 모두 폭력조직 가입 확인

하지만 A씨 가족 측은 살인미수로 전원 구속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경찰 수사가 잘못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A씨 형은 “가해자들이 모두 관광파 조폭이다.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은 전원 구속돼야 하고, 죄목도 살인미수”라고 주장했다. 

당시 경찰의 소극적인 대응도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특히 사건 당시의 상황을 담은 동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되고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는데도 폭행이 이어졌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여론의 질타에 불이 붙었다. 

사건을 맡은 광주 광산경찰서는 “적절하게 조치했다”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싸늘하게 돌아섰다. 집단폭행 가해자들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엄벌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은 순식간에 20만명을 넘었다. 경찰의 부실 대응에 대한 비판은 집단폭행 사건 당시의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불이 붙었다. 


영상에는 폭행 당시 출동한 경찰관들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계속 폭행을 이어가는 가해자들의 모습이 담겼다. 가해자들은 경찰이 피해자를 순찰차에 태우는 와중에도 달려들어 폭력을 휘두르려 했다. 

피해자가 저항하지 못하는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하지 못한 경찰의 모습에 분노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여론이 계속 악화하자 경찰이 직접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5월4일 김순호 광주 광산경찰서장은 페이스북에 2페이지 분량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던 체포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김 서장은 “SNS 동영상만 보면 경찰이 소극적으로 대응한다고 보일 수 있지만 신속한 현장출동, 상호 분리, 부상자 후송, 경찰장구를 이용한 가해자 체포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피의자들의 강력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에 대해서는 “보강수사를 통해 불구속 가해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추가 신청했다”며 “또한 피의자들의 조직폭력배 연관성을 철저히 수사하고, 살인미수 적용 여부에 대해서도 심도 깊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지방경찰청도 이날 오전 “대응 메뉴얼에 따라 순차적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광주 지역서 
수도권으로

조사결과 가해자들은 모두 신양관광파 폭력조직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지난 22일, 공동상해와 범죄단체 구성 활동 등의 혐의로 한모씨를 구속했다. 앞서 경찰은 같은 혐의로 박모씨 등 5명을 구속하고 안모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해 1월과 올 2월, 폭력조직 신양관광파에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경찰에서 폭력조직 가입 사실을 털어놨다. 경찰은 이들이 SNS에 올린 가입 신고식과 단합대회 영상 등을 확보했다. 

폭행사건 전날에도 박씨 등은 선배 조직원의 집안 행사에 참석한 뒤 뒤풀이를 하고 돌아가던 중이었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된 가해자 대부분이 폭력·상해 등 관련 전과 기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가운데 한 명은 전과 10범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초 경찰은 이들을 단순 추종 세력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잔혹한 폭행에 대한 시민들의 공분이 커지자 추가 수사를 통해 폭력조직 가입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재판서 폭력조직 가입이 인정되면 형량이 2분의 1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신양관광파 조직원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양관광파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양관광파는 법원서 ‘범죄단체로 확정된 관리 대상 조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광역시 동구 지산동에 있는 신양파크호텔이 주무대였기 때문에 신양관광파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전해진다. 


신양관광파는 오래 전부터 신규 이권 사업에 적극 나섰다. 1990년대 초반까지는 유흥업소 금품 갈취, 건설업체 입찰이나 아파트 재건축 폭력 등에 나서다가 점차 고리대금업 등에 손을 댔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성인 PC방 운영 등 사행성 도박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사업 영역 중에서 사행성 도박은 최대 수익원이다.

활동 무대도 광주서 서울 등 수도권으로 넓혔다. 신양관광파 조직원들끼리는 서울에 올라오거나 지방으로 갈 경우 서로 숙식을 제공하는 등 끈끈한 유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신양관광파는 온갖 사설 사행성 도박 등 불법 행위로 언론에 오르내렸다. 

2011년에는 지방서 수도권으로 진출한 6개 폭력 조직이 연합해 서울 강남 일대서 사설 도박장을 운영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여기에 신양관광파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2009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강남 일대 고급 빌라 등을 빌려 카지노 도박장을 운영하면서 판돈 합계 100억원가량의 도박판을 벌여 환전 수수료 명목으로 10억여원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조사 결과 이들 중 8명은 신양관광파와 국제PJ파 등 지방 폭력조직서 활동하던 폭력배로 밝혀졌다. 마카오 등지서 원정 도박꾼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이른바 ‘롤링’을 하면서 알게 된 유흥업소 마담 및 재력가들에게 도박을 시켜주고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각종 사행성 
도박장 운영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하우스장·롤링(모집책), 꽁지(자금책), 문방 등의 역할을 조직적으로 분담했다. 5곳의 도박장을 단기 월세로 임대해 수시로 옮겨가면서 점조직으로 도박장을 운영했다.


이들은 또 수사기관의 자금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하부 조직원, 지인이나 도박자 명의로 된 차명 계좌를 이용해 2∼3단계의 자금 세탁 과정을 거쳐 도박 자금을 현금화하는 등 치밀하게 도박 자금을 관리했다. 사설 경마서도 비슷한 수법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신양관광파는 2013년 신종 사설 경마 프로그램을 개발·공급해 2000억원대 사설 경마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수원지검은 당시 한국마사회법 위반 혐의로 광주 신양관광파 조직폭력배 정모씨 등 2명을 구속 기소하고 장모씨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프로그램을 개발한 주범 이모씨 등 6명을 수배했다. 
 

이씨는 마권을 사이버머니로 살 수 있고 마사회 배당판이 실시간 업그레이드되는 등 편리성과 도박성을 살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또 이를 도입한 897억원 규모의 사설경마 센터를 2010년 1월부터 2013년 1월까지 수도권을 돌며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3명을 끌어들여 신종 프로그램을 개발한 뒤 사설경마 센터 운영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신양관광파였던 정씨 등 7명은 이 신종 프로그램이 도입된 1289억원 규모 사설경마 센터를 2010년 1월부터 2013년 1월까지 수도권 등지서 운영했다. 대신 프로그램 사용료로 이씨에게 1주일에 100만원씩 지급한 혐의를 받았다.

법원서 ‘범죄단체’ 확정
경찰 집중 관리대상 조직

2015년에는 유명 아이돌 그룹이었던 티아라의 일본 콘서트를 열어주겠다며 수억원을 가로챈 신양관광파 조직원이 2년 만에 체포되기도 했다. 당시 서울 강남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광주 신양관광파 행동대원 정모씨를 붙잡았다. 

정씨는 지난 2013년 7월 논현동 한 사무실서 “일본서 공연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티아라 전 소속사 대표 A씨로부터 2억원 상당의 엔화를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약속과 달리 일본 콘서트 개최 자체가 무산되자 A씨는 경찰에 정씨를 고소했다.

경찰 출석에 응하지 않아 체포영장이 발부됐던 정씨는 지난 4일 잠복 중이던 관악경찰서 형사들에게 덜미가 잡혔다. 광주 신양관광파 소속 조직폭력배인 정씨는 서울 논현동에 주거지를 마련하고 광주와 서울을 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불법 보드카페를 운영하다 검찰에 적발됐다.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서울 서초·강남 일대서 보드카페를 신종 카드게임 도박장으로 불법 운영한 혐의로 신양관광파 등 조직폭력배 15명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적발된 불법 보드카페는 모두 30여곳으로 도박금 규모만 541억여원에 이른다. 이들은 합법 업소를 단기간 빌리고 인터넷·SNS서 도박 참가자를 모아 사설 도박장으로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곳에서는 신종 도박 텍사스홀덤이 유행했다. 이 게임은 2장의 개인카드와 5장의 공통카드로 가장 좋은 조합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이기는 방식이다. 규칙이 간단하고 회전이 빨라 중독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돌 그룹 
이름 팔다 덜미

도박장은 관리자, 주최자(속칭 관계자), 딜러, 뱅커, 서빙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운영됐다. 주로 차명계좌로 판돈을 입출금하거나 단기간만 운영하다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메뚜기식’ 활동으로 경찰 단속도 피했다. 신양관광파 등 다수 폭력조직들이 관리자 역할을 하면서 한 테이블 당 1시간에 60만∼80만원의 수수료를 챙겨 고정적인 수익으로 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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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