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권’ OCI 세무조사 막전막후

세무당국 맘먹고 달려들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국세청이 OCI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역외탈세에 대한 의혹 어린 시선이 있었던 터라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오너 일가가 조세 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던 점을 감안하면 더욱 강력한 조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요시사>에서 OCI 세무조사 전말을 확인했다.
 

국세청이 OCI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지난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OCI에 조사요원을 투입해 역외탈세 관련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동안 OCI가 조세포탈 관련 의혹이 있었던 만큼 이번 조사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의혹의 눈길
 회사 측 “…”

OCI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역외탈세와 관련된 내용은 잘 모른다. 이번 세무조사는 정기 세무조사 성격”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OCI는 물론 오너 일가가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사에는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 조사요원 50여명이 투입됐다. 이들은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OCI 본사에서 세무조사에 필요한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국제거래조사국은 해외계좌 및 외국거래 과정서 탈세 혐의를 살펴보는 조사국이다.


OCI 및 계열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집단 소속의 그룹이다. 2018년 4월1일 기준으로 공정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OCI는 21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자산총액은 11조3230억원 수준이다. 매출액은 6조1100억원, 당기순이익은 2630억원으로 대기업 집단에 포함됐다. OCI는 1959년 8월5일 설립됐다. 기초화학제품서부터 태양광 산업까지 50여가지가 넘는 화학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고객에게 솔루션을 제공한다. 

총 2403명의 임직원(지난해 12월 기준)이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두고 역외탈세 등 적폐 청산을 향한 신호탄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OCI 오너일가와 국세청은 역외탈세와 관련해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뉴스타파>는 지난 2013년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설립자 명단을 발표했다. 당시 명단에는 고 이수영 OCI 회장 부부도 포함됐다. 

보도에 따르면 고 이 회장과 부인 김경자 전 OCI 미술관 관장은 지난 2008년 4월 버진아일랜드에 ‘리치몬드 포레스트 매니지먼트(RICHMOND FOREST MANAGEMENT LIMITED)’라는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 이 회장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수십만달러 규모의 자금을 국외계좌를 통해 운용한 사실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되는 공방
예측불허 결말


국세청은 관련 기사가 나간 후 7일만에 역외탈세 혐의를 파악하기 위해 직원을 파견해 조사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세금 추징 및 고발조치 없이 마무리돼 사실상 역외탈세 혐의를 입증하는 데 실패한 모양새가 됐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역외탈세에 대한 감시의 강도가 높아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역시 역외탈세 문제를 거론하며 조사에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지난 15일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주재 회의서 “최근 사회지도층이 해외 소득과 재산을 은닉한 역외탈세 혐의들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이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며“불법으로 재산을 해외에 도피·은닉해 세금을 면탈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공정성과 정의를 해치는 대표적인 반사회행위이므로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회지도층의 역외탈세는 대표적인 반사회적 행위”라며 “국세청, 관세청, 검찰 등 관련 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해외범죄수익 환수 합동조사단을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이 총리도 지난 1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서 “관계부처들과 함께 합동조사단을 만들어서 본격적인 조사를 시행하겠다”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법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일 국세청은 역외 탈세 혐의자 39명에 대한 일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이 이들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하기 전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당시 김현준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번 조사와 관련 “주요 그룹을 포함해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인사들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특히 국세청이 인용한 자료에는 버진아일랜드와 같은 조세회피처를 통해 수익을 숨겨 소득을 탈루한 정황이 발견된 인사들이 주요 조사 대상으로 거론됐다. 이후 조사는 대기업과 대자산가에게까지 확대됐다.

국제거래조사국 투입 강도 높은 조사
해외계좌·외국거래 탈세 혐의 초점

이 같은 상황서 국세청이 OCI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OCI의 역외탈세 의혹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세청이 주의 깊게 보고 있는 부분은 역외탈세 외에도 편법승계 부분도 있다. 승계 과정에서 증여세 및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편법을 동원하는 경우가 많다. 국세청은 기업자금 불법유출, 차명재산 운용, 변칙 자본 거래 등을 살펴볼 방침이다. 

공교롭게도 OCI는 지난해 고 이 회장이 별세하면서 승계 작업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현재 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우현 대표이사 사장이 고 이 회장이 별세하면서 받은 상속 자산에 대한 부분도 검증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고 이 회장이 별세하면서 고 이 회장이 장남인 이 사장에게 넘겨준 자산만 2200억원으로 평가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30억원이 초과하는 상속분에 적용되는 세율은 50%다. 이 사장은 1100억원가량의 상속세 재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승계구도에 미묘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세무조사 과정서 탈루 혐의가 포착돼 거액의 세금이 추징될 경우 이 사장의 승계에 불확실성이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룹내 지배력이 확실하지 않은 이 사장의 입장에서 향후 회사를 이끌어갈 동력이 빠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 사장은 지난 2011년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로 징역 1년6개월과 집행유예 2년, 벌금 10억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지난 3월 열린 주총에서 이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에 대해 좋은기업지배연구소가 이 점을 들어 재선임에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흔들리는 후계자
이번에 결정타?


업계에서는 이 사장이 예상치 못한 시기에 고 이 회장이 별세하면서 그룹을 물려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단적인 예로 이 사장을 비롯해 상속세 재원 마련이 필요한 고 이 회장의 부인 김경자 송암문화재단 이사장, 여동생 이지현 OCI 미술관장 등이 지난달 25일 보유 지분 가운데 87만8513주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처분했다. 당일 종가 기준으로 14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눈길을 끄는 것은 당시 매각으로 이 사장의 지분율은 5.04%로 1.08% 낮아져 최대주주 신분에서 3대주주로 내려앉았다는 점이다. 

현재 최대주주는 고 이 회장의 동생 이화영 유니드 회장(5.43%)이다. 2대주주는 5.40%를 쥐고 있는 이복영 삼광글라스 회장. 업계에서는 당시 지분 매각이 상속세 재원이라는 시각이 강했다. 
 

현재 OCI 기업집단에 포함돼있는 삼광글라스, 유니드, 유니온 등은 이 사장의 사촌들이 독립적으로 경영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지분을 끌어올릴 경우 이 사장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고 이 회장은 세 자녀를 두고 있지만 이 사장 외에는 그룹내 경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이 사장이 지분이 이화영 회장과 이복영 회장을 압도하지 못해 향후 경영권 분쟁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배경 때문에 이번 세무조사가 이 사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추가적인 세금 추징없이 넘어가야 하겠지만 거액의 세금 추징을 국세청으로부터 당할 경우 향후 지분 확보를 위한 재원 마련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국세청의 이번 세무조사 결과에 따라 검찰 고발로 이어질 경우 이 사장이 경영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국세청은 지난해 역외탈세 혐의자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1조3192억원의 세금이 추징됐고, 이 가운데 조세포탈 혐의가 드러난 6명에 대해 검찰 고발 조치를 했다. 

사실 국세청과 OCI는 세금을 추징을 놓고 법정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재판은 2심까지 진행됐고, 대법원의 판단만 기다리는 상황이다. 2심까지의 결과는 OCI의 판정승이었다.

세금폭탄 소송 
국세청과 악연

악연은 인천시가 인천 남구청이 지난 2008년 5월 DCRE에 지방세 524억원을 감면해준 조치가 잘못됐다고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DCRE는 동양제철화학 시절 인천 공장부지를 별도로 물적 분할해 만든 자회사다.

OCI는 당시 DCRE와 인천 공장을 주고받는 형태로 DCRE와 기업을 분할하면서 당시 법인세법에 따른 적격분할로 신고하고 남구청으로부터 취득세 등 지방세를 모두 감면받았다.

그러나 인천시는 OCI가 세금 감면의 전제 조건인 ‘자산·부채 100% 승계’ 원칙을 어기고 공장 부지에 쌓여있던 폐석회 처리비용 등 일부 부채를 승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산금 1188억원을 붙여 지방세를 부과했다. 

이어 국세청도 OCI를 상대로 3084억원 상당의 법인세를 부과 고시했다. 이에 따라 DCRE는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지만 합동심판관 전원회의는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당시 조세심판원은 DCRE가 핵심 사안으로 청구한 ‘물적 분할의 적격성’에 대해 ▲분리하여 사업이 가능한 독립된 사업부문을 분할할 것 ▲분할하는 사업부문의 자산 및 부채가 포괄적으로 승계될 것 ▲승계 고정자산의 2분의 1 이상 승계와 직접사용 등 세금 면제에 필요한 3가지 요건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인천시의 과세처분에 잘못된 점이 없다는 것이 조세심판원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OCI와 국세청 소송을 맡은 서울고법 행정2부는 2016년 5월 “OCI에 부과된 법인세 2742억여원 중 1823억여원, 가산세 총 1102억여 원 중 1056억여원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사실상 OCI의 승리로 귀결된 것이다. 

OCI의 계열사 DCRE와 인천시의 세무 소송도 앞선 소송과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같은해 6월 서울고등법원 행정5부(주심 성백현 부장판사)는 DCRE가 인천시를 상대로 제기한 1700억원대 조세소송 항소심에서도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016년 국세청과 인천시는 나란히 대법원에 상고장을 접수하면서 법정 공방이 계속되는 형국이다.

지배구도
관심 집중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우현 사장의 그룹내 지분율이 높지 않아 경영권을 놓고 친족간 다툼이 벌어질 개연성이 큰 가운데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시작됐다”며 “국세청의 강도 높은 조사결과에 따라 지배구도가 바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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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