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84)전투 개시

백제의 기습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그 이야기는?”

“소장이 고구려의 침략을 봉쇄하겠습니다. 아울러 김흠운(김춘추의 딸인 요석공주의 남편)으로 하여금 백제군의 침략을 방어하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당나라에 사신을 보내 지원을 요청하시고 속히 장기적인 측면에서 군사력을 강화시켜야 할 일이옵니다.”

“당에 말이오?”

“지금 저들이 합세해서 총공세를 펼친다 함은 단지 국경의 성 몇 개가 아니라 우리 신라 자체를 점령하고자 하는 듯합니다. 소장이 목숨을 걸고 방어해 보겠으나 만에 하나 어떻게 될지 모르니 당장 당에 지원을 요청해서 그들의 침략행위를 잠시 중단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전장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군사력을 강화해야 하고요.”

“반드시 우리 손으로 이 민족을 통일해야 하옵니다.”

유신의 건의를 받아들인 무열왕은 즉각 당나라에 사신을 보내고 김유신과 김흠운은 전장으로 향했다. 

김유신이 군사를 이끌고 고구려 군과 대치 상태를 이루고 있을 즈음 흠운은 급히 백제의 양산(陽山, 충북 옥천)으로 진군하여 조비천성(助比天城) 가까이 이르러 진을 쳤다.

저녁 무렵 진이 완성되자 흠운이 다음날의 결전을 위해 일찌감치 휴식을 취하라 지시하고 막사에 들었다. 

막 잠에 빠져들려는 시점에 함성이 일어났다. 

급히 밖으로 나서자 화살이 어둠을 가르고 빗발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백제군이 야음을 틈타 기습공격을 감행하자 미처 준비가 되지 않은 신라군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그를 살피던 흠운이 급히 말 위에 올랐다.

“장군, 멈추십시오.”

어둠 속에서 다가선 대사(大舍, 관직) 전지가 급하게 고삐를 잡았다. 그를 확인한 흠운이 잠시 멈칫하다가는 고삐를 빼앗았다.

“어서 물러나거라!”

“이 어둠속에 무얼 하시려는 겁니까!”

“무얼 하다니, 당연히 저 백제 놈들을 쳐부수어야지!”

“어둠속에서 적진으로 들어감은 기름을 들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격입니다. 즉 죽음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잠시 고정하시고 수진에 임하시고 내일 설욕하도록 하심이 마땅합니다.”

전지가 말을 마침과 동시에 다시 고삐를 낚아챘다.

“나를 파렴치한으로 만들려는 게냐. 어서 물러나거라!”

흠운의 고함에 전지가 급히 무릎을 꿇었다.

“장군께서 지금 적진으로 들어가 싸우다 죽게 되어도 아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더구나 장군은 전하의 사위이니, 만약 적의 손에 죽는다면 백제는 자랑으로 삼을 것이지만 우리에게는 매우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러니 신중히 생각하십시오.”


전지의 말이 절규에 가까웠다.

“대장부로서 이미 나라에 몸을 바쳤는데 남이 알아주고 말고 무슨 상관이더냐. 그러니 어서 손을 놓아라!”

당나라에 사신을 보내다…김유신 출격
성충, 은고에 빠져있는 의자왕에 직언

말뿐이 아니었다. 

칼을 뽑아 고삐를 잡고 있는 전지의 손을 찌르고 그 순간을 틈타 급히 앞으로 달려 나갔다. 

얼마 내달리지 않아 백제군의 선두와 마주쳐 그야말로 고군분투하는 중에 장수로 보이는 사람이 앞을 가로막았다.


“나 백제의 계백인데 장군은 누구요!”

흠운이 일언반구 없이 그대로 계백을 향해 칼을 휘둘러나갔다. 

순간 계백이 뒷걸음질 쳤고 그 틈을 노려 백제 병사들이 창으로 흠운을 찔렀다. 이어 흠운의 온 몸에서 피가 흐르며 이내 땅으로 떨어졌다.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진 흠운의 주위로 백제 병사들이 몰려들어 다시 칼질하려 하자 계백이 급하게 다가가 멈추라 하고는 그의 상태를 점검했다. 

이미 저승길로 접어든 그를 살피는 중에 다시 흠운의 출전 소식을 접한 신라의 대감(大監, 장군을 보좌하던 무관) 예파와 소감(小監, 하급 무관) 적득이 칼을 휘두르며 현장으로 급하게 다가섰다. 

그러나 계백 앞에 이르기 전에 두 사람 모두 백제군의 칼과 창에 고꾸라지고 말았다. 

진덕여왕의 죽음과 신라군과 전쟁에서의 승리로 의자왕의 은고에 대한 신임은 도를 더해갔다. 

단지 신임 여부를 떠나서 오석산을 마시고 빠져드는 황홀경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급기야 은고를 위해 태자궁을 사치스럽게 꾸미고 그곳에서 시도 때도 없이 은고가 벌이는 향연에 함몰되었다.

“전하, 드시지요.”

“오늘은 무엇을 준비했는고?”

“먼저 말씀드리면 재미가 반감되옵니다. 그러니 직접 보시며 체험하심이 이로울 일이옵니다.”

살짝 눈을 흘기는 은고의 안내로 오석산을 먹고 태자궁의 호화스러운 방에 들자 의자왕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어린 궁녀 네 명이 술상을 앞에 두고 자신을 맞이했던 때문이었다. 

그를 의식하며 헛기침하고 자리에 앉는 순간 약효가 서서히 온몸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방금 전의 어색함이 급격하게 사라지고 그 자리를 당당함이 대신했다. 

마치 그를 알고 있다는 듯 은고가 달려들어 옷을 벗기자 의자왕 역시 은고의 옷을 갈가리 찢기 시작했다. 

그를 신호로 알몸의 여인들이 의자왕에게 달려들었다. 

곧바로 여인들과의 사투가 이어졌다. 

네 여인이 의자왕의 사지를, 중앙은 은고가 담당해나가기를 잠시 후 여섯의 몸뚱이가 한 데 어울려 흐느적거렸다. 

오랜 시간이 지나 의자왕이 정신을 가다듬고 은고와 술로  여운을 달래는 중에 밖에서 고성이 들려왔다.

“무슨 일이냐?”

“전하, 신 성충이옵니다.”

“장군이 어인 일이오!”

“긴급히 아뢸 말씀이 있어 찾아뵈었습니다.”

“대전에서 하면 아니 되겠소?”

“아니 되옵니다. 바로 이곳에서 아뢸 일입니다.”

잔을 비우고 은고를 바라보자 고개를 끄덕였다.

“들여라!”

성충이 방에 들자 기상천외한 광경에, 아랫도리 부근이 피로 발갛게 물들고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알몸의 여인들을 주변에 두고 의자왕이 은고와 함께 알몸으로 술을 마시는 모습에 한동안 눈동자를 고정시키지 못하다가는 급하게 부복했다.

“그러지 말고 이리 와서 술이나 한잔하시오.”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성충의 목소리가 심하게 갈렸다.

“무엇을 통촉하라는 게요, 술이나 한잔하자는데.”

“전하, 부디…….”

“부디고 뭐고 어서 이리 와서 잔 받으시오!”

의자왕과 성충의 소리에 널브러져 있던 여인들이 정신이 드는지 꿈틀거리기 시작했고 성충의 존재를 확인한 그녀들이 가벼운 천으로 주요 부분을 가리며 급하게 자리에서 물러났다.

“전하, 먼저 용포를 거치심이 가당한 줄 아옵니다.” 

성충이 의자왕을 직시하자 은고가 자리에서 일어나 용포로 되는대로 의자왕의 몸을 가리고 저 역시 갈기갈기 찢긴 옷으로 대충 주요한 부분을 가렸다. 

순간 성충이 무릎걸음으로 상 가까이 다가갔다.

“장군에게 술 한 잔 따르게.”

은고가 조신하게 움직여 잔을 채워 성충에게 건넸다.

“전하, 왜 이러십니까!”

직언하다

손을 들어 은고가 건네는 잔을 거부하고 성충이 작심한 듯 소리를 높였다.

“뭘 말이오?”

“연이은 이런 행동 말입니다.”

“이게 어떻다고.”

“국정을 소홀히 하고 요망한 계집에게 휘둘러 지내는 지금이 정상이라 할 수는 없겠지요!”

“뭐, 뭐라!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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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