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2주년 특집 대담] ‘종전이냐 통일이냐’ 이재정에게 듣는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5.14 10:40:18
  • 호수 11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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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식 해법? 판문점 해법으로 가야 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일요시사>가 창간 22주년을 맞을 즈음 역사적인 ‘4·27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지난 2007년에 이어 11년 만에 열린 3차정상회담. TV를 통해 남북 정상이 손을 잡는 모습을 지켜본 국민들은 통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일요시사>는 2차정상회담 당시 통일부장관으로서 기획준비단을 이끌었던 이재정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원로 자문위원을 만나 ‘3차정상회담이 남긴 숙제와 성공적인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인터뷰를 가졌다.
 

이 위원은 역사적인 10·4남북공동선언(이하 10·4선언)을 이끌었던 장본인이다. 2차정상회담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지난 2007년 10월2일부터 4일까지 평양서 개최됐다. 당시 참여정부는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정 당시 통일부장관으로 이뤄진 준비기획단을 꾸렸다.

11년이 흐른 뒤 문 대통령과 이 자문은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다시 뭉쳤다. 지난달 12일 남북정상회담 원로 자문단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이 위원은 3차정상회담을 앞둔 문 대통령에게 “남북이 절실하게 원하는 걸 미국에 전달해야 하는데 그것은 종전선언일 것”이라며 정상회담 정례화, 양자-3자-4자 정상회담의 지속화 등을 건의했다.

발표된 ‘판문점 합의문’에 이 위원이 건의한 내용이 대부분 담겨 눈길을 끌었다. 이제 남은 것은 한미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일요시사>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10일, 수원 인계사거리에 위치한 사무소를 찾아 고견을 들었다.

다음은 이 위원과의 일문일답.

-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본 소감이 어떠신지?
▲2007년 정상회담과는 정말 180도 달랐습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김정일 위원장과 우리 노무현 대통령이 어디서 만나는지, 환영식장이 어딘지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이 생중계되고 동선까지 다 발표됐습니다. 보통 다른 게 아니죠.


의제 부분도 이번에 사전 준비가 잘 돼 회의 진행하는 데 무리가 없었습니다. 선언문을 만드는 데도 오후에 짧은 시간 동안 완성됐습니다. 2007년 2차정상회담 때는 10월3일 회의가 끝나고 4일 오전 10∼11시쯤 돼서야 10·4선언문이 만들어졌습니다.

선언문이 발표되는 방식도 달랐습니다. 10·4선언문은 남북정상이 발표한 게 아니고 그냥 언론에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남북정상이 직접 발표했습니다. 이번 3차정상회담은 한미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주변국과의 정상회담, 그리고 올가을에 열리는 4차정상회담이라는 긴 과정의 출발점이라는 데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 사전 준비가 잘됐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만큼 청와대가 준비를 철저히 했다는 뜻으로 이해하겠습니다.
▲역사적인 일을 한 겁니다.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문 대통령도 주도적인 역할을 중심서 하셨지만 북한 측과 준비과정을 잘 만들어 온 청와대가 큰 역할을 한 겁니다. 3차정상회담을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간 점도 놀라운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전국에 생중계 “2007년과 180도 달라”
2차 회담 대원칙은 ‘경협을 통한 평화’

- 참여정부 때 ‘준비기획단’의 단장을 맡았습니다. 당시 기획단서 가장 중점적으로 신경 썼던 부분은 무엇이었습니까.
▲당시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약 1년이 흐른 시기였습니다. 때문에 북한이 더 이상 핵실험을 하지 않도록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그렇다면 추가적인 핵실험을 막는 방법이 뭐냐. 

결국 남북 간 경제협력을 좀 더 강화해 그러한 틀 속에서 평화를 정착시키자, 이것이 대원칙이었습니다. 개성공단 2단계 개발의 일환으로 기존 100만평이던 곳을 250만평으로 개발하기로 그때 합의했고, 남포와 안변에 각각 조선사업소를 만들고 해주항을 개항해 해주를 중화학공업단지로 만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또 하나는 당시 북한에 별안간 수재가 나서 2차정상회담이 좀 연기됐었습니다. 좀 더 2차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데 시간적 여유가 생겼던 거죠. 그래서 전국 각 부처에 남북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의제를 모았습니다. 이를 집약해 회담을 준비했습니다. 전국 각 부처가 모두 참여했다는 점. 그것이 2차정상회담이 갖는 중요한, 의미 있는 과정이었다고 평가합니다.


- 최근 김 위원장이 전향적인 모습으로 바뀐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김 위원장이 어려서 스위스에 있는 베른국제학교서 수업을 받아 이미 유럽의 문화와 환경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아버지(김정일 위원장)와 할아버지(김일성 주석)는 그런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죠.

두 번째는 김 위원장이 유학하는 동안 우리가 잘 아는 김여정(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뒷바라지를 했습니다. 지금도 김 부부장이 그림자처럼 김 위원장을 보좌하는 모습을 보면 두 사람이 정치적 콤비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판단됩니다.

세 번째는 할아버지를 꼭 닮았습니다. 목소리, 모습 등 할아버지로부터 정치적 유산을 이어받았다고 생각합니다.

- 정무적 감각도?
▲그런 DNA가 그대로 김 위원장에게 이어졌다고 봅니다. 아버지한테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 예를 들면 정의용 대북특사가 북한을 갔다 올 때 김정은 내외가 주차장까지 나와서 환송했지 않았습니까. 이전 북한 통치자로부터 볼 수 없었던 모습입니다. 

또 기념식수를 할 때도 노무현 대통령 때는 김정일 위원장이 안 나오고 김영남 북한 상임위원장이 나와서 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3차정상회담 때는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함께 기념식수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점을 보면 김 위원장은 과거 북한의 통치자와는 전혀 다르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 지난달 12일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신 바 있으십니다. 그때 문 대통령께 어떤 조언을 해주셨는지 궁금합니다.
▲남북 합의도 중요하지만 북한도 받아들이고 미국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종전선언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것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출발입니다. 종전선언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명분이자 꼬여있던 남북문제를 풀어내는 입구입니다.

이 외에도 미국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북미정상회담 준비를 해야 한다, 북미정상회담으로 끝나지 않게 2007년 10·4선언에 나와 있는 것처럼 한반도의 종전과 평화체제를 위한 주변 3국 또는 4국과의 회담을 이어가야 한다, 그리고 3차정상회담으로 끝내지 말고 다음 정상회담에 대한 약속을 했을면 좋겠다, 그래야만 정상회담이 정례화되지 않겠느냐, 그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때 문 대통령께 했던 조언이 대부분 합의문에 담겼습니다.

북중 다롄회동 “자연스럽고 바람직”
국회 비준 “정치권 의무감 가지길…”

- 보수 진영 측은 판문점 합의문에 구체적인 비핵화 방법이 명기되지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그것은 북미정상회담서 합의될 내용입니다. 비핵화 문제는 북한에 대한 체제 보장, 다시 말해 미국과 북한 간의 외교관계 수립, 그리고 북한에 대한 불가침이 합의돼야 비핵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는 1990낸대부터 지속적으로 나온 얘기입니다. 3차정상회담은 북한과 미국이 그런 합의를 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역할인 거죠.

- 김 위원장은 최근 시진핑 중국 주석과 2차정상회동을 가졌습니다.
▲우리도 남북정상회담하면서 미국과 수시로 전화하듯 북중 정상이 만나는 것은 전혀 어색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한미 안보 공조를 하듯 북한과 중국 사이에도 한미만큼의 공고한 방위조약이 있습니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중국이 외교적 조율을 해나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전 이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종전에 대한 합의를 한다면 중국의 입장은 어떤 것이며 앞으로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그 안이 있어야 북미정상회담서 종전에 대한 논의를 해나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다롄서 북중 정상이 만난 건 마지막 의제에 대한 조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리비아식 모델인 ‘선 핵 폐기, 후 보상’은 적절하다고 보시는지?
▲전 아니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북한이 보유한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수준은 리비아 수준이 아닙니다. 지금 북한은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을 가지고 있고 파괴력도 엄청난 핵무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리비아는 그 단계가 전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리비아는 미국을 공격하기 위해 무기를 만들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의미서 리비아식 해법을 북한에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남북관계가 있지 않습니까. 핵 폐기는 남북합의를 기반으로 해낼 수 있는 것이지 리비아식으로 주변국가와 합의해 일시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더구나 리비아에선 이후 내전이 일어나 카다피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북한 입장서 리비아식 해법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일 겁니다.

- 그렇다면 어떤 해법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야말로 ‘판문점 해법’이라고 봅니다. 이번에 3차정상회담서 나왔던 기반, 그것이 중심이 돼 비핵화 문제를 풀어나가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판문점 선언은 북핵에 대한 해법을 내놨습니다. 이 해법을 북미정상회담서 완성시키고, 향후 남북미, 남북중, 남북미중 회담을 통해 한반도 종전과 평화체제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 북미정상회담서 어떤 파격적인 발표가 있을지.
▲저는 굉장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요구하는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PVID)를 충족시킨다면 한반도를 둘러싼 모든 문제는 해결됩니다. 북미가 PVID에 합의한다면 어떤 과정이 남겠습니까. 

북미 간 연락사무소를 평양과 뉴욕에 두든지, 아니면 대사관에 두든지 하면 됩니다. 이번에 남북도 남북연락사무소를 두기로 합의했지 않습니까. 그와 마찬가지 수준의 연락사무소 내지는 외교 관계 채널이 공식적으로 만들어질 것이라 기대합니다. 그게 아마 가장 임팩트있는 발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북미정상회담 이후 국제사회서의 북한에 대한 대북 제재망이 변화를 보일 것이라 전망하시는지.
▲이미 한중일 회담이 열리지 않았습니까. 그 자리서 판문점 선언을 채택한 것처럼, 국제사회가 2차세계대전 후 유일한 분단국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모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특히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여러 나라들을 생각한다면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입니다.

- 판문점 합의를 이행하는 과정서 우리 정부가 명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80%가 넘는 국민이 문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전적으로 3차정상회담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현 정부는 정당·사회를 좀 더 폭넓게 아우르는 합의를 구성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전 반드시 판문점 합의에 대한 국회 비준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것이 판문점 합의를 성공으로 이끌어 가는 열쇠라고 생각하고, 국회도 비준해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판문점 합의를 절대 정치적으로 보지 말고 민족의 미래라는 관점서 국회도 의무감을 가지고 임해야 합니다.


[이재정은?]

▲제33대 노무현정부 통일부 장관
▲노무현 재단 이사
▲성공회대학교 총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제16대 경기도 교육감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원로 자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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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