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함께하는 여행 ②단양 잔도

남한강 절벽따라 '아슬아슬' 산책로

남한강 절벽 사이에 한 줄기 자줏빛 길이 선명하다. 벼랑 따라 물줄기 위에 들어선 충북 단양 잔도는 수려한 남한강 풍류에 아슬아슬함을 더한다. 단양 잔도는 지난해 새롭게 단장해 일반에 공개됐다. 만학천봉 절벽 아래 나무 데크를 조성한 것이다. 길이 1.2km 남짓한 단양 잔도는 상진철교 아래에서 시작해 절벽이 끝나는 만천하스카이워크 초입까지 연결된다. 

‘잔도(棧道)’는 벼랑에 선반처럼 매단 길로 방송을 통해 중국 장가계(張家界)의 잔도가 잘 알려졌다. 남한강 변에 마련된 나무 데크는 느림보강물길을 따라 반대편 단양 읍내로도 연결된다. 단양관광호텔, 단양군보건소 앞으로 이어지는 길이 제법 운치 있다. 호젓한 길 따라 꽃나무와 벤치가 어우러져 완연한 봄이 강물과 함께 흐른다.

5개 코스 ‘느림보강물길’

단양 잔도는 단양과 남한강 줄기를 에워싸고 이어지는 느림보강물길의 일부다. 느림보강물길은 1코스 삼봉길에서 5코스 수양개역사문화길까지 5개 코스가 있다. 상진리에서 출발하는 수양개역사문화길 가운데 벼랑 아래로 연결되는 흥미진진한 구간이 단양 잔도다. 


상진철교에서 시작된 단양 잔도는 출발부터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잔도 위로 열차가 간간이 오가며 봄나들이의 운치를 더한다. 열차가 지날 때는 ‘일단 멈춤’. 잔도 곳곳에는 벼랑에서 돌덩이가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보호 덮개가 설치되었다. 


본격적으로 잔도에 들어서면 아슬아슬한 벼랑길이 이어진다. 단양 잔도는 수면 위 높이 약 20m, 폭 2m가량 된다. 한 쪽은 깎아지른 절벽이고, 반대편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강물이다. 고개를 빼꼼히 내밀면 수직으로 형성된 괴석이 긴장감을 더한다. 잔도에는 나무 데크 곳곳에 성긴 구멍을 뚫어 발아래 강물을 볼 수 있게 했다. 구멍 위를 지날 때면 아찔함에 탄성이 쏟아진다. 



느림보강물길 구간답게 단양 잔도에서는 성큼성큼 걷기보다 느릿느릿 이동해보자. 강바람을 맞으며, 흘러나오는 음악에 귀 기울이며 소중한 순간을 사진에 담아도 좋다. 봄이 무르익으면 잔도 주변으로 다양한 식물이 얼굴을 내민다. 물푸레나무, 굴피나무, 부처손 등 10여 종이 잔도에 숨은 자연이다.
잔도에서 남한강 건너를 바라보면 열차가 머무는 단양역이다. 단양역에서는 만학천봉과 잔도의 윤곽이 한눈에 들어온다. 강물 위에, 벼랑 사이에 그어진 한 줄기 아슬아슬한 산책로가 또렷하다. 구불구불 벼랑길을 에워싸고 이어진 잔도는 나무 벤치와 스탬프 투어 확인 포인트를 만나며 마무리된다. 이곳에서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까지 느림보강물길을 계속 걸어도 되고, 만천하스카이워크에 올라 일대를 내려다봐도 좋다. 

길이 1.2km 벼랑 따라 물줄기 위 잔도
유리 바닥 스카이워크 아찔함 더해

만천하스카이워크는 단양 잔도와 어우러져 최근 인기를 끄는 곳이다. 만학천봉 위에 들어선 스카이워크에 오르면 단양 읍내와 남한강 물줄기가 발아래 펼쳐진다. 투명한 강화유리 사이로 80~90m 아래 수면을 내려다보며 하늘 길을 걷는 아찔함이 더해진다. 스카이워크에 오르는 회전 경사로는 높이와 방향에 따라 단양을 다채롭게 조망하는 재미가 있다. 스카이워크에서 내려올 때 짚와이어를 이용하면 하늘을 나는 짜릿한 경험도 가능하다. 


스카이워크 체험 뒤에는 잔도를 거쳐 단양군보건소, 단양 읍내 방향으로 느림보강물길 4코스 상상의거리를 걸어본다. 4월에는 벚꽃이, 5월이면 장미 터널이 어우러지는 꽃길이다. 단아한 강변 산책로와 휴식처가 곁들여져 가족 나들이를 더욱 풍성하게 채운다. 


잔도 코스에 대중교통으로 닿으려면 단양시외버스공영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단양군보건소 앞에서 내린다. 단양역에서 상진대교를 건너갈 수도 있는데, 연결 보행로가 공사 중이라 주의가 필요하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단양 읍내에 자리한 다누리아쿠아리움이 호기심을 부추긴다. 다누리아쿠아리움은 국내 최대 민물고기 생태관으로 국내외 서식하는 어류 180여 종, 2만2000여 마리가 있다. 다채로운 수조 외에도 수달전시관, 낚시박물관, 4D체험관을 갖췄다. 아쿠아리움 전면에는 단양 토속 어류의 상징인 쏘가리 조형물이 있어 사진 촬영 포인트로 사랑받는다. 


단양의 볼거리는 강물 따라 쉼 없이 이어진다. 단양 도담삼봉(명승 44호)은 단양팔경 가운데 으뜸으로 꼽히는 명소다. 남한강에 솟아오른 세 봉우리인 도담삼봉에는 삼도정이라는 정자가 들어서 운치를 더한다. 


특히 물안개가 은은히 피어오를 때면 그 신비로움이 절정에 이른다. 유년 시절 도담삼봉과 함께 한 정도전은 뒷날 자신의 호를 ‘삼봉’이라했다. 



도담삼봉 인근에는 단양팔경 2경이자 자연이 빚은 조형미가 돋보이는 단양 석문(명승 45호)이 있어 함께 둘러보면 좋다. 고수대교 너머 고수동굴(천연기념물 256호)은 200만년 세월을 간직한 석회굴로, 1km 가까이 신비한 동굴 탐험으로 안내한다. 

단양 특산물 ‘마늘’

여행의 마무리는 단양구경시장이다. 2018년 대표 전통시장으로 선정된 단양구경시장은 이곳 특산물인 마늘이 들어간 다채로운 음식이 많다. 마늘순댓국, 마늘통닭, 올갱이해장국 등은 단양구경시장이 자랑하는 별미다. 끝자리 1·6일에는 오일장도 선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단양 잔도→만천하스카이워크→도담삼봉, 석문→다누리아쿠아리움→단양구경시장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단양 잔도→만천하스카이워크→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느림보강물길 4코스 상상의거리 
[둘째 날] 도담삼봉, 석문→고수동굴→다누리아쿠아리움→단양구경시장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단양군 문화관광 http://tour.dy21.net/home
- 만천하스카이워크 www.mancheonha.com
- 다누리아쿠아리움 www.danuri.go.kr  

문의 전화
- 단양군청 문화관광과 043)420-2554
- 만천하스카이워크 043)421-0015
- 다누리아쿠아리움 043)423-4235
- 고수동굴 043)422-3072
- 도담삼봉 043)420-3544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단양,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12회(07:00〜18:00)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단양시외버스공영터미널
[기차] 청량리역-단양역, 무궁화호·새마을호 하루 9회(06:40~ 21:03) 운행, 약 2시간15분 소요. 서울역-단양역, O-train 하루 1회(08:20) 운행, 약 3시간20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북단양 IC→각시봉터널→삼봉로→단양군보건소   

숙박 정보
- 카르페디엠: 단양읍 다리안로, 043)421-2155, www.carpediem-resortel.co.kr
- 대명리조트 단양: 단양읍 삼봉로, 1588-4888
- 소선암자연휴양림: 단성면 대잠2길, 043)422-7839, https://sof.cbhuyang.go.kr
- 소선암오토캠핑장: 단성면 선암계곡로, 043)423-0599, www.campsoseonam.co.kr 

식당 정보
- 충청도순대(마늘순댓국): 단양읍 도전5길, 043)421-1378 
- 경주식당(올갱이해장국): 단양읍 도전6길, 043)423-0504
- 대교식당(쏘가리매운탕): 단양읍 중앙2로, 043)423-4005, http://kbs1.kr/h/daegyo
- 오성통닭(마늘통닭): 단양읍 도전5길, 043)421-8400


축제·행사 정보
소백산철쭉제: 2018년 5월24~27일, 단양읍 상상의거리·소백산 일원, 043)420-2562, http://sobaeksan.or.kr

주변 볼거리
구인사, 천동동굴, 방곡도예촌, 온달관광지, 사인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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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