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사정권’ 재계 금수저들 공개

10원이라도…탈탈 턴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국세청이 칼을 빼들었다. 이른바 수백원 규모의 주식을 보유한 금수저들의 자금 출처를 꼼꼼히 파악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살생부에 오른 이들은 긴장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향후 자산 승계 수단이 막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에 따라 금수저 주식부자에게 눈길이 쏠리는 상황이다.
 

국세청은 지난달 24일 고액 금융자산 보유 미성년자와 연소자 등을 대상으로 증여세 등 탈루 혐의가 짙은 268명을 선정해 세무조사를 실시할 방침을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는 자력이 없는데도 고액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미성년 주식부자가 주요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리 증여
절세 꼼수

소득이 없는 미성년자가 주식을 변칙적으로 증여받는 경우 강도 높은 세무조사 대상 명단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금융조사 등 자금출처 조사를 통해 조사대상자 본인의 자금원천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필요에 따라 직계존비속의 자금흐름과 기업자금 유출 및 사적유용, 비자금 조성행위 등도 면밀히 들여다 볼 방침이다. 또 증여세 탈루 여부와 함께 증여자의 사업소득 탈루여부 등 자금 조성 경위와 적법성도 주요 조사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통상 미성년 주식 부자들은 주식을 장내에서 매수하거나 증여받는 방식으로 자산규모를 키웠다. 일각에선 성장할 법인의 주식을 미리 증여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지배력을 높이는 것은 편법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세금을 낮추는 방법으로 주식이 이용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이밖에 자녀출자법인 끼워넣기와 과다한 이익 분배, 일감 몰아주기 부당 지원 등의 특수관계자 간 부당거래를 검증하고 있는 상태다.

자력 없는데 고액 금융자산 보유
미성년 주식부자 268명 세무조사

이에 따라 미성년 주식부자들에게도 눈길이 쏠리는 상황이다.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경우 임성기 회장의 손자와 손녀들이 나란히 주식을 가지고 있다. 

주식을 가지고 있는 명단을 살펴보면 임성연(2003년생), 임성지(2006년생), 임성아(2008년생), 김원세(2004년생), 김지우(2007년생), 임후연(2008년생), 임윤지(2008년생), 임윤단(2013년생) 등이다. 

성연군이 68만4574주, 지분율 1.08%로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성지양, 성아양, 원세군, 지우양, 후연군, 윤지양 등이 각각 66만8671주, 1.05%의 지분율을 보이고 있다. 윤단양의 경우 1774주로 가장 지분이 적다. 

지분이 가장 많은 성연군의 주식 가치는 지난 2일, 종가 기준 524억원에 달해 역시 금수저라는 말이 나왔다. 


문배철강도 약관의 나이의 주요주주를 두고 있다. 1973년 설립된 문배철강은 철강재의 제조 및 판매를 목적으로 한다. 지난해 15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성인이 된 배승준씨는 문배철강의 2대 주주다. 그가 2대 주주로 오른 데는 핏줄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는 배종민 문배철강 회장의 장남이다. 승준씨는 성인이 되기 전 대거 회사 지분을 확보, 회사 승계를 위한 밑그림을 마쳤다. 
 

현재 그가 가지고 있는 지분은 292만9100주다. 지분율은 14.29%로 1대주주 배 회장(15.05%)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그가 가진 지분의 가치는 지난 2일, 종가 기준 113억2097만원 수준이다. 아버지 배 회장과의 지분율 차이가 1% 미만이라 향후 승준씨가 회사를 승계할 것으로 보인다.

승준씨 외에도 윤경, 윤선, 윤정씨가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지분율 0.60% 수준으로 회사 내 지배력은 약하다.

삼영무역 역시 미성년자가 주요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삼영무역은 1959년에 설립돼 화공약품 수출입업과 전자제품 판매업을 주요사업으로 하고 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기준 2573억원, 80억원을 기록했다. 

2000년생인 이호준군은 삼영무역의 지분 28만6052주를 확보했다. 호준군은 이승용 대표의 장남이다. 지분율을 1.74%로 삼영무역의 지배력이 공고한 상황은 아니다. 아버지인 이 대표는 20.86%의 지분율을 보이고 있다. 

다만 그가 현재 가지고 있는 지분가치는 일반 직장인이 모으기 힘든 액수다. 지난 2일, 종가 기준 50억2021만원 수준. 호준씨의 누나인 이현지(22)씨 역시 삼영무역의 주식 27만1659주를 가지고 있다. 지분율은 16.5% 수준으로 47억6761만원 수준이다.

주식증여 후
일감 몰아줘

조선내화도 이번 국세청의 금수저 조사 기조에 눈길이 쏠리는 기업이다. 조선내화는 오너 일가의 미성년자가 주요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이화일 조선내화 명예회장의 손자인 문성군은 조선내화 주식 4만760주를 가지고 있다. 지분율은 1.02%로 34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2004년 생인 문성군은 현재 중학교에 다닐 나이다. 

2009년생인 서준군은 1만2336주를 가지고 있다. 지분율은 0.31%다. 지난 2일 종가 기준으로 10억원 규모의 주식이다.

특히 조선내화는 내부거래로 인해 말이 나오는 기업이다. 조선내화와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조선내화이엔지는 오너 일가들이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사실상 개인회사인 셈.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이인옥 회장의 누나 이명륜씨가가 가장 많은 49.06%의 지분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인옥 회장과 동생 이인천 대한세라믹스 대표가 각각 23.44%다. 나머지 4.06%는 아버지 이화일 명예회장의 몫이었다. 지난해 조선내화이엔지의 매출은 410억원이다. 문제는 270억원이 내부거래였다는 점이다.  매출의 65%가량이 내부거래에 의존했다. 조선내화에 기댄 매출액이 264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GS그룹은 편법 주식 증여가 걸린 바 있어 주목받고 있다. GS 오너 일가는 미성년 자녀에게 편법 증여를 했다가 세무당국으로부터 거액의 증여세를 부과받았다. 이에 이들은 국세청의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진행했지만 패소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강석규 부장판사)는 허용수 GS EPS 대표(부사장)의 자녀와 허승조 전 GS리테일 부회장의 자녀가 세무 당국을 상대로 “177억원대 증여세 부과를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서 최근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원고들은 특수관계에 있는 조부나 부로부터 대외적으로 공표되지 않은 석유화학공장 건설 정보를 이용해 가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분을 유상취득했다”고 판시했다.

GS그룹은 주요 대기업집단 가운데 미성년 친족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지난 1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기업 집단 별 주식소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1일 기준 9개 대기업 총수의 미성년 친족 25명이 상장 계열사 11곳, 비상장 계열사 10곳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GS그룹의 미성년 친족 5명은 GS와 GS건설 주식 915억원을 보유했다. 1인당 평균 183억원 수준이다.

이는 다른 대기업 집단보다 큰 액수다. 두산그룹 미성년 친족 7명은 두산, 두산건설, 두산중공업 등 주식 43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LS그룹에서는 미성년 친족 3명이 LS와 예스코 주식 40억원을 가지고 있다. 효성그룹은 미성년 친족 2명이 효성 주식 32억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긴장하는 
로열패밀리

고려아연 역시 다수의 미성년자 주식을 가지고 있다. 고려아연은 영풍그룹의 주요 계열사다. 1974년에 설립돼 아연괴 제조 및 판매를 주요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6조5966억원이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8947억원, 6340억원 수준이다. 고려아연에 미성년 주식 부자가 다수 있는 것은 최창영 고려아연 회장과의 관계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미성년자인 이들이 자력으로 주식을 보유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최 회장과 친인척 관계인 08년생 최수연양은 1799주, 손자인 09년생 최승민군은 1799주, 2004년생 최진하양은 1068주, 최윤하양은 1068주를 각각 가지고 있다. 

최 회장과 친인척 관계인 이승원군과 이세림양도 1088주를 보유했다. 이들은 각각 2005, 2009년생이다. 이들이 가진 지분율은 각각 0.01% 수준이지만 개인인 2% 지분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다. 이들의 지분가치는 수억원 대에 달한다.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최수연양의 지분은 7억7357만원 수준이고, 가장 적은 이세림양의 지분 가치는 4억원 수준이다.

소득 없이 수백억 지분 소유
각종 편법 현미경 조사 예정

샘표식품 역시 최근 미성년 손자, 손녀에게 주식을 증여하면서 눈길이 쏠렸다. 지난 1월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박진선 샘표 대표이사의 부인 고계원씨는 특수관계자 6명에게 각 3만주씩 총 18만주를 증여했다. 

증여일 기준 주가로 환산하면 총 66억8000만원 상당이다. 각각 10억원 상당의 주식이 돌아간다. 

수증자는 ▲박용주(82년 7월14일 출생) ▲이수진(79년 12월22일 출생) ▲이수진(79년 12월 22일 출생) ▲이신영(78년 1월12일 출생) ▲박준기(12년 6월23일 출생) ▲박현기(16년 12월13일) ▲이세현(17년 2월6일 출생) 등이다. 
 

주주명부에도 변동이 생겼다. 증여전 샘표식품의 지분 구조는 샘표 주식회사가 49.38%로 최대주주이고, 고영진씨가 5.73%로 2대주주, 고씨가 4.62%로 3대주주였다. 하지만 이번 증여로 고씨의 지분율은 0.68%로 낮아지면서 박용주씨(0.82%)보다 지분이 줄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수증자 가운데 10살도 채 넘지 않는 어린이가 있다는 점이다. 그 중에는 태어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아기도 포함됐다. 

박준기·현기 어린이는 미취학아동이다. 이들은 오너 4세인 박용학 통도물류 이사의 자녀다. 만으로 1세가 채 안된 이세현양은 샘표 대표이사의 손녀다. 이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서민들은 평생 모으기도 힘든 액수를 손에 쥐게 됐다.

직계존비속 자금흐름 추적
차명·비자금 조성도 조사

고씨는 ‘세대생략 증여’를 통해 부를 이전했다. 세대생략 증여란 조부모가 자녀 세대를 건너 뛰고 손자·손녀 세대에 재산을 넘겨주는 것을 말한다. 다만 세대생략 증여의 경우 세대를 건너뛰는 것을 할증된 증여세율이 적용된다. 

상속세법 및 증여세법 57조에 따르면 조부모가 한세대를 거르고 증여를 하는 경우 증여세율이 30% 할증된다. 

가령 할아버지가 아들에게 증여할 증여재산의 과세표준이 10억원이면 증여세의 세율은 10%가 적용돼 1억원의 세금을 납부해야 하지만 한 세대를 건너뛰고 손자에게 바로 증여하면 1억3000만원의 세금이 발생한다. 

그러나 조부모가 아들에게 증여하고 아들이 손자에게 증여를 하면 2억원의 세금이 발생하기 때문에 어차피 손자에게 증여할 재산이라면 세대를 건너뛰고 세금을 증여하는 방식이 유리하다. 

이런 점 때문에 세대생략 증여는 최근 논란이 되는 ‘합법적 세금 탈루’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한다. 또 미성년자인 오너 일가에 주식을 증여하는 사안은 여러가지 측면서 꾸준히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오너 일가가 미성년자에게 주식을 증여하면 성년이 될 때 발생하는 배당금 및 주식가치 증가분에 대한 증여세가 없어서다.

결과 따라
세금 폭탄
 

한 재계 관계자는 “주식 증여 자체를 문제 삼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서 갖가지 꼼수가 비일비재했던 만큼 과세당국의 이번 세무조사 실시로 긴장하는 기업인들이 많을 것”이라며 “과세 당국의 성과에 따라 과세규모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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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