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사정권’ 재계 금수저들 공개

10원이라도…탈탈 턴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국세청이 칼을 빼들었다. 이른바 수백원 규모의 주식을 보유한 금수저들의 자금 출처를 꼼꼼히 파악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살생부에 오른 이들은 긴장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향후 자산 승계 수단이 막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에 따라 금수저 주식부자에게 눈길이 쏠리는 상황이다.
 

국세청은 지난달 24일 고액 금융자산 보유 미성년자와 연소자 등을 대상으로 증여세 등 탈루 혐의가 짙은 268명을 선정해 세무조사를 실시할 방침을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는 자력이 없는데도 고액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미성년 주식부자가 주요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리 증여
절세 꼼수

소득이 없는 미성년자가 주식을 변칙적으로 증여받는 경우 강도 높은 세무조사 대상 명단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금융조사 등 자금출처 조사를 통해 조사대상자 본인의 자금원천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필요에 따라 직계존비속의 자금흐름과 기업자금 유출 및 사적유용, 비자금 조성행위 등도 면밀히 들여다 볼 방침이다. 또 증여세 탈루 여부와 함께 증여자의 사업소득 탈루여부 등 자금 조성 경위와 적법성도 주요 조사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통상 미성년 주식 부자들은 주식을 장내에서 매수하거나 증여받는 방식으로 자산규모를 키웠다. 일각에선 성장할 법인의 주식을 미리 증여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지배력을 높이는 것은 편법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세금을 낮추는 방법으로 주식이 이용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이밖에 자녀출자법인 끼워넣기와 과다한 이익 분배, 일감 몰아주기 부당 지원 등의 특수관계자 간 부당거래를 검증하고 있는 상태다.

자력 없는데 고액 금융자산 보유
미성년 주식부자 268명 세무조사

이에 따라 미성년 주식부자들에게도 눈길이 쏠리는 상황이다.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경우 임성기 회장의 손자와 손녀들이 나란히 주식을 가지고 있다. 

주식을 가지고 있는 명단을 살펴보면 임성연(2003년생), 임성지(2006년생), 임성아(2008년생), 김원세(2004년생), 김지우(2007년생), 임후연(2008년생), 임윤지(2008년생), 임윤단(2013년생) 등이다. 

성연군이 68만4574주, 지분율 1.08%로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성지양, 성아양, 원세군, 지우양, 후연군, 윤지양 등이 각각 66만8671주, 1.05%의 지분율을 보이고 있다. 윤단양의 경우 1774주로 가장 지분이 적다. 

지분이 가장 많은 성연군의 주식 가치는 지난 2일, 종가 기준 524억원에 달해 역시 금수저라는 말이 나왔다. 


문배철강도 약관의 나이의 주요주주를 두고 있다. 1973년 설립된 문배철강은 철강재의 제조 및 판매를 목적으로 한다. 지난해 15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성인이 된 배승준씨는 문배철강의 2대 주주다. 그가 2대 주주로 오른 데는 핏줄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는 배종민 문배철강 회장의 장남이다. 승준씨는 성인이 되기 전 대거 회사 지분을 확보, 회사 승계를 위한 밑그림을 마쳤다. 
 

현재 그가 가지고 있는 지분은 292만9100주다. 지분율은 14.29%로 1대주주 배 회장(15.05%)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그가 가진 지분의 가치는 지난 2일, 종가 기준 113억2097만원 수준이다. 아버지 배 회장과의 지분율 차이가 1% 미만이라 향후 승준씨가 회사를 승계할 것으로 보인다.

승준씨 외에도 윤경, 윤선, 윤정씨가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지분율 0.60% 수준으로 회사 내 지배력은 약하다.

삼영무역 역시 미성년자가 주요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삼영무역은 1959년에 설립돼 화공약품 수출입업과 전자제품 판매업을 주요사업으로 하고 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기준 2573억원, 80억원을 기록했다. 

2000년생인 이호준군은 삼영무역의 지분 28만6052주를 확보했다. 호준군은 이승용 대표의 장남이다. 지분율을 1.74%로 삼영무역의 지배력이 공고한 상황은 아니다. 아버지인 이 대표는 20.86%의 지분율을 보이고 있다. 

다만 그가 현재 가지고 있는 지분가치는 일반 직장인이 모으기 힘든 액수다. 지난 2일, 종가 기준 50억2021만원 수준. 호준씨의 누나인 이현지(22)씨 역시 삼영무역의 주식 27만1659주를 가지고 있다. 지분율은 16.5% 수준으로 47억6761만원 수준이다.

주식증여 후
일감 몰아줘

조선내화도 이번 국세청의 금수저 조사 기조에 눈길이 쏠리는 기업이다. 조선내화는 오너 일가의 미성년자가 주요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이화일 조선내화 명예회장의 손자인 문성군은 조선내화 주식 4만760주를 가지고 있다. 지분율은 1.02%로 34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2004년 생인 문성군은 현재 중학교에 다닐 나이다. 

2009년생인 서준군은 1만2336주를 가지고 있다. 지분율은 0.31%다. 지난 2일 종가 기준으로 10억원 규모의 주식이다.

특히 조선내화는 내부거래로 인해 말이 나오는 기업이다. 조선내화와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조선내화이엔지는 오너 일가들이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사실상 개인회사인 셈.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이인옥 회장의 누나 이명륜씨가가 가장 많은 49.06%의 지분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인옥 회장과 동생 이인천 대한세라믹스 대표가 각각 23.44%다. 나머지 4.06%는 아버지 이화일 명예회장의 몫이었다. 지난해 조선내화이엔지의 매출은 410억원이다. 문제는 270억원이 내부거래였다는 점이다.  매출의 65%가량이 내부거래에 의존했다. 조선내화에 기댄 매출액이 264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GS그룹은 편법 주식 증여가 걸린 바 있어 주목받고 있다. GS 오너 일가는 미성년 자녀에게 편법 증여를 했다가 세무당국으로부터 거액의 증여세를 부과받았다. 이에 이들은 국세청의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진행했지만 패소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강석규 부장판사)는 허용수 GS EPS 대표(부사장)의 자녀와 허승조 전 GS리테일 부회장의 자녀가 세무 당국을 상대로 “177억원대 증여세 부과를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서 최근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원고들은 특수관계에 있는 조부나 부로부터 대외적으로 공표되지 않은 석유화학공장 건설 정보를 이용해 가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분을 유상취득했다”고 판시했다.

GS그룹은 주요 대기업집단 가운데 미성년 친족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지난 1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기업 집단 별 주식소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1일 기준 9개 대기업 총수의 미성년 친족 25명이 상장 계열사 11곳, 비상장 계열사 10곳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GS그룹의 미성년 친족 5명은 GS와 GS건설 주식 915억원을 보유했다. 1인당 평균 183억원 수준이다.

이는 다른 대기업 집단보다 큰 액수다. 두산그룹 미성년 친족 7명은 두산, 두산건설, 두산중공업 등 주식 43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LS그룹에서는 미성년 친족 3명이 LS와 예스코 주식 40억원을 가지고 있다. 효성그룹은 미성년 친족 2명이 효성 주식 32억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긴장하는 
로열패밀리

고려아연 역시 다수의 미성년자 주식을 가지고 있다. 고려아연은 영풍그룹의 주요 계열사다. 1974년에 설립돼 아연괴 제조 및 판매를 주요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6조5966억원이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8947억원, 6340억원 수준이다. 고려아연에 미성년 주식 부자가 다수 있는 것은 최창영 고려아연 회장과의 관계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미성년자인 이들이 자력으로 주식을 보유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최 회장과 친인척 관계인 08년생 최수연양은 1799주, 손자인 09년생 최승민군은 1799주, 2004년생 최진하양은 1068주, 최윤하양은 1068주를 각각 가지고 있다. 

최 회장과 친인척 관계인 이승원군과 이세림양도 1088주를 보유했다. 이들은 각각 2005, 2009년생이다. 이들이 가진 지분율은 각각 0.01% 수준이지만 개인인 2% 지분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다. 이들의 지분가치는 수억원 대에 달한다.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최수연양의 지분은 7억7357만원 수준이고, 가장 적은 이세림양의 지분 가치는 4억원 수준이다.

소득 없이 수백억 지분 소유
각종 편법 현미경 조사 예정

샘표식품 역시 최근 미성년 손자, 손녀에게 주식을 증여하면서 눈길이 쏠렸다. 지난 1월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박진선 샘표 대표이사의 부인 고계원씨는 특수관계자 6명에게 각 3만주씩 총 18만주를 증여했다. 

증여일 기준 주가로 환산하면 총 66억8000만원 상당이다. 각각 10억원 상당의 주식이 돌아간다. 

수증자는 ▲박용주(82년 7월14일 출생) ▲이수진(79년 12월22일 출생) ▲이수진(79년 12월 22일 출생) ▲이신영(78년 1월12일 출생) ▲박준기(12년 6월23일 출생) ▲박현기(16년 12월13일) ▲이세현(17년 2월6일 출생) 등이다. 
 

주주명부에도 변동이 생겼다. 증여전 샘표식품의 지분 구조는 샘표 주식회사가 49.38%로 최대주주이고, 고영진씨가 5.73%로 2대주주, 고씨가 4.62%로 3대주주였다. 하지만 이번 증여로 고씨의 지분율은 0.68%로 낮아지면서 박용주씨(0.82%)보다 지분이 줄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수증자 가운데 10살도 채 넘지 않는 어린이가 있다는 점이다. 그 중에는 태어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아기도 포함됐다. 

박준기·현기 어린이는 미취학아동이다. 이들은 오너 4세인 박용학 통도물류 이사의 자녀다. 만으로 1세가 채 안된 이세현양은 샘표 대표이사의 손녀다. 이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서민들은 평생 모으기도 힘든 액수를 손에 쥐게 됐다.

직계존비속 자금흐름 추적
차명·비자금 조성도 조사

고씨는 ‘세대생략 증여’를 통해 부를 이전했다. 세대생략 증여란 조부모가 자녀 세대를 건너 뛰고 손자·손녀 세대에 재산을 넘겨주는 것을 말한다. 다만 세대생략 증여의 경우 세대를 건너뛰는 것을 할증된 증여세율이 적용된다. 

상속세법 및 증여세법 57조에 따르면 조부모가 한세대를 거르고 증여를 하는 경우 증여세율이 30% 할증된다. 

가령 할아버지가 아들에게 증여할 증여재산의 과세표준이 10억원이면 증여세의 세율은 10%가 적용돼 1억원의 세금을 납부해야 하지만 한 세대를 건너뛰고 손자에게 바로 증여하면 1억3000만원의 세금이 발생한다. 

그러나 조부모가 아들에게 증여하고 아들이 손자에게 증여를 하면 2억원의 세금이 발생하기 때문에 어차피 손자에게 증여할 재산이라면 세대를 건너뛰고 세금을 증여하는 방식이 유리하다. 

이런 점 때문에 세대생략 증여는 최근 논란이 되는 ‘합법적 세금 탈루’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한다. 또 미성년자인 오너 일가에 주식을 증여하는 사안은 여러가지 측면서 꾸준히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오너 일가가 미성년자에게 주식을 증여하면 성년이 될 때 발생하는 배당금 및 주식가치 증가분에 대한 증여세가 없어서다.

결과 따라
세금 폭탄
 

한 재계 관계자는 “주식 증여 자체를 문제 삼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서 갖가지 꼼수가 비일비재했던 만큼 과세당국의 이번 세무조사 실시로 긴장하는 기업인들이 많을 것”이라며 “과세 당국의 성과에 따라 과세규모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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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북한 도발에 역대 정부 중 가장 적극적이었다. 대북 확성기를 틀거나 삐라를 날리면서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북한도 오물 풍선과 무인기를 날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물론 윤정부도 참지 않았다. 북한처럼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 이 비밀 작전은 국가안보실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군 관계자로부터 국가안보실 지시로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6개월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언급했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라는 평가다. 안보실 중 국방·안보 파트는 1차장 소관이다. 나머지는 각각 외교와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태효 전 1차장이었다. 계속되는 군 거짓말 내란 특검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우리 군 무인기라며 공개한 사진 외에도 우리 군이 보낸 또 다른 무인기가 있다는 진술을 군 관계자로부터 확보했다. 이 관계자는 특검팀에 “백령도에서 날린 무인기 두 대 중 한 대는 평양에 추락했고, 나머지 한 대는 평양 인근에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김명수 합참의장과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사실관계 공개 자체를 거부해 왔다. 앞서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은 북한 외무성이 지난해 10월 “한국이 10월3일, 9일, 10일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범시켜 삐라(대북 전단지)를 살포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국방부 국방과학연구소는 국회에 제출한 ‘북 전단 무인기 비교분석’ 보고서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와 우리 군 드론작전사령부(드작사)에 납품한 무인기의 전체적인 형상이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등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고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켰다며 외환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2022년 있었던 북한군의 서울 상공 무인기 침투와 2024년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한 대북 작전이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은 남북 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치달았을 때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수도권 일대 영공에 침투시켰다. 그중 1대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에 진입해 국가원수 경호 방공망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다가 2024년 5월부터11월에는 북한이 오물 풍선 수천 개를 한국에 살포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윤 전 대통령은 그해 6월 현충일 기념사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겨냥해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합참 지휘부는 대응 작전과 관련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남북 긴장이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며 상황 관리에 치중했다. “국방·안보 1차장 소관”…정보융합팀 추진? 국군조직법상 부적절…당시 실장들은 몰랐다 그러자 민주당 등에서도 오물 풍선의 자유 낙하를 기다리는 군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휴전선 상공에서 풍선을 격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당시 “북한이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다. 다양한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드론사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드론사에 무인기 침투 작전을 지시한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수사 중이다. 군 안팎에선 ‘김 전 장관→김 의장→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드론사에 지시가 내려갔을 가능성과, 김 전 장관이 김 의장이나 이 본부장을 건너뛰고 드론사에 직접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합동참모본부와 방첩사령부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사령관은 무인기 북파 시점을 전후해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과 김 의장을 잇달아 면담했다. 특검팀은 “2024년 6월 드론사 방첩대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알고 있어서 놀랐다”는 군 현역 장교의 증언도 확보했다. 당시 드론사 방첩대 지휘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맡았다. 드론사는 적 무인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에 출범한 육·해·공군 및 해병대 합동 전투부대로, 국군조직법에 따라 합참의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안보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부대다. 그러나 특검팀에 출석한 군 관계자는 “모든 군 작전은 상급 기관인 합동참모본부의 지시를 받는데 무인기 침투 작전은 대통령실 안보실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며 “북한이 무인기 추락 사실을 공개한 날 작전을 수행한 드론사령부에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격려금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관계없는 안보실 왜? 민주당 부승찬 의원도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V(대통령)의 지시라며 국가안보실 직통으로 무인기 침투 작전을 하달했다”는 내부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주당 외환유치진상조사단은 올해 초부터 드론사가(歌) ▲무인기 기종 재고 현황 ▲평양에 드론이 침투한 지난해 10월 드론사 상황일지 ▲삐라통을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터 보유 여부 등의 자료 제출에 성실히 응하고, 수사기관이 김 사령관과 핵심 참모들에 대한 수사에 즉각 착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안보실은 당시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인성환 제2차장이 지난 2024년 3월 드론사를 공식 방문한 바 있다”며 방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이는 육·해·공군 주요 사령부 현장 확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부대 방문이며, 당시 드론사의 업무보고 등 공식 일정에 다수의 드론사 장병들이 함께했다”고 해명했다. 또 “김용대 드론사령관은 같은 해 8월 국가안보실 방문 당시 드론 전력화 방안 및 국방혁신위원회 안건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방부 및 방사청 관계관 다수와 함께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다수의 인원이 함께한 공식 방문과 안보 태세 강화를 위해 정상적으로 추진한 업무를 ‘북풍 몰이’로 연결 짓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자,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외환 의혹 관련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연결고리’를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 통수권자인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방부 장관, 군부대까지 이어지는 지휘체계 전체가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검팀이 김 전 국방부 장관을 추가 구속하고, 군검찰과 협조해 여 전 사령관·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추가 구속한 것도 외환 수사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계엄 비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노상원 수첩’의 경우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이른바 ‘북풍’ 준비 정황이 담겨 있어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비선 조직을 활용해 북한을 자극해 대남 도발을 유도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보기관 간부들의 설명이다. 수상한 연결고리 김봉규 정보사 대령의 “(노씨가)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다. 언론에 특별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는 경찰 진술 등도 특검으로 송부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주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드론사가 안보실의 지시로 무인기 침투 비밀 작전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가리키는 시기는 지난해 8월이다. 안보실은 산하에 1·2·3 차장을 둔다. 이들은 각각 국방과 외교,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 전 1차장이었다. 안보실장은 장호진·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었으나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안보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실세 중의 실세였다. 최종적으로 안보실장이 모든 보고를 받지만 핵심 정보는 김태효 전 차장이 먼저 훑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 전 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북파공작부대(HID)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속초 갔던 김, HID 출신 용산 스카우트 왜? “방문 이례적” 대북 공작 플랜 일환이었나 김 전 차장이 HID를 방문한 이후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인간정보 특기(820) 육관사관학교 60기 출신 오모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갔다. 오 중령은 인성환 당시 안보실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지난 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실이 당시에 언급했던 것처럼 오 중령이 소속된 팀은 ‘대북 특수정보’를 다룬다. 대북 문제에 대해 깊숙하게 알지 못하는 김 전 1차장을 사실상 보좌하는 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오 중령은 정보사 내 얼마 남지 않은 ‘대북 공작’ 전문가로 꼽힌다. 12·3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정성욱 정보사 대령의 계보를 잇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안보실의 지시로 드론사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실행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오 중령이 속한 팀이 작전의 밑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보사 내부의 분석이다. 무인기를 언제 평양에 보내고 어떤 방법을 구사해야 하는지도 대북 공작의 한 종류기 때문이다. 일부러 들키려 분명한 목적 정보사 한 고위 관계자는 “무인기를 날린 시기를 보면 대북 공작 플랜을 한두 달 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 때나 막 날리는 게 아니다. 어떤 목적을 정한 이후 그다음 시기를 정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대북 공작은 일부러 들키게 하거나 정말 들키지 않아야 하는데 일부러 들키려 한 공작은 ‘북풍 공작’이다. 이 방법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쓰지 않았던 방법이다. 자칫하면 수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고 실패할 경우 정보사의 피해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