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고액연봉 10인’ 대해부

로열패밀리는 받는 돈도 다르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지난해 사업보고서가 공개됐다. 고액연봉을 챙긴 임원들의 보수에 눈길이 쏠렸다. 회사의 성과나 규모에 따라 책정되는 보수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의외로 많이 챙겨가는 임원에게는 ‘과연 적정한가?’라는 물음표가 찍힌다. 눈길을 끄는 고액연봉자를 확인했다.
 

기업들은 지난달 말을 기점으로 대부분 사업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고액임원들의 보수도 확인됐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상장회사는 5억원 이상 임원은 개인별 보수와 그 구체적인 산정기준 및 방법을 공개해야 한다.

부자끼리
친척끼리

재계 임원들의 연봉은 시장 규모나 매출, 성장 기여도에 따라 법인이 기준을 세워 보수를 결정했다. 그 기준은 천차만별. 그렇기 때문에 눈길을 끄는 고액연봉자들이 존재한다.

오치훈 대한제강 대표이사가 13억400만원을 챙겼다. 동종업계인 세아제강 대표이사가 6억5000만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이 가운데 급여는 6억3000만원 수준이었다. 상여금 역시 6억3000만원으로 급여만큼 챙겼다. 

기타소득은 4400만원 수준. 업계에서는 급여만큼 챙긴 상여금에 관심이 집중됐다. 회사측이 밝힌 상여 기준은 다음과 같다. 


성과금 지급기준에 따라 매출액·영업이익으로 구성된 계량지표와 기타 경영활동으로 구성된 비계량지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기준 연봉의 0∼100% 내에서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에서는 오 대표가 지속적인 글로벌 경기 침체와 전 세계적 보호무역주의 확대 등의 어려운 경영환경서 임직원들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의사 소통하고 조직을 이끌었다고 판단했다. 

또 426억원의 영업이익 성과를 창출한 점과 현장인력 육성 및 안전작업장 구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안정적인 생산에 기여한 점을 고려해 상여금 액수를 책정했다.

그 결과 대한제강은 오 대표에게 줄 수 있는 상여금의 최대치를 몰아줬다. 과연 오 대표가 이같은 상여금을 받기에 적절한가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지난해 대한제강의 개별 기준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1조1410억원, 영업이익 426억원, 당기순이익 27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액만 전년대비 2978억원 증가했을 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60억원, 92억원 감소했다. 

어려운 대외상황을 감안해야겠지만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경영자에게 최고 수준의 상여금을 준 부분에 대해서는 뒷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오 대표가 회사의 오너이기 때문에 과도한 상여금이 책정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오 대표는 대한제강의 지분 18.38%를 가지고 있는 최대주주 신분이다.


실적은 뒷걸음 상여금은 앞걸음
같은 임원 다른 연봉…도대체 왜?

오 대표와 친인척 관계인 오형근 사내이사 역시 오 대표와 유사한 비율의 보수액이 책정됐다. 오 사내이사는 지난해 11억9800만원의 보수를 챙겨 고액보수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급여와 상여금은 각각 5억7800만원 수준이었다. 오대표와 마찬가지로 급여만큼의 상여금을 챙긴 것. 이에 따라 오 사내이사의 보수가 적절한가에 대해 뒷말이 나올 상황이 됐다.

오너 일가가 고액 임원보수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경우는 또 있다. 삼양홀딩스의 경우 회장과 친인척이 5억원 이상의 보수를 챙겼다.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은 20억6600만원의 보수를 챙겼다. 

그의 동생 김량 부회장은 13억600만원을 보수로 받았으며, 김 회장의 사촌인 김원 부회장은 13억2000만원이 보수로 책정됐다. 이들은 상여금도 적지 않았다. 김 회장은 총 보수 가운데 8억2000만원이, 김원, 김량 부회장은 각각 5억원이 상여금으로 지급됐다. 1년치 급여의 절반 가까이를 상여금으로 챙긴 셈이다.

상여금은 2016년 실적을 기준으로 책정됐다. 이사보수한도 금액 내에서 영업이익, cashflow로 구성된 계량지표의 달성률을 반영해 보상위원회의 결의에 따라 기준연봉의 0∼100% 내에서 지급했다. 

계량지표 측면에서는 2016년 매출액 2조3114억원 및 영업이익 1410억원의 성과를 달성한 점이 반영됐다.

에넥스 오너 일가인 박유재 회장과 박진규 부회장이 각각 5억원 이상의 고액 보수 챙겨 공시 개별공시 대상이 됐다. 이들은 부자로 각각 9억6000만원, 8억4000만원을 보수로 챙겼다. 이들은 총 보수 가운데 대부분은 급여였다. 

박 회장과 박 부회장의 보수는 전년대비 각각 1억1950만원씩 상승했다.

전문경영인이
더 챙기기도

회사는 이사보수 지급기준에 따라 임원급여 테이블을 기초로 직무, 직급(대표이사 회장), 근속기간(47년), 리더십, 전문성, 회사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제약회사 유나이티드도 부자가 고액연봉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아버지인 강덕영 대표이사는 7억9700만원을 보수로 챙겼다. 급여로는 5억3200만원이 책정됐다. 상여금은 급여의 50% 수준인 2억6500만원이다. 


그의 아들인 강원호 대표이사는 6억5900만원을 지난해 보수로 가져갔다. 이 가운데 급여는 4억4000만원, 상여는 2억1900만운 수준이다.
 

문제는 이들 부자가 가져간 보수총액이 전체 이사·감사 보수총액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는 점이다. 유나이티드에는 총 8명이 있는데 이들의 보수를 모두 합하면 21억6800만원 수준이다. 1인당 가져가는 보수는 2억71000만원이지만 강 대표이사 부자의 보수가 대거 포함돼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보수는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부자 역시 오너 일가라는 점에서 오너 입김에 의한 오너 일가 몰아주기 임금체계라는 비판이 제기될 여지가 있다.

유나이티드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강덕영 대표이사의 지분률은 27.99%로 최대주주 신분이며, 강원호 대표 역시 3.27%로 유나이티드문화재단(5%)에 이어 3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비철금속 생산업체인 풍산은 류진 회장에게 29억500만원을 지난해 보수로 챙겨줘 오너 독식의 임금 체계의 회사라는 뒷말이 나왔다. 류 회장이 챙긴 보수는 나머지 임원 6명에게 지급된 보수 총합 13억2800만원을 크게 웃돌았다.

그는 지난해 보수의 대부분인 25억2500만원을 급여로 받았다. 나머지는 상여금이 3억8000만원이었다. 전문경영인인으로슨 최한명 부회장이 유일하게 8억3200만원을 보수로 받아 5억원 이상을 챙긴 고액 연봉자에 포함됐다. 


그는 이 가운데 7억2300만원을 급여로, 1억900만원을 상여 명목으로 받았다.

류 회장은 풍산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오너다. 그는 풍산의 지분이 없지만 36.14%의 지분율로 최대주주 신분인 풍산홀딩스를 통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류 회장은 풍산홀딩스 지분 32.50%를 확보해 최대주주 신분이다. 

회사 측은 이들의 임금 체계에 대해 “이사회결의에 의한 임원보수지급규정에 따라 책정됐다”고 설명했다.

리노공업 역시 오너의 연봉이 총 이사, 감사의 보수 총액을 크게 웃돌았다. 오너는 이채윤 대표이사다. 그는 사실상 리노공업을 지배하고 있는 오너로 평가된다. 리노공업 34.66%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 신분이다. 

이 대표의 보수는 지난해 11억227만원이 책정됐다. 이사, 감사 전체 보수총액은 18억7284억원이었다. 이들의 보수를 크게 상회한 셈이다. 이 대표의 급여 6억원은 임원 급여 관리규정 및 2017년 이사보수한도액의 범위 내에서 수행직무를 반영해 결정한 6억원을 12등분해 매월 지급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상여금은 5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등을 평가해 성과급을 기준연봉의 0∼100% 범위 내에서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영원무역의 성기학 회장도 13억원을 보수로 챙겼다. 눈길을 끄는 것은 강보합세의 실적에도 급여의 30% 수준인 3억원이 상여금으로 지급됐다. 급여는 10억600만원이다. 회사 측은 상여금 결정은 두 가지 지표를 고려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선 계량지표 관련 당년도 연결 매출액 및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각각 0.4%, 0.9% 증가함에 따라 전년도 실적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을 달성한 점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보합세 수준에 머물렀는 데도 상여금이 대폭 지급된 것이 적정한지 여부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일한 만큼 보상
과연 적정한가?

실제 영원무역의 지난해 개별 기준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947억5642만원으로 전년 962억3277만원보다 14억7634만원 감소했다.

또한 오너 일가라서 보수를 많이 챙겨간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영원무역은 지분 50.52% 가지고 있는 영원무역홀딩스가 최대주주 신분인데 이 회사를 성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46.24%의 지분으로 지배권 강한 상황이다.

영원무역의 이사·감사는 총 8명인데 이들의 보수를 합하면 27억9000만원이다. 성 회장이 가져가는 보수 절반을 조금 웃도는 금액으로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비계량지표로서는 어려운 시장 여건에서도 대표이사 회장으로서의 리더쉽 발휘해 안정적인 경영성과 달성을 고려했 결정했으며, 주주총회서 승인한 이사보수 한도 내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부도덕한 CEO 논란을 일으킨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이 9억1800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회사측이 최 회장의 밝힌 연봉지급 기준은 주주총회 결의로 정한 지급한도 범위 내에서 임원보수규정에 따른 것이다. 또 직무·직급, 근속기간, 리더십, 전문성, 회사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기본급 등으로 총 9억1800만원으로 결정하고 연간 12등분해 매월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가 CEO 자질이 의심되는 경영인이라는 점에서 보수가 적절한지 물음표가 찍힌다. 한진해운 회장이었던 최 회장은 한진해운이 자율협약 신청을 발표하기 전 미공개 정보를 미리 파악해 지난해 4월 두 딸과 함께 가지고 있던 한진해운 주식을 전량 매각해 10억원 상당의 손실을 피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급여만큼 책정된 보너스”
 “사고 쳐도 빵빵한 월급”

그 결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는 최 회장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최 회장 측은 항소장을 내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최 회장은 현재 옥중 경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그가 챙긴 보수가 5명 인원의 이사·감사 전체 보수총액 12억5278만원의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영인으로서의 자질이 의심되는 인사가 회장이라는 이유로 과도한 보수를 챙겨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윤영달 해태제과식품 회장의 사위인 신정훈 대표이사도 고액 연봉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2005년 4월부터 회사의 경영을 맡고 있다. 그는 지난해 보수로 15억3300만원을 가져갔다. 

윤 회장보다 많은 보수수준이다. 윤 회장은 5억원 미만의 보수를 받아 개별 보수액 공시대상이 아니다. 신 대표의 급여가 대부분(15억3200만원)이었는데 산정 기준은 임원보수관련규정(이사회결의)에 따라 직무직급(사장), 근속기간(13년), 리더십, 전문성, 회사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결정했다. 

해태제과식품서 유일하게 고액 보수임원으로 전문경영인이 꼽힌 점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일반 경영인으로서 코오롱의 안병덕 사장이 보수로 36억8140만원을 챙겨 눈길을 끌었다. 그가 받은 보수는 이웅렬 회장이 받은 8억원을 크게 웃도는 액수였다. 다만 그의 보수총액에는 퇴직금이 포함돼있다. 

그가 받은 보수 가운데 퇴직소득은 31억2171만원이다. 회사 측은 안 사장의 퇴직금과 관련 임원퇴직금지급규정에 따라 월보수 4166만원과 재직기간 및 직급별 지급배수를 곱해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4년 1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재직했으며, 이 기간이 퇴직급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급여는 이 회장이 받은 8억보다 적은 5억원을 챙겨갔다. 상여금은 없었다.

오너 일가 몰빵
임금체계 비판

재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 오너 일가가 임원으로 있는 경우 전문 경영인을 두는 경우보다 많은 보수를 가져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과연 오너 일가의 경영 능력이 출중한지는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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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