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5대 대도시 판세 분석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4.09 11:28:41
  • 호수 11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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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는 이미 승자를 알고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6·13 지방선거가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는 예비후보들을 추려내는 과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광역단체장 선거서 1%의 승률이라도 올리기 위해 여야 지도부는 머리를 맞대고 논의 중이다. 선거 룰이 속속 정해지고 있으며 대진표도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일요시사>는 지방선거의 성적표라 할 수 있는 광역단체장 중에서도 5대 도시의 판세를 살펴봤다.
 

서울시장 선거의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은 지난 4일 장고 끝에 서울시장 선거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내심 서울시장 선거 낙승을 기대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입장에선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안 위원장은 지난 19대 대선서 21%의 득표율을 기록, 건재함을 과시한 바 있다.

격동의 서울
단일화 변수?

안 위원장은 서울시의회 본관서 열린 출마선언식서 자신을 ‘야권 대표선수’로 소개했다. 이어서 그는 “7년 전 가을 안철수에게서 희망을 찾고 싶어 하셨던 서울시민의 열망에도 답하지 못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그 죄송스러운 마음까지 되새기고 사과드린다.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의 출사표에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 번째는 자신을 바로 야권 대표선수로 소개한 부분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최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서울시장 후보로 낙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야권 단일화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김 전 지사보다 우위에 서려는 안 위원장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공식적으로 안 위원장은 한국당과의 야권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야권 연대는 없다. 기득권 정당은 우리가 싸울 대상”이라고 일축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도 “단일화는 없으며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바미당은 소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민주당을 잡기 위해서는 야권 단일화가 필수라는 현실적인 주장이 양당서 제기되고 있다. 

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민주당 지지율이 50%인 상황서 두 야당이 모두 후보를 내는 것은 자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선거가 막판으로 치달을수록 야권 단일화의 불씨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했던 7년 전 상황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이는 이번 선거서 ‘양보론’ 프레임을 적극 사용할 것이란 선전포고와도 같다.

민주당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경선 승리가 곧 당선’이었던 판세가 한순간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갯 속으로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예비후보들은 안 위원장의 출마에 날을 세웠다.

박원순 시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오늘(지난 4일) 안 위원장이 출마했으니 그분을 취재하는 것이 어떠냐”는 다소 공격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상호 의원은 “안 위원장의 출마선언문을 꼼꼼히 읽어봤는데 후보로서 준비가 잘 안 돼있다고 생각했다”며 평가절하했다. 박영선 의원도 “(서울시장은) 대통령을 꿈꾸다가 중도에 포기하거나 대선에 나가서 패한 사람들이 경쟁하는 자리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안 위원장은 박 시장이 타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지난 5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건 현장 방문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박 시장과 경쟁을 펼치고 있는 박영선·우상호 의원에 대해 “경선서 이길 가능성이 낮은 분들”이라며 “(두 사람의 비판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는 민주당과 한국당, 바미당 구도의 3파전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당초 박 시장의 승리 가능성이 높게 점쳤던 민주당은 서울시장 경선은 결선투표 도입 외에도 안 위원장의 출마로 셈법이 복잡해졌다.

설욕의 부산
리턴매치 성사?

민주당이 부산시장 후보로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장관을 단수공천하면서 한국당 후보인 서병수 부산시장과 리턴매치가 성사됐다. 지난달 16일 한국당은 일찌감치 서 시장을 부산시장 후보로 공천했으며 민주당은 지난 3일 오 전 장관을 단수공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앞서 오 전 장관 외에도 정경진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이 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경쟁을 벌였지만 여론조사에서 오 전 장관이 정 전 부시장에 크게 우위를 보이면서 민주당은 오 전 장관을 단수공천했다.
 

오 전 장관과 서 시장의 대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서 오 전 장관은 49.34%를 기록, 50.65%를 기록한 서 시장에게 단 1.31%포인트(2만701표 차이)로 석패한 경험이 있다. 당시 오 전 장관은 무소속이었다. 집권여당의 간판을 달고 설욕전에 나선 셈이다.

거물 등장에 서울 선거판 요동
오거돈 VS 서병수 빅매치 성사

서 시장은 현직 프리미엄을 활용하고 있다. 자신이 행한 시정을 적극 홍보하며 표심 잡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지난 5일을 서부산개발사업 추진상황보고회서 서 시장은 “모든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으므로, 서부산 개발 프로젝트 추진에 있어 발생되는 어려움은 현장을 자주 방문하고 점검하면 분명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관계부서에 현장을 자주 방문할 것을 주문하고, 서부산 그랜드플랜 사업들을 현장 중심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시장 선거에는 오 전 장관과 서 시장 외에도 바미당 이성권 예비후보, 정의당 박주미 예비후보 등이 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고 있는 오 전 시장과 서 시장에게 견제구를 던지며 존재감 높이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 예비후보는 “민주당이 높은 지지율에 취한 오만함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며 “도대체 부산시민들은 언제까지 올드보이 오거돈과 서병수를 봐야 한단 말인가”라고 두 후보 모두를 비판했다. 


박 예비후보 역시 “부산의 미래를 다시 서병수나 오거돈에게 맡길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부산은 이번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이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무너진 보수진영의 건재와 문재인정부 1년에 대한 평가를 알아볼 수 있는 리트머스지다. 이에 총 4명의 예비후보들은 하나의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시민의 표심이 과연 어느 쪽을 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보수의 대구
이변 나오나?

민주당은 내친김에 보수의 심장을 겨냥하고 있다. 민주당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는 대구시장 후보 경선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1995년 첫 전국동시지방선거 후 민주당 계열서 대구시장 후보 경선이 진행되는 것은 23년 만이다.

이상식 전 국무총리 민정실장, 이승천 전 국회의장실 정무수석비서관, 임대윤 전 청와대 사회조정1비서관이 참여하는 대구시장 후보 경선을 통해 유권자들의 관심을 유도한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경선은 권리당원 투표와 여론조사를 각 50%씩 반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갈 경우 본선서 통하는 후보를 가려내기 어렵고, 100% 여론조사로 갈 경우 한국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자신이 지지하는 당을 위해 상대당 후보 중 경쟁력이 낮은 후보를 선택하는 행위)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각 50%를 반영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에서는 이재만 전 최고위원, 권영진 대구시장,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경선을 벌인다.

이 전 최고위원은 자유한국당 대구시장 경선과 관련해 “예상판세는 제 머릿속의 전략이 아닌 현장서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경선 기호가 결국은 순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전 최고위원은 경선 기호 1번이다.

권 시장은 “한국당 대구시장 후보 경선이 종반으로 치달을수록 당선 가능성이 높고, 본선 경쟁력이 높은 후보 쪽으로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져 1강 3약의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지난 3일 TV 토론회 이후 부동층서 나를 지지하기로 마음을 굳힌 책임당원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감지된다”고 자신을 어필했다.
 

이 전 구청장은 한국당 책임당원 모바일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4일 “뿌린 만큼 거둔다는 마음과 각오로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대구 발전을 위한 현명한 선택을 기다리면서 당원동지 모두가 참정권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전 장관은 “대구 시민의 높은 수준을 믿고 있다. 자식들의 앞날과 대구의 미래를 위해 능력 있는 시장을 선택할 것”이라며 “행정력과 미래비전, 실물경제 능력, 국제적 감각과 높은 청렴성을 가진 후보를 시민들이 선택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진보의 광주
대세론 굳히기?

광주시장 선거판이 요동치고 있다. 윤장현 광주시장의 불출마 선언과 ‘3자 단일화’ 등 민주당 경선이 급변하면서다. 윤 시장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통해 “시장이 되는 일보다 시장이 해야 할 일이 더 중요하다”며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재선 도전을 공식화한 지 불과 엿새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민주당 경선후보인 강기정·민형배·최영호 예비후보는 강 예비후보로 단일화를 이뤘다. 세 사람은 광주시의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론조사 결과와 시민사회의 의견 등을 바탕으로 단일화 협의를 거친 끝에 강 예비후보를 단일후보로 결정했다”며 “우리가 만들려는 시민공동정부는 세 사람의 공동정부가 아닌 시민과의 공동정부”라고 강조했다. 

앞서 세 사람은 지역 시민사회에 후보선출에 대한 전권을 위임한 바 있다.

보수·진보의 심장에서는…
여야, 중원에서 길을 찾다

이로써 민주당 예비후보는 3명으로 압축됐다. 단일후보로 확정된 강 예비후보와 양향자 예비후보, 이용섭 예비후보가 그들이다. 정치적 셈법이 복잡해진 민주당 예비후보 진영은 전략짜기에 고심하고 있다. 

변수는 과연 어떤 예비후보가 불출마 선언을 한 윤 시장의 지지층을 흡수하느냐다.

국민의당에 분리된 바미당, 민주평화당(이하 민평당)은 후보 확정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바미당 광주시당은 지난 4일 김대중컨벤션센터 중소회의실서 바미당 전남도당과 공동으로 개편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주선·유승민 공동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총출동, 본격적인 세몰이에 나섰다. 다만 아직 광주시장 선거에 나설 후보군이 안갯속에 가려있다.

민평당도 광주 지방선거 체제로 전환을 마무리했다. 최경환 광주시당위원장이 공천관리위원장을 맡고, 장병완·천정배·김경진 등 광주 국회의원들과 윤종록 조선대 교수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조배숙 대표는 최근 광주시장 선거의 현역 국회의원 차출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연 두 당이 광주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민주당을 꺾을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이다.

혼돈의 대전
중원 승자는?

민주당 대전시장 경선에는 박영순 전 청와대 행정관, 이상민 의원, 허태정 전 유성구청장 등 3명이 경합을 벌이는 중이다. 그런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경선서 결선투표를 전격 도입하기로 결정, 과연 어느 예비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권리당원 50%와 여론조사 50%로 진행되는 1차 경선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위와 2위 간 재투표를 진행될 예정이다. 박범계 수석대변인은 결선투표 도입 이유에 대해 “국민들의 경선에 대한 주목도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결선투표의 도입으로 2, 3위 간 연대 가능성이 높아졌다. 1차 경선 이후 과반 득표자가 없어 재투표가 이뤄지면 2, 3위 예비후보는 힘을 합쳐 일발역전을 도모할 수 있다. 막판 뒤집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경선 판세 전체를 흔들만하다.

반면 한국당은 경선 없이 박성효 전 대전시장 단일 체제로 선거를 준비 중이다. 전희경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지역 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지역 주민에 대한 애정, 여타 후보에 비해 월등한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봤다”며 박 전 시장에 대한 공천 확정 배경을 설명했다.

박 전 시장은 공천 확정 후 SNS에 “먼저 선의의 공천 경쟁을 벌였던 육동일 충남대 교수와 박태우 한국외대 초빙교수께 심심한 위로를 보내며, 그분들께서 제시하신 좋은 발전 정책과 비전들을 충분히 받아들여 함께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본선 티켓을 부여받은 박 전 시장은 본선 준비에 전념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또 공천서 탈락한 육 교수와 박 교수가 당의 결정을 곧바로 수용, 경선 후유증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바미당은 남충희 예비후보를 사실상 후보로 내정한 상태다. 그는 바른정당 시절부터 대전시당위원장을 맡아 시당을 잘 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신을 경제통으로 소개하는 남 예비후보는 최근 ‘돈 버는 대전 정책발표 2탄’ 발표회서 “임기 4년 내에 좋은 일자리 1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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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