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또 죽고’ 이명박 주변인 의문사 추적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3.26 10:47:38
  • 호수 11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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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만 터지면 죽거나 사라지거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MB(이명박 전 대통령)를 둘러싸고 자살 사건이 많다. MB가 구속되면서 그를 둘러싼 사망사건들이 주목 받고 있다. 숨졌던 사람들 대부분 이 전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있다. 이들은 어떻게, 왜 한순간 목숨을 끊었을까.
 

그동안 이명박 전 대통령 주변서 일어난 사망사건은 총 4건이다. 모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전 대통령의 조카 사위와 얽혀 자살한 사업가, 최측근의 석연치 않은 죽음, 자원외교로 검찰 수사를 받던 사업가와 전직 국회의원의 자살 사건 등이 바로 그것이다. 

조카 사위·목숨 끊은 CEO

2011년 3월6일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자 씨모텍의 김모 대표가 사망했다. 발견 당시 발견 당시 차 안에는 연탄불이 피워져 있었다. 씨모텍은 이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가 한때 몸담았다가 구설에 올랐던 회사다. 

여기에 씨모텍과 제이콤이 보유했던 수백억원의 회삿돈이 사라져 버린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일각에서는 “대통령 친인척이 연루된 대형 게이트”라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씨모텍 최대 대주주는 나무이쿼티라는 기업이었다. 씨모텍 임직원들은 최대주주를 검찰에 고소했다. 나무이쿼티서 씨모텍 자금 256억원을 빼돌렸으며, 자살한 김 대표도 나무이쿼티가 내세운 '바지사장'에 불과하다는 것. 


나무이쿼티의 씨모텍 인수과정은 석연치 않았다. 당시 나무이쿼티는 설립된지 3년도 채 되지 않은 회사였다. 설립 3개월 뒤인 2009년 10월27일 이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은 다스 회장의 사위 전모씨를 대표이사로 임명한다. 

나무이쿼티는 전씨 영입 8일 만에 씨모텍의 최대주주 지분(10.1%)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한다. 당시 매입 대금은 300억원이었는데 50억원은 사채 시장서 빌렸고 잔금 250억원도 나중에 씨모텍 자금으로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나무이쿼티가 무일푼으로 씨모텍을 삼켰다.
 

인수 후 경영도 문제가 많았다. 대통령의 친인척인 전씨가 경영에 참여한 회사라는 점도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잡음이 일자 전씨는 2010년 7월 말 씨모텍 부사장 자리서 물러났고, 그 이전인 4월엔 나무이쿼티 이사직도 그만둔다. 

전씨가 물러난 나무이쿼티의 대표이사는 자살한 김 대표가 물려받았다.

MB 친인척 연루 사건들     
하나같이 자살로 종지부

나무이쿼티는 전씨가 물러나기 직전 또 다른 코스닥 기업인 제이콤을 인수한다. 당시 제이콤의 최대주주는 디에이피홀딩스였는데 나무이쿼티가 디에이피홀딩스를 230억원에 매입하면서 제이콤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됐다. 


제이콤 대표이사엔 나무이쿼티 이사인 한모씨가 파견됐다. 당시만 해도 제이콤은 동아제약의 지분 3%를 갖고 있는 등 800억원대의 자산을 가진 기업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제이콤은 피인수 9개월 만에 하나은행으로 지급 제시된 25억원짜리 수표를 결제하지 못해 최종부도 처리됐다. 동아제약 주식 매각 대금 300여억원도 증발해 버리는 등 회사가 거덜나 버렸다. 

나무이쿼티의 짧은 지배 기간 씨모텍과 제이콤의 자산 1000여억원 어치의 행방이 묘연해졌고, 상장폐지 위기로 투자자 2만여명이 피해를 입었다. 

모든 책임은 김 대표가 짊어져야하는 상황이었다. 김 사장은 자살 전날까지 대통령 조카사위 전씨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사장은 ‘회사 자금이 사라진 데 대한 감사 의견 거절까지 받게 됐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고, 전씨는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 당장 김모씨와 이모씨를 횡령으로 고발하고 자수하라. 그게 김 사장님이 살 길’이라는 답을 보낸다.
 

김 사장은 ‘옙’이라고 회신한다. 하지만 그는 다음날 밤 차량에 연탄불을 피워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이 때문에 당시 전씨가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던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저축은행 의혹·최측근의 선택

2012년 6월25일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김병인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 홍콩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전 사무처장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시절 대변인을 맡았으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서 법무행정분과위 전문위원을 맡았다. 

당시 홍콩 경찰은 외부 침입과 타살 흔적이 없는 것으로 미뤄 김 전 처장이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법한 뚜렷한 이유나 설명이 나오지 않아 의문을 남겼다. 

유일하게 남은 단서는 김 전 처장이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정우택 의원의 성추문 의혹’을 다룬 글을 퍼 나른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는 4·11 총선 직전인 지난 3월 야후 블로그 ‘크라임 투 길티(Crime2guilty)’에 올라온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이 제주도서 골프를 치고 성접대를 받았다’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동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던 김 전 처장은 3월 말 “글을 본 적도 없다. 페이스북이 해킹당한 것 같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그는 조사를 마치고 3일 뒤 급히 홍콩으로 출국했다. 


대부분 수사 임박 앞두고 
연탄불·목매서 목숨 끊어

경찰은 4월 초 김 전 처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김 전 처장이 수사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김 전 처장은 문제의 글을 직접 올린 사람이 아니어서 이를 자살의 원인으로 보기엔 석연치 않다. 경찰은 글의 최초 유포자를 찾기 위해 수사를 벌였지만 이 블로그가 홍콩 IP를 사용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범인의 신원은 엉뚱한 곳에서 확인됐다. 이 블로그는 문제의 글이 게시된 3월 이전까지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의 비리를 집중적으로 폭로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김 회장과 이 전 대통령의 인연은 깊다. 
 

이 전 대통령 형 이상득 전 의원은 제17대 대선을 앞둔 2007년 10월 김 회장에게 불법정치자금 3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2012년 구속기소돼 징역 1년2월의 실형을 확정받아 복역했다. 

당시 검찰은 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이 블로그 주인이 신우코리아 이왕재 대표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씨는 김 회장이 저축은행으로부터 178억원의 불법 대출을 받도록 명의를 대주고 이를 빌미로 블로그에 폭로 글을 8차례 올렸다. 


일각에선 김 전 처장이 이씨 블로그와 연동이 된 게 미래저축은행 사건과 이 전 대통령이 연관이 있어서가 아니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홍콩으로 출국한 김 전 처장이 당시 홍콩에 머물던 블로그 개설자 이씨를 만났는지 여부 등 의문으로 남았다.

자원외교 선봉장 시신으로 발견

2013년 4월 CNK 임준오 전 부회장이 갑작스레 목숨을 끊었다. 사망 당시 임 전 부회장은 CNK 인터내셔널 주가조작 의혹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이었다. 그의 시신 주변에는 타고 남은 번개탄과 유서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CNK는 2010년 12월 ‘아프리카 카메룬서 다이아몬드 4.2억 캐럿 매장량으로 추정되는 지역의 개발권을 획득했다’는 외교부 발표로 유명해졌다. 당시 CNK의 주가는 급등했다. 3000원 내외였던 CNK 주가는 보도자료 발표 이후 1만6000원대로 5배 이상 폭등했다.

하지만 매장량이 과대평가 됐다는 주장이 나왔고, 결국 외교부가 사실을 부풀렸다고 발표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개발사업은 당시 MB정부의 대표적인 자원외교 성과로 꼽혀왔다.

검찰은 임 전 부회장이 다이아몬드 매장량을 부풀리고 대량생산계획 등을 허위로 유포해 9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CNK 주가 조작 의혹 사건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제2차관 등 MB정부 실세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 전 차관은 카메룬 정부당국에 CNK의 다이아몬드 광산개발권 획득을 직접 요청하는 등 부적절하게 개입한 의혹을 받으며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 

박 전 차관은 2010년 5월 오 대표와 함께 민·관 고위급 대표단 단장으로 카메룬을 방문했다. 박 전 차관이 소속한 총리실은 물론 외교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등 정부 기관 소속 19명이 카메룬 정부를 상대로 사흘간 머물며 CNK에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주라고 요청했다.

석 달 뒤 8월에는 카메룬 대표단이 한국을 답방했고 지식경제부 차관으로 자리를 옮긴 박 전 차관을 만난다. 카메룬 대표단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서 지경부와 외교부가 마련한 ‘카메룬 에너지·광물 투자포럼’에 참석했으며 CNK 측으로부터 항공비와 체재비 등을 지원받았다.

이 뿐만 아니라 이 사건에 이 전 대통령 일가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이 대통령의 조카이자 이상득 전 의원의 아들인 지형씨가 연루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건 당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우제창 의원은 CNK에 유입된 해외 자금의 출처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우리투자증권→크레딧스위스→브림(BRIM, 지형씨 재직 회사)→CNK’로 이어지는 투자의 고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즉, 지형씨가 제이리(Jay Lee)라는 이름으로 마케팅담당 이사를 맡고 있는 헤지펀드 회사 '브림'이 주선해 크레딧스위스 싱가포르지점이 CNK에 12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임 전 부회장의 죽음으로 검찰 수사는 어려움을 겪게 됐다. 한때 1만8500원까지 주가가 치솟았던 CNK는 상장폐지됐고 개미 투자자들은 큰 피해를 봤다.

의문만 남은 특사 커넥션

2015년 4월 9일 자원외교 비리 관련 조사 대상이었던 전 국회의원이었던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했다. 나무에 넥타이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 전 회장은 2006∼2013년 5월 회사 재무상태를 속여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지원되는 정부융자금과 금융권 대출 800억여원을 받아내고 관계사들과의 거래대금 조작 등을 통해 250억원가량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를 받고 있었다.

경남기업은 러시아 캄차카 석유탐사 사업과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개발사업 비용 명목으로 석유공사로부터 성공불융자금 330억원, 광물자원공사에서 일반융자금 130억원을 지원받았다.

어느날 갑자기 행방불명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검찰은 경남기업이 정부지원금뿐만 아니라 수출입은행 등 금융권서 대출을 받는 과정서도 분식회계 등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보고 800억원대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성 전 회장이 융자금 일부와 회삿돈을 빼돌려 2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도 확인했다. 부인 동모씨가 실소유주인 건물운영·관리업체 체스넛과 건축자재 납품사 코어베이스 등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거래대금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성 회장이 이런 비리를 저지른 시기는 이 전 대통령 시절 자원외교 사업을 하면서다. 당시 이 전 대통령과 성 회장의 관계가 도마에 올랐다. 성 회장의 두 번째 특별사면을 이 전 대통령 인수위원회서 결정됐다는 것. 
 

최초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특별사면 리스트에  당시 이 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추가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수사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성 회장은 자살을 택했다. 목숨을 끊기 직전 로비 리스트를 남겨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성완종 리스트’에는 김기춘, 허태열, 이병기 등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과 당시 이완구 총리, 유정복 인천시장, 홍문종 의원, 부산시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등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이 올라 있었다. 하지만 성 회장이 죽으면서 리스트에 올랐던 인사들은 모두 무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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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