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여행 ④부산 기장군·수영구

부산에서 가장 빨리 바다를 만나는 동해선 전철

2016년 12월 부산에 동해선이 개통했다. 부전에서 일광까지 14개 역, 총 28.5km에 이른다. 부산 도심(부전역)에서 바다가 지척인 기장(일광역)까지 37분이면 도착하고, 주말·공휴일 기준으로 44회 왕복 운행한다. 동해선을 전철 이용하면 빠르고 알뜰하게 기장군까지 여행할 수 있다. 이제 동해선을 타고 떠나보자.

부산 도심에 자리한 동해선 벡스코역에서는 수영사적공원이 가깝다. 141번·63번 버스로 갈아타고 수영사적공원 앞 정류장에 내려 3~4분 걸어가면 된다. 수영사적공원은 조선 시대 경상좌도 수군절도사영이 있던 곳이다. 수영성은 성곽이 대부분 사라지고, 주작문이라 불린 남문이 일부 남았다. 홍예문과 일부 성곽이 있고, 문 앞에는 화강암으로 조각한 박견 한 쌍이 있다. 

조선 유적지 ‘수영사적공원’

공원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 두 그루가 있다. 부산 좌수영성지 푸조나무(천연기념물 311호)와 부산 좌수영성지 곰솔(천연기념물 270호)이다. 좌수영의 역사를 고스란히 지켜보았을 고목이다. 수령 500년이 넘는 푸조나무는 할머니 당산나무로 불리고, 곰솔은 좌수영 군사들이 무사를 기원하며 신성시했다고 한다. 경상좌수영 수군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가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의 땅이며, 다시는 침범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받아 온 안용복 장군의 사당도 공원에 있다.


해운대의 장산 자락을 휘감고 신해운대역과 송정역을 지나면 기장군에 들어선다. 오시리아역에서 국립부산과학관이 700m 거리다. 걷기 힘들면 1번 출구 건너편에서 185번 버스를 탄다. 국립부산과학관은 직접 만지고 체험하며 즐기는 과학기술 체험관이다. 내부는 자동차·항공우주관, 선박관, 에너지·방사선의학관 등 3개 상설전시관으로 구성되고, 외부에 천체투영관과 사이언스에코파크 등이 있다.


티켓 발권 체험과 선착순 체험으로 나뉘는 탑승 체험물이 가장 인기 있다. 비행 시뮬레이션, 월면 걷기, 자이로스코프 등은 선착순으로 티켓을 발권 받아야 한다. 2층 무인 티켓 발권기에서 오전 9시 30분부터 선착순으로 발매하며, 키 130cm 이상 어린이가 이용할 수 있다. 국립부산과학관은 아침에 가면 더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미취학 아동은 1층 어린이관을 이용한다. 어린이 놀이 시설에 과학을 더해 놀면서 배우는 공간이다. 


동해선 따라 <드림> <보안관> 등 촬영지 구경
기장 대표산물 멸치 관광지 기장역 방문

기장역에서는 죽성드림성당과 대변항이 가깝다. 죽성드림성당은 기장역 2번 출구로 나와 죽성사거리에서 기장군 6번 버스(약 30분 간격 운행)를 타고 두호마을 정류장에서 내리면 지척이다. 해안가 절벽에 세워진 죽성드림성당은 SBS-TV 드라마 〈드림〉의 촬영 세트장이다. 최근 리모델링해 문을 열었다. 회색 벽돌과 흰 벽체, 주황색 지붕이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아름답다. 내부에는 미술 전시회가 열린다.


죽성드림성당 인근에 있는 죽성리왜성과 죽성리해송은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기장죽성리왜성(부산기념물 48호)은 임진왜란 때 두호마을 뒤 해발 60m 남짓한 구릉에 둘레 960m 규모로 쌓은 일본식 성이다. 죽성만 바다가 내려다보이고, 선창을 끼고 있어 함선의 출입이 용이했을 터. 지금은 두호마을과 죽성리 주변의 바다 풍광을 즐기는 전망대로 좋다. 두호마을 정류장 인근에 죽성리왜성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나무 계단을 따라 오르면 왜성의 흔적과 경사지게 쌓은 일본식 성곽이 눈에 들어온다. 


죽성리왜성에서 150m 떨어진 곳에는 기장죽성리해송(부산기념물 50호)이 있다. 해송 다섯 그루가 모여 한 그루처럼 보이지만, 수형이 아름답고 위풍당당하다. 해송 사이에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비는 자그마한 당집이 들어선 것이 특이하다. 가지가 넓게 드리워 커다란 그늘을 만들고, 해송 아래 벤치가 있어 바다를 보며 쉬기 좋다. 


대변항은 미역과 다시마, 멸치로 유명하다. 죽성드림성당에서 남쪽으로 월전항을 지나 기장해안로를 따라가면 대변항에 닿는다. 대변항까지 3km 남짓한 거리로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이 길은 갈맷길 1-2구간에 속한다. 대변항의 여정은 월드컵기념등대부터 멸치광장, 죽도까지 이어진다. 월드컵기념등대는 방파제 입구에서 600m 걸어가야 만날 수 있다. 2002한일월드컵 공인구 피버노바를 담았다. 방파제 너머로 마징가Z등대, 태권V등대라 불리는 장승등대도 손에 잡힐 듯하다. 대변항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멸치광장에는 멸치를 모티프로 한 조형물이 설치되었다. 


대변항 남쪽에는 기장팔경 중 2경인 죽도가 있다. 기장군의 유일한 섬으로 다리가 놓여 건너갈 수 있지만, 개인 소유가 돼 철조망이 쳐진 지 오래다. 대신 죽도로 들어가는 다리에서 바라보는 대변항의 풍경이 좋다. 겨울 철새 붉은부리갈매기의 비상도 대변항 풍경에 한몫한다.


동해선의 종착역은 일광역이다. 역에서 나와 700m 정도 걸어가면 일광해수욕장에 닿는다. 강송교에서 시작해 완만한 호를 그리며 육지 쪽으로 깊숙이 들어온 해변을 차분히 산책해보자. 대변항, 일광해수욕장, 강송교, 학리마을과 방파제는 영화 〈보안관〉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바다 여행이 조금 아쉽다면 송도해상케이블카를 타고 입체감이 느껴지는 바다를 만나자. 송도해상케이블카는 하부 송도베이스테이션과 상부 송도스카이파크 사이 1.62km 해상을 오간다. 높이 86 m 바다를 지나 주변 풍광 또한 시원하다. 총 39기 가운데 13기는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털 캐빈이어서, 발아래로 짜릿함이 느껴진다. 송도해수욕장과 송도의 풍경,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는 송도 앞바다와 송도구름산책로도 인상적이다.


케이블카가 도착하는 송도스카이파크의 옥상전망대에 오르면 천혜의 비경이 펼쳐진다. 푸른 바다 위에 점점이 떠오는 케이블카, 바다 건너 영도 봉래산과 흰여울문화마을, 남항대교와 높이 120m 부산타워도 눈에 들어온다. 저녁에는 야경이 화려하다. 송도스카이파크 지하 1층에는 도펠마이어월드뮤지엄이 있다. 케이블카의 역사와 원리, 실물 케이블카를 만날 수 있어 들러보면 좋다.

바다 위 ‘송도해상케이블카’

황령산도 부산의 풍경을 내려다보는 전망대로 손꼽힌다. 황령산 정상 턱밑까지 도로가 나서 오르기 쉽다. 주차장에서 정상 전망대까지 350m, 넉넉히 10분이면 도착한다. 전망대는 광안대교 방면, 부산시청 방면, 서면 방면 등 모두 세 곳으로 시야가 확 트였다. 남쪽으로 해운대부터 영도 봉래산까지, 북쪽으로 금정산부터 해운대 장산까지, 서쪽으로 부산의 중심지인 서면 일대부터 엄광산과 백양산 사이로 낙동강도 보인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일광역→일광해수욕장→기장죽성리왜성과 해송→죽성드림성당→대변항→기장역→오시리아역→국립부산과학관→벡스코역→수영사적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일광역→일광해수욕장→기장죽성리왜성과 해송→죽성드림성당→대변항→기장역→오시리아역→국립부산과학관 
[둘째 날] 송도해상케이블카→흰여울문화마을→국립해양박물관→부산삼진어묵(부산어묵체험·역사관)→벡스코역→수영사적공원→황령산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부산시 문화관광 http://tour.busan.go.kr/index.busan
- 부산관광공사 부산관광정보 https://bto.or.kr/renewal/06_visitor/a01.php
- 수영구 문화관광 www.suyeong.go.kr/tour/main.asp
- 기장군 문화관광 www.gijang.go.kr/tour/index.gijang
- 국립부산과학관 www.sciport.or.kr
- 송도해상케이블카 www.busanaircruise.co.kr  

문의 전화
- 부산관광공사 051)780-2168 
- 부산종합관광안내소 051)253-8253
- 수영구관광안내소 051)610-4261
- 수영사적공원 051)752-2947
- 국립부산과학관 051)750-2300 
- 송도해상케이블카 051)247-9900
- 삼목선착장(세종해운) 032)751-2211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부산,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20~40분 간격(06:00∼다음 날 02:00) 운행, 약 4시간20분 소요.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부산종합버스터미널 1577-9956, www.bxt.co.kr 
[기차] 서울역-부산역, KTX 하루 40여 회(05:15~22:50) 운행, 약 2시간40분 소요. 용산역-부산역, KTX 하루 7회(05:30~21:10) 운행, 약 3시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88-7788, www.letskorail.com 
[동해선] 부전역-일광역, 하루 44~48회(05:30~23:45) 운행, 37분 소요. 
*문의: 부산교통공사 1544-5005, www.humetro.busan.kr

자가운전
- 남해고속도로 냉정 JC→남해제2고속도로지선→서부산톨게이트→진양램프에서 서면교차로 방면 오른쪽→삼전교차로에서 우회전→부전역
- 경부고속도로 노포 JC→부산외곽순환도로 기장 IC→기장일광IC교차로에서 기장군청 방면 오른쪽→삼덕길에서 좌회전→고가차도 옆길로 나가 새싹삼 거리에서 일광 방면 우회전→이화로로 직진→일광삼거리에서 우회전→일광역   

숙박 정보
- 베니키아프리미어마리안느호텔: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051)606-0600 
- 호텔더마크 해운대: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298번길, 051)501-9440, www.hotelthemark.co.kr
- 유니크스테이: 부산진구 부전로, 051)808-5577, www.uniqstay.co.kr 
- 더무빙: 기장군 장안읍 해맞이로, 1577-8446, www.themoving.kr
- 별이그린바다펜션: 기장군 기장읍 기장해안로, 051)966-1234, http://seastarpension.co.kr


식당 정보  
- 선비식당(토암정식): 기장군 기장읍 대변로, 051)721-2231
- 어촌밥상(생선구이정식): 기장군 기장읍 연화2길, 051)724-1342 
- the 최고집왕갈비탕 수영본점(왕갈비탕): 수영구 연수로, 051)753-3789 
- 키친로쏘(피자·파스타): 기장군 기장읍 기장해안로, 051)722-5585 
- 한끼밥상(한끼세트): 부산진구 중앙대로, 051)803-0648 
- 경성국수(회비빔국수): 부산진구 동성로, 051)808-4090
- 송정집(송정비빔밥): 해운대구 송정광어골로, 051)704-0577
- 부산고등어(참고등어숙성초밥): 서구 충무대로82번길, 051)231-3312

주변 볼거리
부산시민공원, 영화의전당, 국립해양박물관, 송도해안산책로, 동해남부선 옛길, 청사포다릿돌전망대, 송정해수욕장, 해동용궁사, 칠암항 야구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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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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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