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발 개헌안 핵심포인트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3.19 10:23:43
  • 호수 11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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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빼들고 거칠게 들이댄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칼을 빼들었다. 정부 주도 개헌안을 기어이 밀어붙일 모습이다. 여야의 의견차로 국회 개헌안 발의가 늦어지는 데 대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일요시사>는 문재인발 개헌안의 핵심 내용을 살펴봤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 산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이하 자문위)가 지난 12일 개헌 자문안 초안을 확정, 청와대에 보고했다. 하루 뒤인 지난 13일 청와대는 자문위로부터 보고받은 자문안 초안을 토대로 대통령 개헌안을 확정 지은 뒤 오는 21일 발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초안 확정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60일의 국회 심의 기간을 보장하려면 이때는 발의해야 한다”며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초안의 핵심은 대통령 4년 연임제다. 이는 기존에 언론에 자주 언급됐던 중임제와 다르다. 연임제와 중임제는 연속성에 큰 차이가 있다. 중임제는 현직 대통령이 4년 임기를 마친 뒤 치른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다음 대선에 후보로 나서 대통령에 도전할 수 있다. 즉 연이어 당선될 필요가 없는 제도다.

반면 연임제는 연이어 당선돼야 한다. 차기든 차차기든 상관없이 낙선하더라도 횟수에 상관없이 거듭 대선에 도전할 수 있는 중임제와 다르다. 중임제를 도입하면 제왕적 대통령제의 연장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이미 여러 차례 4년 중임제를 선호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장기집권을 노린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그러나 연임제든 중임제든 문 대통령 본인과는 관계가 없다. 

현행 헌법 10장 128조 2항을 보면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선 효력이 없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은 이번 개헌 대상이 아닌 만큼 현행 그대로 유지된다. 

즉 개헌에 상관없이 문 대통령은 2022년 5월 임기 종료 후 더 이상 대선에 나설 수 없다. 당초 자문위는 4년 중임제를 고려했으나 논의 과정서 4년 연임제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형식상 4년 중임제지만 실질적으로 4년 연임제인 대표적 국가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4번이나 대통령에 취임하자 미국은 지난 1951년 1차에 한해 중임할 수 있도록 헌법을 수정했다.

미국 22대 대통령 그로버 클리블랜드는 중임제와 연임제의 차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그는 첫 번째 대통령 임기를 마친 뒤 곧바로 23대 대통령에 도전했지만, 벤자민 해리슨 후보에게 패했다. 

그로부터 4년 뒤 그는 24대 대선서 승리, 백악관을 떠났다가 돌아온 미국 최초의 대통령에 이름을 올렸다.
 

대통령 선출 제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초안에는 대선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안이 포함돼있다. 이는 선거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득표수 순으로 상위 후보 몇 명만을 대상으로 2차 투표를 실시하는 제도다. 


단 한 표차라도 최다 득표자가 당선되는 현행 제도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결선투표제 도입에 대해 일각에서는 야당 의견을 일부 수렴한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정부 개헌안 국회 통과가 여당만의 힘으로 성사되기 힘든 점을 고려해 결선투표제라는 ‘당근’을 제시했다는 주장이다. 자문위는 결선투표제 도입을 심도 있는 논의 끝에 초안에 넣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직접 민주주의 강화에 방점
4년 연임제·수도 이전 관건

자문위는 헌법에 직접 수도를 명시하지 않고 법률로 수도를 정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행정수도 지정을 둘러싼 헌법재판 과정서 관습헌법에 따라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로 인정된다는 법리가 확립된 바 있다. 

이로써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은 효력을 잃게 될 예정이다.

법률로 수도를 규정하는 조항이 포함됨으로써 청와대 이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에 과연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명기할지가 초유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참여정부 당시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추진이 중단된 ‘행정수도 구상’을 재추진할 길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행정수도 이전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다. 지난 대선 때 충청지역을 찾은 문재인 당시 후보는 “우리 수도 서울은 통일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행정수도 세종시의 꿈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자문위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영토 조항이나 한반도 통일 관련 내용은 손대지 않았다.
 

국회의원 선거의 비례성 강화 원칙 등도 초안에 담겼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주재 자문위 초청 오찬에서 “선거의 비례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경우, 지금 개헌해야 다음 총선 때 적용할 수 있다”며 “비례성에 보다 더 부합하는 선거제도를 만들자고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이 요구했다”라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기자들을 만난 자리서 “비례성 강화 원칙과 대선 결선투표제도 문 대통령의 오랜 소신인 만큼 대통령 개헌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한층 강화시킬 내용도 초안에 포함됐다. 국회의원 소환제는 유권자들이 선출된 국회의원에 대해 부적격하다고 판단할 경우 임기가 끝나기 전 파면할 수 있는 제도다. 

국민 발안제는 국민이 직접 법률안이나 헌법개정안을 발안할 수 있도록 한다. 그간 헌법에는 국회의원 소환제와 국민 발안제에 대한 근거가 없었다.


지방자치를 강화하기 위한 요소도 담겼다. 자치재정권·자치입법권 확대 등이 그것이다. 또 대통령과 시·도지사 간 정례회의를 뜻하는 ‘제2국무회의’ 성격의 회의체를 만드는 조항도 초안에 삽입됐다.

21일 발의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는 요소도 눈에 띈다.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을 제한하고, 국회 예산심의권과 감사원 독립성 강화(대통령의 감사위원 임명 권한 축소 등 선임 절차 개선) 등은 삼권분립을 더욱 강화시키는 내용으로 꼽힌다. 그 외에도 헌법 전문에 5·18 광주민주화운동, 부마 민주항쟁, 6·10 민주항쟁 등 4·19 혁명 이후 발생한 민주화운동을 포함시키는 내용이 초안에 들어갔다. 단 촛불혁명은 제외됐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분노한 문 대통령, 왜?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권에 일침을 가했다.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와 가진 청와대 오찬서 “1년이 넘도록 개헌을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주어졌는데도 (국회서)아무런 진척이 없고, 국민과 약속을 지키기 위한 대통령의 개헌 준비마저도 비난하고 있다”며 “이것은 책임 있는 정치적 태도가 아니다”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문 대통령의 21일 개헌안 발의 예고는 야당의 반대에도 6·13 지방선거일에 맞춰 개헌안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읽힌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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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했다. 대권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후보가 또 한 번 판결대에 서야 할 상황에 놓인 것. 그 후보로서는 지난 대선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리스크를 떨칠 기회이면서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대법원이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오는 6월3일 조기 대선이 열린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각 당은 최종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컷오프를 거쳐 8명의 후보를 추린 후 1차 경선서 4명을 뽑았다. 2차 경선서 과반 득표자 여부에 따라 추가 경선을 진행해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민주당은 3명의 후보가 4개 권역을 돌며 지난 27일,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압도적 1위 제동 걸리나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짊어진 상태다. 조기 대선의 책임 소재가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지워진 상황이라 내부가 혼란스럽다. 실제 후보 간에도 탄핵 찬성과 반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최종 1인이 결정되는 다음 달 3일까지 후보 간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민주당은 ‘1극 독주’ 상황이다. 이 전 대표가 경선 지역마다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였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득표율보다 높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경쟁자로 나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은 한 자릿수 득표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 지난 27일 마지막 경선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결정됐다. 다자 대결, 양자 대결서도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어떤 후보와 붙어도 15%~20%p 차이로 넉넉하게 앞선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재수 끝에 대권을 잡는 데 성공한 문재인 전 대통령 때와 오버랩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표현이 선거를 지배했듯, 이번 대선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 유권자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이냐, 아니냐’로 흘러가던 선거 구도에 대법원이라는 변수가 던져졌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처음 불거져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려 있던 ‘사법 리스크’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중에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다시 한번 판결대 위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20대 대선 과정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022년 9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로 판결했다. 항소심 유죄, 무죄로 뒤집어 김명수 체제서 7대 5로 회생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지난달 26일에 나왔다. 이후 헌재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이 전 대표의 대선 행보를 막을 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3개월 이내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6·3·3 규정에 따라 대법원 판결은 대선 이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전 대표의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에 회부하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오전,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오경미·권영준·엄상필·박영재 대법관으로 구성된 2부에 배당했다. 주심은 박영재 대법관이 맡았다. 그러나 곧이어 해당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전합은 ▲소부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기존 대법 판례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소부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의 상황에 올리게 된다. 사건이 전합에 회부되면서 조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재판 업무를 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 회피를 신청한 노태악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이 최종 판결 선고를 포함해 심리 및 판단을 하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노 대법관은 이해 충돌을 우려해 전합으로부터 빠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고 첫 기일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24일에도 기일을 잡았다. 대법원이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면서 판결 선고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이 전 대표 앞에도 몇 가지 경우의 수가 놓이게 됐다. 먼저 대법원이 상고 기각을 하는 경우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에 대법원이 기각하면 공직선거법 사건은 그대로 마무리된다. 이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정말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어지는 셈이다. 변수 등장 경우의 수 반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한다고 해서 바로 형이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확정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대선 전에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 경우에는 이 전 대표의 대선후보 자격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파기자판’ 가능성도 나온다. 파기자판은 상급심 재판부가 하급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대법원이 판결을 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보수 진영 등에서 대선 전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두고 파기자판 가능성을 거론했던 바 있다. 대법원이 벌금 100만원 이상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다면 이 전 대표는 피선거권 박탈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에 대한 법리해석을 따지는 법률심에 해당하며, 징역 10년 이하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선 양형을 판단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파기자판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대법원이 심리를 서두르는 것과는 별개로 선고가 대선 이후에 나면 헌법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점화될 전망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5년 만에 평행이론?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소추’에 대한 해석이다. 기소로 봐야 하는지, 기소와 재판을 합쳐서 봐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 또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 정지 여부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행보를 경계하는 듯한 모양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이 전 대표는 우리 당 대선 (경선) 후보기도 하지만 선고 결과에 따라 우리 당이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건이라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이 불가피하다”면서 “(대법원의)공정한 재판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대법원이 국민 참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대표의 운명이 또다시 대법원의 결정에 달렸다는 점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전 대법원의 판결로 ‘기사회생’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전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됐다. 또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도 받았다. 1심과 2심 모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허위 사실 공표에 대해서는 판결이 엇갈렸다.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였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량으로 대법원서 확정되면 이 전 대표는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상황이었다. 경기도지사직은 물론 대선 가도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판이었다. 조희대 체제도 12명이 판결 이례적 속도전 대선 전에? 대법원은 이 전 대표의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 판결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12명 대법관의 의견은 7(무죄) 대 5(유죄)로 갈렸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7명의 대법관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이라고 봤다.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박상옥 전 대법관 등 5명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방해할 정도로 왜곡됐다면서 유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상대방 후보의 질문이 즉흥적인 것도 아니었고 이 전 대표도 답변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눈여겨볼 부분은 당시 판결이 낳은 후폭풍이다. 7대 5 판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재판 거래 의혹으로 번졌다. 특히 화천대유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만배씨가 대법원 선고를 전후해 여러 차례 권 전 대법관의 집무실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이 확산됐다. 여기에 권 전 대법관은 퇴직 이후 2020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등록 없이 변호사로 활동한 혐의도 받았다. 이 기간 그는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또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거액을 받거나 약속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6명 가운데 1명이기도 하다. 2표 차로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이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치고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결국 2022년 대선서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지긴 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없었다면 출발선에조차 서지 못할 뻔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5년 뒤 이 전 대표는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다시 출발선에 서 있다. 고비마다 또 한 번? 문제는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린 모래주머니다. 이 전 대표는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에서 공직선거법 사건만 확정 판결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이번에 대법원이라는 산만 넘으면 이 전 대표 앞에는 ‘꽃길’만 깔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건 대법원에 달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