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금융권 4대천왕’ 묻힌 이야기 속으로

MB 따라 가는 희비쌍곡선 “아~옛날이여!”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온갖 비리 의혹으로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동시에 자금줄 역할을 했을 것으로 의심받는 금융권 MB라인도 결코 순탄치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른바 금융권 4대천왕으로 불리는 이들은 사정당국의 칼날 위에 서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MB정부서 득세했던 금융권 4대천왕에 묻힐 뻔 했던 이야기 속으로 <일요시사>가 들어가봤다.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리 혐의에 대한 압박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특수2부, 첨단범죄수사1부)은 지난 6일, 이 전 대통령에게 14일 오전 9시30분에 검찰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소환 통보에
위기감 고조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 요구에 응하겠지만 일방적인 통보인 만큼 협의를 거치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검찰은 예정대로 소환에 응할 것을 재차 통보하면서 강력한 소환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그의 자금줄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는 이른바 ‘금융권 4대천왕’에게도 눈길이 쏠렸다. 그들은 바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이다.

가장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는 인사는 역시 이팔성 전 회장. 


검찰은 최근 이 전 회장에 대한 수사력을 총 집중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MB정부 시절 활약했던 대표적인 금융인이다.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그는 경남 하동 출신으로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67년 한일은행(현 우리은행)으로 입행했다. 63학번인 그는 이 전 대통령의 대학교 2년 후배다. 

그는 1999년 한빛증권 대표이사 사장, 2002년 우리증권 대표이사 사장 등 주로 은행 계열사가 아닌 증권 계열사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 전 회장과 이 전 대통령과의 인연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2002~2006년)인 2005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를 맡으면서 시작됐다.

이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이 취임했던 해에 우리금융지주의 회장으로 발탁되면서 금융맨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은행권 말단 경력의 소유자인 그의 금융지주 회장 취임은 당시 많은 뒷말을 남겼다. 이 전 대통령과의 인연에 따른 ‘낙하산’ 꼬리표가 재임기간 내내 따라다녔음은 물론이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우리금융 설립 이후 처음으로 회장 연임에 성공하며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그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자 2014년 3월까지인 임기를 끝까지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검찰은 과거 이 전 대통령과 이 전 회장의 관계를 복기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이 연임을 청탁하며 돈을 건넨 정황을 확인하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현재 그는 이 전 대통령 측에 22여억원의 불법자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가운데 3억원을 이 전 회장의 회장직 연임 청탁용 자금으로 해석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검찰이 이 전 회장 자택서 압수한 메모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MB ‘4인 금융실세’ MS·YD·SY·PS
‘금권’ 쥐락펴락 ‘자금줄’ 역할 의혹  

문제는 검찰의 칼날이 이 전 회장의 목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검찰 조사결과 이 전 회장이 대선 직후 이 전 대통령을 만나 기업 민원 등을 얘기했고,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과 상의하라고 한 정황이 드러났다. 

보도내용은 다음과 같다. 검찰이 확보한 이 전 회장의 비망록에는 17대 대선 직후인 2008년 1~2월 이 전 대통과 만난 자리서 이 전 회장이 성동조선해양의 사업청탁 등을 말하자, 이 전 대통령이 ‘이 부의장(이상득 전 의원)을 만나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의 수사력은 이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도 이 전 회장에게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MB의 또 다른 측근으로 불리는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 역시 쉽지만은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강 전 회장은 이명박정부의 이른바 ‘MB노믹스’ 설계자로 통했다. 그만큼 MB정부서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는 얘기다. 

강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과 소망교회서 만나 인연을 키웠다.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시절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을 맡았으며, 대선에선 일류국가비전위원회 부위원장 겸 정책조정실장을 역임하며 인연을 이어갔다. 

MB정부의 국정 과제인 747구상과 4대강사업, 규제 완화 등이 그의 손끝서 완성됐다. 그는 대통령자문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과 대통령경제특별보좌관 등을 역임하며 이 전 대통령 지근거리서 경제자문을 도맡았다. 
 

이후 2011년 산은금융그룹 회장 겸 산업은행장으로 취임하며 MB정부 정책에 지원사격을 했다.

그러나 MB정부가 끝나면서 영광의 순간도 함께 마감됐다. 그는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이자 임기를 1년 남긴 시점인 2013년 3월, 돌연 회장직서 물러났다.

검찰의 칼날은 4대천왕 가운데 가장 먼저 그를 엄습했다. 실제로 강 전 회장은 검찰로부터 지인에게 부당한 특혜를 준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수감 중이다.


그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 및 대통령경제특보 재임 기간인 2009년 11월 지식경제부 공무원들에게 지시해 B사에 66억7000만원의 정부 지원금을 지급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사는 이후 경영난을 겪었고 정부 지원금 전액을 손실처리했다. 

산업은행 회장 시절의 문제도 불거졌다. 

2011년 6월~2012년 2월 사이 남상태 전 대우조선사장을 압박해 대우조선해양 자금 44억원을 B사에 투자하게 한 혐의도 받았다. 이 부분에 대한 자금 역시 대우조선해양의 손실로 처리됐다. 

강 전 회장은 재판과정서 2012년 11월 W사에 490억원 상당의 특혜대출을 지시한 혐의도 받았다. 

관련 재판 선고는 지난해 11월에 있었다. 현재 2심까지 재판이 진행됐는데 1심보다 형량이 높게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는 지난해 11월17일 열린 강 전 회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등의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서 징역 5년2개월에 벌금 5000만원, 추징금 8800여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가 선고한 징역 4년에 벌금 5000만원, 추징금 9000여만원보다 무거운 형량이다. 다만 1심 재판부는 대우조선해양과 관련된 혐의는 무혐의로 판단했다. 

강 전 회장은 항소했고 현재 대법원의 판단만 남아있다. 그러나 대법원서 판단이 뒤집히는 일이 많지 않은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검찰 수사망에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도 포함되는 분위기다. 사실 김 전 회장도 금융권서 김 전 회장은 ‘MB맨이었다가 문재인정부의 금융맨으로 변신에 성공한 인사’로 평가됐다. 

최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에 관치금융 논란이 일었을 때도 거론된 인물이 김 전 회장이다. 지난달 김 회장은 회장직에 내정되면서 3연임에 성공했는데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이른바 ‘셀프 연임’으로 비화되면서 그 배경에 김 전 회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장하성(청와대 정책실장)-김승유-최종구(금융위원장)로 이어지는 고려대 금융권 인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었다. 

이 같은 상황서 김 전 회장이 이 전 대통령의 수사가 막바지에 다다르자 돌연 일본으로 출국하면서 그 배경에 눈길이 쏠렸다. 

비자금 수사
자금줄 의혹

그동안 검찰의 이 전 대통령 수사 길목마다 김 전 회장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얘기가 돌았다. 김 전 회장과 이 전 대통령 역시 고려대 동문이다. 그 역시 MB정부서 실세로 통하는 이유이다.

금융권에선 그가 이번에 검찰의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비리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KEB하나은행이 다스의 불법자금을 2008년 대선자금으로 세탁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이 과정서 김 전 회장이 조력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로 의심받고 있는 ‘BBK’에도 하나은행의 흔적이 나오면서 김 전 회장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나은행은 지난 2000년 BBK에 5억원을 투자한 사실이 확인됐는데 당시 은행장이 김 전 회장이었다. 
 

김 전 회장은 2011년에 이상득 전 의원의 청탁을 받아 당시 부실화돼가고 있던 미래저축은행의 유상증자에 하나캐피탈이 참여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당시 이와 관련해 김 전 회장에게 ‘주의적 경고’를 내렸다. 

김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집사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도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여러모로 이 전 대통령과의 관계가 밀접하다는 얘기다.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일간 김 전 회장을 소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 한국에 없다. 업계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일본의 고령화사회 대응전략을 시찰하기 위해 지난달 출국했다. 당초 그는 3월에 출국할 계획이었으나 일정을 앞당겨 한국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화려한 초년
불운한 말년

이를 두고 일각에선 검찰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일본에 체류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문제는 그에 대한 소환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내부제보실천운동은 지난 4일 성명을 통해 “‘청와대에 밤에도 자주 들어가 MB를 독대했다’고 자랑하고 다녔다는 증언이 나왔다”며 “‘과연 MB의 금융계 최순실’이라고 불리는 김승유 전 회장은 이팔성 우리은행장이 연임 대가로 22억원에 달하는 뇌물을 건넸음이 밝혀지는 등 수사망이 좁혀 오자 도피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다스 비자금 세탁의 혐의를 받고 있었음에도 검찰이 그를 출국금지하지 않았던 탓에 많은 이들이 염려했던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다스 비자금을 국외법인을 통해 불법 세탁해준 혐의만 해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의 조세포탈과 횡령 및 배임에 해당해 5년 이상의 중형이 가능한 중범죄”라며 구속 수사와 강제소환을 촉구했다.
 

어윤대 전 회장 역시 4대천왕에 이름을 올리며 MB정부의 실세로 통했다. 그 역시 이팔성 전 회장과 함께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2년 후배다. 

검찰 수사망 좁혀오자 국외 도피
이미 먼지 털려 구속수감 되기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위원, 국제금융센터 초대 소장, 고려대 총장 등을 거쳐 2010년 MB정부 시절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됐다.

그러나 한국은행 금통위원으로 지낸 경력을 제외하면 금융 관련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 역시 박근혜정부 출범 후 1년을 못 버티고 회장직서 물러나야 했다.

현재 어 전 회장은 4대천왕 가운데 가장 무난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MB정부서 득세한 그 역시 안심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어 전 회장의 KB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이 정당한가에 대한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어 전 회장은 2008년 MB정부가 출범한 뒤 이듬해인 2009년에 당시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이 임기 1년여 만에 자리서 물러나면서 회장직에 올라, 청와대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KB금융지주 회장 선임과 관련해 청와대 정책실장이 개입해 ‘대통령의 뜻이니 다른 후보들은 사퇴하라’고 압박해 어윤대 회장으로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 회장은 직접 회장후보추천위원장을 찾아가 ‘청와대서 내가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했다더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이팔성 전 회장이 뇌물을 준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대통령과 금융지주 회장을 놓고 벌인 거래”라며 “이런 거래가 이 건만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그 시절의 금융지주 회장 등을 대상으로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불십년
새옹지마

금융권 한 관계자는 “MB정부서 실세로 군림한 금융권 4대천왕의 위력은 금융감독 당국의 수장도 쉽게 보지 못할 만큼 대단했다”며 “이 전 대통령이 검찰청 포토라인에 섰던 만큼 4대천왕의 운명도 이미 기울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