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금융권 4대천왕’ 묻힌 이야기 속으로

MB 따라 가는 희비쌍곡선 “아~옛날이여!”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온갖 비리 의혹으로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동시에 자금줄 역할을 했을 것으로 의심받는 금융권 MB라인도 결코 순탄치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른바 금융권 4대천왕으로 불리는 이들은 사정당국의 칼날 위에 서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MB정부서 득세했던 금융권 4대천왕에 묻힐 뻔 했던 이야기 속으로 <일요시사>가 들어가봤다.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리 혐의에 대한 압박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특수2부, 첨단범죄수사1부)은 지난 6일, 이 전 대통령에게 14일 오전 9시30분에 검찰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소환 통보에
위기감 고조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 요구에 응하겠지만 일방적인 통보인 만큼 협의를 거치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검찰은 예정대로 소환에 응할 것을 재차 통보하면서 강력한 소환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그의 자금줄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는 이른바 ‘금융권 4대천왕’에게도 눈길이 쏠렸다. 그들은 바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이다.

가장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는 인사는 역시 이팔성 전 회장. 


검찰은 최근 이 전 회장에 대한 수사력을 총 집중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MB정부 시절 활약했던 대표적인 금융인이다.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그는 경남 하동 출신으로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67년 한일은행(현 우리은행)으로 입행했다. 63학번인 그는 이 전 대통령의 대학교 2년 후배다. 

그는 1999년 한빛증권 대표이사 사장, 2002년 우리증권 대표이사 사장 등 주로 은행 계열사가 아닌 증권 계열사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 전 회장과 이 전 대통령과의 인연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2002~2006년)인 2005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를 맡으면서 시작됐다.

이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이 취임했던 해에 우리금융지주의 회장으로 발탁되면서 금융맨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은행권 말단 경력의 소유자인 그의 금융지주 회장 취임은 당시 많은 뒷말을 남겼다. 이 전 대통령과의 인연에 따른 ‘낙하산’ 꼬리표가 재임기간 내내 따라다녔음은 물론이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우리금융 설립 이후 처음으로 회장 연임에 성공하며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그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자 2014년 3월까지인 임기를 끝까지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검찰은 과거 이 전 대통령과 이 전 회장의 관계를 복기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이 연임을 청탁하며 돈을 건넨 정황을 확인하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현재 그는 이 전 대통령 측에 22여억원의 불법자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가운데 3억원을 이 전 회장의 회장직 연임 청탁용 자금으로 해석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검찰이 이 전 회장 자택서 압수한 메모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MB ‘4인 금융실세’ MS·YD·SY·PS
‘금권’ 쥐락펴락 ‘자금줄’ 역할 의혹  

문제는 검찰의 칼날이 이 전 회장의 목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검찰 조사결과 이 전 회장이 대선 직후 이 전 대통령을 만나 기업 민원 등을 얘기했고,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과 상의하라고 한 정황이 드러났다. 

보도내용은 다음과 같다. 검찰이 확보한 이 전 회장의 비망록에는 17대 대선 직후인 2008년 1~2월 이 전 대통과 만난 자리서 이 전 회장이 성동조선해양의 사업청탁 등을 말하자, 이 전 대통령이 ‘이 부의장(이상득 전 의원)을 만나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의 수사력은 이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도 이 전 회장에게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MB의 또 다른 측근으로 불리는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 역시 쉽지만은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강 전 회장은 이명박정부의 이른바 ‘MB노믹스’ 설계자로 통했다. 그만큼 MB정부서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는 얘기다. 

강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과 소망교회서 만나 인연을 키웠다.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시절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을 맡았으며, 대선에선 일류국가비전위원회 부위원장 겸 정책조정실장을 역임하며 인연을 이어갔다. 

MB정부의 국정 과제인 747구상과 4대강사업, 규제 완화 등이 그의 손끝서 완성됐다. 그는 대통령자문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과 대통령경제특별보좌관 등을 역임하며 이 전 대통령 지근거리서 경제자문을 도맡았다. 
 

이후 2011년 산은금융그룹 회장 겸 산업은행장으로 취임하며 MB정부 정책에 지원사격을 했다.

그러나 MB정부가 끝나면서 영광의 순간도 함께 마감됐다. 그는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이자 임기를 1년 남긴 시점인 2013년 3월, 돌연 회장직서 물러났다.

검찰의 칼날은 4대천왕 가운데 가장 먼저 그를 엄습했다. 실제로 강 전 회장은 검찰로부터 지인에게 부당한 특혜를 준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수감 중이다.


그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 및 대통령경제특보 재임 기간인 2009년 11월 지식경제부 공무원들에게 지시해 B사에 66억7000만원의 정부 지원금을 지급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사는 이후 경영난을 겪었고 정부 지원금 전액을 손실처리했다. 

산업은행 회장 시절의 문제도 불거졌다. 

2011년 6월~2012년 2월 사이 남상태 전 대우조선사장을 압박해 대우조선해양 자금 44억원을 B사에 투자하게 한 혐의도 받았다. 이 부분에 대한 자금 역시 대우조선해양의 손실로 처리됐다. 

강 전 회장은 재판과정서 2012년 11월 W사에 490억원 상당의 특혜대출을 지시한 혐의도 받았다. 

관련 재판 선고는 지난해 11월에 있었다. 현재 2심까지 재판이 진행됐는데 1심보다 형량이 높게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는 지난해 11월17일 열린 강 전 회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등의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서 징역 5년2개월에 벌금 5000만원, 추징금 8800여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가 선고한 징역 4년에 벌금 5000만원, 추징금 9000여만원보다 무거운 형량이다. 다만 1심 재판부는 대우조선해양과 관련된 혐의는 무혐의로 판단했다. 

강 전 회장은 항소했고 현재 대법원의 판단만 남아있다. 그러나 대법원서 판단이 뒤집히는 일이 많지 않은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검찰 수사망에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도 포함되는 분위기다. 사실 김 전 회장도 금융권서 김 전 회장은 ‘MB맨이었다가 문재인정부의 금융맨으로 변신에 성공한 인사’로 평가됐다. 

최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에 관치금융 논란이 일었을 때도 거론된 인물이 김 전 회장이다. 지난달 김 회장은 회장직에 내정되면서 3연임에 성공했는데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이른바 ‘셀프 연임’으로 비화되면서 그 배경에 김 전 회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장하성(청와대 정책실장)-김승유-최종구(금융위원장)로 이어지는 고려대 금융권 인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었다. 

이 같은 상황서 김 전 회장이 이 전 대통령의 수사가 막바지에 다다르자 돌연 일본으로 출국하면서 그 배경에 눈길이 쏠렸다. 

비자금 수사
자금줄 의혹

그동안 검찰의 이 전 대통령 수사 길목마다 김 전 회장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얘기가 돌았다. 김 전 회장과 이 전 대통령 역시 고려대 동문이다. 그 역시 MB정부서 실세로 통하는 이유이다.

금융권에선 그가 이번에 검찰의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비리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KEB하나은행이 다스의 불법자금을 2008년 대선자금으로 세탁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이 과정서 김 전 회장이 조력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로 의심받고 있는 ‘BBK’에도 하나은행의 흔적이 나오면서 김 전 회장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나은행은 지난 2000년 BBK에 5억원을 투자한 사실이 확인됐는데 당시 은행장이 김 전 회장이었다. 
 

김 전 회장은 2011년에 이상득 전 의원의 청탁을 받아 당시 부실화돼가고 있던 미래저축은행의 유상증자에 하나캐피탈이 참여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당시 이와 관련해 김 전 회장에게 ‘주의적 경고’를 내렸다. 

김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집사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도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여러모로 이 전 대통령과의 관계가 밀접하다는 얘기다.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일간 김 전 회장을 소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 한국에 없다. 업계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일본의 고령화사회 대응전략을 시찰하기 위해 지난달 출국했다. 당초 그는 3월에 출국할 계획이었으나 일정을 앞당겨 한국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화려한 초년
불운한 말년

이를 두고 일각에선 검찰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일본에 체류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문제는 그에 대한 소환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내부제보실천운동은 지난 4일 성명을 통해 “‘청와대에 밤에도 자주 들어가 MB를 독대했다’고 자랑하고 다녔다는 증언이 나왔다”며 “‘과연 MB의 금융계 최순실’이라고 불리는 김승유 전 회장은 이팔성 우리은행장이 연임 대가로 22억원에 달하는 뇌물을 건넸음이 밝혀지는 등 수사망이 좁혀 오자 도피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다스 비자금 세탁의 혐의를 받고 있었음에도 검찰이 그를 출국금지하지 않았던 탓에 많은 이들이 염려했던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다스 비자금을 국외법인을 통해 불법 세탁해준 혐의만 해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의 조세포탈과 횡령 및 배임에 해당해 5년 이상의 중형이 가능한 중범죄”라며 구속 수사와 강제소환을 촉구했다.
 

어윤대 전 회장 역시 4대천왕에 이름을 올리며 MB정부의 실세로 통했다. 그 역시 이팔성 전 회장과 함께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2년 후배다. 

검찰 수사망 좁혀오자 국외 도피
이미 먼지 털려 구속수감 되기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위원, 국제금융센터 초대 소장, 고려대 총장 등을 거쳐 2010년 MB정부 시절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됐다.

그러나 한국은행 금통위원으로 지낸 경력을 제외하면 금융 관련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 역시 박근혜정부 출범 후 1년을 못 버티고 회장직서 물러나야 했다.

현재 어 전 회장은 4대천왕 가운데 가장 무난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MB정부서 득세한 그 역시 안심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어 전 회장의 KB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이 정당한가에 대한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어 전 회장은 2008년 MB정부가 출범한 뒤 이듬해인 2009년에 당시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이 임기 1년여 만에 자리서 물러나면서 회장직에 올라, 청와대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KB금융지주 회장 선임과 관련해 청와대 정책실장이 개입해 ‘대통령의 뜻이니 다른 후보들은 사퇴하라’고 압박해 어윤대 회장으로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 회장은 직접 회장후보추천위원장을 찾아가 ‘청와대서 내가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했다더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이팔성 전 회장이 뇌물을 준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대통령과 금융지주 회장을 놓고 벌인 거래”라며 “이런 거래가 이 건만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그 시절의 금융지주 회장 등을 대상으로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불십년
새옹지마

금융권 한 관계자는 “MB정부서 실세로 군림한 금융권 4대천왕의 위력은 금융감독 당국의 수장도 쉽게 보지 못할 만큼 대단했다”며 “이 전 대통령이 검찰청 포토라인에 섰던 만큼 4대천왕의 운명도 이미 기울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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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