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 건설사 수난시대

털어도 털어도 털리는 ‘아사리판’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건설사 수난시대다. 사정당국의 압박에 업계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오너리스크부터 시작해 실적 부진까지 겹쳐 더욱 불안한 상황이다. 위기를 극복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까. 위기의 건설업계를 조명했다.
 

건설사는 비자금 창구라는 이미지가 있다. 이 때문에 새정부가 출범하면 건설사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 및 수사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문재인정부도 마찬가지다. 출범과 함께 건설사에 대한 강도 높은 압박에 들어갔다. 물론 현재 진행형이다.

검, 경, 공, 국
압박 수위 높여

검찰, 경찰,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사정당국은 각자의 방식으로 강력하게 건설사를 압박하고 있다. 때론 공조하고 때론 단독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부영은 사정당국의 압박이 가장 강한 건설사로 분류된다. 기업형 범죄를 저질러 회사에 수천억원대 손실을 준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지난달 22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구상엽 부장검사)는 이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조세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이 회장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이 회장 비위에 연루된 전·현직 부영 그룹 임원 9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부영주택, 동광주택 등 계열사 2개 법인도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비자금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이 회장으로부터 5억원을 갈취한 전 부영 경리직원 박모씨도 구속 기소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7일부터 구치소에 수감돼있다. 주요 혐의사실이 상당 부분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 법원의 구속영장 사유다.

사정당국 거센 전방위 압박…업계 어수선
“검은돈 찾아라” 비자금 털고 사용처 추적

또 지난 2014년 횡령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당시 재판부와 약속한 1450억원 규모의 부영 주식을 반환하지 않고 가족에게 그룹 자금으로 부당 혜택을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이 이 같은 횡령·배임 등 혐의로 회사에 끼친 손해 규모를 4300억원으로 추산했다.

부영은 지난달 19일엔 국토교통부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당하기도 했다. 
 

부영주택은 지난해 부실시공으로 문제가 된 경기도 화성 동탄2 아파트 외에 지방서 건설 중인 아파트 단지서도 철근 시공 누락 등 문제가 드러나 벌점과 영업정지 3개월 행정처분을 받게 됐다.


포스코건설은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포스코건설의 경우 칼날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포스코건설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지난 6일 오전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 사옥으로 조사관을 보내 회계자료 확보에 나섰다. 이번 조사는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조사4국이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조사에 투입된 인원은 50여명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세무조사가 포스코건설이 이 전 대통령의 차명 소유 논란이 있는 ‘도곡동 땅’을 1995년에 매입한 것과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다만 국세청과 포스코건설은 “통상적인 정기 세무조사”라며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2013년에 2008∼2011년도 회계연도에 대한 세무조사를 받은 바 있고 이번에 2012∼2016년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조사기간도 5월26일까지 110일간으로 명시돼있다”고 말했다.

타깃은 총수
위기감 고조

대보건설도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이 어른거리면서 사정 당국의 칼날 위에 섰다. MBN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이명박정부의 청와대 인사가 대보건설로부터 수억원의 금품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김백준 전 청와대 기획관은 최근 검찰 조사서 최등규 대보건설 회장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아 윗선에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측이 지난 2010년 무렵 대보건설의 관급 공사 수주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보건설 측은 “돈을 건넨 사실이 있는지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200억원대 횡령 혐의로 3년형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 중이다. 검찰은 당시 청와대 관계자를 추가로 소환해 최 회장이 제공한 자금이 어디로 흘렀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대림그룹도 사정기관의 압박을 받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 대림그룹에 대한 부당 내부거래 및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도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C&S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다. 

감독당국의 사정 압박이 정점에 달했다는 말이 나온다. 

대림그룹은 대림산업이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며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그런데 이 대림산업 지분은 대림코퍼레이션이 21.67%를 쥐고 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지분 52.35%를 가지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강도 높은 검증을 받게 될 기업은 오너 및 친족 일가가 지분을 갖고 있는 계열사는 켐텍(90%), 에이플러스디(100%) 등이다. 

켐텍은 2010년 설립됐으며 주요 사업은 자재구매다. 

설립초기 이 부회장의 동생 이해창 부사장이 60%, 부친 이준용 명예회장이 30%, 대림코퍼레이션이 10%의 지분을 가져갔다. 이후 이 명예회장이 지분 30%를 이 부사장의 딸 이주영씨에게 넘겼다. 켐텍은 이 부사장 일가가 90%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인 셈이다.


총수 비리부터
회사 부패까지

이 부사장이 켐텍 증자에 참여하면서 현재 지분율은 이해창(68.37%) 이주영(23.72%) 대림코퍼레이션(7.91%) 등으로 집계된다.

켐텍은 대림그룹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높이고 있는 추세다. 2013년 2억5000만원 규모의 일감은 2016년 기준 345억원까지 확대됐다. 전체 매출액(1414억원)의 24.4%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거래금액과 비중 모두 일감 몰아주기 감독 대상에 포함돼 이번 공정위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부동산관리 업체인 에이플러스디의 경우 4세 승계를 위한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었다. 
 

그러나 대림산업의 쇄신안 발표에 따라 내부거래가 감소할 것으로 보여 사실상 4세 승계작업이 멈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공개된 쇄신안에 따르면 대림그룹은 에이플러스디의 주주인 이 부회장(55%)과 그의 아들 이동훈씨(45%)가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다. 에이플러스디는 자산 72억원, 매출 44억원으로 규모가 크지 않지만 이 부회장 부자의 개인회사라는 점에서 향후 승계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되던 곳이었다.

승계작업의 핵심 역할을 했던 대림코퍼레이션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지주사 역할을 하는 대림코퍼레이션은 이준용 회장이 단독 지배하다 대림에이치엔앨(물류), 대림아이엔에스(정보통신)과 잇따라 합병했다. 

합병을 통해 이들 회사의 최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은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율을 52.3%까지 끌어올려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여전히 내부거래 물량이 많은 점도 사정당국의 꼼꼼히 들여다볼 것으로 관측된다.

실적부진 겹쳐 
불안한 상황

경찰도 대형 건설사를 상대로 수사력을 모으고 있으며 실제로 문재인정부 들어 대형 건설사들의 재건축 비리를 수사하고 있다. 최근엔 대우건설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지수대)는 지난 1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사업법 위반 혐의로 대우건설 본사와 강남지사 등 3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은 구체적 범죄사실과 수사내용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고 말을 아꼈지만 대우건설이 재개발 업체 선정 과정서 금품을 뿌린 혐의가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강남4구 재건축 비리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지수대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 10여곳이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며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롯데건설 등 대형 건설사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잠원동 한신4지구 재건축 관련 사건을 맡은 서초경찰서도 롯데건설 등 압수수색을 나서는 등 수사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서초서는 지난해 10월10일 잠원동 한신4지구의 조합원이 용역업체 관계자인 홍보(OS)요원으로부터 금품 등을 받았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를 시작했다.

정권 바뀔 때마다
“만만한 게 우리냐”

서초서는 수사 과정서 롯데건설이 관련돼있다고 보고 롯데건설 건설본부와 본사에 대해 각각 지난해 10월과 11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사업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OS요원이 소속된 용역회사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지난해 10월 압수수색을 벌였다. 

용역 회사 소속인 OS요원들은 건설사를 대신해 현금과 현물공세로 조합원들에게 적극적으로 구애를 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OS요원과 건설사 간 관계를 증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했다. 

서초서 관계자는 “용역회사 관련자들은 조사를 마무리하는 단계”라며 “롯데건설 관계자는 아직 소환조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SK건설은 비리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망에 걸렸다. 경기 평택 주한미군 기지(캠프 험프리스) 공사 입찰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SK건설 전무 이모 씨(57) 등 6명을 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이용일)는 지난 8일, 주한미군 기지 기반공사 수주 대가로 미 육군 공병단 극동지구 계약관이었던 미국인 N씨(58)와 공군 예비역 중령 이모씨(51)에게 31억원을 제공한 혐의(국제상거래에 있어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위반)등으로 SK건설 전무 이씨를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새 정부 
통과의례?

재계 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회계가 불투명하다는 인식이 있는 건설사가 정권이 바뀌면서 사정기관의 타깃이 돼 강도 높은 조사를 받는 일이 많다”며 “문재인정부서도 적폐 청산을 목표로 건설사에 집중 조사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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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