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지대’ 게스트하우스의 두 얼굴

혼자가 아닌 ‘나홀로 여행’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얼마 전 제주 게스트하우스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며 게스트하우스의 문제점들이 제기됐다. 일부 업장서 벌어지는 퇴폐적이고 폭력적인 음주 문화와 제도상의 허점들이 줄줄이 밝혀졌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게스트하우스는 여행객이 공동 기숙사 형태의 방과 주방 등을 공유하면서 머무는 숙박업소다. 여행객 간 공간과 여행객 간 추억을 나누는 긍정적인 취지로 시작돼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터질 게 터졌다”
변종업소 급증

하지만 언젠가부터 일부 게스트하우스의 변질 영업 행태가 들리기 시작했다. 간소했던 게스트하우스 내 저녁 식사 파티 문화가 일부 업장에선 퇴폐적이고 폭력적인 음주 모임 문화로 변질 됐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점차 이런 점들이 우리 사회문제로 이어졌다. 

결국 사단이 벌어졌다. 낭만적인 취지로 생겨난 게스트하우스서 성폭행 사건과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 게스트하우스가 다수 모여 있는 제주도서 벌어진 이 사건은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살인 사건’이라 명명됐다.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살인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달 10일 혼자 제주도 여행을 떠난 20대 여성이 실종 되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그리고 다음 날 실종 여성은 목 졸려 숨진 채 발견되고 말았다. 수사 결과 20대 여성은 앞서 7일 사망했고 놀랍게도 목졸라 숨지게 한 범인은 바로 피해 여성이 투숙 중이던 게스트하우스의 관리인으로 밝혀졌다. 

용의자는 공개수배가 돼 경찰의 추적을 받았고 약 1주인 뒤인 지난달 13일 충청도의 한 모텔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가해자 관리인은 당시 준강간 행위를 한 혐의로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이처럼 성폭행 혐의로 기소됐음에도 다수가 오가는 게스트하우스를 관리하며 그곳서 매일 밤 음주 파티를 열어 왔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같은 사실이 퍼지자 “그간 우려돼왔던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며 게스트하우스의 안전 문제와 당국의 관리 실태가 도마에 올랐다. 게스트하우스 산업이 지난 10년간 급성장하는 과정서 각종 문제가 노출됐지만 이를 방치한 정부 당국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투숙객 살인에 성범죄, 폭행, 절도…
잇단 범죄 1년새 171곳 경찰 신고

게스트하우스는 해외서 도입된 숙박 형태다. 외국인 여행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숙식을 제공하는 곳으로 주택이나 빈방을 활용하는 도시민박서 출발했다. 영국 등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호텔 모텔 등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숙박 업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름조차 생소했던 게스트하우스는 ‘나홀로 여행’이 2030세대 젊은 층의 여행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업계에선 2000년대 후반 제주도 도보 여행로인 ‘올레길’이 기폭제가 됐다고 말한다. 올레길 여행객들을 맞이하는 게스트하우스들이 제주도 곳곳에 생겨나면서 일종의 트렌드로 떠올랐다는 설명이다.

이후 게스트하우스 문화는 급속히 퍼져나갔다. 국내 여행은 짧은 시간을 이용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지만 지역 특색을 살린 관광자원이나 콘텐츠가 미비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 틈을 ‘여행지에서의 새로운 만남’을 내세운 게스트하우스가 비집고 들어왔다. 

펜션 모텔 등 기존 숙박시설보다 저렴하다는 점도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 층에 어필했다. 2011년 코레일이 도입한 1주일 무제한 철도티켓 ‘내일로패스’의 인기도 한몫했다. 자연스레 20대 미혼 남녀들이 게스트하우스로 몰렸다. 

느슨한 관리를 틈타 일부 게스트하우스들은 무법지대로 전락했다. 음식점 등록 없이 음식과 술을 판매하는 가벼운 탈법은 기본이었다. ‘돈이 된다’는 소문이 퍼지자 무분별하게 게스트하우스를 세우고 최소한의 검증 없이 종업원을 고용하는 업주들도 생겨났다. 

느슨한 관리
알고도 묵인

2015년 서울 명동의 게스트하우스 종업원은 술에 취한 투숙객의 방을 마스터키로 열어 성폭행을 시도했고, 지난해 8월 경북 안동에서는 게스트하우스 관리인이 객실 내 욕실 천장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해 성범죄·폭행 등으로 경찰에 신고가 접수된 제주 게스트하우스는 171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행정관청은 불법 숙박업을 알고도 묵인했다. 

지난해 10월 제주도 감사위원회 감사 결과 제주도 행정관청이 신고 없이 불법 영업을 한 숙박업소 398개 동을 적발하고도 아무런 행정처분을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위는 “농어촌민박이 제도상 허점을 이용해 편법 운영되고 있으나 행정 당국이 지도·감독을 소홀히 해 사업 취지가 크게 훼손되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전국 게스트하우스가 몇 개인지 정확한 통계자료조차 없다. 현행법상 게스트하우스라는 업(業)이 존재하지 않아서다. 일반적으로 게스트하우스라는 간판을 내건 대부분의 숙박업소는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과 관광진흥법상 호스텔업, 농어촌정비법상 농어촌민박사업 중 하나로 신고해 영업하고 있다. 

이 중 대다수 게스트하우스는 ‘농어촌 민박’을 선택한다. 규제가 느슨하기 때문이다. 

농어촌 민박사업은 농어촌지역에 거주하는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을 이용해 농어촌 소득을 늘릴 목적으로 투숙객에게 숙박과 취사시설 등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숙박업은 공중위생관리법과 소방안전법상 위생·소방 기준을 충족해야 하지만 농어촌민박사업은 이를 피해갈 수 있다. 특히 제주도는 제주 시내 일부 지역이 농어촌지역으로 지정돼있어 도심지서도 농어촌 민박사업을 통한 게스트하우스 운영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게스트하우스를 ‘호텔’이나 ‘여관’처럼 별도의 숙박 개념으로 정하고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운영상태를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흥욱 제주여행소비자권익증진센터장은 “불법 게스트하우스 문제가 불거지면 관광산업 전반에 부적정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게스트하우스를 별도의 숙박시설로 분류해 법적 기준 및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서비스 규정, 등급제 시행 등의 제도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게스트하우스의 자정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원 강릉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황모(35)씨는 “블로그 후기 조작 등으로 일단 손님을 끌어모아 한철 장사만 하는 게스트하우스도 있다”며 “이번 사건이 자성의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사건 이후 제주도 게스트하우스는 비상이 걸렸다. 기존 예약이 줄줄이 취소됐고 예약 문의도 뚝 끊겼다. 몇몇 비정상적인 운영을 하는 게스트하우스 때문에 실제 외국인을 상대로 민박업을 하고 있는 게스트하우스들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한 게스트하우스 주인은 “혼자 오려던 여성분들이 예약을 취소하겠다는 연락이 계속해서 오고 있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게스트하우스도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달 19일 광주광역시서 제주도로 2박 3일 ‘혼행(혼자 하는 여행)’을 온 대학생 오모(여·22)씨는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했다가 뉴스를 보고 겁이 났고 부모님도 호텔서 지내는 게 아니면 여행을 못 보낸다고 하셔서 시내 호텔에 묵었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취소
아직 정신을…

한라산 근처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이모(38)씨는 “결국 곪았던 문제가 터진 것”이라며 “이번을 계기로 고칠 것은 확실히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파티 문화가 나쁜 게 아니지만 무허가로 술과 음식을 팔며 유흥을 즐기는 변질된 파티 문제가 심각했다”고 말했다. 

실제 제주 곳곳에는 클럽을 방불케 하는 DJ 파티를 운영하거나 24시간 소등 없이 파티를 여는 것을 무기로 여러 파티 게스트하우스가 경쟁적으로 영업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성비(性比) 잘 맞춰주는 게스트하우스’ ‘헌팅하기 좋은 게스트하우스’ ‘게스트하우스 홈런(성관계를 뜻하는 은어) 치는 법’ 등 게스트하우스를 클럽이나 나이트클럽처럼 묘사한 홍보 글이나 이용자 후기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상황에도 일부 게스트하우스들은 투숙객에게서 돈을 받고 음주파티를 벌이는 불법영업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경찰청은 지난달 21일 제주도 내 게스트하우스 불법행위를 일제 점검한 결과 9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살인사건이 발생했던 제주시 구좌읍의 또 다른 게스트하우스는 투숙객 1인당 3만원을 받고 술과 음식을 제공하다가 적발됐다. 제주시 애월읍의 한 게스트하우스는 손님 20명에게서 각각 참가비 1만8000원을 받고 랍스타와 주류를 제공한 혐의다. 

제주시 한림읍의 또 다른 게스트하우스는 손님 8명에게서 참가비 1만5000원씩을 받아 주류를 제공하다가 단속됐다. 한림읍의 또 다른 게스트하우스 역시 파티비 명목으로 1인당 1만5000원씩 받고 주류를 제공한 혐의다. 

신고를 하지 않고 음식점 영업을 할 경우 식품위생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 다른 게스트하우스 3곳은 민박요금표나 신고필증을 게시하지 않았다가 적발됐다. 민박요금표를 게시하지 않을 경우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과태료 100만원을 물리도록 하고 있다. 경찰은 한림읍 소재 게스트하우스 업주 A(41)씨 등 9명을 식품위생법 위반 등으로 형사 입건하고 행정기관에 통보키로 했다. 

불법·편법업소 우후죽순
양심적인 농촌민박에 불똥

경찰은 각종 SNS 상에서 손님들을 상대로 술과 음식 등을 판매·제공한다고 홍보하면서, 불법 영업을 하는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사전 첩보수집 및 112신고 자료 등을 확보해 점검을 실시했다. 

경찰은 행정, 소방 등 유관기관 합동으로 제주도 내 모든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종합 안전진단을 실시, 일정한 안전기준을 충족한 업소에 대해서는 ‘안전 인증제’를 추진할 예정이다. 

강희용 제주경찰청 생활질서계장은 “업주가 주류를 제공하려할 때 손님들 스스로가 불법행위로 인식하고, 이를 사양하거나 112 신고를 한다면 무분별한 음주파티 문화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관광학부 교수는 “행정이 현실을 뒤늦게 따라가는 처지지만 지금은 이런 조치라도 필요하다”며 “다만 행정기관이 매기는 게스트하우스 안전 등급은 실제 게스트하우스 이용자들이 느끼는 안전이나 만족도와 괴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평가에 이용자 경험을 반영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법 업소 불똥
자정 노력 필요

제주시 오등동서 1992년부터 농어촌민박업을 해온 감귤농가 김모(73)씨도 “여행자에겐 소박하고 깨끗한 공간에서 농촌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농가에겐 농외소득원이 되는 모범적인 농촌 게스트하우스도 많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진짜 농어촌민박’이 타격을 입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감독 방안이 마련돼야 하고, 업주들의 자정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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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