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지대’ 게스트하우스의 두 얼굴

혼자가 아닌 ‘나홀로 여행’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얼마 전 제주 게스트하우스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며 게스트하우스의 문제점들이 제기됐다. 일부 업장서 벌어지는 퇴폐적이고 폭력적인 음주 문화와 제도상의 허점들이 줄줄이 밝혀졌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게스트하우스는 여행객이 공동 기숙사 형태의 방과 주방 등을 공유하면서 머무는 숙박업소다. 여행객 간 공간과 여행객 간 추억을 나누는 긍정적인 취지로 시작돼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터질 게 터졌다”
변종업소 급증

하지만 언젠가부터 일부 게스트하우스의 변질 영업 행태가 들리기 시작했다. 간소했던 게스트하우스 내 저녁 식사 파티 문화가 일부 업장에선 퇴폐적이고 폭력적인 음주 모임 문화로 변질 됐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점차 이런 점들이 우리 사회문제로 이어졌다. 

결국 사단이 벌어졌다. 낭만적인 취지로 생겨난 게스트하우스서 성폭행 사건과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 게스트하우스가 다수 모여 있는 제주도서 벌어진 이 사건은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살인 사건’이라 명명됐다.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살인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달 10일 혼자 제주도 여행을 떠난 20대 여성이 실종 되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그리고 다음 날 실종 여성은 목 졸려 숨진 채 발견되고 말았다. 수사 결과 20대 여성은 앞서 7일 사망했고 놀랍게도 목졸라 숨지게 한 범인은 바로 피해 여성이 투숙 중이던 게스트하우스의 관리인으로 밝혀졌다. 

용의자는 공개수배가 돼 경찰의 추적을 받았고 약 1주인 뒤인 지난달 13일 충청도의 한 모텔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가해자 관리인은 당시 준강간 행위를 한 혐의로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이처럼 성폭행 혐의로 기소됐음에도 다수가 오가는 게스트하우스를 관리하며 그곳서 매일 밤 음주 파티를 열어 왔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같은 사실이 퍼지자 “그간 우려돼왔던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며 게스트하우스의 안전 문제와 당국의 관리 실태가 도마에 올랐다. 게스트하우스 산업이 지난 10년간 급성장하는 과정서 각종 문제가 노출됐지만 이를 방치한 정부 당국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투숙객 살인에 성범죄, 폭행, 절도…
잇단 범죄 1년새 171곳 경찰 신고

게스트하우스는 해외서 도입된 숙박 형태다. 외국인 여행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숙식을 제공하는 곳으로 주택이나 빈방을 활용하는 도시민박서 출발했다. 영국 등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호텔 모텔 등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숙박 업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름조차 생소했던 게스트하우스는 ‘나홀로 여행’이 2030세대 젊은 층의 여행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업계에선 2000년대 후반 제주도 도보 여행로인 ‘올레길’이 기폭제가 됐다고 말한다. 올레길 여행객들을 맞이하는 게스트하우스들이 제주도 곳곳에 생겨나면서 일종의 트렌드로 떠올랐다는 설명이다.

이후 게스트하우스 문화는 급속히 퍼져나갔다. 국내 여행은 짧은 시간을 이용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지만 지역 특색을 살린 관광자원이나 콘텐츠가 미비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 틈을 ‘여행지에서의 새로운 만남’을 내세운 게스트하우스가 비집고 들어왔다. 

펜션 모텔 등 기존 숙박시설보다 저렴하다는 점도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 층에 어필했다. 2011년 코레일이 도입한 1주일 무제한 철도티켓 ‘내일로패스’의 인기도 한몫했다. 자연스레 20대 미혼 남녀들이 게스트하우스로 몰렸다. 

느슨한 관리를 틈타 일부 게스트하우스들은 무법지대로 전락했다. 음식점 등록 없이 음식과 술을 판매하는 가벼운 탈법은 기본이었다. ‘돈이 된다’는 소문이 퍼지자 무분별하게 게스트하우스를 세우고 최소한의 검증 없이 종업원을 고용하는 업주들도 생겨났다. 

느슨한 관리
알고도 묵인

2015년 서울 명동의 게스트하우스 종업원은 술에 취한 투숙객의 방을 마스터키로 열어 성폭행을 시도했고, 지난해 8월 경북 안동에서는 게스트하우스 관리인이 객실 내 욕실 천장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해 성범죄·폭행 등으로 경찰에 신고가 접수된 제주 게스트하우스는 171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행정관청은 불법 숙박업을 알고도 묵인했다. 

지난해 10월 제주도 감사위원회 감사 결과 제주도 행정관청이 신고 없이 불법 영업을 한 숙박업소 398개 동을 적발하고도 아무런 행정처분을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위는 “농어촌민박이 제도상 허점을 이용해 편법 운영되고 있으나 행정 당국이 지도·감독을 소홀히 해 사업 취지가 크게 훼손되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전국 게스트하우스가 몇 개인지 정확한 통계자료조차 없다. 현행법상 게스트하우스라는 업(業)이 존재하지 않아서다. 일반적으로 게스트하우스라는 간판을 내건 대부분의 숙박업소는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과 관광진흥법상 호스텔업, 농어촌정비법상 농어촌민박사업 중 하나로 신고해 영업하고 있다. 

이 중 대다수 게스트하우스는 ‘농어촌 민박’을 선택한다. 규제가 느슨하기 때문이다. 

농어촌 민박사업은 농어촌지역에 거주하는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을 이용해 농어촌 소득을 늘릴 목적으로 투숙객에게 숙박과 취사시설 등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숙박업은 공중위생관리법과 소방안전법상 위생·소방 기준을 충족해야 하지만 농어촌민박사업은 이를 피해갈 수 있다. 특히 제주도는 제주 시내 일부 지역이 농어촌지역으로 지정돼있어 도심지서도 농어촌 민박사업을 통한 게스트하우스 운영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게스트하우스를 ‘호텔’이나 ‘여관’처럼 별도의 숙박 개념으로 정하고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운영상태를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흥욱 제주여행소비자권익증진센터장은 “불법 게스트하우스 문제가 불거지면 관광산업 전반에 부적정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게스트하우스를 별도의 숙박시설로 분류해 법적 기준 및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서비스 규정, 등급제 시행 등의 제도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게스트하우스의 자정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원 강릉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황모(35)씨는 “블로그 후기 조작 등으로 일단 손님을 끌어모아 한철 장사만 하는 게스트하우스도 있다”며 “이번 사건이 자성의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사건 이후 제주도 게스트하우스는 비상이 걸렸다. 기존 예약이 줄줄이 취소됐고 예약 문의도 뚝 끊겼다. 몇몇 비정상적인 운영을 하는 게스트하우스 때문에 실제 외국인을 상대로 민박업을 하고 있는 게스트하우스들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한 게스트하우스 주인은 “혼자 오려던 여성분들이 예약을 취소하겠다는 연락이 계속해서 오고 있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게스트하우스도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한숨을 쉬었다. 


지난달 19일 광주광역시서 제주도로 2박 3일 ‘혼행(혼자 하는 여행)’을 온 대학생 오모(여·22)씨는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했다가 뉴스를 보고 겁이 났고 부모님도 호텔서 지내는 게 아니면 여행을 못 보낸다고 하셔서 시내 호텔에 묵었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취소
아직 정신을…

한라산 근처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이모(38)씨는 “결국 곪았던 문제가 터진 것”이라며 “이번을 계기로 고칠 것은 확실히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파티 문화가 나쁜 게 아니지만 무허가로 술과 음식을 팔며 유흥을 즐기는 변질된 파티 문제가 심각했다”고 말했다. 

실제 제주 곳곳에는 클럽을 방불케 하는 DJ 파티를 운영하거나 24시간 소등 없이 파티를 여는 것을 무기로 여러 파티 게스트하우스가 경쟁적으로 영업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성비(性比) 잘 맞춰주는 게스트하우스’ ‘헌팅하기 좋은 게스트하우스’ ‘게스트하우스 홈런(성관계를 뜻하는 은어) 치는 법’ 등 게스트하우스를 클럽이나 나이트클럽처럼 묘사한 홍보 글이나 이용자 후기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상황에도 일부 게스트하우스들은 투숙객에게서 돈을 받고 음주파티를 벌이는 불법영업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경찰청은 지난달 21일 제주도 내 게스트하우스 불법행위를 일제 점검한 결과 9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살인사건이 발생했던 제주시 구좌읍의 또 다른 게스트하우스는 투숙객 1인당 3만원을 받고 술과 음식을 제공하다가 적발됐다. 제주시 애월읍의 한 게스트하우스는 손님 20명에게서 각각 참가비 1만8000원을 받고 랍스타와 주류를 제공한 혐의다. 

제주시 한림읍의 또 다른 게스트하우스는 손님 8명에게서 참가비 1만5000원씩을 받아 주류를 제공하다가 단속됐다. 한림읍의 또 다른 게스트하우스 역시 파티비 명목으로 1인당 1만5000원씩 받고 주류를 제공한 혐의다. 

신고를 하지 않고 음식점 영업을 할 경우 식품위생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 다른 게스트하우스 3곳은 민박요금표나 신고필증을 게시하지 않았다가 적발됐다. 민박요금표를 게시하지 않을 경우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과태료 100만원을 물리도록 하고 있다. 경찰은 한림읍 소재 게스트하우스 업주 A(41)씨 등 9명을 식품위생법 위반 등으로 형사 입건하고 행정기관에 통보키로 했다. 

불법·편법업소 우후죽순
양심적인 농촌민박에 불똥

경찰은 각종 SNS 상에서 손님들을 상대로 술과 음식 등을 판매·제공한다고 홍보하면서, 불법 영업을 하는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사전 첩보수집 및 112신고 자료 등을 확보해 점검을 실시했다. 

경찰은 행정, 소방 등 유관기관 합동으로 제주도 내 모든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종합 안전진단을 실시, 일정한 안전기준을 충족한 업소에 대해서는 ‘안전 인증제’를 추진할 예정이다. 

강희용 제주경찰청 생활질서계장은 “업주가 주류를 제공하려할 때 손님들 스스로가 불법행위로 인식하고, 이를 사양하거나 112 신고를 한다면 무분별한 음주파티 문화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관광학부 교수는 “행정이 현실을 뒤늦게 따라가는 처지지만 지금은 이런 조치라도 필요하다”며 “다만 행정기관이 매기는 게스트하우스 안전 등급은 실제 게스트하우스 이용자들이 느끼는 안전이나 만족도와 괴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평가에 이용자 경험을 반영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법 업소 불똥
자정 노력 필요

제주시 오등동서 1992년부터 농어촌민박업을 해온 감귤농가 김모(73)씨도 “여행자에겐 소박하고 깨끗한 공간에서 농촌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농가에겐 농외소득원이 되는 모범적인 농촌 게스트하우스도 많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진짜 농어촌민박’이 타격을 입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감독 방안이 마련돼야 하고, 업주들의 자정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