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VS 안철수’ 서울시장 빅매치 관전포인트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2.26 10:44:58
  • 호수 11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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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안철수 전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3선 도전을 시사, 그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경선을 넘으면 두 사람의 빅매치가 성사된다. 무려 7년 만의 조우다. <일요시사>는 안 전 대표 출마와 박 시장의 경선 통과 가능성을 살펴봤다.
 

서울시장 자리를 건 여야의 한판 승부는 지방선거의 꽃으로 불린다. 역대 지방선거만 살펴봐도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다. 인구 1000만명인 서울시정을 살피는 자리라는 점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관심이다. 

서울시장은 ‘소통령’이라 불리며 그만한 권한과 위상을 가진다. 정치적으로는 차기 대권에 가장 근접해 있는 자리다. 이 때문에 대권에 꿈이 있는 정치인이라면 한번쯤은 탐내는 자리기도 하다.

안철수 출격
장고 들어가

2선 후퇴를 선언한 바미당 안 전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당이 요구하면 무슨 역할이든 하겠다”라며 원론적 입장을 표하고 있지만 출마 여부에 대해선 숙고 중에 있다고 한다.

바미당 측 관계자는 “안 전 대표가 출마한다면 서울시장 내지 부산시장일 것”이라며 “두 곳 모두 현재 여당 기세가 높은데, 기왕 힘든 게임이라면 서울시장 쪽을 택하지 않겠나”라고 조심스레 점쳤다.


또 다른 바미당 측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이 열려있다”면서도 “당내에서는(안 전 대표가) 서울시장으로 나서주길 바라는 사람이 많다”고 귀띔했다.

실제 바미당 내에서는 안 대표 스스로 서울시장 출마를 결정해야 한다면서도 그의 출마를 은근히 바라는 눈치다. 

이태규 사무총장은 지난 20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당에서 아직 결정한 바는 없지만 본인의 생각과 잘 맞아떨어져야 하지 않겠나”면서도 “내 개인적으로는(서울시장에) 나가는 것이(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태경 최고위원도 같은날 “안 전 대표는 어디든 나올 자세가 돼있다”면서도 “보궐선거에 나갈 수도 있다는 안도 있다. 그러나 그건 극소수 안이고, 다수 안으로 1순위는 서울시장, 2순위는 부산시장 이런 식으로 가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이어 “안 전 대표는 서울시장에 반드시 출마해야 한다. 당을 살리려면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이기 때문”이라며 “유승민 대표도 서울시장 히든카드 정도로 생각한다. 대구시장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사실 박원순-안철수 작전이 베스트”라고 언급했다.

전국적으로 봤을 때 바미당은 지방선거에 낼 만한 카드가 풍족하지 않다. 이제 갓 세상에 나온 신생 정당이 가진 인재풀은 기존 정당들에 비해 그 폭과 깊이서 밀릴 수밖에 없다. 현 상황서 이름값 있는 인재들은 당선 가능성이 높은 민주당-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을 향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바미당은 이번 지방선거서 사실상 사활을 걸어야 할 만큼 중대 기로에 서있다. 지방선거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향후 정국서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미당은 기존 국민의당-바른정당서 각자 만들고 키워왔던 인재풀을 핵심 지역에 투입해 최대의 효과를 노리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장은 상징성이 있는 자리이다. 만약 바미당이 서울시장직을 차지하는 데 성공한다면 이번 지방선거 최대 돌풍으로 떠오를만하다. 여세를 몰아 2020년으로 예정된 21대 총선까지 바람을 이어갈 수 있는 교두보가 되는 셈이다. 
 

캐스팅보터가 아닌 민주당-한국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정당으로 거듭나는 일도 꿈은 아니다. 바미당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를 서울시장 선거에 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안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서 바미당이 꺼내들 수 있는 최선의 카드다. 안 전 대표가 정치권에 입문해 ‘안철수 돌풍’을 일으킨 때도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선거였다. 당시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안 전 대표는 범야권 후보였던 박 시장과 단일화를 선언하며 한발 물러났다.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지지율을 보였던 안 전 대표 입장에선 큰 양보였다. 당시 박 시장의 지지율은 5%였다. 단일화로 힘을 받은 박 시장은 본선서 50%를 넘기며 압승했다.

안 전 대표 입장에서는 서울시장 자리를 탐낼만한 이유가 있다. 꿈꿔왔던 대권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차기인 제20대 대선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모두 2022년에 열린다. 그 사이 서울시장으로서 문재인 대통령과 대립 구도를 형성,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전략이 가능하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서울시장 연임으로 방향을 틀수도 있다. 선택지가 많아지는 점은 정치인 입장서 결코 나쁘지 않다.

1순위 서울
2순위 부산

그러나 상황이 여의치만은 않다. SBS가 ‘칸타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장 후보 선호도서 박 시장은 30.8%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0.4%, 황교안 전 총리 9%, 안 전 대표 8.2%, 민주당 박영선 의원 7.5% 순으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아무리 선거가 바람이라지만, 20%포인트 이상 나는 차이를 뒤집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 상황서 안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는 도박에 가깝다. 

더욱이 바미당의 미래, 자신의 정치적 생명까지 고려해야해 부담감이 크다. 정치권 안팎에선 안 전 대표가 이번에도 패배할 경우 ‘낙선 정치인’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시 재기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안 전 대표의 숙고가 길어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안 전 대표 측은 최근 “안 전 대표가 통합 과정을 이끌어온 만큼 서울시장 출마 혹은 선거대책위원장 등 이번 지방선거서 무엇이 됐든 분명히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박 시장의 출마는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지난 1월 복수와의 인터뷰서 박 시장은 “결심을 굳혀가고 있다”며 은근히 속내를 드러냈다.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4일에는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전통시장 2곳, 장애인종합복지관 등을 찾아 민심을 점검했다.


박 시장이 3선 도전을 선언할 경우 치열한 당내 경선을 뚫어야 한다. 민주당에 복당한 정봉주 전 의원이 최근 서울시장 도전을 선언함으로 인해 민주당 내 서울시장 후보군은 박 시장을 포함해 6명으로 늘었다.

정 전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서울을 공정하고 활기차게 바꿀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것으로 정치 복귀의 명분을 찾았다”며 “공식 출마 선언은 3월 초에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 당 미래 짊어지고 출마?
지금은 밀리지만…안풍 변수

정 전 의원에 앞서 우상호·박영선·민병두·전현희 의원이 서울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우 의원은 지난 1월 민주당 인사 중 처음으로 서울시장 경선 출마를 선언하며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도와 세상을 바꾸기 위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 의원은 평창과 재래시장 등을 다니며 출마를 준비 중이다. 


민 의원은 지난 1월 자신의 싱크탱크인 ‘미래전략 연구소’ 창립 심포지엄서 “혁신의 기관차가 되겠다”며 사실상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전 의원은 지난 4일 “서울 강남의 지지를 받는 유일한 민주당 후보이자 강남권서 가장 많은 표를 가져올 수 있는 내가 서울시장 선거서 민주당의 압승을 보여주겠다”며 출마 선언을 했다.
 

본선보다 힘든 경선이 예상되기 때문일까.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군은 전방위 네거티브전을 벌이며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행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서 있는 박 시장에 대한 공세가 주를 이룬다.

출마를 선언한 날 자신이 두 번이나 선거를 도왔던 박 시장에게 날선 비판을 가했던 우 의원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 급등과 관련해 박 시장 책임론을 제기했다.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박 시장 3선 도전에 대해 “아무래도 부정적인 여론이 많다”며 “다음 정치세대를 키우는 데 새로운 목표를 두시는 게 더 좋지 않겠냐 하는 여론이 있다”고 각을 세웠다.

박 의원도 박 시장을 겨냥했다. 미세먼지 감소를 위해 대중교통 무료정책을 펼치고 있는 박 시장을 겨냥해 “서울시의 대중교통 무료정책을 더 이상 해선 안 되고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시장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정부와 서울시의 엇박자로 집값을 잡는 데 굉장한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들었다”며 정면 비판했다.

민 의원의 공세는 다른 후보군에 비해 한층 매섭다. 복수의 언론과 인터뷰서 박 시장의 시정에 대해 “박 시장의 상상력은 이미 멈췄다” “서울시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아이디어를 가진 새 인물이 필요하다” “박 시장은 뚜렷이 내세울 실적이 없어 조바심을 낸다” 등의 저평가를 내놨다. 

3선 도전
기정사실

비판뿐 아니라 박 시장에게 정책 대결을 제안하는 모습도 보였다. 박 시장과 SNS상에서 일자리와 안전, 강남 집값 등 서울시의 주요 현안을 놓고 정책으로 겨루겠다는 각오다. 

그는 “민병두의 정책은 120% 준비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7년간 서울시장을 맡은 박 시장과 정책으로 정면승부를 하자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전 의원은 출마를 선언한 자리서 “서울시장 자리가 대권으로 가는 디딤돌이나 징검다리로 생각해선 안 된다”며 “박 시장이 만약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당장 (대권을)도전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박 시장의 7년 서울시정을 꼬집었다. 2월 초 여의도 한 식당서 기자들과 만나 “박원순 7년을 보자.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 초기엔 워낙 ‘난장판’이라 정리하는 데 3∼4년이 걸렸다. 하지만 지금 서울시는 민생국장급이 할 만한 일을 서울시 전체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쟁자들의 비판에 박 시장은 의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비판은 쉽지만 구체적 해결방안을 내놓고 실천하는 일은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 상황에서는 박 시장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변수는 존재한다. 바로 민주당 경선 룰이다. 지방선거까지 4개월이 채 남지 않은 상황서 ‘권리당원 50%, 국민 50%’라는 비율 외에는 합의된 룰이 없다. 

민주당은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을 전후로 경선 룰 논의에 속도를 낸다는 입장이다.

박, 네거티브에도 끄떡없어
“독주 막자” 반박연합 슬슬∼

‘컷오프’ ‘결선투표’가 경선 룰 논의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016년 8월27일 전당대회 전 4명의 당대표 후보 중 1명을 떨어뜨리는 컷오프를 실시한 바 있다. 

이번 지방선거서도 이와 비슷한 형식을 따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6명의 후보군을 3명 내지 4명까지 추려내야 경선 집중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지난 2016년 모델을 그대로 적용할지, 여론조사 방식을 채택할 지는 미지수다. 

2016년의 경우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지자체장 등으로 구성된 350명의 제한된 선거인단 투표로 컷오프를 결정했다. 

제한된 선거인단 투표로 결정할 경우 상대적으로 당내 세가 약한 박 시장이 불리한 반면, 여론조사 방식을 선택할 경우 현역 프리미엄을 등에 엎은 박 시장이 유리하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어떤 방식이든 박 시장이 컷오프 될 확률은 희박하다”며 “나머지 두 개 내지는 세 개 자리를 놓고 후보군들이 각축을 벌이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결선투표’ 도입 여부도 쟁점이다. 결선투표는 1위 득표율이 과반(50%)에 미달할 경우 1위와 2위 후보가 2차 투표를 실시하는 제도다. 박 시장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군이 도입을 적극 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순 독주’를 막기 위해 ‘반박(원순)연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만약 결선투표가 도입돼 박 시장이 과반에 미달하면 ‘박원순 대 반박연합’ 구도가 완성된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결선투표가 도입되지 않으면 현역 의원들 중 상당수가 경선을 포기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행 민주당 당규도 박 시장 편에 서있다. 박원순·정봉주를 제외한 현역 의원들은 서울시장에 출마할 경우 10%의 페널티를 받게 된다. 
 

민주당은 지난 2015년 9월 ‘임기를 4분의 3 이상 마치지 않고 다른 공직에 출마하는 선출직에 대해서는 최고위원회가 정한 기준에 따라 심사결과의 10%를 감산한다’는 규정을 신설한 바 있다. 

2016년 4월13일 20대 총선을 치른 우상호·박영선·민병두·전현희 의원의 임기는 아직 4분의 3 이상을 마치지 못해 페널티 대상이다. 후보군들 사이서 “현역 지자체장에게 절대 유리한 당규”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후보 난립
그래도 유리

민주당 입장에선 행복한 고민이다. 여러모로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태서 높은 인지도와 강한 내공을 지닌 소위 ‘스타성’ 있는 정치인들이 경선 열기를 달구고 있기 때문이다. 후보 층도 두터워 유권자들의 관심을 받기 충분하다. 

여러모로 야권보다 최소한 한 발 이상 앞서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과연 여러 변수를 뚫고 박원순 대 안철수의 대결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인가. 현 상황이 6월까지 이어진다면 두 사람의 대결은 시간문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돌고 돌아 결국 오세훈?

6·13 지방선거가 4개월도 채 남지 않았음에도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좀처럼 서울시장 후보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당 지도부가 전직 시장·도지사 등 소위 ‘올드보이 차출’에 나서는 모습이다. 

대구·경북을 제외하곤 ‘인물난’에 시달리는 한국당의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올드보이 차출설은 홍준표 대표가 군불을 지폈다. 

설 연휴 직전에 가진 기자간담회서 홍 대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차출설에 대해 “원 오브 뎀(여러 명 중 한 명)”이라며 “당의 제일 중요한 자산이고 당을 이끌어나갈 지도자감”이라고 평가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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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①군 정보사는 왜 개입했나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①군 정보사는 왜 개입했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오혁진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3일 선포했던 비상계엄을 포함해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총 17번의 계엄령이 선포됐다. 야당의 무분별한 탄핵 남발과 정부 예산 삭감 등이 이유였다. ‘충격요법’ 차원의 계엄령이라는 주장과 달리, 백병전에 특화된 북파공작대(HID) 요원을 투입한 것도 이례적이다. 계엄법에 따르면 계엄은 비상계엄과 경비계엄으로 나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됐을 경우 발령할 수 있다. 경비계엄은 그보다 낮은 수위로 경찰 등 일반 행정기관만으로는 치안을 확보할 수 없을 때 선포할 수 있다. 사실상 실패한 계엄 이후 2차 계엄 의혹마저 제기되면서 윤 전 대통령은 파면됐다. 국민 향한 특수부대 계엄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등의 국가 위기 상황에 군사력을 동원해 공공질서를 유지하게 하는 비상조치로 대한민국 헌법 제 77조에 규정돼있다. 비상계엄이 선포됐을 경우, 대통령이 임명한 계엄사령관은 계엄 지역의 행정권과 사법권을 모두 갖게 된다.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도 제한되며 작전상 부득이한 경우라고 판단하면 국민 재산을 파괴하거나 소각하는 권리도 갖게 된다. 불법 계엄 사태 당시 국군방첩사령부와 함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병력을 투입한 계엄군 핵심은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였다. 정보사 예하 HID 요원 일부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사조직인 ‘정보사령부 수사2단’에 동원된 것이다. 대북 공작에 특화된 ‘살인 병기’로 불리는 HID 요원들은 노 전 사령관 등 수뇌부의 정치적 일탈행위로 인해 불명예를 안게 됐다. 노 전 사령관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을 중심으로 꾸린 내란 사조직의 수장 노릇을 했다. 이렇게 조성된 ‘육사 카르텔’은 12·3 비상계엄 선포 석 달 전부터 진급을 미끼로 조직원 포섭을 시작했다. 지난해 말 김 전 장관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 수뇌부에 ‘노 전 사령관이 하는 일을 잘 도와주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이들은 문 전 사령관과 노 전 사령관 지시가 곧 김 전 장관의 지시인 것으로 받아들여 계엄을 준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문 전 사령관과 정성욱·김봉규 정보사령부 대령에게 수사2단에 편성할 정보사 소속 요원을 선발하라고 상세히 지시했다. 김 대령은 2016년 노 전 사령관의 현역 시절 과장 신분으로 함께 근무했다. 취재진이 입수한 검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0월경 김 대령에게 전화를 걸어 “특수요원 중에 사격 잘하고, 폭파 잘하는 그런 인원 중에 한 7~8명을 나에게 추천 좀 해달라”고 했다. 당시 김 대령은 “특수 요원들이 전역하게 되면 대통령경호처, 국정원 특임 조직 등으로 재취업하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도와주려고 하는 말인가 하고 생각했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이 문 전 사령관보다 먼저 김 대령에게 특수부대, 공작요원 등으로 인원을 선발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문 전 사령관은 김 대령에게 재차 ‘노 전 사령관이 말한 것을 잘 이행하라, 잘 도와라’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노 전 사령관이 특수부대를 모집한 이유에 관해 김 대령은 ‘북한이 오물풍선을 보내면 우리가 원점을 타격해야 하기에 필요하다고 노 전 사령관이 말했다’고 한다. ‘충격 요법’ 차원 출동? HID 요원 투입 ‘백병전 고수들’ 모아 선관위 장악 플랜 계엄 두 달여 전인 지난해 10월 말까지만 해도 평소처럼 북한이 오물풍선을 보내는 상황이었고, 이밖에 특수한 상황은 없었다. 문 전 사령관이 본격적으로 HID 인원 선발에 착수하라고 지시하자, 김 대령은 지난해 10월30일 모 주임원사에게 연락을 취해 ‘5명 정도 특수무술 잘하는 인원을 추천해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김 대령은 특수부대 5명과 우회요원 10명을 포함한 총 15명의 선발 명단을 만들어 노 전 사령관에게 텔레그램으로 전달했다. 이어 지난해 11월9일 오후 4시경 노 전 사령관과 김 대령, 문 전 사령관은 안산 상록수역서 만났다. 노 전 사령관이 특수요원 선발, 준비가 다 됐는지 확인하자, 문 전 사령관은 “오물풍선이 날아오는 대북 상황에 우리 정보사가 들어갈 필요가 있겠냐” 물었다. 그러자 노 전 사령관이 ‘언론에 평상시에 나지 않는 특별한 보도가 날 거야’라고 답했다고 한다.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특별한 보도는 부정선거 의혹이었다. 그러면서 노 전 사령관은 이들에게 “중앙선관위로 가서 관련된 사람들을 잡아와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노 전 사령관이 이들에게 건넨 A4용지 10장 분량의 부정선거 관련 자료에는 선관위 부서와 직원 30여명을 체포하라는 지시와 함께 ‘계엄 선포 시 할 일’이라고 기재돼있었다고 한다. 자료에 계엄 선포 날짜는 없었으나 노 전 사령관은 이들에게 “조만간 상황(계엄 선포)이 생길 것”이라며 “출장이나 장거리 출타를 가지 말라”고 지시했다. 김 대령이 이해한 노 전 사령관의 지시는 계엄이 선포되면 선관위에 가서 부정선거 관련 잘못한 사람들을 잡아들여야 한다는 정도였다. 그는 ‘사실 처음 듣고는 황당했다. (노 전 사령관이) 대북상황이라고 주장하지만, 계엄을 선포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국내 정세로도 계엄을 선포할 상황이 아니니까. 그리고 부정선거를 이유로 계엄을 선포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은 이들에게 계엄 시 ▲소집된 인원과 차량이 수방사에 출입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수방사 시설 확인 인원을 제외한 전 인원은 계엄 후 6시30분까지 선관위로 가서 선관위 직원 명부를 파악하고, 부정선거에 관해 물어볼 수 있는 공간 확보 ▲선관위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곳에서 ‘부정선거 관련, 아는 사항이 있거나 선거 조작에 대해 아는 사항이 있으면 양심고백을 하라’는 내용의 문구를 올리고, 사령부 내에 일반전화 및 콜센터 설치 ▲선관위 방송실에 가서 선관위 내부 방송을 통해 계엄 상황을 고지하고, 계엄 상황이니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체포 등의 조치가 있음을 경고하라는 총 4개의 임무를 부여했다. 또 30여명의 선관위 직원은 정 대령 팀에게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속초 정보사 교관 A씨는 비상계엄 선포 직전 판교에 있는 본부에 소집됐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A씨는 문 전 사령관 등의 지시를 받고 판교에 HID 요원 5명을 투입했다. 진급에 목매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 “속초서 온 인원 중 3명이 김 대령 팀에 속해 있는데, 그 중 2명에 대해 김 대령은 ‘너희들은 내가 취조할 때 내 뒤에서 취조 대상자들이 나를 해하려고 하면, 나를 보호해라. 그리고 내가 취조할 때 상대방이 겁 먹을 수 있도록 옆에서 책상을 치거나 욕을 하거나 노려보는 등으로 취조 분위기를 조성해라’고도 했다”고 진술했다. 국방부 아래 가장 비밀스럽고 강력한 정보사가 한낱 민간인 지휘 아래 계엄에 투입된 웃지 못할 사건은 이렇게 시작됐다. 체포된 윤 전 대통령의 자필 편지처럼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였다면 HID가 왜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일요시사>가 만난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상명하복이 원칙이니 HID 요원들도 따를 수밖에 없었겠지만, 이번 사태는 문 전 정보사령관의 투입 명령에 충분히 불복할 수 있었다고 본다”며 “국방부에 책잡힌 몇몇 사건의 영향도 있고, 문 사령관이 진급이라는 미끼를 물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국군정보사령부(이하 정보사)는 가장 진급이 어려운 곳이다. 현재까지도 소장 직급인 정보사의 경우 사령관 직무 배제 및 전직 정보사 여단장 전출 등 각종 이슈로 인해 ‘원스타’ 계급장을 단 장군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보사의 사령관은 소장이지만 지휘부는 군단 편제와 같다. 이유는 김영삼 전 대통령 취임 직후 정보사령관의 계급을 소장으로 낮췄기 때문이다. 단, 기무사는 1년 뒤 중장으로 다시 사령관 계급을 올렸다. 실제로 HID 팀원들도 자신의 계급을 보안상 알 수 없으며, 사실상 최종 계급은 원스타다. 노 전 사령관이 계엄 선포 계획에 동참한 군 장성들의 진급을 도운 정황은 정 대령의 진술서도 나왔다. 지난해 12월1일 안산시 롯데리아서 노 전 사령관, 문 전 사령관, 김 대령의 회의 당시, 수차례 ‘내가 도와줄게’라며 정 대령에게 일을 시켰다. 실제로 정 대령은 “노상원의 군내 인맥이 아직도 대단한 것 같아서, 솔직히 진급 욕심이 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진술했다. 또 그는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계엄이 선포되면 정 대령과 김 대령이 팀을 나눠 중앙선관위 직원 30명을 체포해 중앙선관위 회의실 등에 가둔 뒤 이들을 수방사 B1벙커 내 수감시켜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노태악 선관위원장을 처리하는 일은 노 전 사령관이 직접 처리하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노 전 사령관의 지시로 12·3 계엄령 작전에 배치된 HID 요원들은 근접 전투 능력이 뛰어난 이들로 선발됐다.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날 HID 요원 5명은 서울 외곽인 판교에 배치됐고, 나머지 35명은 서울 시내 곳곳에 배치됐다. 사령관과 육군 카르텔 12·3 내란의 우두머리는 체포된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 드러났다. 특히 김 전 장관은 계엄 이틀 전인 12월1일부터 곽종근 특전사령관 등에게 전화를 걸어 전체적으로 지시를 점검했다고 한다. 정보사가 국방부에 장악된 배경도 의아하다. 정보사는 애초 국방부가 아닌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장의 지휘·통제를 받는 조직이다. 그러나 문 사령관은 “장관 지시의 보안 유지 차원서 본부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식 지휘를 건너뛰고 국방부 장관과 직접 소통했다는 의미다. 계엄 수개월 전 정보사를 곤란하게 만든 두 사건 때문에 국방부가 틀어쥘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정보사 군무원이 블랙요원 수십명의 신상을 중국으로 유출한 사건과 정보사 수뇌부끼리 감정싸움이 벌어져 고소전으로 번진 사건이다. 김 전 장관은 두 사건을 핑계 삼아 정보사를 장악하려 했다. 같은 해 8월, 국방부 장관 부임 직후 정보사를 ‘해체’ 수준으로 개편한다고 예고하더니, 정보사를 국방부 직속 부서인 ‘국방정보실’로 옮기는 안을 검토했다. 다만 그해 10월 언론보도로 계획이 유출되자 실행에 옮기진 않았다. 이후 김 전 장관은 OB(퇴직자) 활용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추정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경호차장 근무 경험이 있는 노 전 사령관을 연결고리로 활용한 것이다. 같은 해 12월1일 노 전 사령관은 정모 대령 등에게 ‘진급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취지로 인맥을 과시하며 협조를 요구했다고 한다. 실제로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현역 군인들의 진급,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노 전 사령관은 입버릇처럼 김 대령에 ‘오늘도 용산에 다녀왔다’는 식으로 김 전 장관과의 인맥을 자랑했다. 특히, 진급 발표 시기에 노 전 사령관은 하루에 3~4번씩 김 대령 등에게 연락해 현역 장성들의 근황을 묻곤 했다고 한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령을 포함해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대한민국서 계엄령은 총 17번 선포됐다. 이 중 비상계엄은 12번에 달한다. 헌정사상 첫 계엄령은 이승만정부 시절 1948년 10월 여수·순천 사건을 계기로 발동됐다. 앞서 국군 제14연대가 이승만정부가 내린 ‘제주 4·3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하면서 무력충돌이 일어났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은 여수·순천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두 번째 계엄은 같은 해 11월 ‘4·3 사건’ 당시 제주지역에 선포됐다. 당시는 아직 계엄법이 제정되기 전이었으므로 일제강점기의 계엄법에 해당하는 ‘합위지경’을 적용했다. 정작 계엄법이 제정된 것은 1949년 11월24일이다. 김봉현과 한 배 탄 민간인 노상원 “까라면 까야지” 어이없는 수하들 이후 6·25 전쟁으로 인한 첫 전국 단위 계엄령이 선포된다. ‘4·19 혁명’ 당시에는 학생 시위를 막는 데 악용되기도 했다. 이는 다음 정부로 이어져 1961년 ‘5·16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전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이듬해 12월6일 이를 해제했다. 비상계엄 12일에 경비계엄 558일로 한국 역사상 지속 기간이 가장 길었던 계엄으로 기록됐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한일 협정에 반대하는 ‘6·3 항쟁’에 대응한다며 계엄령과 휴교령을 발령했다. 대통령 간선제를 골자로 하는 10월 유신, 부마항쟁 때도 계엄령을 발동했다. 마지막 비상계엄은 1979년 10월26일 박 전 대통령이 시해된 다음 날 발령됐다. 이 계엄령은 1979년 ‘12·12 쿠데타’로 사실상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에 의해 1980년 5월17일을 기해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으로 확대됐다. 이로 인해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나게 된다. 부마항쟁으로 인해 1979년 10월18일 부산지역에 선포된 계엄령은 이후 계속 확대되면서 1981년 1월24일 해제될 때까지 456일 동안 유지됐다. 이에 저항하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일어나자 전두환정권이 계엄군을 투입해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5·18 민주화운동 뒤 실행으로 옮기지 않았으나 계엄령을 검토한 증거도 남아있다. 1987년 1월 고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으로 촉발된 ‘6·10 민주항쟁’ 당시 전두환정권은 계엄령을 통한 무력 진압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민적 저항과 더불어 미국의 계엄 조치가 적절치 않다고 압박하자, 전두환정권은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수용했다. 이후 40년이 넘도록 대한민국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적은 없었다. 다만, 박근혜정부 당시에도 계엄령 검토설이 불거졌다. 처음에는 낭설에 불과하다는 취급을 받았으나 실제 국군기무사령부(방첩사령부)의 세부 문건이 공개되면서 사실로 확인됐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사령관으로 합동참모의장이 아닌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임명했던 것을 두고 해당 문건을 참조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해당 문건에는 “계엄사령관은 군사 대비 태세 유지 업무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며, 현행 작전 임무가 없는 각 군을 지휘하는 지휘관으로 임명해야 한다”며 “육군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건의한다”고 적시했다. 계엄령이 선포되면 통상 합참의장이 계엄사령관을 맡을 것으로 여겨졌다. 합참이 계엄과 관련된 업무를 관장하고 합참 조직에 계엄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계엄사령관에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임명했다. 이빨 빠진 살인 병기 군 내부엔 김명수 합참의장이 해군 출신으로 지상 병력인 계엄군 지휘에 한계가 있고, 김 전 장관이 같은 육군 출신인 박 총장과 더 편하게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윤 전 대통령의 심야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실 여러 참모도 발표 직전까지 그 내용을 모를 정도로 기습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안팎의 상황은 지난 12월3일 오후 9시를 넘으며 급변했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윤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할 것이라는 사실을 애초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smk1@ilyosisa.co.kr>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