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VS 안철수’ 서울시장 빅매치 관전포인트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2.26 10:44:58
  • 호수 11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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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안철수 전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3선 도전을 시사, 그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경선을 넘으면 두 사람의 빅매치가 성사된다. 무려 7년 만의 조우다. <일요시사>는 안 전 대표 출마와 박 시장의 경선 통과 가능성을 살펴봤다.
 

서울시장 자리를 건 여야의 한판 승부는 지방선거의 꽃으로 불린다. 역대 지방선거만 살펴봐도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다. 인구 1000만명인 서울시정을 살피는 자리라는 점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관심이다. 

서울시장은 ‘소통령’이라 불리며 그만한 권한과 위상을 가진다. 정치적으로는 차기 대권에 가장 근접해 있는 자리다. 이 때문에 대권에 꿈이 있는 정치인이라면 한번쯤은 탐내는 자리기도 하다.

안철수 출격
장고 들어가

2선 후퇴를 선언한 바미당 안 전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당이 요구하면 무슨 역할이든 하겠다”라며 원론적 입장을 표하고 있지만 출마 여부에 대해선 숙고 중에 있다고 한다.

바미당 측 관계자는 “안 전 대표가 출마한다면 서울시장 내지 부산시장일 것”이라며 “두 곳 모두 현재 여당 기세가 높은데, 기왕 힘든 게임이라면 서울시장 쪽을 택하지 않겠나”라고 조심스레 점쳤다.


또 다른 바미당 측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이 열려있다”면서도 “당내에서는(안 전 대표가) 서울시장으로 나서주길 바라는 사람이 많다”고 귀띔했다.

실제 바미당 내에서는 안 대표 스스로 서울시장 출마를 결정해야 한다면서도 그의 출마를 은근히 바라는 눈치다. 

이태규 사무총장은 지난 20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당에서 아직 결정한 바는 없지만 본인의 생각과 잘 맞아떨어져야 하지 않겠나”면서도 “내 개인적으로는(서울시장에) 나가는 것이(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태경 최고위원도 같은날 “안 전 대표는 어디든 나올 자세가 돼있다”면서도 “보궐선거에 나갈 수도 있다는 안도 있다. 그러나 그건 극소수 안이고, 다수 안으로 1순위는 서울시장, 2순위는 부산시장 이런 식으로 가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이어 “안 전 대표는 서울시장에 반드시 출마해야 한다. 당을 살리려면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이기 때문”이라며 “유승민 대표도 서울시장 히든카드 정도로 생각한다. 대구시장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사실 박원순-안철수 작전이 베스트”라고 언급했다.

전국적으로 봤을 때 바미당은 지방선거에 낼 만한 카드가 풍족하지 않다. 이제 갓 세상에 나온 신생 정당이 가진 인재풀은 기존 정당들에 비해 그 폭과 깊이서 밀릴 수밖에 없다. 현 상황서 이름값 있는 인재들은 당선 가능성이 높은 민주당-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을 향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바미당은 이번 지방선거서 사실상 사활을 걸어야 할 만큼 중대 기로에 서있다. 지방선거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향후 정국서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미당은 기존 국민의당-바른정당서 각자 만들고 키워왔던 인재풀을 핵심 지역에 투입해 최대의 효과를 노리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장은 상징성이 있는 자리이다. 만약 바미당이 서울시장직을 차지하는 데 성공한다면 이번 지방선거 최대 돌풍으로 떠오를만하다. 여세를 몰아 2020년으로 예정된 21대 총선까지 바람을 이어갈 수 있는 교두보가 되는 셈이다. 
 

캐스팅보터가 아닌 민주당-한국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정당으로 거듭나는 일도 꿈은 아니다. 바미당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를 서울시장 선거에 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안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서 바미당이 꺼내들 수 있는 최선의 카드다. 안 전 대표가 정치권에 입문해 ‘안철수 돌풍’을 일으킨 때도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선거였다. 당시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안 전 대표는 범야권 후보였던 박 시장과 단일화를 선언하며 한발 물러났다.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지지율을 보였던 안 전 대표 입장에선 큰 양보였다. 당시 박 시장의 지지율은 5%였다. 단일화로 힘을 받은 박 시장은 본선서 50%를 넘기며 압승했다.

안 전 대표 입장에서는 서울시장 자리를 탐낼만한 이유가 있다. 꿈꿔왔던 대권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차기인 제20대 대선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모두 2022년에 열린다. 그 사이 서울시장으로서 문재인 대통령과 대립 구도를 형성,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전략이 가능하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서울시장 연임으로 방향을 틀수도 있다. 선택지가 많아지는 점은 정치인 입장서 결코 나쁘지 않다.

1순위 서울
2순위 부산

그러나 상황이 여의치만은 않다. SBS가 ‘칸타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장 후보 선호도서 박 시장은 30.8%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0.4%, 황교안 전 총리 9%, 안 전 대표 8.2%, 민주당 박영선 의원 7.5% 순으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아무리 선거가 바람이라지만, 20%포인트 이상 나는 차이를 뒤집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 상황서 안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는 도박에 가깝다. 

더욱이 바미당의 미래, 자신의 정치적 생명까지 고려해야해 부담감이 크다. 정치권 안팎에선 안 전 대표가 이번에도 패배할 경우 ‘낙선 정치인’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시 재기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안 전 대표의 숙고가 길어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안 전 대표 측은 최근 “안 전 대표가 통합 과정을 이끌어온 만큼 서울시장 출마 혹은 선거대책위원장 등 이번 지방선거서 무엇이 됐든 분명히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박 시장의 출마는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지난 1월 복수와의 인터뷰서 박 시장은 “결심을 굳혀가고 있다”며 은근히 속내를 드러냈다.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4일에는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전통시장 2곳, 장애인종합복지관 등을 찾아 민심을 점검했다.


박 시장이 3선 도전을 선언할 경우 치열한 당내 경선을 뚫어야 한다. 민주당에 복당한 정봉주 전 의원이 최근 서울시장 도전을 선언함으로 인해 민주당 내 서울시장 후보군은 박 시장을 포함해 6명으로 늘었다.

정 전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서울을 공정하고 활기차게 바꿀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것으로 정치 복귀의 명분을 찾았다”며 “공식 출마 선언은 3월 초에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 당 미래 짊어지고 출마?
지금은 밀리지만…안풍 변수

정 전 의원에 앞서 우상호·박영선·민병두·전현희 의원이 서울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우 의원은 지난 1월 민주당 인사 중 처음으로 서울시장 경선 출마를 선언하며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도와 세상을 바꾸기 위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 의원은 평창과 재래시장 등을 다니며 출마를 준비 중이다. 


민 의원은 지난 1월 자신의 싱크탱크인 ‘미래전략 연구소’ 창립 심포지엄서 “혁신의 기관차가 되겠다”며 사실상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전 의원은 지난 4일 “서울 강남의 지지를 받는 유일한 민주당 후보이자 강남권서 가장 많은 표를 가져올 수 있는 내가 서울시장 선거서 민주당의 압승을 보여주겠다”며 출마 선언을 했다.
 

본선보다 힘든 경선이 예상되기 때문일까.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군은 전방위 네거티브전을 벌이며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행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서 있는 박 시장에 대한 공세가 주를 이룬다.

출마를 선언한 날 자신이 두 번이나 선거를 도왔던 박 시장에게 날선 비판을 가했던 우 의원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 급등과 관련해 박 시장 책임론을 제기했다.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박 시장 3선 도전에 대해 “아무래도 부정적인 여론이 많다”며 “다음 정치세대를 키우는 데 새로운 목표를 두시는 게 더 좋지 않겠냐 하는 여론이 있다”고 각을 세웠다.

박 의원도 박 시장을 겨냥했다. 미세먼지 감소를 위해 대중교통 무료정책을 펼치고 있는 박 시장을 겨냥해 “서울시의 대중교통 무료정책을 더 이상 해선 안 되고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시장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정부와 서울시의 엇박자로 집값을 잡는 데 굉장한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들었다”며 정면 비판했다.

민 의원의 공세는 다른 후보군에 비해 한층 매섭다. 복수의 언론과 인터뷰서 박 시장의 시정에 대해 “박 시장의 상상력은 이미 멈췄다” “서울시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아이디어를 가진 새 인물이 필요하다” “박 시장은 뚜렷이 내세울 실적이 없어 조바심을 낸다” 등의 저평가를 내놨다. 

3선 도전
기정사실

비판뿐 아니라 박 시장에게 정책 대결을 제안하는 모습도 보였다. 박 시장과 SNS상에서 일자리와 안전, 강남 집값 등 서울시의 주요 현안을 놓고 정책으로 겨루겠다는 각오다. 

그는 “민병두의 정책은 120% 준비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7년간 서울시장을 맡은 박 시장과 정책으로 정면승부를 하자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전 의원은 출마를 선언한 자리서 “서울시장 자리가 대권으로 가는 디딤돌이나 징검다리로 생각해선 안 된다”며 “박 시장이 만약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당장 (대권을)도전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박 시장의 7년 서울시정을 꼬집었다. 2월 초 여의도 한 식당서 기자들과 만나 “박원순 7년을 보자.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 초기엔 워낙 ‘난장판’이라 정리하는 데 3∼4년이 걸렸다. 하지만 지금 서울시는 민생국장급이 할 만한 일을 서울시 전체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쟁자들의 비판에 박 시장은 의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비판은 쉽지만 구체적 해결방안을 내놓고 실천하는 일은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 상황에서는 박 시장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변수는 존재한다. 바로 민주당 경선 룰이다. 지방선거까지 4개월이 채 남지 않은 상황서 ‘권리당원 50%, 국민 50%’라는 비율 외에는 합의된 룰이 없다. 

민주당은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을 전후로 경선 룰 논의에 속도를 낸다는 입장이다.

박, 네거티브에도 끄떡없어
“독주 막자” 반박연합 슬슬∼

‘컷오프’ ‘결선투표’가 경선 룰 논의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016년 8월27일 전당대회 전 4명의 당대표 후보 중 1명을 떨어뜨리는 컷오프를 실시한 바 있다. 

이번 지방선거서도 이와 비슷한 형식을 따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6명의 후보군을 3명 내지 4명까지 추려내야 경선 집중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지난 2016년 모델을 그대로 적용할지, 여론조사 방식을 채택할 지는 미지수다. 

2016년의 경우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지자체장 등으로 구성된 350명의 제한된 선거인단 투표로 컷오프를 결정했다. 

제한된 선거인단 투표로 결정할 경우 상대적으로 당내 세가 약한 박 시장이 불리한 반면, 여론조사 방식을 선택할 경우 현역 프리미엄을 등에 엎은 박 시장이 유리하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어떤 방식이든 박 시장이 컷오프 될 확률은 희박하다”며 “나머지 두 개 내지는 세 개 자리를 놓고 후보군들이 각축을 벌이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결선투표’ 도입 여부도 쟁점이다. 결선투표는 1위 득표율이 과반(50%)에 미달할 경우 1위와 2위 후보가 2차 투표를 실시하는 제도다. 박 시장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군이 도입을 적극 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순 독주’를 막기 위해 ‘반박(원순)연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만약 결선투표가 도입돼 박 시장이 과반에 미달하면 ‘박원순 대 반박연합’ 구도가 완성된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결선투표가 도입되지 않으면 현역 의원들 중 상당수가 경선을 포기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행 민주당 당규도 박 시장 편에 서있다. 박원순·정봉주를 제외한 현역 의원들은 서울시장에 출마할 경우 10%의 페널티를 받게 된다. 
 

민주당은 지난 2015년 9월 ‘임기를 4분의 3 이상 마치지 않고 다른 공직에 출마하는 선출직에 대해서는 최고위원회가 정한 기준에 따라 심사결과의 10%를 감산한다’는 규정을 신설한 바 있다. 

2016년 4월13일 20대 총선을 치른 우상호·박영선·민병두·전현희 의원의 임기는 아직 4분의 3 이상을 마치지 못해 페널티 대상이다. 후보군들 사이서 “현역 지자체장에게 절대 유리한 당규”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후보 난립
그래도 유리

민주당 입장에선 행복한 고민이다. 여러모로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태서 높은 인지도와 강한 내공을 지닌 소위 ‘스타성’ 있는 정치인들이 경선 열기를 달구고 있기 때문이다. 후보 층도 두터워 유권자들의 관심을 받기 충분하다. 

여러모로 야권보다 최소한 한 발 이상 앞서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과연 여러 변수를 뚫고 박원순 대 안철수의 대결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인가. 현 상황이 6월까지 이어진다면 두 사람의 대결은 시간문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돌고 돌아 결국 오세훈?

6·13 지방선거가 4개월도 채 남지 않았음에도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좀처럼 서울시장 후보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당 지도부가 전직 시장·도지사 등 소위 ‘올드보이 차출’에 나서는 모습이다. 

대구·경북을 제외하곤 ‘인물난’에 시달리는 한국당의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올드보이 차출설은 홍준표 대표가 군불을 지폈다. 

설 연휴 직전에 가진 기자간담회서 홍 대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차출설에 대해 “원 오브 뎀(여러 명 중 한 명)”이라며 “당의 제일 중요한 자산이고 당을 이끌어나갈 지도자감”이라고 평가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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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