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 남매 각축 기업들

아들 승계 옛말 ‘딸들의 전성시대’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과거 재계는 장자 승계 원칙을 따랐다. 불가피하게 장자가 승계를 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차선책으로 아들들에게 그룹 지배권이 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최근에는 이 같은 기조가 바뀌고 있다. 남녀구분 없이 모든 자식들에게 사업권을 분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 남매 경쟁구도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재계는 지금 그룹 승계를 두고 남매 경쟁이 한창이다. 때론 뭉치고 때론 대립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의 경쟁이 그룹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신세계그룹은 현재 가장 치열하게 남매 전쟁을 벌이고 있는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제부터
본격 경쟁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장남인 정용진 이마트 부회장에게는 마트 및 종합쇼핑몰 사업부분을, 장녀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에게는 백화점 사업부문을 맡겼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의 경우 이 회장이 지분 18.22%로 최대주주 신분이고 뒤이어 정 총괄사장이 9.83%로 2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오빠인 정 부회장은 신세계에 지분이 없다. 반대로 이마트는 18.22%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이 회장의 뒤를 이어 정 부회장이 9.83% 지분으로 두 번째로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

지분구조가 눈길을 끈다. 명확하게 남매가 가진 지분은 신세계와 이마트로 지분이 갈렸지만 둘 중 누군가 사업 부진으로 경영 능력을 의심받게 되면 이 회장이 다른 자녀에게 지분을 몰아줘 경영권을 박탈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아직까지 두 남매는 어머니인 이 회장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그들의 경영 행보는 조심스럽다.

최근 정 총괄사장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 총괄사장은 가정용 가구 산업인 ‘홈퍼니싱(집 꾸미기)’ 사업에 손을 댔다. 신세계는 지난달 24일 공시를 통해 중견 가구기업 까사미아 주식 681만3441주(92.35%)를 1837억1762만원에 취득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정 총괄사장이 신세계의 책임경영을 본격화한 2015년 이후 첫 기업 인수합병(M&A)이다.

아픈 손가락으로 평가받던 화장품 사업 부문서 최근 처음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것도 그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화장품 사업서 매출 627억원, 영업이익 57억원을 달성하며 화장품 사업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더구나 사드 여파로 화장품 업계가 힘든 시기임을 감안하면 이번 성과는 유의미한 지표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일각서 여전히 그의 경영 능력에 물음표를 찍기도 한다. 당시 상황을 복기해보면 정 총괄사장이 그룹 내에서 패션·뷰티 영역을 맡았던 2012년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 코스메틱스’를 인수해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화장품 업계가 호황기에 접어들 것이란 판단과 신세계 그룹이 가지고 있는 유통망에 대한 지원을 기대한 것이다. 판단은 틀리지 않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의 화장품 기업들은 뷰티업계의 호황을 타고 큰 폭으로 성장했지만 정 총괄사장의 비디비치는 적자 행진을 거듭한 바 있다. 
 


이 점 때문에 정 총괄사장의 까사미아 인수에도 기대와 불안감이 상존한다. 정 총괄사장 선택이 어떤 결과를 이끌어낼지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존재감 과시 위해 신사업에 매진
밀려났다 다시 기회 엿보기 반복 

정 부회장도 활발히 신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 역시 활발한 투자 행보를 펼치고 있는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가 집중되는 곳은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와 이마트24다. 스타필드의 경우 하남과 코엑스, 고양 등에 이어 창원에도 오픈을 계획하면서 공격적인 영토확장에 나섰다. 

정 부회장은 기존 국내 복합쇼핑몰의 규모보다 더욱 큰 규모의 복합쇼핑몰을 구상했다. 시장서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지난 9월 신세계가 스타필드 하남 개장 1주년을 맞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년간 약 2500만명이 스타필드 하남을 방문했다. 

현재까지는 스타필드와 관련된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마트24 사업에서는 온도차가 존재한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7월 이마트24를 그룹 내 핵심 사업으로 키울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3000억원의 투자계획도 전했다. 사실 이전에도 이마트는 이마트24(당시 위드미)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마트24를 인수한 직후인 2014년부터 유상증자를 통해 2080억5000만원의 자금이 편의점 사업에 들어갔다. 

이에 힘입어 점포수도 늘었다. 2014년 501개였던 점포수는 2017년 2653개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그러나 수익성 지표는 긍정적으로 읽히지 않는다. 2016년까지 이마트24의 누적손실은 751억원 규모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343억원으로 집계되면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결과적으로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 모두 불투명한 신사업에 승부수를 띄웠다. 이들의 선택이 신세계그룹 후계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도 남매 간 경영경쟁을 펼치고 있다. 현재 현대차는 현대차를 비롯한 비금융 계열사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금융계열사는 정명이 현대카드캐피탈커머셜 부문장이 나눠 경영하고 있다. 
 

다만 금융 계열사의 경우 정명이 부문장의 남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지분 관계는 정 부회장, 정 부문장 둘 다 불안한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 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기대를 충족시킬만한 성과를 내야 한다.


뒤에 있다가
뒤늦게 두각

이상 징후가 감지된 곳은 정태영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 현대라이프생명 등이다. 그동안 정태영 부회장은 정명이 부문장을 대신해 경영 전면에 나서 이들 회사를 이끌었다. 

따라서 정 회장이 정명이 부부에게 금융 부분을 맡길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이었다. 다만 아직 금융계열사 지분이 많지 않아 확실한 승계를 받았다는 평가에는 무리가 있다. 이들 부부가 가지고 있는 지분은 현대커머셜 지분 50%(정명이 33.33%, 16.67%)가 전부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주식은 없다. 

이 같은 상황서 최근 이들 계열사가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정명이 부부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이 금융부분을 맡은 후 2016년 기준 실적점유율 15.11%로 업계 3위 자리에 올랐으나 최근에는 지난해 1분기 14.86%로 0.25% 감소하면서 4위인 KB국민카드(13.44%->14.09%)와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양상이다.

현대캐피탈도 성적이 좋지 않다. 국내 자산기준 상위 13개 캐피탈사들의 2017년 3분기 누적 실적을 비교해 본 결과 3년 대비 현대캐피탈을 제외한 모든 캐피탈사가 플러스 성장을 기록해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현대라이프생명는 2012년 인수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 연말 정기 임원인사 전 현대차그룹은 정명이 당시 현대커머셜 고문을 현대커머셜의 커머셜부문장, 현대카드 브랜드 부문장, 현대캐피탈 브랜드부문장으로 선임했다. 

정명이 부문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정태영 부회장의 입지가 줄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정명이 부문장이 경영에 직접 나설 만큼 정명이 부문장 부부의 입지가 그룹 내에서 크게 줄어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따라 향후 금융계열사의 성적이 이들 부부에게 중요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현대차의 주요 계열사를 맡고 있는 정의선 부회장은 중국의 사드 여파 및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로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중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달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서 기자들을 만나 “굉장히 심각했지만 오히려 좋은 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기회가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에는 중국에서 90만대, 많으면 100만대까지 팔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엎치락뒤치락 
살얼음 구조

재계에서는 어려운 업황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 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모양새다.

한진그룹도 남매가 승계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녀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진에어 부사장 등이 주인공이다.

현재 조원태 사장이 그룹 내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그는 지난 1월 평창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조양호 회장가 함께 나서 그룹 내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의 경영 실적은 긍정적으로 읽힌다. 대한항공 사장으로 취임한지 1년이 넘은 조 사장은 인천~스페인 바르셀로나 직항 노선 취항을 적극 추진하는 등 주력 노선에 힘을 실었다. 그 결과 해당 노선은 지난해 4월 취항 이후 평균 82% 수준의 탑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장거리 노선의 안정적인 운영은 실적 안정에 보탬이 됐다. 대한항공은 중국발 사드 보복 여파를 딛고 2분기 172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했다. 3분기에는 전년동기 대비 22.7% 줄어든 3555억원을 기록하긴 했지만 환차손, 고유가 리스크라는 영업환경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조현민 사장도 진에어서 경영 능력을 검증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진에어를 성공적으로 상장시키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냈다. 실적도 좋다. 진에어는 2017년 한해 매출은 8883억 원, 영업이익은 969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1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23.4% 늘었으며 영업이익도 85.5% 증가했다. 진에어는 지난 12월 상장하며 올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하고, 중장거리 및 지방발 해외 노선을 개설해 50개 이상 노선에 취항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현아 전 사장은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아직까지 경영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2014년 12월 이륙을 준비 중이던 항공기 안에서 땅콩 제공 서비스를 지적하면서 난동을 부리고, 비행기를 회항해 수석 승무원을 내리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해 말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를 받으면서 재판이 마무리됐다.

경영능력 입증에 주력
지분증여까지 조마조마

그러나 법적인 판단과는 별개로 도덕적인 문제가 제기되면서 아직까지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지난달 평창올림픽 성화봉송서 모습을 드러내면서 경영 복귀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남매 승계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아워홈도 역시 남매 전쟁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현재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이 내부 안팎으로 공격 경영에 나서고 있지만 경영능력을 인정받기까지 갈길이 멀다는 평가다. 구 부회장은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22개 브랜드를 오픈했다. 

여동생 구지은 캘리스코 대표의 주력 분야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그러나 2015년 7월 구지은 대표가 아워홈을 떠나기 전까지 경영능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이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붙는다.

반면 구지은 대표는 캘리스코 대표를 맡아 경영능력을 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2016년에는 매출 639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100억원 넘게 증가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구지은 대표의 아워홈 복귀설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구본성 부회장의 아워홈 지분이 경영권을 장악할 만큼 많지 않다는 점도 향후 갈등의 소지로 남을 수 있다.

구지은 대표는 아워홈 지분 20.67%를 보유하고 있어 구본성 부회장(38.56%)에 이어 아워홈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구지은 대표와 우호적인 관계인 언니 구명진씨(19.6%)와 지분을 합치면 구 부회장의 지분보다 많다. 여기에 구 대표는 캘리스코의 최대주주로 지분 46%를 소유하고 있어 그룹 내 존재감 면에서 구 부회장이 앞선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현재 구 대표의 뚜렷한 행보는 감지되고 있지 않지만 언제든지 남매 경영권 경쟁이 수면위로 올라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CJ그룹도 남매 승계 경쟁을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이재현 회장의 장녀 이경후(33) 상무대우가 승진 8개월 만에 상무로 또 한 번 승진했다. 

이경후 상무는 미국 콜럼비아대 석사 졸업 후 2011년 CJ 기획팀 대리로 입사, 6년 만인 지난해 3월 임원으로 승진한 바 있다. 반면 이선호 CJ그룹 부장은 승진 대상자서 아예 제외됐다.

한입씩∼
쪼개기도

이에 따라 이들 간 경영권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선호 부장은 1년째 승진 대상자 명단서 빠지면서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다만 지분 승계는 이선호 부장 쪽이 앞선다. 

지분 승계의 핵심 계열사로 분류되는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은 이선호 부장이 이경후 상무보다 더 많다. 

이 부장은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7.97%를 보유해 CJ에 이어 CJ올리브네트웍스의 2대주주다. 이 상무는 지분 6.91%를 소유하고 있다. 이밖에 이선호 부장은 CJE&M 지분 0.68%을 가지고 있다. 이 상무는 CJ 0.13%, CJE&M 0.27%로 이선호 부장보다 지분이 적다.

이에 따라 각자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된다. 또한 향후 이경후 상무가 경영능력을 입증하면 승계구도에 변화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승계를 두고 더욱 치열한 다툼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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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