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 낙선한 원칙과 소신의 ‘왕바보’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

“노무현이 ‘바보’라면 나는 ‘왕바보’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부산시민들은 김정길 전 장관을 ‘왕 바보’라 부른다. 부산에서 2번, 종로에서 1번 낙선 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바보’, 원칙과 소신을 지키며 부산에서만 21년간 총 6번 낙선 한 김 전 장관은 ‘왕바보’라는 것이다. 굴곡 많은 정치 인생을 보냈지만 노 전 대통령과 함께 3당 합당을 거부한 유일한 정치인으로 알려졌고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부산을 떠나지 않은 정치인으로 호평이 나있다. 지난 6월 대규모 출판기념회를 가지며 대권 출마 의사를 밝힌 김 전 장관, 국지성호우가 내리다 마다를 반복하는 여름날 여의도에 위치한 김 전 장관의 팬클럽 ‘길벗’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3당 합당 거부한 유일한 정치인
광주에서 대규모 출판기념회 가지며 대권 출마 의사 밝혀

김정길 전 장관은 인터뷰 도중 ‘원칙’과 ‘소신’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그만큼 정치적 명분과 원칙, 소신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김 전 장관은 1990년 3당 합당 당시 고향선배이자 정치적 스승인 YS의 손을 잡았다면 지금은 7선 국회의원으로서 화려한 정치인생을 펼쳤을지도 모른다.

그간 민주당을 버리라는 주변의 권유도 많았고 공천심사특위 위원장으로 수도권의 유리한 지역에 자신을 공천해 충분히 당선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원칙과 소신을 분명히 지키며 끝없이 사지(死地)인 부산으로 내려가 지역주의와 맞서 싸웠다.

김 전 장관은 3당 합당 당시 “59명의 국회의원 중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의원들도 많았으나 마지막에 남은 사람은 노무현과 나 뿐이었다”며 “당시 언론에서는 우리를 ‘버려진 낙동강 오리알’로 불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하나의 알은 부화해 자신의 꿈을 펼쳤지만 하나의 알은 아직도 알을 깨고 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 두꺼웠던 껍질을 깨고 나오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비추는 김 전 장관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버려진 낙동강 오리알
이젠 껍질 깨고 나올 것


Q. 한진중공업 사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전반적인 입장은?
- 한진중공업은 작년 2월 더 이상의 해고는 없다고 노사합의를 했다. 하지만 사측에서 일방적으로 합의를 깨고 9월 400명을 해고 했다. 회사가 어려워서가 아니다. 해직 통보를 한 다음날 주주들에게 174억 주식을 배당하고 임원들 금여를 50% 인상했다. 한진중공업은 4000억원의 흑자를 냈다. 납득 할 수 없는 결과다. 노사합의를 깬 것은 사측의 잘못이지 노조 책임이 아니다. 대화조차도 안하려는 사측의 태도와 200일이 넘도록 방치하고 있는 정부의 잘못이 크다.

Q. 3차 희망버스 시행 때 경찰과 보수단체들의 반발이 심했는데?
- 각자의 입장이 다르니 반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폭력은 안 된다. 전직 장관이었던 내가 가는데도 경찰이 길을 막더라. 보수단체들은 시민들에게 신분증 확인을 요구하며 폭력을 행사했다. 집회와 시위의 권리는 헌법에 보장돼있다. 이들에게 그럴 권리는 없다. 이것은 명백한 헌법위반이다. ‘무탄무석’을 제안하고 실제로 실천했던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이었던 나로서는 정말 기가 찰 노릇이었다.

Q. 200일이 넘게 고공 크레인에서 투쟁중인 김진숙씨에 대해 한 말씀 하신다면
-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밤·낮·새벽 할 것 없이 ‘지켜 달라’는 문자가 온다. 인간의 생명은 천하보다 귀하다. 사람이 희망이다. 그는 소중한 사람이다. 이것은 더 이상 노사 간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계의 상징적인 사건이다. 극한 선택을 안했으면 한다. 살아서 싸우자고 당부하고 싶고 꼭 지켜주겠다.

Q. 해결방안은 어떠하다 보는가?
- 먼저 극한투쟁은 안 된다. 서로 신뢰해야 하고 대화로서 풀어나가야 한다. 갈등을 털어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양측의 입장차는 내가 중재 하겠다.

Q. 최근 문재인 이사장이 “장관님이 힘을 써준다면 총선 분위기를 바꾸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한 입장은?
- 당연히 힘 쓸 것이다. 당에 힘이 될 수 있도록 나의 역할을 다 할 것이다. 도리어 문 이사장도 함께 하자고 당부하고 싶다. 요즘 가수 2PM이 인기던데 나와 김두관 경남지사, 문재인 이사장을 묶어 ‘2KM’이라 칭한다. 2KM이 힘을 합쳐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Q. 부산 영도에 출마해 김형오 전 의장과 맞대결을 벌일 것이라 전망된다. 각오는?
- 영도는 나에게 있어 정치적 고향이다. 여건만 허락한다면 마지막 정치 인생을 영도에서 마무리 하고 싶다. 하지만 나의 입장만 내세울 수는 없다. 당을 생각해야 한다. 부산 출마는 확실하지만 지역구는 정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유력 인물이 나오는 곳으로 출마해 어려운 싸움을 할 것이다.

Q. 야권 대통합에 대한 입장은?
- 나는 ‘백만민란’에서도 활동 중이다. 통합을 주장해왔다.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야권통합을 이루어야 한다. 통합이 힘들면 한나라당과 1:1 구도를 형성해야만 한다. 총선은 모르겠지만 대권에서의 야당 단일후보는 합의를 도출해 낼 수 있을 거라 본다.

Q. 내년 총선을 예상한다면?
- 최소 절반 이상을 생각한다. 쉽지 않겠지만 지난 6·2 지방 선거와 4·27 재보선 선거 때 할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실제 유력 인사들이 나에게 출마 의사를 드러내고 있다.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Q. 대규모 출판기념회를 가지며 대권출마의사를 밝혔다.
- 의사를 나타낸 것이지 공식 선언은 아니었다. 최선을 다 할 것이지만 선택은 국민이 하는 것이다. 치열한 경선을 통해 검증되고 이길 수 있는 후보가 나와야 한다. 당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Q. 정치적 경륜은 누가 봐도 인정할 듯 보이지만 낮은 인지도가 신경 쓰이실 듯하다.
- 경륜은 하루아침에 만들지 못하지만 인기도는 하루아침에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슈퍼스타K’와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이 인기인데 실력 있는 허각과 임재범이 하루아침에 스타가 됐다. 나의 경륜과 정치적 소신으로 정치권의 허각, 임재범이 되겠다.

국가는 모든 국민에
행복한 집이 되어야


Q. 손학규 대표를 비난하셨는데?
- 역량은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정체성과 일관성이 문제 된다고 본다. 차라리 한나라당에 있었다면 차기 대권주자 자리를 보장 받았을 것이다. 옷은 민주당 옷을 입고 생각은 한나라당 생각을 하고 있으니 잘못된 것이다. 민주당의 옷을 입었으면 민주당의 당적을 따라야 하는데 종북진보와 같은 발언은 잘못됐다.

Q. 박근혜 전 대표를 평가하신다면?
- 박 전 대표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 정치인이다. 그중에서도 침묵하는 장점이 있다. 천막당사 시절 당을 일으킨 점과 세종시 원안 강행을 주장 한 점들은 존경할 만하다. 하지만 민생문제나 주요현안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침묵만이 미덕이 아니다. 진정한 정치 지도자라면 바른말을 할 줄 알아야 한다.

Q.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3당 합당을 거부한 일화로 유명하시다. 그때를 회고하신다면
YS의 손을 잡았더라면 7선 의원이 되어 있었을 것이다.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정치적 명분과 소신을 지키고 싶었다. 야당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국민과 자식들에게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어느 시대든 시대적 양심을 지키는 이가 있어야 한다. 한 지도자가 당적을 옮긴다고 다 따라가는 것은 치욕의 역사라 생각해 거부했다. 하지만 당시는 당적을 옮긴 57명이 아니라 노무현과 나를 배신자라 칭했다.

Q. 지난 지방 선거 때 44.57%의 높은 득표율을 보였지만 아쉽게 낙선했다. 하지만 지역주의의 균열을 가져온 선거혁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 당시 조경택 의원, 문재인 실장, 김두관 후보자, 정세균 대표까지 찾아와 시장 출마를 권유했다. 몇 번을 거부 했지만 이들의 5고, 6고 초려 끝에 승낙하게 되었다. 결과는 떨어졌지만 당당했다. 45%의 높은 득표율을 보였고 부산에서도 민주당이 가능 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6·2 지방선거가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Q. 부산시장 출마 당시 아내의 반대가 심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 20년간 패배만 하는 선거를 하다 보니 아내도 많이 지쳤다. 미안한 마음에 정치를 안 하겠다 약속했고 밀양에 내려가 전원생활을 하며 지내자고 했다. 아내가 너무 좋아하더라. 집 설계도 끝난 마당에 부산의 지역지에 부산 시장 출마로 대서특필 된 것이다. 아내의 반대가 말도 못하게 심했다. 보름동안 여관방 생활을 지냈다. 나 때문에 원치 않은 오해도 샀고 힘든 나날을 보낸 아내에게 많이 미안하고 믿고 따라줘서 고맙다.

내년 총선에서 역할 다하겠다. ‘2KM’ 뭉치자!
‘지켜달라’는 김진숙씨 문자, “꼭 지켜주겠다”

Q. 원칙과 소신을 지켜왔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 사실 조금 섭섭한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과정을 중시한다고 하지만 결과를 중시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부산에서 두 번 낙선하고 종로로 지역구를 바꿔 출마 할 때 명분이 없어 고민했다. 그 명분을 내가 그 지역구로 출마하며 만들어 줬다. 원칙과 소신을 지켜왔지만 사람들은 당선 된 자들에게만 관심이 집중되더라.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당을 고집하며 시장 출마했지만 관심은 무소속으로 당선된 김두관 지사에게만 집중되더라. 노무현의 그늘에서 살아왔는데 요즘은 문재인의 그늘에서 살고 있다. 무슨 기구한 운명인지 모르겠다.

Q. 문재인 이사장과 여러모로 비교되고 있다. 차이점은?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함께 했다. 문 이사장은 노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가장 화려하고 소위 잘나갈 때 함께했다. 문 이사장은 정치경험 없이 청와대에서 대통령만 모셔봤다. 나는 국회의원과 장관을 지냈고 스포츠 외교관으로 세계 100여 개국을 돌며 저변을 확대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Q. 노무현 전 대통령을 회고 하신다면?
- 1살 차였지만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함께한 정치적 동지이자 친구다. 비슷한 정치 인생을 보내 서로에게 많이 의지되고 위로됐다. 함께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기울였던 때가 기억에 남는다. 노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정치인생을 마감하려 마음먹었지만 그의 서거가 다시 나를 정치하는 계기가 되었다.

Q. 김대중 전 대통령을 회고 하신다면?
- 나에게는 두 분의 정치적 스승이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굉장히 열심히 공부하시는 분이다. 하지만 결단력은 김영삼 대통령이 나았다. 원칙과 소신을 지키며 살아온 정치인으로 는 대한민국 최고라 생각 했지만 김대중 대통령의 일대기 영상물을 보고 너무 부끄러웠다. 3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끝까지 굴하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지킨 그를 생각하면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그런 대통령을 모셨다는 사실이 영광스럽다.

부자에게는 명예를!
빈자에게는 존엄을!


Q. 이명박 정부가 대한체육회장을 ?아내려 할 당시 심정은?
-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임기가 남아 있는데 ?아 내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떳떳했다. 나는 공·사가 분명한 사람이다. 판공비를 허비할 수 없어 해외 출장을 나갈 때 비행기도 이코노미를 탔고 휴대전화도 사적인 전화기와 업무용 전화기 두 대를 썼다. 10일간의 감사원 감사를 받았지만 감사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당당했다. ?아내려 했던 이명박 정부가 도리어 올림픽까지만 해달라고 잡더라.

Q. 이명박 정부를 평가한다면?
- 많은 국민들이 경제 살리기에 기대를 하고 뽑았지만 모든 국민들이 실망하고 있다. 남북관계는 물론 민주주의도 후퇴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10년 이상 후퇴시켰다고 본다. 국가는 모든 국민에 행복한 집이 되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부자들에만 행복한 집이 되고 있다. 서민들에게 너무 힘든 집이 되고 있다.

Q. 장관님이 희망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은?
- 부산 시장 선거 당시 당감동 판자촌에 유세를 간 적이 있다. 힘들게 사시는 할아버님의 모습을 보고 정치하는 우리가 잘못해 이런 힘든 서민들이 있다고 생각해 말을 이을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이 흘렀다. 모든 국민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 북 유럽식 보편적 복지를 희망한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부자에게는 명예를, 빈자에게는 존엄을 줄 수 있는 사회가 돼야한다.


<김정길 전 장관 프로필>

▲ 2010년 제5회 지방선거 부산 시장 범야권단일 후보
▲ 2007년~2008년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위원장
▲ 2005년~2008년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 2005년~2008년 제35대 대한체육회 회장
▲ 2004년 열린우리당 상임고문
▲ 2004년 제22대 대한태권도협회 회장
▲ 1999년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
▲ 1998년 제1대 행정자치부 장관
▲ 1997년 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
▲ 1992년 민주당 최고위원
▲ 1991년 민주당 초대 원내총무
▲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 1985년 제12대 국회의원


<주요 저서>

<우리의 가을은 끝나지 않았다> - 1978년
<공무원은 상전이 아니다> - 1998년
<3인행-사람의 숲을 거닐다> - 2006년
<김정길의 희망> - 2011년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부인은 통신상 기밀을 요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저 ‘대통령의 아내’다. 비화폰이 필요하지도 않고 쓸 일도 없다. 김건희씨는 그 어떤 영부인과는 달랐다. 윤석열정부 초부터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정치권을 포함해 이곳저곳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비화폰은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고 내용도 암호화된다. 정부와 대통령실 경호처·안보 담당 고위 관계자, 군·정보기관에 근무 중인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민간인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김건희씨는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비화폰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지켜졌던 관행을 파괴하고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수사기관·정치권 등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수사 개입 정황 확인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씨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 관계자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당사자 21명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및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외압이 의심되는 기간 비화폰 통신 기록을 분석하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특검보는 김씨도 비화폰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본인에게 지급된 것”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지난 2023년 7∼8월 소위 ‘VIP 격노’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 외압과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윤 전 대통령과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인물의 자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들이 당시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을 사용해 연락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통신 기록 확보에 추가로 나선 것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일반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들은 어느 정도 확인됐는데 중간중간 비화폰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누구와 어떤 시기에 수발신이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채상병 특검, 윤·김 통신 기록 확보 조태용·김태용 등 “VIP 격노 사실” 앞서 특검팀은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통신 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고, 경호처 측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특검에 제출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화폰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발단이 됐던 2023년 7월31일 VIP 격노 회의 전후 기간 이들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내가 VIP(윤 전 대통령)한테 얘기하겠다”고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비화폰 기록을 토대로 김씨가 이 전 대표와 어떤 통화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씨의 비화폰 사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석열정부 이전엔 대통령 부인이 비화폰을 상시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경호처 출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영부인이 비화폰을 쓰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여러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관행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경호처는 “비화폰은 국가정보원의 ‘국가정보보안 기본 지침’ 등을 근거로 한 대통령경호처의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며 “김씨에 대해서는 관련 내부 규정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에게 지급된 비화폰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은 사용할 수 없고 송수신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만 가능하다. 그의 비화폰 기록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씨의 비화폰 기록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어서다. 지난해 7월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사건으로 검찰 출장 조사를 받기 전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30분 넘게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부 맞다” 줄줄이 실토 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김 전 수석이 당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2차례 통화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김씨의 비화폰 기록이 추가로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특검팀은 최근 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7시간가량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쯤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 보고를 받을 당시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 7명 중 한 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육군 중장·현 국방대학교 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해 대통령실 내선전화(02-800-7070)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전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로만 보면 4번째다. 정 특검보는 “해병대수사단이 이첩한 수사 기록의 회수와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확인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순직 사건 기록을 이첩한 당일 임 전 비서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연락하며 수사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 등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북경찰청 사이에 다리를 놓아 이첩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하던 박모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이 전 비서관이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 총경은 대통령실과 국수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3년 8월2일 이모 전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에게 전화해 유 전 관리관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경북청이 연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과장도 특검에 출석해 박 총경이 이 전 비서관 이름을 언급하며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기록을 이첩한 직후 2023년 8월2일 오후 1시21분 이 전 비서관과 통화하고 뒤이어 오후 1시42분 유 전 관리관에게 전화했다. 누구와 통화했나 유 전 관리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경북청에서 전화를 걸어올 것이란 말을 들었고, 경북청 관계자와 통화하며 수사 기록 회수를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관리관은 노모 당시 경북청 수사부장과의 통화에 대해 “경북청에서 ‘아직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회수해 갈 것인가’라고 물었고, 판단하기론 ‘항명에 따른 무단 이첩이라 회수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유 전 관리관과 경북청의 통화 이후 해병대수사단에서 이첩한 수사 기록은 같은 날 오후 7시 20분쯤 국방부검찰단에서 회수했다.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8명으로 혐의자가 적시된 해병대 수사 기록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를 거쳐 2명으로 축소돼 경북청에 다시 보내졌다. 특검팀은 수사의 초점을 점차 국방부검찰단의 수사 기록 회수와 국방부조사본부의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 확인으로 옮기고 있다. 정 특검보는 “기록 회수와 재검토 등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 “수사 초반에 비해 기록 회수나 (조사본부) 재조사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김진락 전 국방부조사본부 수사단장(육군 대령)의 2023년 8월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에서 자필로 작성한 20여쪽 분량의 수첩을 확보해 국방부의 외압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아닌 2023년 초부터 사용 “문제 생기거나 위기 때마다 애용” 국방부조사본부는 2023년 8월9일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해병대수사단 수사 기록 재검토에 들어갔고 닷새 후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로 판단한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국방부조사본부는 총 6차례에 걸친 보고서 수정을 거쳐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적시한 재검토 결과를 경북청에 재이첩했다. 김씨와 비화폰으로 통화한 인물들은 모두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에 김씨가 윤 전 대통령이나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비화폰으로 김 전 수석과 조 전 원장 등과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한 인물은 윤석열정부 초대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한다. 김씨가 비화폰을 많이 사용하던 시기는 2023년 초부터다. 특검팀도 2023년 3월부터 김씨가 비화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지난해 9월부터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사 안팎에서는 노 전 사령관과 김씨가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직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연남 역할은? 한 정보사 관계자는 “김씨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의 내연남 의혹을 받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노상원을 후원하던 사람이라는 풍문은 많이 알려진 얘기”라며 “노상원과 내연남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내연남이 노상원에게 돈을 퍼줬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내연남이 노상원과 비화폰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무속과 고민 상담 등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