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세태> 노래방 꽃뱀 주의보 천태만상

도우미와 하룻밤 다음날 피의자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최근 성폭력 사건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가정, 학교, 직장서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등 피해를 당한 여성들의 호소가 이어지면서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변화에 찬물을 끼얹는 게 이른바 꽃뱀이라 불리는 이들이다. <일요시사>가 꽃뱀 관련 사건들을 추적해봤다.
 

서지현 통영지청 검사가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가해자로 안태근 법무부 소속 검사가 지목됐고 사건 장소에 법무부장관이 동석한 사실도 알려졌다. 검사를 상대로 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자 여성들은 더 이상의 안전지대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검사까지?
성폭력 만연

그럼에도 과거 숨기기 급급했던 성폭력 범죄는 최근 SNS 발달 등으로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해 경험을 공론화 하는 데 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저하지 않는 모양새다. 

성폭력 범죄를 대하는 사회적 분위기 또한 피해자에 공감하고 나아가 예방과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서서히 변하고 있다.

문유석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SNS에 서 검사 관련 글을 올렸다. 그는 “딸들을 키우는 아빠로서 서지현 검사님이 겪은 일들을 읽으며 분노와 눈물을 참기 어려웠다. 이따위 세상에 나아가야 할 딸들을 보며 가슴이 무너진다”고 글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거기서 그쳐서는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며 “내 앞에서 (성폭력 사건이) 벌어졌을 때 절대로 방관하지 않고 나부터 먼저 나서서 막겠다는 #Me First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문제는 성폭력 범죄 상황을 꾸며내거나 악용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변화를 더디게 만든다는 점이다. 

최근 합의금이나 명예훼손을 목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며 거짓 신고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6년 무고죄 발생 건수는 모두 3617건으로 2012년 2734건보다 1000여건 가까이 늘어났다. 전체 무고죄의 40%가량이 성범죄 관련이다.

지난해 8월 학생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던 전북 무안의 한 중학교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는 직위해제 상태로 교육청 산하 학생인권교육센터서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처음 신고한 학생이 거짓말이라고 털어 놓으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학부모까지 나서 교사를 처벌하지 말라고 탄원서를 냈지만 인권센터는 성희롱과 인권 침해가 있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성추행 교사로 낙인찍힌 그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현행법상 무고죄는 최대 법정형 징역 10년, 벌금 1500만원 수준의 처벌을 받는 중범죄지만 초범의 경우 집행유예나 가벼운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허위 신고를 당한 사람은 성추행범, 성폭행범 등으로 알려져서 사회적 타살 위기에 처한다. 2016년 10월 한 SNS 이용자는 시인 박진성씨가 2015년 미성년자인 자신을 성희롱했다는 글을 올렸다. 당시 문단 내 성폭력 문제가 불거지고 있던 때라 해당 글은 빠르게 확산됐다.

성폭력 사건 공론화↑
사회적 인식 변화 중

최초로 문제가 제기된 후 1년 가까이 지속된 사건은 지난해 10월 검찰이 박씨를 무혐의로 불기소 처리하면서 마무리됐다. 박씨는 자신을 허위로 고소한 두 여성을 무고죄로 고소했는데, 각각 기소유예와 벌금 처분을 받았다. 

“사회적 생명이 끊겼다”고 토로한 박씨는 자살을 시도했으나 가족에게 발견돼 의식을 회복했다.

지난해 무고로 기소된 2105명 가운데 109명만 구속됐고 나머지 95%는 불구속 기소되거나 약식 명령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무고죄에 대한 가벼운 처벌이 ‘아님 말고’ 식의 고소를 양산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피해를 당하지 않았지만 금전 등의 이유로 일단 신고하고 보자는 식의 행위가 늘고 있는 것.

인천지방검찰청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형사 사법질서를 왜곡해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하고 수사력 낭비와 재판을 방해한 거짓말 사범에 대한 집중 단속을 실시했다. 이 과정서 40대 노래방 도우미 A씨가 합의금을 받기 위해 손님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허위 신고한 사례가 적발됐다.

A씨는 생활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손님으로 만난 남성 B씨에게 접근해 성관계를 가진 후 성폭행을 당했다고 허위로 신고했다. 

A씨와 B씨는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지만, 이후 A씨는 전화와 문자 등으로 협박해 합의금 명목으로 2000만원을 요구했다. B씨는 1000만원을 건넸고, A씨는 남은 1000만원을 더 받기 위해 경찰에 성폭행을 당했다고 거짓으로 신고했다가 범행 사실이 들통 났다.

지난 2013년 대전에서는 손님과 두 차례 성관계를 가진 후 합의금을 뜯어내기 위해 협박한 노래방 도우미가 실형을 선고 받았다. 당시 노래방 도우미는 성관계 이후 “네가 나를 강간했지? 네 가정부터 모든 것이 파탄난다”며 돈을 요구해 1150만원을 챙겼다. 

그러다 추가로 돈을 받아내기 위해 강간당했다는 취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면서 만난 손님을 상대로 혼인 빙자 사기를 쳐 거액을 뜯어낸 일도 있다. 충북 음성서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던 심모씨는 손님으로 찾아온 이모씨에게 접근해 사채를 갚아주면 같이 살겠다고 속여 1억5000만원을 가로챘다. 피해자는 심씨의 꾐에 빠져 모든 재산을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인과 함께 역할을 분담해 범행 대상에게 돈을 뜯어내는 일도 부지기수다. 

중년 교사들에게 접근해 성관계를 맺고 간통이나 성폭행으로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은 사기단도 남성 1명과 여성 1명이 공범으로 활동했다. 

최모씨는 2014년 5월 김모씨에게 전남의 한 중학교 교사와 성관계를 맺도록 만들고는 남편 행세하며 협박해 1억1000만원을 뜯어냈다. 이들은 전남 인근 한 고등학교 교감에게도 비슷한 수법으로 1억원을 갈취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무고죄 처벌
초범은 약해

30대 재력가를 유혹한 후 성폭행 당했다며 합의금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뜯어내려한 남녀 사기단도 있었다. 바람잡이, 꽃뱀 등으로 역할을 분담한 이들은 피해 남성이 꽃뱀 역할을 맡은 여성을 모텔로 데려가 성관계를 맺으려 하자 경찰에 강간당했다고 주장했다. 

사기단은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서 3000만원에 합의하자고 종용했지만 피해자가 결백을 주장하며 거절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들에게는 징역형이 선고됐다.


초등학교 동창을 상대로 꽃뱀을 붙여 돈을 갈취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 2015년 경기 수원중부경찰서는 고향 친구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꽃뱀 여성을 소개한 후 돈을 뜯은 혐의로 박모씨를 구속했다. 이들은 총책, 꽃뱀 등으로 일을 분담해 범행을 저질렀다. 

박씨 일행은 노래방으로 고향 친구를 불러내 꽃뱀 역할을 맡은 김씨와 단둘이 있게 만든 후 “왜 강간하느냐”고 협박해 1700만원을 뜯은 혐의를 받았다.

지인을 이성과 합석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한 후 성추행을 당한 것처럼 협박해 돈을 가로챈 범행도 발각됐다. 주범이 꽃뱀 역할을 할 여성을 섭외하는 등 전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각각 임무를 부여하는 식이다. 

송년회 등의 장소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주범은 범행 대상과 술을 마시면서 미리 섭외한 꽃뱀 역할 여성들에게 자연스럽게 합석을 권유한다.

이후 노래방으로 유인해 범행 대상에게 만취할 때까지 술을 권한 후 꽃뱀 역할의 여성만 두고 자리를 피하는 수법이다. 일정 시간을 기다리다 다시 방으로 들어가면 꽃뱀 역할의 여성이 눈물을 흘리는 등 성추행을 당한 것처럼 연기하고, 공범들은 만취한 피해자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추궁하며 협박했다. 

공범들은 꽃뱀 역할의 여성을 귀가 시킨 후 합의금이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즉석만남을 통해 만난 남성을 술집으로 유인해 바가지를 씌우는 범죄도 기승을 부렸다. 이들은 남성들이 메뉴판을 보지 못하게 하거나 일방적으로 고가의 술을 주문하는 수법으로 돈을 뜯어냈다. 

여성 섭외해
지인까지 농락

예를 들어 한 남자는 맥주 한두 잔을 비우고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난 후 두 곳의 술집서 나온 술값 370만원을 결제해야 했다. 카드 한도가 넘어서면 이른바 ‘어깨’들이 나타나 은행서 돈을 찾아오도록 협박했다.

꽃뱀 여성들은 대부분 인터넷 아르바이트 모집공고를 보고 찾아왔다가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범행에 가담했다. 나이트클럽 등에서 만난 남성과 연락처를 주고받은 뒤 ‘간단하게 맥주나 한 잔 더 하자’는 말로 꼬드겨 술집으로 유인하고 술값 바가지를 씌웠다. 

술집 점주는 여성들에게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의사나 판사 등은 데려오지 말라고 사전 교육까지 시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과거 술집, 나이트클럽 등 유흥가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꽃뱀은 이제 집회 등 생소한 장소까지 그 활동범위를 넓히고 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한 후 노래방 등의 원래 활동 장소로 유인해 돈을 갈취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보수단체의 집회가 활발했던 무렵 그들의 단체채팅방에는 이른바 ‘꽃뱀주의보’가 내려졌다. 집회에 참석한 노인들을 상대로 “술 한 잔 하자”며 접근한 뒤 노래방 등에 데려가 바가지를 씌우는 수법이다. 

피해자들은 이 같은 일을 당했다는 부끄러움에 관련 사실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집회가 열리기 전날 관련 내용을 공지하는 단체채팅방을 통해 만남 장소와 시간을 결정한다. “내일 대한문에서 봐요, 커피 한 잔 해요” 등의 방식이다. 

현장 만남이 성사되면 개인 채팅을 통해 연락처를 주고받는다. 그리고 집회가 열리는 날 실제 만남이 이뤄진다. 보통 팀을 구성해 움직이는 꽃뱀 사기단은 만남 장소서 술판을 벌인다. 피해자가 거나하게 술에 취하면 사기단은 “노래나 부르자”며 노래방으로 이끈다.

합의 하에 했는데
“당했다” 돈 뜯어내

피해자가 자리를 비우면 그 때부터 사기단의 움직임이 빨라진다. 이때 꽃뱀들은 피해자가 두고 간 금반지, 시계 등 물건을 훔치기도 했다. 피해자가 노래방으로 다시 돌아오면 점주는 술값을 요구한다. 술값은 보통 술집서 받는 것보다 2배 이상 비싸다.

모든 일처리가 끝나면 사기단은 단체채팅방과 개인채팅방서 모두 자취를 감춘다. 노인들은 수치심에 피해 사실을 공개하지 못한다. 사기단은 여러 개의 집회 단체채팅방을 드나들며 또 다른 범행대상을 물색한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꽃뱀 범죄는 최근 급증하고 있다. 젊은 재력가, 중년 사업가 등 돈이 많은 사람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던 과거와는 달라진 풍경이다. 혼자 사는 노인이 많아지면서 그들의 외로움을 파고드는 방식으로 수법도 진화 중이다. 

꽃뱀들은 낮 시간대 공원 등에 혼자 앉아있는 노인에게 접근한다. 처음에는 말동무로 시작하지만 상대가 관심을 보이는 등 호감을 나타내면 성매매를 하자고 유인한다. 돈은 10만∼15만원가량 요구한다.

범행 대상이 꽃뱀의 요청에 응하면 집으로 이동한다. 꽃뱀은 먼저 돈을 받고 담배를 사오겠다고 둘러댄 후 그대로 도망간다. 심지어 노인들에게 같이 살자고 접근한 후 급전이 필요하다고 돈을 뜯어낸 후 잠적하는 사례도 있다. 

평소 다른 사람과 별다른 교류가 없던 노인들은 대화를 나누며 외로움을 달래주는 이들에게 선뜻 큰돈을 내어준 것.

2015년에는 충북 보은서 다방을 운영하던 한 여성이 단골 노인들을 대상으로 성관계를 갖고 운영자금 등을 갈취한 사건이 발생했다. 또 피해자들이 경작한 농산물을 비싼 값으로 팔아주겠다며 가로채기도 했다. 

해당 여성은 노인들에게 ‘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해 환심을 사거나 스킨십을 하면서 자신을 믿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에는 치매노인을 꾀어 혼인신고까지 한 뒤 90억원대의 재산을 빼돌리고 이혼한 꽃뱀이 구속돼 놀라움을 안긴 바 있다.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던 80대 노인에게 이모씨는 건강에 도움을 주겠다고 접근했다. 

신뢰를 쌓아가던 이씨는 형제들과 상속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노인에게 도와주겠다고 달콤한 말을 흘린다. 이씨를 철석같이 믿은 노인은 재혼은 물론 재산처분권까지 맡겨 버렸다.

철썩 믿은 노인
전 재산 털려

심지어 “모든 재산을 이씨에게 양도한다”는 내용의 유언장과 양도증서까지 만들도록 했다. 이 과정서 이씨는 노인이 자신을 더욱 믿도록 혼인신고까지 했다. 하지만 이씨는 가로챈 돈을 가지고 동거남 등과 함께 호화롭게 지냈다. 

혼인관계를 지속하면 재산상 손해가 난다는 말로 이혼을 제안해 법적 관계도 정리했다. 그 사이 노인의 모든 재산은 처분됐다. 노인의 자녀들은 미국에 있어 이씨에 대해 이렇다 할 제지를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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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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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