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덮칠 김상조 키워드6

지금까진 몸풀기 지금부터 본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 수장이 되면서 재계는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그의 행보에는 몇 가지 키워드가 따라다니는데 기업들은 여기에 초점을 맞춰 경영전략을 펴는 모양새다. 새해에도 큰 틀에서 김상조호의 공정위는 달라질 것이 없다. 재계를 덮칠 여섯 가지 키워드를 확인했다.
 

“재벌들 혼내 주고 오느라 늦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장관회의에 참석한 자리서 이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곧 논란이 됐다. 일각에선 평소 김 위원장이 재계의 재벌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스탠스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었다.

1.일감

공정거래위원회는 거래 주체간 공정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김 위원장은 현재 재계에 불공정거래가 만연해 있다고 판단한 가운데 일정 부분 재벌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재벌 경영 문제의 ‘시발점’을 일감 몰아주기로 판단하고 있으며 실제로 꾸준히 일감 몰아주기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5일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서 “대기업집단의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일감 몰아주기를 엄중 제재하고, 편법적 지배력 확대 차단을 위해 공익법인과 지주회사 수익구조 실태 조사 및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일감 몰아주기는 편법 경영권 승계, 중소기업 경쟁기반 훼손의 대표적 사례로, 총수2세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총수 2세 지분율이 20% 이상일 경우 내부거래 비중은 11.4%에 불과하지만 100%일 경우 66%에 달한다. 또 SI(69%), 부동산 임대·관리(56%), 물류(34%) 등 중소기업 집중업종서 내부거래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 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편취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친족분리 기업의 사익편취 적발 시 분리를 취소하고,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을 확대할 것”이라며 “내부거래 등 취약분야의 공시실태를 전수조사하고, 기업집단포털시스템 고도화 추진 등을 통해 시장감시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도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서둘러 문제가 예상되는 기업들을 정리하고 있다. 

태광그룹, 대림 등은 과거 일감 몰아주기로 논란이 된 기업들 정리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먹튀’라는 지적이 일기도 하지만 문제가 되는 기업들을 정리하는 부분에는 반색하고 있다.

2.프랜차이즈

김 위원장이 공정위의 ‘방향키’를 잡았을 때 최초의 행보는 가맹점의 문제 개선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었다. 지난해 7월 취임 한달째를 맞은 김 위원장은 가맹본부 단체인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를 만나 선진화된 비즈니스 모델로의 과감한 전환을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선진국은 브랜드 로열티를 내는 방식으로 계약을 맺는데 우리는 필수품목 공급 과정서 마진을 붙이고 광고 및  매장 리뉴얼하는 과정서 수익을 만든다”고 지적했다.

현재 프랜차이즈의 수익 모델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구체적인 대책도 내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같은달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경제력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며 갑질 피해가 많은 주요 외식업종 50개 가맹본부에 대한 불공정관행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6대 과제는 ▲가맹본부 불공정행위 감시 강화 ▲가맹점주 협상력 제고 ▲가맹점주 피해방지 시스템 확충 ▲정보공개 강화 ▲광역지자체와 협업체계 마련 ▲피해예방시스템 구축 등이다.

이에 따라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프랜차이즈에 대해서는 과감히 조사를 실시하고 제재를 가했다. 필요에 따라서는 검찰에 고발도 불사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이 같은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공정위가 프랜차이즈의 대대적인 조사를 벌이면서 고발 조치한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났기 때문이다. 정 전 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동생 회사를 통해 치즈를 납품받아 치즈가격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부당이익을 취했다는 의혹과 탈퇴 가맹점주에 대한 보복출점 등이다.

압박 수위 높이는데…실효성은 아직
6가지만 보면 공정위 방향키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선일)는 지난 23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200시간을 명령했다. 

함께 기소된 정 전 회장의 동생에게는 무죄를, MP그룹 법인에는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동생 정씨로 하여금 부당이익을 취하게 해 치즈 가격을 부풀렸다고 보기 어렵고, 공급 가격이 정상 형성됐다”며 “(탈퇴 가맹점주에 대한) 위법한 보복행위 증거도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딸 정씨와 측근에 대한 허위급여 지급을 인정하며 “국내서 손꼽히는 요식업 프랜차이즈로 법률과 윤리를 준수하며 회사를 운영할 사회적 책임을 버리고 부당지원했다”고 판단했다. 


미스터피자의 고발 조치가 예상외로 싱겁게 끝나자 김 위원장의 프랜차이즈 개혁에 제동이 걸린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이에 따라 향후 공정위의 다음 행보에 프랜차이즈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3.중소기업

김 위원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경제적 약자를 위한 지원도 올해 더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대·중소기업간 공정한 거래기반 조성을 위해 협상력 격차를 해소하고 불공정거래를 근절할 수 있는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전속거래 관행 개선을 위한 하도급 분야 전속거래 실태조사 실시한다. 원가 등 경영정보 요구 관행 근절을 위해 금지대상 경영정보도 구체화한다. 

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상공인의 부담완화를 위해 대·중소기업 간 비용분담 합리화를 위해 마련한 제도들이 시장서 효과적으로 작동, 자율적 분담·조정으로 이어지도록 독려·점검한다. 

더불어 공정위는 대형유통업체의 4대 불공정행위에 징벌배상제를 도입하고, 기술유용행위에 대한 징벌배상제를 강화(배상액 3배→10배)한다. 4대 불공정행위는 상품대금 부당감액, 부당반품, 납품업에 종업원 부당사용, 보복행위 등이다. 


TV홈쇼핑, 대형슈퍼마켓 분야에 대해 직권조사도 실시한다. 가맹사업의 경우 판촉행사 시 사전동의를 의무화하고, 가맹금 수취를 기존 공급물품 유통마진 부과방식서 매출액의 일정비율만 지급하는 로열티 방식으로 전환토록 유도하기 위해 협약평가기준을 개선한다. 

이 외에도 공정위는 대리점단체 구성권을 인정하고 상생협약 체결 등 대리점 분야의 불공정행위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4.내부단속

내부단속에도 한창이다. 김 위원장은 취임후 지금까지 공정위의 OB(올드보이)로 불리는 공정위 퇴직자들과 현직 공정위 직원 간 유착관계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쓴소리를 내놨다. 

취임 초기 김 위원장은 OB과의 만남을 자제하고 불가피하게 만나야할 경우가 생기면 기록을 당부했다. 그러나 실제 보고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외부 관계자들, 특히 OB와의 접촉을 스크리닝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시스템은 지난 12월에 마련돼 올 1월부터 시범시행을 거친 후 2월부터 공식 시행한다. 

공정위 직원이 조심해야 할 부분은 OB와의 만남 뿐 아니다. 기업이나 로펌으로 이직한 공정위 OB(퇴직자)뿐만 아니라 대형로펌에 소속된 변호사·회계사, 기업 대관담당자와 접촉한 공정위 직원은 일일이 기록에 남기고, 누락할 경우 제재를 받게 됐다. 

경제민주화 가는길
쉽지 않은 난제들

‘부정 청탁’이 이뤄진 외부인은 향후 1년 간 접촉을 금지하는 방안도 담았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제도 시행에 앞서 접촉가능성이 높은 민간인에게도 “업무 관련성이 있는 모든 민간인 접촉을 보고하겠다고 언명한 만큼 그 약속을 지키겠다”고 문자를 발송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사건 처리의 공정성·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정위 공무원이 퇴직자 등 일정요건에 해당하는 외부인과 접촉할 경우 그 내용을 보고하도록하는 ‘외부인 접촉 관리규정(훈령)’을 제정했다. 

이는 그간 공정위의 불신을 씻고 신뢰를 제고하겠다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실험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외부인 접촉 차단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 부정한 접촉을 막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며 “공정위 신뢰 회복을 위해 불가피하게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제도 시행에 앞서 내부 규정서 한발 더 나아가 로펌 변호사, 대기업 대관 담당 외에도 모든 민간인 접촉을 보고하겠다고 지인에게 문자를 발송했다. 그간 시민단체서 활동하면서 대기업 임원들과 잦은 접촉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모든 접촉에 대해서는 기록에 남기고 투명화하겠다는 취지다.

5. 4대 그룹

김 위원장은 취임 초부터 재계의 개혁을 4대 주요 그룹부터 시작할 것을 천명했다. 해당 4대그룹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이다.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6월, 4대그룹 주요경영인들과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권오현 삼성 부회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박정호 SK사장, 하현회 LG 사장,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이들 그룹에 대해 12월까지 변화의지를 보일 시간을 줬다. 김 위원장은 이날 한 일간지와 인터뷰서 “그룹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12월 정기국회 법안 심사 때까지가 1차 데드라인”이라며 개혁의 의지가 안 읽힐 경우 구조적 처방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4대그룹을 비롯한 대기업집단들은 한국경제가 이룩한 놀라운 성공의 증거이며 미래에도 한국경제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면서도 “그간 대기업집단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크게 달라졌음에도 우리 대기업집단들이 사회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이 없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기업인들 스스로 선제적으로 변화 노력을 기울이고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김 위원장의 기준에는 4대그룹 변화가 미치지 못 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서 김 위원장은 이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각 그룹의 문제점은 그룹 내에서 가장 잘 알고 있다”며 “문제는 실행하는 결정인데 그 결정을 빨리 해달라는 것이다. 변화의 끝이 아니라 변화의 시작을 보여달라”고 날을 세웠다.

자율적인 개혁의 시간을 줬지만 아직까지 김 위원장의 생각만큼 진척이 안 됐다는 판단이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제재는 없다. 재계가 김 위원장의 다음 결정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6.경제민주화

김 위원장의 둘러싼 키워드는 ‘경제민주화’로 가는 수단이다. 그는 지난 18일 경제민주화에 대해 “경제민주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재벌개혁도 필요하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을관계를 해소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갑을관계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선결과제라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번 하도급 대책도 그것에 포함되지만 가맹·유통·대리점 분야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을관계 문제를 해소함으로써 경제민주화가 단순히 구호로만 좋은 게 아니라 국민 삶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하는 게 지난 6개월 간 주력한 분야”라고 말했다.

특히 “그것을 통해 우리 대기업의 성과가 중소기업으로 확산하고 그 결과가 다시 한 번 소득주도 성장을 통해 더 위로 상승하는 ‘트랙’의 국민경제·공정경제의 기반을 만드는 일을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에도 주력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개혁의지가 취임 반년이 넘어가면서 드러났다”며 “그 가운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부분도 있지만 강도 높은 압박에 재계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 완급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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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