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여의도 탈환 플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1.29 10:32:53
  • 호수 11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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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내주고 서울 취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여유롭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강세가 각종 지표서 드러나고 있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있다. 6월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일까, 아니면 믿는 구석이 있어서일까. 그도 아니면 이대로 민주당 강세가 이어져도 손해 볼 것 없다는 속내일까.
 

이대로라면 한국당의 필패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그 결말을 예상케 한다. 대구·경북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지역서 민주당 강세가 뚜렷하다.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젊고 참신한 인재영입 소식도 들려오지 않는다. 오히려 영입 리스트에 올려놨던 사람들로부터 퇴짜를 맞는 실정이다. 현 정부의 실축만 기다리기에는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하다.

퇴짜 맞아도
여유만만∼

그러나 한국당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정부·대여 투쟁의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낙숫물로 극적인 반전을 꾀하기에는 부족하다. 평창동계올림픽, 가상화폐 이슈 등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를 흔들고 있음에도 여전히 60%대 전후를 유지하며 과반 이상의 지지를 얻고 있다.

정당 지지율을 보면 한국당 입장서 더욱 갈 길이 멀다. 리얼미터와 한국갤럽 등 주요 여론조사기관의 조사에서 민주당은 50% 내외, 한국당은 20% 내외를 기록하며 더블 스코어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인물로 들어가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민주당은 출마를 희망하는 선수들이 줄을 잇는 반면, 한국당은 이렇다 할 인물들이 보이지 않는다. 최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여의도 한 커피숍서 사진 공동 기자간담회 자리서 “몇 달간 인재영입을 위해 전국을 다녀보니 민주당은 이미 (인재풀이)꽉 차 있어서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기회를 주지 않고, 한국당은 누가 봐도 미래가 없어 뜻을 펼칠 공간이 없다”고 한 발언은 두 당의 현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당은 인재영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최근 부산시장 후보로 공을 들였던 장제국 동서대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했으며 경남도지사로 하마평에 올랐던 안대희 전 대법관 또한 출마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서울시장 후보도 활로를 못 찾고 있다. 지난해 말 홍정욱 홍정욱 헤럴드 회장 영입에 나섰다가 퇴짜를 맞았다. 당시 홍 대표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며 인재영입을 계속하겠다고 말했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실적은 제로(0)다. 

본인이 직접 인재영입위원장 완장을 차고 있음에도 성과는 전무하다.

당내로 눈을 돌려도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경남도지사로 박완수 의원, 부산시장으로 조경태 의원 등에게 당이 손을 내밀었다가 퇴짜를 맞았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두 사람 모두 현재 자리에 집중하고 싶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두 사람의 출마 고사가 지방선거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당의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게 중론이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이 홍 대표의 ‘홈그라운드’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더 뼈아프다.

한국당은 그들이 제시한 지방선거 ‘마지노선’을 지키지 못할 위기다. 앞서 홍 대표는 부산·인천·대구·울산·경북·경남을 사수하지 못하면 “물러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부산·경남서 출전할 선수조차 제대로 꾸리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등 홍 대표의 계획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반면 민주당은 최소 9지역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정책·전략을 다루는 정책연구소인 민주연구원은 “(민주당이 2014년 지방선거서 이긴 곳이) 9곳인데, ‘9 + 알파’로 현상유지 이상의 승리를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복수의 조사기관서 내놓는 예상치만 놓고 보면 연구원의 기준 설정은 다소 보수적이다. 

전국 17개 지역서 압승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9곳서 경기·부산·경남·대구 등 한국당이 광역단체장을 가져간 지역까지 우세하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몇몇 언론에서는 싹쓸이 전망도 심심찮게 내놓고 있다.

그러나 민주연구원은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 지지도가 높고 여당으로서 선거를 치름에도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이유다. 자칫 샴페인을 일찍 터트리는 모습이 유권자들의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간 가는데
선수가 없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경기·인천·부산·경남서 (추가 승리를)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속으로 목표를 세우고 있다”면서도 지방선거 낙승에 대해선 “꼭 그렇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민주당의 지방선거 ‘승리론’은 충분한 근거를 가졌다. 승리론을 넘어 ‘낙관론’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다. 현역 의원들도 이러한 분위기를 충분히 감지하고 있다. 

민주당 현역의원 121명 중 30여명이 자천타천으로 광역단체장 출마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 그 증거다.

서울시장 자리는 박원순 시장의 3선 도전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 여기에 4선인 박영선 의원, 3선 민병두·이인영·우상호 의원, 재선 신경민·전현희 의원 등이 출마 예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추미애 대표도 출마설의 중심에 있다.

경기도지사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도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3철’ 중 한 명인 전해철 의원이 도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석현·안민석 의원도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인천시장은 친노(친 노무현)계 핵심인 박남춘 의원과 19대 대선 때 문재인 당시 후보 선대위서 공보단장을 맡았던 윤관석 의원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충북도지사는 민주당 충북도당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는 오제세 의원, 가상화폐 거래소 보안 취약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변재일 의원, 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인 도종환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묶인다.

충남도지사는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양승조 의원이 이미 출마 선언을 한 상태다. 양 의원은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과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전시장직에는 4선의 이상민 의원과 민주당 적폐청산위원장을 맡고 있는 재선의 박범계 의원 등이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점쳐진다.

경남도지사는 친노의 성지라 불리는 경남 김해에 당선된 민홍철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경수 의원 출마 여부가 변수다.

실적 ‘0’에도 당당한 이유는?
민주당 30명 단체장 출마 예상

부산시장은 해양수산부장관인 김영춘 의원, 노 전 대통령 비서실 정무비서관을 지낸 박재호 의원, 마찬가지로 노 전 대통령 비서실서 부대변인으로 활동했던 최인호 의원 등이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 외 대구시장은 행정안전부장관인 김부겸 의원, 제주도지사는 제주서 내리 4선에 성공한 강창일 의원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전남도지사는 민주당 소속으로 유일한 광주·전남 지역 의원인 이개호 의원이 2월 말 경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민주당 현역 의원 중 많은 수가 대거 지방선거 출마자로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지역은 그 경향이 더욱 뚜렷하다. 본선보다 치열한 경선은 달리 얘기하면 경선만 뚫으면 당선은 따좋은 당상이기 때문이다. 

출마를 생각하는 의원이라면 누구나 혹할만한 유혹이다.

문제는 현역 의원들의 대거 이탈로 민주당이 원내1당 자리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국회의원이 의원직 사퇴 없이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개정된 공직선거법 제53조 2항에는 ‘국회의원이 지자체장 선거에 입후보한 경우 선거일 30일 전까지 의원직을 그만둬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최종 광역단체장 후보가 되면 의원직을 오는 5월14일까지 사퇴해야 한다.
 

당내 경선은 선거일 30일 이전에 끝난다. 이 같은 이유로 의원들의 ‘줄 사퇴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들이 있다. 후보들 입장서도 굳이 의원직을 내려놓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

그러나 본선보다 치열한 경선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배지’를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후보가 그렇지 않은 후보에게 “돌아갈 곳을 남겨두고 선거에 임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씌운다면 전자에게로 선거의 판이 기울 공산이 크다. 

결국 현역 의원의 줄 사퇴는 그 규모가 크든 작든 ‘4말 5초’에 일어날 현상임이 분명해 보인다.

너도 나도
출마 선언

현재 민주당의 의석수는 121석, 한국당 의석은 117석이다. 단 4석 차이에 불과하다. 앞서 30여명의 자천타천 민주당 지방선거 출마 예상자 중 단 5명만 현역서 내려와도 원내1당 자리는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에게 돌아간다.

한국당의 원내1당 복귀에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사퇴 외에도 몇 가지 복합적인 변수가 존재한다. ‘재판에 의한 의원직 상실’ ‘통합신당 이탈’ ‘구 여권 인사의 복귀’ 등이다.

앞서 엘시티 비리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 중인 배덕광 한국당 의원은 국회에 의원직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에 118석이던 한국당의 의석수는 117석이 됐다. 

배 의원 외에도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챙긴 혐의를 받는 최경환 의원, 뇌물과 불법 공천헌금 명목으로 13억원이 넘는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우현 의원, 지역구 업체들로부터 약 1억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원유철 의원,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석창 의원 등이 한국당 소속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상당수의 의석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재판에 의한 의원직 상실이 한국당의 규모를 줄일 수 있는 변수라면 ‘통합신당 이탈’ ‘구 여권 인사의 복귀’는 당의 규모가 커질 수 있는 변수다.

국민의당-바른정당은 통합 초읽기에 들어갔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창당 1주년을 맞은 지난 24일 오전 당 소속 의원들을 소집해 “평창동계올림픽이 개막하기 전인 2월7일 국민의당과의 통합전당대회 개최를 하자”고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국민의당은 2월4일 전당대회(이하 전대)를 열어 바른정당과의 통합 관련 안건을 의결하기로 했다. 다음날인 5일에는 바른정당이 당원대표자회의를 열어 국민의당과의 통합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보수의 성지인 대구를 찾아 국민통합포럼이 주최하는 ‘로봇산업 및 4차 산업혁명’ 정책간담회에 유 대표와 함께 참석하는 등 통합의 불씨를 키우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121 대 117’불안한 1위
호남파, 민주 복당이 변수

2월4일 국민의당 전대서 바른정당과의 통합 관련 안건이 의결될 경우 정치구도는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우선 이틀 뒤인 6일 국민의당 통합반대파인 ‘민주평화당’이 창당 결의대회를 연다. 

이 중 일부 의원들이 민주당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민주당의 의석수는 기존 121석에서 늘어나게 된다.

통합신당서 한국당으로 의원들이 넘어가는 그림도 그려진다. 통합이 이루어진 후 지방선거까지는 4개월이란 기간이 남는다. 어떤 정치적 이동이 있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이다. 

앞서 바른정당 소속이던 박인숙 의원은 지난 16일 탈당해 한국당으로 복당한 바 있다. 당시 유 대표는 “나를 포함해 아무도 (박 의원의 탈당을)몰랐다”라고 말했다. 언제 깜짝 탈당이 있어도 이상한 일이 아님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이정현 의원 등 구 여권 인사의 복귀 여부도 주목할만하다. 한국당 출신 무소속인 이 의원은 지난해 1월 “전직 당 대표로서 모든 책임을 안고 가겠다”며 한국당 탈당을 선언했다. 인명진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의 ‘핵심 친박 탈당 요구’에 대한 대답이었다. 

이후 지난해 6월 국회 의원회관서 우박피해 관련 간담회 자리서 “한국당 복당에는 지금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이탈·합류
복잡한 셈법

민주당 입장에선 문재인정부의 원할한 국정운영을 위해 원내1당만큼은 꼭 지켜내야 하는 입장이다. 안 그래도 ‘여소야대’의 상황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부여당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원내1당이 누리는 프리미엄인 국회의장을 국회 하반기에 한국당에 빼앗길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여야는 오는 5월 20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을 협상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현역 물갈이 신호탄
현역 단체장들 긴장

더불어민주당이 6·13 지방선거서 전략공천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당 지방선거기획단은 지난 24일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15년 폐지했던 전략공천제를 부활시킨 셈이다. 

현 당헌·당규 상 전략공천에 대한 규정이 있지만 이는 광역단체장만을 대상으로 한다. 이에 기초단체장에 대한 전략공천이 이번에 실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 일부 현역 기초단체장들은 이번 전략공천 도입이 ‘물갈이 신호탄’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아직 내부적인 논의가 진행되고는 있지만 경우에 따라선 지도부가 일부 지역에 대해 선거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현역 기초단체장을 배제하고 새로운 인물을 내세울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6·13 전략공천제 도입
광역단체장만 대상으로

당은 앞서 지방선거를 통해 기초단체장을 대거 배출했다. 이에 이번 지방선거서 상당수 출마자들이 재선 내지는 3선 도전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선 단체장에 대한 지역의 피로감 내지는 당이 판단했을 때 경쟁력이 부족한 인사들의 경우 전략공천을 통해 언제든지 배제될 수 있어 현역 단체장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방선거기획단은 전략공천의 방법과 비율에 관해 논의를 조금 더 진행한 후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추후에 전략공천제 도입안에 대해 발표하기로 했다. 도입안 발표 이후 크게 반발하는 지역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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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