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비트코인’ 셈법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1.29 10:25:37
  • 호수 11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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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운명 가상화폐에 달렸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비트코인(가상화폐) 규제가 정치권의 새로운 화두로 던져졌다. 각 정당은 저마다의 셈법으로 가상화폐 이슈를 어떻게 소화할지 논의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가상화폐를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따라 지방선거 당락이 좌우될 것이란 관측까지 제기된다.
 

각 정당은 가상화폐의 위력을 체감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방송 의뢰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1월 3주차(15∼19일)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66.0%를 기록,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불안한 지지율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에 따른 이념공세, 최저임금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지만, 분명 문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가 상당수 영향을 미친 결과였다.

‘거래소 폐지 보류’ ‘실명제 추진’ ‘블록체인 육성’ 등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발표된 지난 15일은 지난 12일 일간 집계 대비 0.6%포인트 하락한 69.3%로 시작해 ‘가상화폐 폭락’ 기사가 쏟아진 지난 17일에는 66.1%까지 하락했다.

거의 모든 지표서 하락세가 뚜렷했다. 수도권, 호남, 부산·울산·경남(PK), 대구·경북(TK) 등 지역은 물론 30대와 40대, 60대 이상을 비롯한 모든 연령층,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 지지층, 보수·중도·진보층 등에서 모두 하락했다. 


특히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20대와 30대 청년층의 지지율 하락이 눈에 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거래소 폐지 혼선이 지지율 하락의 결정적 원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가상화폐 광풍에 대한 규제로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라는 강경책을 내놨다. 

법무부서 기자간담회를 연 박 장관은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한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며 “거래소 폐쇄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박 장관 발언을 진화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거래소 폐쇄 발언에 대해 정부와 조율되지 않은 법무부만의 구상이라고 선을 그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거래소 폐지와 관련한 박 장관의 발언은 법무부가 준비해온 방안 중 하나이지만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며 “각 부처의 논의와 조율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화살은 이미 시위를 떠난 후였다. 투자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한때 박 장관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사퇴 청원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등장했을 정도였다.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흔들리고 있는 핵심 지지층을 붙잡아둘 당근을 제시해야 하지만, 정부의 방향을 거스를 순 없다. 가상화폐에 대한 민주당의 향후 대책과 입장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민주당은 합리적 제도개선 방안을 내놓기 위해 고심 중이다. 소속 의원들이 가상화폐 관련 법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게 그 증거다. 

법안의 방향은 대체로 제도권 내 편입 후 양성화 기조를 띈다. ‘거래소 보안 취약점 점검 결과’ ‘투기 대책과 기술혁신에 대한 대응 방안’ ‘결제수단 위한 3대 제도 제안’ 등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열고 있는 보고회 또는 세미나 등도 이러한 기조서 개최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를 ‘투기행위’로 상정하고 있는 정부 측과 차별화를 두면서도 발생하는 폐해를 막기 위한 제도권 편입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민주당은 당정협의를 준비하는 등 정부와의 발맞추기에 고심하고 있는 상태다.

안절부절 민주당, 지지층 흔들
약점 잡은 야권, 총공세 나서

현 시점서 가상화폐 이슈를 선점하고 있는 정당은 국민의당이다. ‘암호(가상)화폐 태스크포스(TF)’ 출범을 목전에 두고 있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행자 대변인은 최근 최고위원회의 브리핑서 “안철수 대표가 비공개회의에서 암호화폐 TF 구성을 제안했다”며 “김관영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TF를 구성해 입법 준비 등에 나설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 내에서는 가상화폐에 대한 안 대표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정보기술(IT) 벤처기업가 출신인 안 대표가 정치권 내 대표적인 블록체인 전문가로 꼽히기 때문이다. 

그가 최근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와 함께 연 ‘청년이 미래다’ 토크콘서트서 용어 재정립을 강조한 점이 단적인 예다. 

그는 토크콘서트서 “가상화폐는 화폐에 대용하는 모든 것을 지칭하는 것으로 맞지 않다”며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것인 만큼 암호화폐로 통일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은 가상화폐를 4차 산업혁명과 연결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가상화폐 이슈를 강력한 대정부·대여 투쟁의 도구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홍준표 대표는 최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창업기업 소통라운지서 가상화폐·블록체인 관계자들과 만나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의 미래’라는 주제로 간담회를 가졌다.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서 현 정부가 혼선을 빚고 있는 현장을 직접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부 대응의 문제점과 허점을 지적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현장 방문을 가상통화 간담회로 시작하는 것은 홍 대표의 뜻이 반영된 결과로 알려졌다. 

‘현장밀착형’ 투쟁의 첫 주제가 가상화폐인 셈이다.


한국당은 가상화폐 이슈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당에 등을 돌린 20·30대 젊은 유권자들을 다시 모을 수 있는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홍 대표는 앞서 권역별 신년인사회서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사람들의 통계수치를 보면 20·30대들이 300만명이 넘는데 청년실업이 사상 최악이라 몰리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은 모르고)주식시장의 돈이 빠져나갈 것을 우려해 가상통화 거래를 차단하고 있다”고 현 정부를 비판한 바 있다. 

회심의 반격

앞서 지난 22일 신년 기자회견문을 통해서도 “희망을 잃은 청년들이 미래를 바라보며 투자에 뛰어들었는데 강압적 규제와 오락가락 정책으로 청년들을 빚더미에 앉혀놨다”며 “개인의 자유와 책임을 무시하고 국가가 개인의 삶까지 규제하겠다는 교조적 국가주의”라고 날을 세웠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중국발 거래소 실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2일(현지시각) 아직 열지도 않은 중국의 가상 화폐 거래소 오케이코인(OKcoin)에 사전 예약자 15만명이 몰렸다고 보도했다. 해당 거래소는 다음 달 한국에 진출한다. 

국내 가상화폐 관련 규제가 정리되는 대로 거래소를 열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60종을 원화로 거래할 수 있도록 중개할 예정이다. 또 다른 중국 가상화폐 거래소인 후오비(Huobi) 역시 한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거래소의 한국 진출은 중국 정부의 가상화폐 거래 규제와 맞물려 있다. 중국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자 우리나라로 눈길을 돌리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 거래소 대부분은 중국 바깥으로 서버를 옮겨 운영하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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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했다. 대권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후보가 또 한 번 판결대에 서야 할 상황에 놓인 것. 그 후보로서는 지난 대선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리스크를 떨칠 기회이면서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대법원이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오는 6월3일 조기 대선이 열린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각 당은 최종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컷오프를 거쳐 8명의 후보를 추린 후 1차 경선서 4명을 뽑았다. 2차 경선서 과반 득표자 여부에 따라 추가 경선을 진행해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민주당은 3명의 후보가 4개 권역을 돌며 지난 27일,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압도적 1위 제동 걸리나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짊어진 상태다. 조기 대선의 책임 소재가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지워진 상황이라 내부가 혼란스럽다. 실제 후보 간에도 탄핵 찬성과 반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최종 1인이 결정되는 다음 달 3일까지 후보 간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민주당은 ‘1극 독주’ 상황이다. 이 전 대표가 경선 지역마다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였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득표율보다 높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경쟁자로 나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은 한 자릿수 득표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 지난 27일 마지막 경선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결정됐다. 다자 대결, 양자 대결서도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어떤 후보와 붙어도 15%~20%p 차이로 넉넉하게 앞선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재수 끝에 대권을 잡는 데 성공한 문재인 전 대통령 때와 오버랩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표현이 선거를 지배했듯, 이번 대선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 유권자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이냐, 아니냐’로 흘러가던 선거 구도에 대법원이라는 변수가 던져졌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처음 불거져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려 있던 ‘사법 리스크’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중에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다시 한번 판결대 위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20대 대선 과정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022년 9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로 판결했다. 항소심 유죄, 무죄로 뒤집어 김명수 체제서 7대 5로 회생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지난달 26일에 나왔다. 이후 헌재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이 전 대표의 대선 행보를 막을 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3개월 이내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6·3·3 규정에 따라 대법원 판결은 대선 이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전 대표의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에 회부하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오전,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오경미·권영준·엄상필·박영재 대법관으로 구성된 2부에 배당했다. 주심은 박영재 대법관이 맡았다. 그러나 곧이어 해당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전합은 ▲소부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기존 대법 판례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소부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의 상황에 올리게 된다. 사건이 전합에 회부되면서 조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재판 업무를 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 회피를 신청한 노태악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이 최종 판결 선고를 포함해 심리 및 판단을 하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노 대법관은 이해 충돌을 우려해 전합으로부터 빠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고 첫 기일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24일에도 기일을 잡았다. 대법원이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면서 판결 선고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이 전 대표 앞에도 몇 가지 경우의 수가 놓이게 됐다. 먼저 대법원이 상고 기각을 하는 경우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에 대법원이 기각하면 공직선거법 사건은 그대로 마무리된다. 이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정말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어지는 셈이다. 변수 등장 경우의 수 반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한다고 해서 바로 형이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확정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대선 전에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 경우에는 이 전 대표의 대선후보 자격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파기자판’ 가능성도 나온다. 파기자판은 상급심 재판부가 하급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대법원이 판결을 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보수 진영 등에서 대선 전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두고 파기자판 가능성을 거론했던 바 있다. 대법원이 벌금 100만원 이상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다면 이 전 대표는 피선거권 박탈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에 대한 법리해석을 따지는 법률심에 해당하며, 징역 10년 이하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선 양형을 판단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파기자판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대법원이 심리를 서두르는 것과는 별개로 선고가 대선 이후에 나면 헌법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점화될 전망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5년 만에 평행이론?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소추’에 대한 해석이다. 기소로 봐야 하는지, 기소와 재판을 합쳐서 봐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 또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 정지 여부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행보를 경계하는 듯한 모양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이 전 대표는 우리 당 대선 (경선) 후보기도 하지만 선고 결과에 따라 우리 당이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건이라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이 불가피하다”면서 “(대법원의)공정한 재판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대법원이 국민 참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대표의 운명이 또다시 대법원의 결정에 달렸다는 점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전 대법원의 판결로 ‘기사회생’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전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됐다. 또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도 받았다. 1심과 2심 모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허위 사실 공표에 대해서는 판결이 엇갈렸다.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였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량으로 대법원서 확정되면 이 전 대표는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상황이었다. 경기도지사직은 물론 대선 가도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판이었다. 조희대 체제도 12명이 판결 이례적 속도전 대선 전에? 대법원은 이 전 대표의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 판결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12명 대법관의 의견은 7(무죄) 대 5(유죄)로 갈렸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7명의 대법관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이라고 봤다.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박상옥 전 대법관 등 5명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방해할 정도로 왜곡됐다면서 유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상대방 후보의 질문이 즉흥적인 것도 아니었고 이 전 대표도 답변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눈여겨볼 부분은 당시 판결이 낳은 후폭풍이다. 7대 5 판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재판 거래 의혹으로 번졌다. 특히 화천대유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만배씨가 대법원 선고를 전후해 여러 차례 권 전 대법관의 집무실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이 확산됐다. 여기에 권 전 대법관은 퇴직 이후 2020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등록 없이 변호사로 활동한 혐의도 받았다. 이 기간 그는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또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거액을 받거나 약속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6명 가운데 1명이기도 하다. 2표 차로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이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치고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결국 2022년 대선서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지긴 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없었다면 출발선에조차 서지 못할 뻔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5년 뒤 이 전 대표는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다시 출발선에 서 있다. 고비마다 또 한 번? 문제는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린 모래주머니다. 이 전 대표는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에서 공직선거법 사건만 확정 판결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이번에 대법원이라는 산만 넘으면 이 전 대표 앞에는 ‘꽃길’만 깔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건 대법원에 달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