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일감 엑소더스’ 막전막후

수천억씩 땡기고 이제 와서 아닌 척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감독당국의 칼날이 매섭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일감 몰아주기 제재 대상 기업에 대해 고발 조치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재계는 서둘러 문제가 될 기업들을 정리하고 있다.
 

공정위의 드라이브가 영향을 미쳤을까. 과거 논란이 되던 그룹들이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에 일감 몰아주기 관련 기업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그룹이 대림산업이다. 대림산업은 “정부의 중점과제인 일감 몰아주기 해소와 지배구조 개선, 상생협력 등의 과제에 적극 부응하고, 보다 투명하고 윤리적인 기업경영에 대한 사회요구에 화답하기 위해 쇄신안을 마련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대림산업의 쇄신안이 불공정행위에 대한 높은 감시를 피하려는 행보로 판단하고 있다. 

오너의 회사들
계열사서 팍팍

대림그룹은 하이트진로만큼이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그룹이다. 실제 공정위는 지난해 9월 대림그룹에 대한 부당 내부거래 및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도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C&S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다. 감독당국의 사정 압박이 정점에 달했다는 말이 나온다. 

공정위 의지에
논란 기업 정리

대림그룹은 대림산업이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며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그런데 이 대림산업 지분은 대림코퍼레이션이 21.67%를 쥐고 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지분 52.35%를 가지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강도 높은 검증을 받게 될 기업은 오너 및 친족 일가가 지분을 갖고 있는 계열사는 켐텍(90%), 에이플러스디(100%) 등이다.

켐텍은 2010년 설립됐다. 주 사업목적은 자재구매다. 켐텍은 설립초기 이 부회장의 동생 이해창 부사장이 60%, 부친 이준용 명예회장이 30%, 대림코퍼레이션이 10%의 지분을 가져갔다. 

이후 이 명예회장이 지분 30%를 이 부사장의 딸 이주영씨에게 넘겼다. 켐텍은 이 부사장 일가가 90%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인 셈.

이 부사장이 켐텍 증자에 참여하면서 현재 지분율은 이해창(68.37%) 이주영(23.72%) 대림코퍼레이션(7.91%) 등으로 집계된다.


켐텍은 대림그룹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높이고 있는 추세다. 2013년 2억5000만원 규모의 일감은 2016년 기준 345억원까지 확대됐다. 전체 매출액(1414억원)의 24.4%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거래금액과 비중 모두 일감몰아주기 감독 대상에 포함돼 이번 공정위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부동산관리 업체인 에이플러스디의 경우 4세 승계를 위한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었다. 그러나 대림산업의 쇄신안 발표에 따라 내부거래가 감소할 것으로 보여 사실상 4세 승계작업이 멈춘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공개된 쇄신안에 따르면 대림그룹은 에이플러스디의 주주인 이 부회장(55%)과 그의 아들 이동훈씨(45%)가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다. 

에이플러스디는 자산 72억원, 매출 44억원으로 규모가 크지 않지만 이 부회장 부자의 개인회사라는 점에서 향후 승계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되던 곳이었다. 

승계작업의 핵심 역할을 했던 대림코퍼레이션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지주사 역할을 하는 대림코퍼레이션은 이준용 회장이 단독 지배하다 대림에이치엔앨(물류), 대림아이엔에스(정보통신)과 잇따라 합병했다. 

합병을 통해 이들 회사의 최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은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율을 52.3%까지 끌어올려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여전히 내부거래 물량이 많은 점도 사정당국의 꼼꼼히 들여다볼 것으로 관측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림코퍼레이션의 2016년 기준 2조6059억원의 매출 가운데 20.09%인 5236억원이 계열사 물량으로 집계됐다.

한화그룹도 논란이 되는 기업들을 서둘러 정리하는 모습이다. 한화는 현재 일감 몰아주기 관련 조사를 공정위로부터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그룹이 떨고 있는 이유는 명쾌하다. 2015년부터 공정위는 한화, 하이트진로, 현대, CJ, 한진, LS 등 6개 그룹에 대한 대기업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조사했다. 

그 가운데 공정위의 제재를 받지 않은 곳은 하이트진로와 한화였는데 이번에 하이트진로가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으면서 한화만 역시 어떻게 조사가 마무리 될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해 9월 낸 ‘주주대표 소송 판결을 계기로 본 한화에스앤씨(S&C) 관련 지배구조 문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화가 한화에스앤씨 주식을 총수 아들에게 헐값에 넘겼다는 혐의에선 대법원에서 승소했지만 일감 몰아주기와 회사기회유용 문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지적했다.


대기업 잇달아 내부거래 해소안 발표
통큰 결단 같지만 챙길 건 다 챙겼다

한화에스앤씨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이 각각 50%, 25%, 25% 등 총 100% 지분을 갖고 있으며, 한화 계열사의 아이티(IT) 관련 일감을 받는다.

대법원은 지난해 경제개혁연대와 한화 소액주주 2명이 김 회장과 한화 전·현직 이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제기한 주주대표소송 상고심서 원고 패소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경제개혁연대 등은 2005년 한화가 갖고 있던 한화에스앤씨 주식 40만주(지분 66.7%)를 김동관 전무에게 헐값에 매각해 한화에 600억원대의 손해를 끼쳤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한화에스앤씨의 공시를 분석해보면, 이 회사는 2001년 자본금 30억원으로 설립돼 2005년 총자산(연결기준) 723억원 규모의 회사였다. 이후 한화그룹의 계열사 일감을 성장동력 삼아 성장했다. 

그 결과 2016년 기준 총자산은 2조5280억원, 매출은 8579억원으로 증가했다. 2005년에  비해 총자산은 35배, 매출은 7배 늘어난 수준이다. 한화에스앤씨의 내부거래 비중은 50% 수준이었다.


김 전무는 한화에스앤씨로부터 325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보유 주식 가치는 7117억원에 달했다. 이 회사의 주식 매입가 614억원을 빼면 11년 동안 6828억원이나 재산가치가 증가한 셈이다. 김동원 상무와 김동선씨의 지분을 더하면 이들 형제는 한화에스앤씨를 통해 1조3542억원의 돈을 벌었다.

한화는 이 같은 논란을 미리 피해갔다. 한화에스엔씨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자 한화에스엔씨는 지난해 8월 스틱인베스트먼트서 운용하는 스틱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 컨소시엄에 정보기술 서비스 사업부문에 대한 지분 44.6%를 2500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 결정에 따라 한화에스앤씨는 기존 존속법인과 사업부문 법인으로 물적분할이 진행되고 스틱컨소시엄은 분할된 사업부문 법인의 지분 44.6%를 인수하게 된다. 예정대로 회사가 분할하면서 공정위 규제 대상서 벗어나게 됐다.  

한화프런티어와 한화에스앤씨로 분할이 이뤄지면 기존 SI업무는 모두 신설회사인 한화에스앤씨로 이전하는 데 공정위 규제 대상에 오너 일가 회사인 한화프런티어의 자회사인 신설 한화에스앤씨는 제외된다.

태광그룹도 지난해 말 쇄신안을 발표하며 공정위의 칼날을 피해가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태광그룹이 핵심 자회사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 그동안 태광그룹 지배구조는 이호진 전 회장과 그의 아들 이현준씨가 소유하고 있는 회사가 주요 계열사를 거느리는 형태로 유지됐다.  
 

이 때문에 태광그룹은 계열사간 내부거래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 전 회장 부자가 소유한 티시스와 태광그룹 소속 6개 금융계열사가 내부거래로 공정위로부터 제재 또는 주의를 받기도 했다. 

때문에 올해 도입될 예정인 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상에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포함될 경우 이 전 회장에 대한 규제 강도가 더욱 세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태광그룹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태광그룹은 지난달 ‘한국도서보급’과 ‘티시스(투자부문)’ ‘쇼핑엔티’ 등 3개사의 합병 계획을 공시했다. 이호진 전 회장은 티시스가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눠짐에 따라 보유하고 있던 1000억원 상당의 ‘티시스’ 지분 전체를 무상으로 증여할 계획이다. 

해당 지분은 올해 상반기 중 증여방식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 전 회장의 무상 증여 등 후속조치가 완료되면 이 전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티시스 등 계열사를 둘러싼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등 논란이 모두 해소된다. 합병 예정일은 오는 4월1일이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전체 계열사 수가 26개서 22개로 줄어들게 된다. 

조사는 시작
과연 결과는?

특히 이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회사는 ‘세광패션’ ‘메르벵’ ‘에스티임’ ‘동림건설’ 등 7개서 ‘한국도서보급’ 1개로 줄어든다. 이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한 내부거래 가능성도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효과가 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이번 개선작업은 지배구조 개혁에 관한 그간의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계열사간 출자구조를 단순화하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됐다”며 “출자구조의 개혁에 그치지 않고 소액주주의 권리 보장, 윤리경영시스템의 강화 등을 지속 추진해 선진 지배구조를 정착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의 강한 조사를 받고 있는 그룹 가운데 하림도 빼놓을 수 없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취임한 후 대기업집단에 대한 첫 조사로 하림그룹을 정조준하면서 재계의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공정위가 하림을 어디까지 파헤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상속세를 정당하게 납부하지 않고 기업을 물려준 행태가 드러날 경우 사회 통념상 용인하기 어려워 경우에 따라서는 검찰 고발 등 강력한 조치도 예상된다. 

하림그룹은 2016년 자산 규모가 10조5000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5월 처음으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정부 심상찮은 낌새
부랴부랴 먹튀 러시 

공정위는 김홍국 회장이 2012년 장남 준영씨에게 비상장 계열사인 올품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부당한 지원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준영씨는 현재 하림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올품' 주식 100%를 김 회장으로부터 2012년 물려받으며 증여세로 100억원을 냈다. 

이를 통해 준영씨는 '올품→한국썸벧→제일홀딩스→하림'으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당시 하림그룹의 자산규모가 3조50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증여세가 적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증여세를 마련하는 방법도 문제로 지적됐다. 

올품이 2016년 100% 주주인 준영씨를 대상으로 30%(6만2500주) 규모의 유상 감자를 하고, 그 대가로 준영씨에게 100억원을 지급하는 방식을 동원하면서 그는 올품 지분 100%를 유지하면서도 회사로부터 100억원을 받을 수 있었다. 

공정위는 올품 매출액이 5년 만에 급격히 성장하면서 일감 몰아주기로 경영권 승계작업을 도운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올품 매출액은 준영씨가 증여받기 전인 2011년 706억원이었지만 2016년에는 4039억원까지 늘어났다. 

이 과정서 하림 계열사에 닭고기와 동물 의약품 등을 팔아 2015년 745억원, 2016년 848억원을 벌어 내부거래 비중이 20% 이상이었다. 현재까지 하림의 구체적인 없는 상황. 공정위의 하림에 대한 처분에 눈길이 쏠릴 수 밖에 없다.

한국타이어도 지난해 대규모기업집단에 포함되면서 일감 몰아주기 감시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문제가 됐다가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어떤 방식으로 해소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타이어 계열사인 신양관광개발, 엠프론티어, 엠케이테크놀로지는 계열사의 일감으로 성장하고 있다. 내부거래 비중은 엠프론티어 81.8%, 엠케이테크놀로지 98.6%, 신양관광개발 100% 등으로 집계됐다. 

그룹의 건물·시설관리와 부동산임대업 등을 담당하는 신양관광개발의 경우 2014년부터 매출의 100%를 내부거래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오너 일가의 지분이 상당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양관광개발은 그룹의 건물 및 시설관리용역 부동산임대사업을 주사업 목적으로 한국타이어그룹 오너 일가의 지분이 100%다. 

없앤다고 
없어질까 

전산체계관리와 시스템통합서비스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엠프론티어는 조현범과 조현범, 조희경 등 한국타이어그룹 오너 일가가 각각 24%와 24%, 12% 지분율을 나타내고 있다. 엠케이테크놀로지는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이 각각 20.0%, 29.9%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 관련 이슈는 편법 승계를 위해 끊이지 않고 논란이 제기됐다”며 “공정위의 제재 의지가 강해 재계 스스로 논란이 될만한 기업들을 서둘러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