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풍’ 가상화폐 리스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1.15 11:15:17
  • 호수 11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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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권 말아먹을 ‘제2의 바다이야기’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광풍이 불고 있다. ‘일확천금’을 노리고 가상화폐 투자에 ‘올인’하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가상화폐가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치권에선 가상화폐 붕괴가 향후 문재인정권의 ‘리스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상화폐는 제2의 ‘바다이야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가상화폐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 가상화폐의 가격은 최근 250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는 국제 시세 약 1만5000달러(한화 1600만원)보다 56% 고평가된 금액이다. 이를 두고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직접
관련 정보수집

국내에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을 비롯해 코인원, 코빗 등이 있다. 이들 거래소의 1일 거래량은 약 5조∼10조원에 달하며 이를 월 단위로 환산하면 150조∼300조원에 육박한다. 여타 거래소 대금을 합친 액수는 하루 10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12월 국내 증시 일일 거래대금(12조2000억원)의 80%에 달하는 것이다.

‘인생역전’의 꿈은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직장인과 주부, 대학생, 청소년까지 가상화폐 투자에 열광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 자체가 불법적 요소가 있기 때문에 거래소 폐쇄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가상화폐가 제2의 ‘바다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다. 일각에서는  향후 문재인정부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다이야기는 2004년 말 ‘파친코 머신’을 차용한 사행성 게임이다. 등장과 동시에 도심 유흥가와 골목을 중심으로 곳곳에 퍼지며 사람들의 사행성을 조장했다. 게임기는 일본 파칭코 우미모노가타리 시리즈를 착안해 만들어졌다.  2006년까지 게임기가 4만5000여대가 팔리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일확천금 한탕주의에 눈먼 사람들
위험한 투자열풍…정부 진화 나서

그러다 2005년 말부터 게임의 사행성과 중독성이 지적됐다. 재산을 탕진하는 사람이 속출하고 일부는 자살하기도 했다. 특히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 각각의 당첨 내용을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결국 정부가 나서 점포를 없애면서 막을 내렸다.

당시 정부의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어났다. 노무현정권 4년차 집권이었던 시기로 정권 실세들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맹공세를 펼치면서 노무현정부와 여당은 정국을 좌우할 만한 입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임기 말을 무력하게 보냈다.

이 때문에 가상화폐가 바다이야기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간다면 문재인정부의 리스크로 작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범죄에 악용 
부작용도 커


또 다른 일각에서는 ‘가상화폐 리스크’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국회 한 관계자는 “가상화폐와 바다이야기 사건은 다른 면이 있다. 바다이야기는 정부서 허가를 내줬지만 정부는 계속 가상화폐의 위법성을 경고하고 있다”며 “또 바다이야기는 집권 후반이어서 레임덕이 올만도 했다. 반면 새 정부는 이제 갓 2년 차에 접어들고 있으며, 국정지지 또한 탄탄하기 때문에 가상화폐 리스크는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뒤늦게 가상화폐가 심상치 않다는 걸 인지한 정부는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13일 비트코인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의 가상화폐 규제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가상화폐 거래를 원칙적으로 통제하는 등 전면금지 등 특단의 조치는 포함되지 않았다. 

가상화폐 시장이 정부가 손댈 수 없을 만큼 커졌다고 전문가들은 입 모았다. 

실제로 최흥식 금감원장은 지난해 12월 출입기자 송년 만찬회서 “비트코인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에 대해선 각국 정부도 답이 없는 상황”이라며 “지난번 유럽 출장 때(유럽 당국에) 물어봤더니 오히려 우리에게 (어떻게 해야 하냐고)반문했다. 중국도 우리한테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강력한 규제보다는 가상화폐의 위법·위험성 등을 알려 투기 심리 위축을 유도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는 가상화폐 관련 사건·사고 및 정보를 수집하라는 특명이 떨어진 이유다. 

당시 사정기관 한 관계자는 “청와대서도 가상화폐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가상화폐와 관련 각종 정보를 수집해 대책에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강력한 제제보다는 가상화폐 관련 사건·사고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니다. 자칫 강력한 제제를 하다간 시장이 폭락해 수십만 명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경찰 수사선상에 올랐고, 국세청은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가상화폐 관련 신종범죄가 기승을 부리자 검찰은 수사기법 연구에 나섰다. 금융 당국은 직원들에게 가상화폐 거래 금지령을 내렸다. 

국세청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1위 업체인 빗썸과 3위 업체인 코인원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 직원들은 지난 10일 코인원과 빗썸 본사에서 현장조사를 벌였다. 

국세청은 우선 수수료로 하루에 20억원 넘게 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빗썸이 부가가치세와 법인세를 제대로 내고 있는지 보고, 자산 성격이 강해진 가상화폐 거래 차익에 대한 세금 부과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 만지작
대폭락 우려


코인원은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서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도 받고 있다. 코인원은 회원들에게 최장 1주일 뒤 시세를 예상해 거래할 수 있는 ‘마진 거래’ 서비스를 제공했었다. 

마진 거래란 회원들이 시세를 예측해 공매수나 공매도를 선택하면 결과에 따라 돈을 얻거나 잃는 거래 방식이다. 경찰은 코인원의 마진거래가 일정 기간 이후의 시세를 예측하는 행위로, 우연한 승패에 따른 재물의 득실로 보고 도박이라 판단했다. 코인원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달 18일 마진거래를 중단했다. 

대검찰청 산하 사이버범죄연구회는 이날 세미나를 열고 가상화폐를 통해 은닉한 범죄수익을 추적하는 기법 등을 논의했다. 세미나에서는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개요를 설명하고 해킹이나 사기 등 수사기법을 공유하는 내용을 다뤘다. 

가상화폐를 추적하는 수사 기법과 범죄수익으로 활용될 경우 몰수나 추징이 가능한지에 관해서도 정보를 공유했다. 

거품 빠지면 피해자가…
도박보다 더한 중독성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계좌를 제공하고 있는 6개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특별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시중은행이 가상계좌 발급을 막자 일부 거래소들이 법인계좌로 투자자금을 다수 받아 운영한 정황을 포착했다. 해킹 등 사고에 취약하고, 실명 확인 절차도 미흡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조치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부가 왜 이제야 나서는지 모르겠다’는 비판도 있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정부가 가상화폐를 잡기에는 그 규모가 커졌다”며 “서민들이 이걸로 인생역전을 꿈꾸는 게 잘못이냐”는 여론도 많다. 사실 아무도 가상화폐 시장이 이렇게 커질지 예상하지 못했다. 

가상화폐가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부터다. 이때부터 가상화폐가 커질 것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현재에 이르게 됐다. 

또 당시 정부 역시 가상화폐를 손쓸 틈이 없었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이 때가 막 장미 대선이 끝난 시기였으며 청와대에서는 새 정부를 꾸리는 데 여념이 없었다. 

투기성 ‘경고’
사정기관 제동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는 한국사에서 가장 다이나믹한 시기였다. 탄핵과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서 정부가 가상화폐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며 “새정부가 들어왔지만 내각도 꾸리지 못했다. 인사하기 급급한데 어떻게 가상화폐 규제할 생각부터 하겠느냐”고 말했다. 

뒤늦게 가상화폐가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제2의 바다이야기를 막기 위해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향후 정부 규제안이 수십만 명의 피해자를 만들어낼지 최소화할지 주목된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가상화폐 거래소 앞날은?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를 전면 폐쇄하기로 했다. 가상화폐 거래가 전국민적 투기 열풍으로 논란이 되자 더 큰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법무부의 강력한 요청에 따른 것이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지난 11일, 과천정부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어 가상화페 거래소의 폐지와 기존 거래소를 통한 거래를 모두 폐지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정부 차원의 입법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가상화폐 거래가 투기나 도박과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양태가 도박과 비슷하게 이뤄지기에 도박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가상화폐 거래서 폐지에 대해선 (금융당국 등) 유관부처들과 이견이 없다”며 정부 내 의견교환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가상화폐 거래는 가치에 기반을 둔 게 아니며 심각한 급등락과 그 원인이 기존 상품거래의 가격변동과 비교했을 때 완전히 다른 차원이라고 했다. 또 산업자본으로 쓰여야 할 돈이 가상화폐로 몰리고 있으며 거품이 터졌을 깨 개인이 입을 피해가 너무 크기에 강력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박 장관은 “가상화폐라는 용어도 정확하지 않다고 본다. 이건 화페가 아니다”며 “‘가상증표’로 말하는 게 정확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그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이전에도 여러과지 관련 대책을 유관부처 합동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해 형법상 ‘도박개장죄’를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시사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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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