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풍’ 가상화폐 리스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1.15 11:15:17
  • 호수 1149호
  • 댓글 0개

문 정권 말아먹을 ‘제2의 바다이야기’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광풍이 불고 있다. ‘일확천금’을 노리고 가상화폐 투자에 ‘올인’하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가상화폐가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치권에선 가상화폐 붕괴가 향후 문재인정권의 ‘리스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상화폐는 제2의 ‘바다이야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가상화폐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 가상화폐의 가격은 최근 250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는 국제 시세 약 1만5000달러(한화 1600만원)보다 56% 고평가된 금액이다. 이를 두고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직접
관련 정보수집

국내에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을 비롯해 코인원, 코빗 등이 있다. 이들 거래소의 1일 거래량은 약 5조∼10조원에 달하며 이를 월 단위로 환산하면 150조∼300조원에 육박한다. 여타 거래소 대금을 합친 액수는 하루 10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12월 국내 증시 일일 거래대금(12조2000억원)의 80%에 달하는 것이다.

‘인생역전’의 꿈은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직장인과 주부, 대학생, 청소년까지 가상화폐 투자에 열광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 자체가 불법적 요소가 있기 때문에 거래소 폐쇄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가상화폐가 제2의 ‘바다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다. 일각에서는  향후 문재인정부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다이야기는 2004년 말 ‘파친코 머신’을 차용한 사행성 게임이다. 등장과 동시에 도심 유흥가와 골목을 중심으로 곳곳에 퍼지며 사람들의 사행성을 조장했다. 게임기는 일본 파칭코 우미모노가타리 시리즈를 착안해 만들어졌다.  2006년까지 게임기가 4만5000여대가 팔리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일확천금 한탕주의에 눈먼 사람들
위험한 투자열풍…정부 진화 나서

그러다 2005년 말부터 게임의 사행성과 중독성이 지적됐다. 재산을 탕진하는 사람이 속출하고 일부는 자살하기도 했다. 특히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 각각의 당첨 내용을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결국 정부가 나서 점포를 없애면서 막을 내렸다.

당시 정부의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어났다. 노무현정권 4년차 집권이었던 시기로 정권 실세들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맹공세를 펼치면서 노무현정부와 여당은 정국을 좌우할 만한 입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임기 말을 무력하게 보냈다.

이 때문에 가상화폐가 바다이야기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간다면 문재인정부의 리스크로 작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범죄에 악용 
부작용도 커


또 다른 일각에서는 ‘가상화폐 리스크’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국회 한 관계자는 “가상화폐와 바다이야기 사건은 다른 면이 있다. 바다이야기는 정부서 허가를 내줬지만 정부는 계속 가상화폐의 위법성을 경고하고 있다”며 “또 바다이야기는 집권 후반이어서 레임덕이 올만도 했다. 반면 새 정부는 이제 갓 2년 차에 접어들고 있으며, 국정지지 또한 탄탄하기 때문에 가상화폐 리스크는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뒤늦게 가상화폐가 심상치 않다는 걸 인지한 정부는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13일 비트코인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의 가상화폐 규제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가상화폐 거래를 원칙적으로 통제하는 등 전면금지 등 특단의 조치는 포함되지 않았다. 

가상화폐 시장이 정부가 손댈 수 없을 만큼 커졌다고 전문가들은 입 모았다. 

실제로 최흥식 금감원장은 지난해 12월 출입기자 송년 만찬회서 “비트코인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에 대해선 각국 정부도 답이 없는 상황”이라며 “지난번 유럽 출장 때(유럽 당국에) 물어봤더니 오히려 우리에게 (어떻게 해야 하냐고)반문했다. 중국도 우리한테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강력한 규제보다는 가상화폐의 위법·위험성 등을 알려 투기 심리 위축을 유도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는 가상화폐 관련 사건·사고 및 정보를 수집하라는 특명이 떨어진 이유다. 

당시 사정기관 한 관계자는 “청와대서도 가상화폐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가상화폐와 관련 각종 정보를 수집해 대책에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강력한 제제보다는 가상화폐 관련 사건·사고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니다. 자칫 강력한 제제를 하다간 시장이 폭락해 수십만 명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경찰 수사선상에 올랐고, 국세청은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가상화폐 관련 신종범죄가 기승을 부리자 검찰은 수사기법 연구에 나섰다. 금융 당국은 직원들에게 가상화폐 거래 금지령을 내렸다. 

국세청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1위 업체인 빗썸과 3위 업체인 코인원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 직원들은 지난 10일 코인원과 빗썸 본사에서 현장조사를 벌였다. 

국세청은 우선 수수료로 하루에 20억원 넘게 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빗썸이 부가가치세와 법인세를 제대로 내고 있는지 보고, 자산 성격이 강해진 가상화폐 거래 차익에 대한 세금 부과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 만지작
대폭락 우려


코인원은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서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도 받고 있다. 코인원은 회원들에게 최장 1주일 뒤 시세를 예상해 거래할 수 있는 ‘마진 거래’ 서비스를 제공했었다. 

마진 거래란 회원들이 시세를 예측해 공매수나 공매도를 선택하면 결과에 따라 돈을 얻거나 잃는 거래 방식이다. 경찰은 코인원의 마진거래가 일정 기간 이후의 시세를 예측하는 행위로, 우연한 승패에 따른 재물의 득실로 보고 도박이라 판단했다. 코인원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달 18일 마진거래를 중단했다. 

대검찰청 산하 사이버범죄연구회는 이날 세미나를 열고 가상화폐를 통해 은닉한 범죄수익을 추적하는 기법 등을 논의했다. 세미나에서는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개요를 설명하고 해킹이나 사기 등 수사기법을 공유하는 내용을 다뤘다. 

가상화폐를 추적하는 수사 기법과 범죄수익으로 활용될 경우 몰수나 추징이 가능한지에 관해서도 정보를 공유했다. 

거품 빠지면 피해자가…
도박보다 더한 중독성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계좌를 제공하고 있는 6개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특별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시중은행이 가상계좌 발급을 막자 일부 거래소들이 법인계좌로 투자자금을 다수 받아 운영한 정황을 포착했다. 해킹 등 사고에 취약하고, 실명 확인 절차도 미흡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조치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부가 왜 이제야 나서는지 모르겠다’는 비판도 있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정부가 가상화폐를 잡기에는 그 규모가 커졌다”며 “서민들이 이걸로 인생역전을 꿈꾸는 게 잘못이냐”는 여론도 많다. 사실 아무도 가상화폐 시장이 이렇게 커질지 예상하지 못했다. 

가상화폐가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부터다. 이때부터 가상화폐가 커질 것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현재에 이르게 됐다. 

또 당시 정부 역시 가상화폐를 손쓸 틈이 없었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이 때가 막 장미 대선이 끝난 시기였으며 청와대에서는 새 정부를 꾸리는 데 여념이 없었다. 

투기성 ‘경고’
사정기관 제동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는 한국사에서 가장 다이나믹한 시기였다. 탄핵과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서 정부가 가상화폐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며 “새정부가 들어왔지만 내각도 꾸리지 못했다. 인사하기 급급한데 어떻게 가상화폐 규제할 생각부터 하겠느냐”고 말했다. 

뒤늦게 가상화폐가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제2의 바다이야기를 막기 위해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향후 정부 규제안이 수십만 명의 피해자를 만들어낼지 최소화할지 주목된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가상화폐 거래소 앞날은?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를 전면 폐쇄하기로 했다. 가상화폐 거래가 전국민적 투기 열풍으로 논란이 되자 더 큰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법무부의 강력한 요청에 따른 것이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지난 11일, 과천정부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어 가상화페 거래소의 폐지와 기존 거래소를 통한 거래를 모두 폐지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정부 차원의 입법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가상화폐 거래가 투기나 도박과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양태가 도박과 비슷하게 이뤄지기에 도박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가상화폐 거래서 폐지에 대해선 (금융당국 등) 유관부처들과 이견이 없다”며 정부 내 의견교환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가상화폐 거래는 가치에 기반을 둔 게 아니며 심각한 급등락과 그 원인이 기존 상품거래의 가격변동과 비교했을 때 완전히 다른 차원이라고 했다. 또 산업자본으로 쓰여야 할 돈이 가상화폐로 몰리고 있으며 거품이 터졌을 깨 개인이 입을 피해가 너무 크기에 강력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박 장관은 “가상화폐라는 용어도 정확하지 않다고 본다. 이건 화페가 아니다”며 “‘가상증표’로 말하는 게 정확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그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이전에도 여러과지 관련 대책을 유관부처 합동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해 형법상 ‘도박개장죄’를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시사했다. <창>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