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수도 탈환’ 플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1.02 10:36:12
  • 호수 11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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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발된 홍정욱 카드 ‘어렵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대여(對與) 승리의 바로미터는 역시나 ‘서울시 탈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마지막으로 대가 끊긴 서울시를 기필코 수복하겠다는 각오다. 홍준표 체제는 승부수로 ‘홍정욱 카드’를 내걸었다. 그러나 당사자가 갑작스레 불출마를 선언,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한 상태다. 과연 한국당은 어떤 후보를 내세울 것인가.
 

한국당은 지방선거 승리의 첫 단추이자 핵심인 인재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당 지도부는 경선 가능성이 큰 대구시장, 경북도지사와 현역 단체장의 경쟁력이 큰 것으로 평가받는 인천시장(유정복 시장), 울산시장(김기현 시장)을 제외한 전 지역에 인물을 영입해 단수 전략 공천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작된 전쟁
인재 영입전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으로부터 무죄를 확정 받은 홍준표 대표가 당을 지방선거 체제로 전환하는 데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홍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 의욕적으로 뛰어들었다.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를 출범시키면서 본격적인 지방선거 체제에 돌입했다. 

홍 대표는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서 “조강특위를 통한 조직혁신을 마무리 지을 생각”이라며 “이제는 정책혁신을 통해 국민들이 한국당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또 당무감사 결과 확정으로 62인의 당협위원장직 최종 박탈 등 체제를 정비한 한국당은 2기 혁신위원회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보수정당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공들인 지방선거서 최종 성적표 역할을 할 곳은 서울시장 자리다. 한국당 지도부는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서울시를 반드시 수복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비록 서울은 홍 대표가 앞서 “지방선거서 6개 광역단체장(부산·인천·대구·울산·경북·경남)을 지켜내지 못하면 대표직을 사퇴하겠다”며 배수의 진을 친 지역은 아니지만 서울의 상징성과 서울시를 민주당에 내준 과정, 그리고 서울시를 민주당에 내준 후 격노했던 홍 대표의 과거 등을 고려한다면 결코 여당에 양보할 수 없는 지역이다.

서울은 한국당 입장에선 상당한 아픔이 서려있는 곳이다. 당 소속이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 2010년 재선에 성공하면서 서울은 보수정당의 새로운 성지로 발돋움할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1년 오 전 시장은 직을 걸고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밀어붙이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그해 8월24일 최종 투표율이 25.7%에 그치면서 투표함을 개봉할 수 있는 투표율 33.3%에 미달했다. 

결국 오 전 시장은 투표함을 열어보지도 못한 채 이틀 뒤인 8월26일 자진해 자리서 내려와야만 했다. 당시 한나라당(현 한국당)서 오 전 시장의 주민투표 강행을 극구 만류했지만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앞서 오 전 시장이 주민투표 강행으로 서울시장직을 내려놨을 때 격노했던 사람이 바로 지금의 홍 대표였다. 한나라당 대표였던 홍 대표는 오 전 시장이 사퇴한날 그를 ‘포퓰리스트’로 규정하고 맹비난했다.
 


홍 대표는 당시 기자들에게 “오세훈은 이벤트로 출발해 이벤트로 끝났다. 오세훈은 오늘로 끝”이라며 “이벤트 정치에만 매달리는 포퓰리스트(인기영합주의자) 정치인은 한나라당에 더이상 없어야 한다”고 격앙된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던 바 있다.

서울지역 당협위원장들과의 조찬간담회서도 홍 대표는 “국익이나 당보다도 개인의 명예가 더 중요하다는 것은 당인, 조직인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의 말에 따르면 홍 대표는 간담회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어젯밤 10시쯤 오 (전)시장이 집으로 찾아왔기에 쫓아냈다. 앞으로 다시는 볼 일 없을 것이라고 했다”며 “어떻게 개인의 명예만 중요하냐. 오 (전) 시장은 당이나 국가를 도외시하고 자기 모양만 중요시한다. 당이 어떻게 되든, 10월 재보선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것 아닌가. 그런 식으로 하려면 혼자 정치하지, 왜 조직으로 하는가”라고 격노했다고 한다. 

당시 홍 대표 측은 오 전 시장이 당의 처지를 고려해 사퇴 시기를 늦춰주길 희망했으나 오 전 시장이 조기 사퇴를 강행해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내려온 오
차지한 박

홍 대표의 격노는 비단 개인 간의 감정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이명박정권의 청와대는 오 전 시장의 사퇴가 가져올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재보궐 선거서 서울시장 자리를 민주당에 내줄 경우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레임덕을 부추길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명박정권의 복심으로 통했던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오 전 시장을 “남 생각 안 하고 자신만 생각하는 냉혈한”이라며 맹비난했다.

결국 재보궐 선거가 열렸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원순 변호사는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에 성공한 뒤 탄력을 받아 민주당 및 민주노동당 후보와 경선서 승리해 범야권 단일후보가 됐고 최종적으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꺾고 서울시장으로 당선됐다.

이후 박 시장은 재선에 성공해 현재 3선 도전을 암시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당은 당명이 두 차례(한나라당→새누리당→한국당) 바뀌는 와중에도 서울시를 수복하지 못하고 있다.

홍 대표는 서울시장 후보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당 내부에서는 홍 대표가 직접 영입 후보를 챙기고 있다는 말까지 들려온다. 후보자 공천 구상을 상당 부분 가다듬었으며 유력 후보군까지 압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중 가장 유력한 주자가 바로 홍정욱 헤럴드 회장이었다. 한나라당 소속으로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홍 회장에게 당 지도부는 수차례 출마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회장은 ‘젊은’ 이미지와 계파에 속하지 않은 점 등 현 한국당 지도부서 매력적으로 느낄 만한 요소들을 두루 갖춘 인물이다. 본선 경쟁력이 없는 후보를 앞세워 경선을 치르기보다 젊고 능력 있는 이미지의 정치인을 영입해 미리 표심을 흔드는 것이 낫다는 게 한국당 지도부의 판단이었다.


대끊긴 서울시장 수복 강력 의지
보수 외면한 ‘독수리’ 어쩌나…

한국당도 홍 회장에게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타진 중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27일 cpbc 가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한 홍문표 사무총장은 “(홍 회장과)대화를 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언론에 보도된 홍 회장 영입설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실제 영입으로 이어졌는지 여부에 대해선 “결과에 대해 지금 말씀드리기가 좀 그렇다”며 말을 아꼈다. 이 때문에 홍 회장이 한국당 후보로 서울시장에 출마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홍 회장 출마설은 그의 ‘불출마 선언’으로 단순 해프닝으로 끝났다.

지난 28일 그는 자신의 SNS에 “최근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한 언론보도에 생각보다 많은 분들께서 관심을 가져주셔서 입장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국민과 국가를 섬기는 공직은 가장 영예로운 봉사”라고 언급했다.
 

그는 “그러나 공직의 직분을 다하기에 내 역량과 지혜가 여전히 모자란다. 당장의 부름에 꾸밈으로 응하기보다는 지금의 내 자리서 세상을 밝히고 바꾸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불출마 의사를 시사했다.


홍 회장은 한국당의 두 번째 부름에도 응하지 않았다. 앞서 홍 회장은 19대 총선에도 불출마한 바 있다. 

당시 홍 회장은 “18대 국회가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줬다. (19대 총선 불출마가)유권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고 책임지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다”며 “18대 국회의 일원으로 책임감을 느껴왔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처리할 때도 책임감을 느꼈다”고 언급했던 바 있다. 

그는 “오랜 시간동안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라며 ‘정계 은퇴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내가 많이 부족해서 가는 것이기 때문에 떠난다고 봐야 한다. 뜻을 성실히 하는 것에 있어 생각에 간사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굳은 의지를 보였다.

한국당 입장에서는 허탈할 수밖에 없게 됐다. 홍 회장이 한국당의 ‘올드’한 이미지를 만회할 수 있는 최고의 카드였기에 더욱 그렇다. 

올해 초 대선 패배 이후 당이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율을 우려하며 보수 진영의 세대교체 필요성을 제기했을 때 홍 회장이 20∼40세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인물로 영입 대상에 오른 바 있다.

홍정욱 영입
해프닝 그쳐

민주당의 경계심도 높았다. 한국당 내에서 거론되는 서울시장 후보군 중 홍 회장이 가장 상대하기 껄끄러운 상대라고 봤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홍 회장이 가장 두려운 존재”라며 전제한 뒤 “젊으면서도 엘리트적인 면이 과거 대권주자로까지 분류됐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연상케 한다. 만약 한국당서 ‘젊은’ 홍정욱 대 ‘올드’한 박원순 프레임으로 끌고 간다면 딱히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굳이 박원순 시장이 아니더라도 현재 우리당 내 서울시장 하마평에 오르는 사람 중 홍 회장만큼 신선한 인물이 안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정치적 성향 역시 중도보수로 확장성이 보장된 인물이었다. 정치권서 멀어져 있던 시간이 길어 친박(친 박근혜)·비박(비 박근혜) 등 계파에서도 자유로웠다. 본인도 정치권에 몸담고 있던 시절 계파주의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펴왔다. 

친박 대 친이의 대결이 한창이던 시절 홍 회장은 복수의 인터뷰서 “정치조직서 계파갈등이 없을 수는 없지만, 경쟁을 통해서 발전해야지 정쟁으로가면 패망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라며 “당과 대통령의 도움을 받아서 당선됐다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노력을 해야 한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또한 그는 “무리와 함께 가는 철새보다 혼자 가는 독수리가 더 멋있다”는 말로 계파에 치우친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현역 시절 간접적으로 내비친 바 있다. 결과적으로 홍 회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한국당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됐다.

한국당은 홍 회장의 불출마 선언이 자칫 한국당 기피 현상으로 확전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마당에 영입 후보군이 잇따라 러브콜에 고개를 내젓고 있기 때문이다. 

홍 회장에 앞서 한국당 부산시장 후보로 유력했던 장제국 동서대 총장과 경남도지사 후보로 거론된 안대희 전 대법관이 잇따라 불출마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민주에 호재? 아직 몰라
낮은 시 지지율 변수로

한국당은 새로운 영입 대상을 찾아야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12월 3주차 주간동향에 따르면 한국당은 서울서 2주차 대비 2.2%포인트 하락한 16.3%의 정당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치 신예 입장에서는 한국당의 러브콜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한국당 내에서의 푸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그렇다고 이대로 서울시를 포기할 수 없는 게 한국당의 딜레마다. 홍 회장의 이탈로 현재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군은 김병준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와 김용태 의원으로 좁혀졌다. 후보군의 양과 질에서 추가 영입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영입설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앞서 한국당 내에서는 황 전 총리를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우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비록 홍 대표가 지난해 9월 “다시 탄핵 선거가 될 수 있다”며 선을 그었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180도 바뀌었기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하나 예의주시할 점은 홍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 직접 나서는 그림이다. 본인의 출마 의사와 관계없이 정치권에서는 홍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을 높게 점쳐왔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지난해 11월 홍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야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불교방송> 라디오 인터뷰서 그는 “민병두-홍준표 대결이든, 민병두-안철수 대결이든, 민병두-홍준표-안철수 3자 대결이든 상관없다”며 자신감을 표출했다.

인물난 고조
홍 대표 출마?

홍 대표는 홍 회장의 불출마 선언에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며 추가 인재 영입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28일 기자들과 만난 홍 대표는 “서울시장 후보는 홍 회장 외에도 많이 있다”면서도 “인재난이 있는 건 당연하다. 야당에 들어오면 불이익이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출마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을 상대로 설득 작업을 하겠다. 새해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서병수 VS 이종혁’ 부산 매치 막전막후

장제국 동서대 총장이 내년 지방선거서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지난달 26일 장 총장은 자신의 SNS에 “부족한 나를 평가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라며 “오늘을 기점으로 저의 부산시장 출마에 관한 이야기가 더 이상 회자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장 총장 영입을 위해 다각도로 공을 들여왔다. 최근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홍 대표는 “(서병수) 현 시장이 인기가 없으면 공천에도 붙이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신인과 현역 단체장 간 경선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장 총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온 바 있다. 

실제 최근 홍 대표는 장 총장을 만나 부산시장 후보로 나서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제국 불출마 선언
집안싸움 2파전 양상

그러나 장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으로 홍 대표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더불어 한국당 부산시장 후보 경선이 서병수 부산시장 대 한국당 이종혁 최고위원 간 대결로 좁혀지게 됐다. 

서 시장은 그간 재선의지를 꾸준히 밝혀왔지만, 홍 대표와의 갈등으로 한때 무소속 출마가 예상됐었다. 그러나 이번 장 총장 불출마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올라섰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 때 홍 대표와 설전을 주고받기도 한 서 시장은 지난달 22일 홍 대표의 대법원 무죄판결에 대해 “홍 대표와 이완구 전 총리의 대법원 무죄 판결은 ‘사필귀정’”이라며 “홍 대표를 중심으로 보수가 대동단결하고 결집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말하는 등 그간의 갈등을 봉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그러나 서 시장이 넘어야 할 산은 아직 존재한다. 대결 상대로 홍 대표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종혁 최고위원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홍 대표 측근인사로 분류되는 이 최고위원은 지역 국회의원 출신으로 최근 부산에 사무실을 내고 산악회 활동과 봉사활동을 하는 등 민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당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뒤 오는 4일 부산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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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