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회피처 들어간 ‘코리안리 미스터리’

왜 하필 라부안에?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코리안리가 최근 들어 잇달아 지점 설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해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있는 셈인데 일각에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설치된 지점 모두 조세회피처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코리안리가 조세회피처에 지점을 설치하는 이유를 알아봤다. 
 

코리안리는 재보험사다. 국내에 미치는 영향에 견줘 일반 국민들에게 인지도가 높지 않은 이유는 대상 고객이 보험사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보험사의 보험사다. 일반 보험사가 법인 등을 상대로 보험 상품을 판매할 경우 사고가 발생해 지급해야 할 보험금 규모가 감당하기 힘든 경우가 있는데 이를 대비하기 위해 재보험사에 가입해 리스크를 분산한다.

“거점 마련”

코리안리는 국내 법인 가운데 유일한 재보험사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최근에는 수익성이 둔화되면서 해외 진출에 눈을 돌리고 있는 분위기다. 현재까지 상황은 나쁘지 않다. 

올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 매출액 등이 반등세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매출액 5조3632억원, 당기순이익 1592억원으로 지난해 매출(6조6845억원)과 당기순이익(1600억원)의 90% 이상을 시현한 상황이다.

코리안리는 향후 해외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지점 설치를 늘릴 계획이다. 해외 진출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는 긍정적이란 평가가 나오지만 일각에선 설치 지점이 조세회피처란 점을 들어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코리안리는 현재 역외 2곳(홍콩, 영국)에 법인을 두고 있고, 3곳(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라부안, 두바이)에 지점을 설치했다.

이들 3곳 지점 가운데 라부안과 두바이는 올해 설치됐다.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두 곳 모두 조세회피처로 알려져 있다.

코리안리는 지난 6월, 말레이시아 라부안 금융감독청으로부터 라부안 지점 신설에 대한 본인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사측은 라부안 지역의 본인가 취득으로 동남아시아 지역 가운데 자연재해 위험이 현저히 낮고 성장 잠재력이 큰 말레이시아 시장 개척의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코리안리는 라부안 지점을 무인점포 형태로 운영할 방침이다.

글로벌 진출 교두보 해외지점 설치
“앞으로 더 늘릴 것” 의혹의 시선들

라부안은 전체 인구 8만명, 면적 92㎢의 작은 섬이다. 제주도와 비교하면 20분의 1 수준. 말레이시아 정부는 1990년 라부안을 역외금융센터이자 자유무역지대로 지정하고 세금 혜택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라부안은 조세회피처로 분류된다.
 

이곳에 진출한 기업이나 사람들은 종종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자금을 보내기도 한다. 따라서 이곳에 진출한 코리안리의 진출 목적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할 수밖에 없다.


코리안리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재보험사에 인가해주는 곳은 쿠알라룸푸르와 라부안 두 곳 밖에 없는데 쿠알라룸푸르는 10년 전부터 역외 법인에 신규 허가를 불허하고 있다”며 “어쩔 수 없이 라부안에 설치했다. 이미 세계 보험사가 110여개 진출해 있다”고 언급했다.

코리안리는 내친김에 두바이에도 지점을 설치했다. 지난 10월 두바이 금융감독청으로부터 두바이지점 신설에 대한 본인가를 획득했고 11월16일자로 두바이지점 설치에 관한 금융감독원 신고를 끝냈다. 

두바이지점은 내년 1월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코리안리는 두바이에 설치한 지점을 통해 중동 및 아프리카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곳 역시 조세회피처 이미지가 있다. 국제 비정부기구 조세정의네트워크가 발표한 2015 금융비밀지수(TSI)에 따르면 두바이는 10위에 랭크돼있다. 금융비밀이 잘 보장되는 점을 악용해 조세를 회피하기 위해 ‘검은 돈’들이 몰리는 곳이라는 의미다. 

코리안리가 설치해 운영 중인 싱가포르 역시 관세청이 지정한 조세회피처다. 관세청이 정의한 조세회피처는 자본·무역 거래에 세금을 매기지 않거나 극히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지역이다. 이 때문에 국내외 기업인·정치인 등의 역외 탈세나 비자금 조성 등에 자주 이용된다.  

공교롭게도 코리안리가 세운 지점 모두는 조세회피처 이미지가 있는 곳이었다. 해외에 설치된 법인도 조세회피처 의혹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코리안리가 운영 중인 역외 법인은 홍콩과 영국 두 곳에 있다. 홍콩 역시 조세회피처로 분류되는 지역이다. 

영국은 조세회피처라는 이미지가 강하지 않으나 최근 조세회피처의 통로라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조세회피처로 흘러들어가는 자금이 영국을 거쳐 가는 비율이 높은 것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연구팀이 영국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에 지난 7월 게재한 기업지배구조 관련 논문에 따르면 최종적으로 조세회피처로 흘러들어 가는 기업 투자의 14%는 영국을 거쳤다. 이는 네덜란드 2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이었다.

코리안리의 대부분의 역외법인이 조세회피처 이미지가 있었던 곳이라는 점에서 조세당국의 더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질 조세감시 어려워”
“지나친 색안경은 곤란”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사는 “역외 법인에 대한 조세당국의 감시가 쉽지 않는 상황서 조세회피처로 알려진 곳에 지속적으로 지점 및 법인을 설립하는 것을 관심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보험사의 특징상 보험사와의 거래가 많은데 이 같은 B2B(기업 간 거래)에 이면 계약을 통해 자금 세탁이나 비자금 조성과 같은 사건이 많이 발생하는 점을 감안해 적절한 감시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감시의 필요성은 코리안리가 오너 일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도 대두된다. 코리안리의 주식은 현재 고 원혁희 전 회장의 부인인 장인순 씨를 포함해 오너 일가 및 관계자가 2703만8846주(22.46%)를 가지고 있다. 

오너 일가의 청렴도가 높은지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찍힌다.

고 원 전 회장은 지난 2015년 금융감독원이 적발한 불법 외환거래 명단에 포함됐다. 외환거래법에 따라 외국 자본을 거래할 때 금융당국에 신고를 해야하는데 신고하지 않은 혐의가 포착됐다.

<일요시사>는  당시 고 원 전 회장이 금감원 명단에 포함된 경위와 이후 받은 처분에 대해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 했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단순히 해외 진출에 진출한 지점 등을 놓고 ‘조세회피처에 설치한다’라고 무리하게 (엮어서) 보는 시각이 있다”며 “해외 진출에 따라 불가피하게 지점을 설치하게 된 것인데 의혹이 불거진 거 같다”고 말했다.


“자금 감독 필요”

또 다른 회계사 B씨는 “해외 지점의 경우 해외서 거래가 발생한 것에 대해 실시간으로 회계처리를 하기보단 감사기간에 역외 지점에서 보내온 숫자를 본사와 합치는 방법으로 회계감사를 진행한다”며 “이 경우 생각보다 쉽게 장부를 조작할 가능성이 있긴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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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폴 적색수배’<br> 황하나 근황 포착

[단독] ‘인터폴 적색수배’
황하나 근황 포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마약 투약 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은 황하나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1월31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황씨를 형사 입건했다. 앞서 황씨는 2023년 9월, 영화배우 고 이선균을 협박한 유흥업소 실장 김모씨 등과 함께 내사를 받아왔다. 지난해 2월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간이시약 검사 등을 통해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했다. 수사를 받던 황씨는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마약과 성매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추가 혐의가 드러나자 태국에 있는 황씨를 검거하기 위해 인터폴 적색수배와 현지 영사 조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폴 적색수배 중인 황씨는 지난 1년 사이 캄보디아로 이동했다. 유튜브 채널 ‘크라임넷’을 운영하는 제보자 A씨에 따르면 현재 프놈펜 소재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한국인 남성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태국으로 도주한 황씨는 자동차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는 현지인 N씨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있다. N씨는 태국 상류층을 뜻하는 ‘하이소(High-Society)’로 분류되는 유명인사다. 황씨의 지인이자 한국에서 모델 활동을 했던 여성 Y씨는 “(자신과 함께) N씨가 클럽, 유흥업소 등에서 황씨와 파티를 즐겼다”고 알려왔다. 태국에서 상위 10% 미만에 속하는 재벌인 하이소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파티를 즐길 뿐더러, 전관예우 등에 따라 현지 경찰의 수사가 어려운 대상이다. 황씨가 N씨의 비호를 받아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왔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Y씨를 비롯한 다수의 제보자는 황씨가 태국, 캄보디아 등을 오가며 성매매,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고 전했다. 황씨는 한국에 있던 Y씨 등을 불러 현지 남성과의 성매매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 밖에 황씨는 과거 방송인으로 활동했던 에이미(이윤지) 등 유명인들과 어울리며 여유로운 삶을 이어갔다. 현지 정보망에 따르면 황씨는 하이소들과 함께 했기에 경찰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하이소의 권력이 얼만큼인지 나타내는 실제 사례도 있다. 스포츠음료 ‘레드불’ 공동 창업주의 손자 오라윳 유위티야의 뺑소니 사망사건이다. 오라윳은 2012년 9월 방콕 시내에서 술과 마약에 취해 페라리를 과속으로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근무하고 있던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한 후 도망쳤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 후 스트레스로 술을 마셨다는 오라윳 측 주장을 인정하고 음주 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오라윳은 불기소됐고, 이후 마약 복용에 따른 처벌도 면했다. 경찰 추적 중에도 호화 생활 동남아 오가며 ‘환락 파티’ 2022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마약법 개정으로 만료됐다고 현지 검찰총장실 대변인이 밝혔다. 1979년 제정된 마약법을 보면 코카인 불법 복용자는 6개월~3년 징역에 처하고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오라윳의 공소시효는 그해 9월3일에 만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21년 12월 발효된 새로운 마약법에 따르면, 코카인 복용은 징역 1년에 공소시효는 5년이다. 이에 따라 오라윳의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는 자동 기각됐다는 것이다. 오라윳은 이를 틈타 해외로 도주했다. 불기소 결정 뒤 반정부 집회가 열릴 만큼 반발은 심했다. 결국 총리 지시로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검찰과 경찰의 조직적 비호가 있었다는 정황도 포착했다. 검·경은 뒤늦게 부주의한 운전에 의한 과실치사에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도 추가했다. 하지만 오라윳의 행방은 묘연하다. 검찰은 경찰이 오라윳을 체포해 데려오기 전까지는 마약 복용 혐의로 기소할 수 없다고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현재 오라윳에게 남은 혐의는 과실치사뿐이며 공소시효는 2027년 9월3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를 종합하면, 황씨는 동남아로 도주하기 전 마약을 투약한 것과 더불어 지인에게 마약을 권하기도 했다. 황씨의 지인 J씨는 취재진과 전화 통화에서 “황하나가 나에게 좋은 거 있는데 해볼래?”라며 팔에 주사로 된 약물을 주입했다. 그는 “좋은 거라길래 설마 했는데, 속이 울렁거리면서 구토를 하게 됐다”며 “정신을 차려 보니, 주변에 주사기들이 놓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J씨는 “마약을 투약한 것 같다”고 경찰에 자수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이어 황씨는 지난해 3월19일 취재진과 통화에서 “술은 왜 마셔요? 마약이 더 좋은데”라며 “왜 기자들은 내 기사만 쓰는지 모르겠다. 다른 약쟁이들도 많은데, 좀 취재하고 기사를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황씨의 아버지 황재필씨는 “딸이 적색수배된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카카오 메시지를 읽었지만, 묵묵부답이다. 태국 재벌 ‘하이소’ 조력 “나 잡아봐라” 수사망 피해 한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로 전환된 황하나에 대해 출국금지 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적색수배가 내려진 황씨가 이번에 귀국하게 되면, 앞으로 1년 이상 태국에 재입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이자, 동방신기 출신 박유천의 전 약혼녀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두 사람은 2018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수차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황씨는 2019년 11월 항소심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면서 석방됐다. 앞서 여러 차례 마약 투약으로 처벌받은 이력도 있다. 2015년 5~9월 자택 등에서 필로폰을 세 차례 투약했다. 2018년 4월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 없이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집행유예 기간 중인 2021년 7월9일 재차 마약을 투약해 1심 판결로 추징금 40만원에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9년에 마약 투약죄로 선고받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동종범죄 재범에 이종범죄까지 저지른 대가로 가중처벌을 받은 것이다. 당시 마약 혐의와 함께 2020년 11월, 시가 500만원 상당의 명품 신발 등을 훔친 혐의도 받았다. 기소된 이후 세 차례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2021년 10월28일 2심 판결서 검찰은 황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구형했다. 황씨는 최후 진술에서 “휴대전화도 없애고 시골로 내려가 열심히 살고 제가 할 수 있는 성취감 느끼는 일을 찾아 열심히 살아보겠다”면서 “지난 3~4년간 수면제나 마약으로 인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제가 너무 하찮게 다뤘고 죽음도 쉽게 생각하며 저를 막 대했다”고 눈물을 흘리며 변론했다. 그해 11월15일 2심 판결서 재판부는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했다. 추징금은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태국서 이동 이후 2023년 이선균 마약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황씨를 포함해 총 8명이 마약을 투약한 단서를 포착하고, 일부는 형사 입건해 내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황씨는 내사자 신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내사 대상에 오른 인물 1명과 성명불상자 1명을 공갈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사실도 파악했다. 다수의 제보자들은 “황하나는 이선균이 협박당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선균을 협박해 금품을 뜯은 전직 영화배우 박모씨와 유흥업소 여종업원 김씨의 협박 행각이 검찰 공소장을 통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