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DJ 비자금 파문’ 박주원 강남 사무실의 비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12.18 10:39:03
  • 호수 11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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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물려준 의문의 오피스텔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 의혹(이하 DJ 비자금)’ 사건의 제보자로 지목돼 논란이 된 국민의당 박주원 최고위원이 지난 15일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그러나 박 전 최고위원의 사퇴에도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강남에 사무실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박 전 최고위원의 해명이다. <일요시사>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서 박 전 최고위원의 사무실로 의심되는 공간을 발견했다.

DJ 비자금 제보 의혹은 지난 8일 <경향신문>이 최초 보도했다. 해당 언론사는 이명박정부 출범 초인 2008년 10월, 주성영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국정감사 때 제기한 DJ 비자금 의혹의 제보자가 박 전 최고위원이라고 밝혔다. 박 전 최고위원이 주 전 의원에게 DJ 비자금 의혹을 제보해 폭로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같은 장소
다른 사건

보도에 따르면 사정당국 관계자는 “주 전 의원이 2008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DJ 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후 검찰 조사를 받으며 ‘2006년 초 박주원씨(전 국민의당 최고위원)로부터 먼저 연락을 받고 밤에 강남에 있는 그의 개인사무실로 가 박스에 담겨 있는 많은 자료를 받았다’고 했다”고 밝혔다.

박 전 최고위원은 즉각 반박했다. 

보도가 된 당일 저녁 기자회견을 갖고 “완전히 대하소설”이라며 검찰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진위 여부가 가려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박 전 최고위원은 “해당 언론보도에 어떤 정치공작의 의도가 숨겨져 있는지 개탄스럽다. 명예훼손 등 적절한 법적 대응을 강구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박 전 최고위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주 전 의원이) 박스를 전달받았다는 강남 사무실 또한 존재하지도 않는 공간”이라며 “평소처럼 주 전 의원을 만났다면 커피숍이나 어느 식당서 만났을 텐데 커다란 박스가 어디에 있었겠나? 안산시장 재임 시절이라서 (나는) 안산에 있었고 강남엔 내 사무실 자체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요시사> 취재 결과 서울 강남구에 박 전 최고위원의 사무실로 추정되는 공간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최고위원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D오피스텔 B동 OOOO호를 소유하고 있다.

전격 사퇴한 자리에 의혹만 주렁주렁
제보 파일 주고받은 장소도 수수께끼

D오피스텔 OOOO호는 박 전 최고위원의 아버지 고 박지오씨가 지난 1999년 11월경 사들였다. 박 전 최고위원이 안산시장으로 재임했던 2010년 2월 박씨가 별세하면서 박 전 최고위원에게 유증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박 전 최고위원은 OOOO호가 사무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지난 14일 전화통화서 “지금도 (해당 공간을) 소유하고 있다”면서도 “사무실로 쓴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 살았다. (나는 안산)시장 선거를 준비해야 돼서 대부분 안산에 있었다”고 해명했다. 

즉 주 전 의원이 박 전 최고위원 소유의 강남 사무실서 박스를 받았다는 2006년 2월, 강남 사무실로 의심되는 장소에 아버지 박씨가 살고 있었고 본인은 선거 준비를 위해 그 기간 안산에 있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살았다는 박 전 최고위원의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OOOO호 등기부등본을 보면 박씨의 주거지는 경기도 안산시 사동에 위치한 요진아파트로 나온다. 박 전 최고위원은 안산시 단원구 호수공원아파트에 살고 있다. 


요진아파트와 호수공원아파트는 안산호수공원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하고 있다. 정치권서 효심이 지극한 것으로 알려진 박 전 최고위원이 노령의 아버지를 멀리 있는 강남구 도곡동 D오피스텔에 살게 했을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

“(그런) 사무실
존재하지 않아”

아버지 박씨가 생전에 안산광림교회서 권사로 활동했다는 점도 박씨의 실 거주지가 안산시 요진아파트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근거다. 박씨의 발인도 고대 안산병원 장례식장서 지난 2010년 2월 진행됐다. 

박 전 최고위원의 동생들도 안산광림교회서 권사 및 집사로 활동 중이다. 여러 정황상 D오피스텔에 아버지 박씨가 거주했었다는 박 전 최고위원의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이러한 내용을 박 전 최고위원에게 질문하자 해명이 달라졌다. 

그는 “세를 줬다. 전세를 줬는지 모르겠다.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1999년 D오피스텔이 건설된 후 전세권 계약을 한 사람은 2012년 4월 조모씨가 유일했다. 즉 박 전 최고위원이 주 전 의원에게 자료를 건넸을 것으로 추정되는 2006년 2월, 전세 계약을 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박 전 최고위원에게 ‘서류상 해당 기간에 전세를 내준 사실이 없다’고 질문하자 그는 “서류상으론 그랬어도 누가 살았을 것이다. 내가 거주한 게 아니니까. 모르겠다. 오래 돼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안산에 쭉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그게 뭐가 중요합니까?” “그런 자료는 어디서 받으신 겁니까?” 등의 질문을 하기도 했다.

박씨가 소유한 OOOO호 확인
2007년 뇌물사건 때도 등장

D오피스텔 OOOO호가 사정기관 관계자가 말한 강남 사무실로 추정되는 근거가 또 있다. 

박 전 최고위원은 지난 2010년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은 바 있는데, 당시 공소장에 D오피스텔이 등장한다. 


박 전 최고위원이 안산시장이던 지난 2007년 해당 건물 1층 카페서 3조5000억원이 투입된 안산시 복합단지개발사업 사업자의 선정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김모 건설사 회장으로부터 1억30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였다.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 특별수사부는 박 전 최고위원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재판부는 1·2심서 박 전 최고위원에게 징역 6년에 추징금 1억3000만원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 재판부가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박 전 최고위원은 파기환송심서 무죄 판결을 받아 기사회생했다.

‘2007년에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 받을 당시 D오피스텔이 등장한다’라는 기자의 질문에 박 전 최고위원은 “그때 당시 아버지께서 거기(D오피스텔)에 살았다. 나도 시장이 되기 전 거기(D오피스텔)서 몇 년 동안 (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적이 있다”고 해명했다. 

“아버지 거주”→“전세를 내줬다”→“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순으로 해명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주장 오락가락
진실은 무엇?

DJ 비자금 제보 의혹과 관련해 박 전 최고위원의 발언은 공식석상서도 갈지(之)자 행태를 보였다. 당초 박 전 최고위원은 주 전 의원에게 어떠한 자료도 전달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최근 박 전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회의서 “2003년 ‘현대 비자금’ 내사 과정서 입수한 해당 양도성예금증서를 주 전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최근 박 전 최고위원은 의혹 자료를 주 전 의원에게 건넨 사실을 일부 시인하면서도 “DJ라고 못 박진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박 전 최고위원은 지난 15일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강남 사무실 관련 박주원 입장은?

<일요시사>는 강남 사무실로 추정되는 D오피스텔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소유자인 국민의당 박주원 전 최고위원과 지난 14일 직접 통화했다. 그는 해당 장소에 대해 “사무실로 쓴 적이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면서 “그런 자료는 어디서 받으신 거냐?”며 출처를 의심했다. 

통화 내내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다음은 박 전 최고위원과 일문일답.

- 일부 언론 등에 “강남에 사무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내 사무실이 없다. 주 전 의원도 헷갈리시는 것 같은데, 강남 사무실서 만난 게 아니고 오피스텔 뒤 일식당서 함께 식사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쪽에서 몇 번 만났던 것 같다. 식사한 뒤 그 건물 2층 내지 3층에 있는 커피숍에 갔다가 헤어졌다. 사무실 자체가 없다.

- 확인해보니 아버지께서 1999년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D오피스텔을 매매했고, 2010년 유증됐다. 이곳이 강남 사무실 아닌가.
▲아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유증 받은 것인데, 아버지가 살았고 시장으로 당선되기 전 아버지 (살아)계실 때 선거를 준비해야 돼 (나는)안산에 대부분 있었다.

- 기록상 아버지는 안산에 있는 요진아파트서 거주하셨고 본인은 안산 호수공원아파트에 거주하셨다. D오피스텔에 거주하지 않고 소유만 한 것으로 나오는데.
▲지금도 소유하고 있다.

- 그렇다면 이곳이 강남 사무실이라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한데.
▲사무실이 아니다. 사무실로 쓴 적 없다.

- 그렇다면 어떻게 사용됐나?
▲세를 줬다. 전세를 줬는지 모르겠다.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 서류상으로는 해당 기간 전세를 준 사실이 없는데.
▲서류상으론 그랬어도 누가 살았을 것이다. 내가 거주한 게 아니니까. 모르겠다. 오래 돼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안산에 쭉 있었다. 그런데 그게 뭐가 중요한가?

- 방송 인터뷰서 강남 사무실이 없다고 하셨지만 사무실로 활용됐을 만한 공간을 소유하고 계셨으니 질문한 거다.
▲그런 자료는 어디서 받으신 건지?

- 누구로부터 받은 게 아니다. 자체 취재로 알아냈다.
▲아 그래요?

- 2007년 모 건설사 회장으로부터 돈 받았다고 해서 수원지검의 수사를 받았다. 혐의서 나온 곳이 D오피스텔이던데?
▲허허허. 당시 아버지께서 살았기 때문에 나도 시장되기 전에는 거기 몇 년 동안 살았던 적이 있다.

- 그런데 아버지께서는 안산시 요진아파트서 사셨던 것으로 나온다.
▲기억이 잘 안 난다. 아버지·어머니 모시고 그곳(D오피스텔)서 같이 살았다. 그러다가 헤어져 살기도 하고 그랬다. 내가 대검찰청서 근무하다 보니까. 어쨌든 거긴 사무실이 아니다.

- 결론은 사무실이 아니다?
▲그렇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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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